땘 46화 > #46. 고백
홀로 집에 남은 나는 오랜만에 부쩍 늘어난 설거지거리를 정리하며 나은
이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나은이한테는 당한 것보다는 받은 것이 많다는 것이 내 결론
이었다.
협박도 당하고 모쏠 아다 찐따 취급당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내 아다도떼줬지, 집도청소해줬지, 밥도해줬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신고도 하지 않아줬다.
물론 조금더 디테일하게 따지고 보자면 그녀의 설계에 내가놀아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은이가 정말로 마음먹고 나를 지옥 보냈다면 나는 지금쯤
콩밥을 먹고 있으리 라.
하지 만 그녀 가 아무리 우리 집 에 있는 것을 더 희 망한다고 한들 내 게는 차
마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원고 마감.
도무지 나은이가 깨어있는 옆에서 나은이의 이름으로 소설을 쓸 자신이
없었다.
수치 스럽 기 도 하고 무슨 소리 를 들을지 감도 안 오고, 무엇보다 내 가 현 타
가 너무 올 것 같아서 무리 였다.
그럼에도 역시 나은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고민 이 되 는 부분은 그 방향성 이 었다.
1번. 그냥 정말로 일반적인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물론 여자애한테는 그럴 상황이나 기회가 없기는 했지만 나는 주변 친한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 었다.
고마운 일 있으면 밥도 사주고, 선물도 주고.
나은이에 게도 똑같이 해주는 것이 내가 생각한 첫 번째 안.
씁번. 좆같이 굴면서 말도 안 되는 성희롱만 해댄다.
이 게 정말 감사하는 사람이 할 짓이 냐고 하면 아니 라고 대 답하겠지 만 상
대는 한나은.
무려 나에게 따먹히려고 우리 집까지 쳐들어와서 유소연 코스프레를 한
그녀였다.
그녀라면 오히려 이런 이진성 식의 매도를 즐길지도...?
물론 보장은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선이 어느 정도인 줄도 모르고 이건 잘못 시전할 경우 바로
경찰 신고를 당할지도 모르는 건.
하지만 선물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흐으음. • • ”
멍하니 침대에 앉아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한나은]
나은이의 이름으로 온 문자 1통 그리고 그곳에 첨부된 사진은…
1.5L 페트를 침대 위 에 부어버리 기 라도 한 것일까.
나은이의 하얀 침대보에는 거대한 대륙을 연상시키는 물자국이 남아 있
었다.
한나은...
...아까 분명 한 발 빼줬음에도 내 자지는 또다시 불끈 솟아올랐다.
**
埌
도시 계획.
목요일 아침마다 지옥을 선사하는 이 수업.
하지만 오늘 만큼은 제대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어느덧 우리에게는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를 짠 이 후 교수가 최 종 발표까지 준 시 간은 총 꿓주.
그리고 그냥 대충 어영부영 넘긴 것이 씁주.
그래...드디어 우리에게도 업보 청산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소리였다.
“자. 다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회의 잘들하고 마무리 준비하도록 하세요
•
99
교수님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시간은 강의를 나머지 1시간은 우리끼
리 준비하는 시간을 주셨다.
뭔 가 꿓주쯤 되 니까 익숙해 지는 이 조합.
나. 이휘민. 한나은. 김시은.
“...이제 진짜로해야지.”
다들 흐리멍텅한눈빛으로 앉아 있길래 내가 이니시를 걸었다.
“그렇긴 하죠...”
나은이도 어제 늦게 자기라도 한 것일까몽롱한 눈빛으로 내 말에 적당히
대답해 주었다.
“주제는 그대로 가져갈 거예 요?”
시은이가 휘민이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 마이 캡틴.
우리 중 그나마 건축에 열정이 남아있는 자.
이휘민.
그대는 우리의 부름에 응하도록.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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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 민이는 대답 대신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일단지난주에 얘기했던 주제는 다들 어때? 괜찮아?”
“나는 좋아.”
우리 캡틴이 조종대만 잡아주신다면야 나는 어딜 가도 좋았다.
“저도 상관없어요.”
나은이도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역시 나와 같은 탈건 확정 자라 그럴까.
나은이의 표정에서부터 별 생각이 없다는느낌이 뚝뚝묻어나왔다.
“그럼 시은이는?”
“저는...”
뭔가 우리와는 달리 할 말이 있는 듯한 김시은 씨.
“편하게 얘기해.”
“솔직히 도시 조경 전반보다는 지역 하나 잡아서 하는 것이 조금 더 좋을
것같기도 해서요...”
당연히 시은이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는 있었다.
“그래…?”
조금은 시원찮은 휘민이의 대답.
“그럼 시은이 네가혹시 조금더 디테일하게 생각해둔지역이나테마가 있
는거야?”
“네...! 제가 좀 찾아봤는데...”
갑자기 휘민이와 시은이는 정신없이 건축 이야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별 관심이 없기도 하고 수업을 안 들어서 못 알아듣겠기도 했
다.
이 시간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자 나는슬쩍 시선을 옮겨 옆자리 나은
이를 바라보았다.
나은이 는 출력물 위 에 낙서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 가 낙서를 하고 있는
캐릭터가 어째...
마치 내 소설 속 캐릭 터들을 이모티콘으로 만든 것 같은 귀 여운 느낌의 손
그림들이었다.
옆에서 열심히 토의하는데 옆에다대고 내 소설 이야기를 할수 없었던 나
는 가만히 깨 작거 리 고 있는 나은이 를 바라만 보았다.
딱 봐도 유소연으로 추정되는 캐릭터를 그려놓은 나은이는 작은 말풍선
으로 [소연이도 할 수 있어요!] 같이 귀 여운 문구를 집 어넣고 있었다.
진짜로 만들어볼까.
괜찮은 것 같은데 ?
이런 것도 의뢰를 받았나 싶었다.
워낙 화려한 느낌의 고퀄리티 일러스트만 작업해서 이런 타입은 안 하는
줄알았는데.
“야. 이민호. 너는 어떤데.”
내 가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휘 민이 가 내 게 의 견을 물어왔
다.
“나? 나는뭐... 지역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그래? 그럼 오늘두사람이 자료정리 담당이었으니까수고좀해줘.”
예...? 뭐라고요...?
내일 설계인데요...?
“야야. 휘민아. 꼭 오늘 해야 되는 거냐? 너도 내일 설계인 것 잘 알고 알잖
아.”
“근데 방금 시은이가 주말에는 풀타임 알바라고 했잖아. 다음 주에 시작
하면 보나마나 퀄도 떨 어지고 화요일 설계 준비 까지 생 각하면 오늘 시 작하
는게 맞는듯?”
내 가 시 은이 를 바라보자 시 은이 는 미 안하다는 표정으로 어 색 하게 웃었다
•
“알바... 빼볼까...요?”
...시발.
“아냐아냐. 그냥 오늘 하서자. 뭐 어렵다고 금방 후다닥 하고 설계 준비하러
가지 뭐.”
내 가 시 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애 한테 알바를 빼 라고 하는 것은 억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 . 그럼 둘이 오늘 자료 최대한 모아서 나한테 보내봐. 내가 피티랑 발
표 방향 확인해서 주말까지 나은이 만들 수 있도록 정리해줄테니까.”
“알겠어요.”
나머 지 시 간 동안 구체 적으로 무엇을 중심으로 두고 자료 조사를 할 것인
지 이야기를 나누자 1시간은 눈 녹듯이 정말금방 사라졌다.
교수님 이 여기 까지 하자는 말에 학생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민호야. 시은아. 둘이 잘좀해서 보내라. 나먼저 간다.”
휘민이는 일이 있는지 급하게 가방을 싸서 나갔고 나은이는 뭔가 언짢다
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은아.뒤에 수업 없지?”
“네.없어요.”
“그럼 우리도 이제 가자. 노트북 있지 ?”
“설계실에 있어서 그것만좀 들고 올게요!”
“오케 이. 그럼 나 지하 카페에 있을테니까 거기로 와.”
“넹!”
다소 깜찍한 목소리로 먼저 강의실을 걸어나가는 그녀.
나은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또 뭐가 불만인데.
“뭐가.”
“시은 언니랑 카페 가서 좋냐고요.”
“바빠죽겠는데 이것까지 해야돼서 짜증나죽겠는데 뭔 소리야. 그건 또.”
마치 바람난 남편을 잡는 듯한 그녀의 말투.
“허튼짓하기만 해요.”
나은이가 책상 밑으로 손을 움직이더니 내 소중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나는 행여 누가 볼까 비명도 못 지르고 뮤트한 티비 화면처럼 입모양으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제정신이야? 너?]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나 내 예상을 벗어난 답변이었다.
“오빠는 여태까지 제가 제정신인 것으로 보였어요?”
...미친년으로 보기는 했지.
내 가 잠시 아무런 대답 없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나은
이가 내게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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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손으로는 내 바지 위를 훑는 그녀 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저는오빠가제정신이 아닌 미친 개변태새끼라서 너무좋아요.”
손으로 귀를 가린 그녀가 말이 끝나자마자 혓바닥으로 낼름 내 귀를 핥았
다.
귓가에 느껴 지는 따듯한 숨결과 말랑한 혀의 감촉.
아직 남아있는 학생들이 몇몇 있는데...!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내 손을 뗀 나은이는 필기구를 정리하더니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이따 연락할게요. 오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는 나은이.
나는 벙찐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근데 생각해보니까방금... 나...
고백 받은건가...?
뭔 가 이 상하기 는 하지 만 내 용은 고백 같기 는 한데...
...발기된 자지를 가라앉히고 일어 나느라 나는 시은이 보다 늦게 카페 에 도
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