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43화 (43/276)

<43화 >#43.낭독

“허...”

내 자취 방에서는 아마 평생 보지 못할 것이 라고 생 각했던 식재료들이 하

나둘씩 카트에 쌓여갔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솔직히 액젓은 진짜 쓸 일 없을 것 같은데...

“야. 나은아.”

“왜요.”

“이거 액젓 꼭 필요하냐?”

아무리 내 가 돈을 잘 번다고 하지만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이 었다.

한 번 쓰고 버리 기에는 조금 용량이 큰 것 같은데.

“있으면 좋죠. 뭘.”

“나요리 안하는데?”

“제가할 거니까 그냥 사요.”

..뭘 얼마나하시려고요.

“아까운데...”

“돈도 잘 벌면서 쪼잔하게 그만 좀 해요. 좀.”

고추장, 고춧가루, 배 , 양파 등등 양념장에 필요한 재료들을 꼼꼼히 체크

한 나은이는 나에 게 오케 이 싸인을 보냈다.

“됐어요. 이 정도면 얼추될 듯?”

“야.그럼나 이제 냉동이랑라면 좀...”

나은이의 쇼핑이 끝난것 같아서 이제 내 주식을구매하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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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나은이가 내 쇼핑 카트 앞을 막아섰다.

“뭐해. 비켜.”

“안돼요. 오빠.”

“뭐가또 안되는데.”

“오빠. 그런 것 먹다가 건강상해요.”

엄마냐고. 한나은. 당신.

“야야.원래 예술가들은 건강안좋아.”

실제로 유명한 음악가들이나 작가들 중 요절한 사람이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a

그 사람들은 오빠만큼 부끄러운 예술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요.

..그렇기는 하네.

요절한 야설 작가 이름은 하나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이게 예술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창작이 라는 말까지 는 어 떻 게 동의 하겠는데, 예 술이 라...

99

시오후키 장면도 불알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잘 쓴다면 그게 예술 아닐

까?

갑자기 예술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

했다.

“떳떳한 예술이란 뭘까. 나은아.”

내가 사뭇진지한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나은이의 대답은 생각보다 너무 현명했다.

“오빠가죽어서 유언장에 ‘이걸 전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게 떳떳한 거죠.”

[생전 고인의 개쩌는 킬링 회차입니 다.]하고 내 장례식 장에서 누군가 유

소연 파트를 낭독한다면 나는 편히 눈 감지 못할지도.

아마 나는 높은 확률로 악귀 가 되 어 버 릴 것이 란 생 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예술가는 아닌 것 같네.”

“예술가는 무슨. 그냥 개변태 새끼인 거죠. 오빠는.”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진짜 네 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좀 아

니지 않냐?

“아 몰라. 라면 살 거 야. 오늘 안 사면 또 나와서 사야 하잖아.”

“오빠. 보나마나 운동도 안하잖아요.”

나은이가 내 엄지와 검지로 내 뱃살을 쭈욱 당겼다.

“야.하지마라.”

“누가 작가 아니 랄까봐 근육량 0프로.”

실제로 나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 었다.

몸을 쓰는 것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서 누워서 핸드폰이나 보면서 웹소설이나 보는 것이 내 낙이자 행복.

굳이굳이 나가서 땀 삐질삐질 흘려 가면서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라고.”

“그냥 오늘은 내 가 밥 해줄 테니까 그거 먹 어요. 인스턴트 좀 그만 먹고요.

더 이상 그녀와 실랑이 하는 것이 귀 찮아진 나는 이 내 고개를 끄덕 이고는

카운터로 향했다.

“총 48260원입니다.”

48000원 이면 사실 게장이 랑 순두부 시켜먹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카드를 내밀면서도 묘하게 아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은아.”

“왜요.”

나는 그녀에게 딱하나만당부하고 싶었다.

“망치지만 마라.”

이렇게 재료를 잔뜩 사놓고 집에서 라면 엔딩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봉투 가득 재료들을 사온 나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배고프다.”

“기다려요.”

나은이가 재료들을 하나하나 꺼 내며 나를 타일렀다.

“근데 진짜 양념게장 레시피를 알고 있다고?”

이건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됐다.

“본가에 살적에 가끔씩 겨울에 해먹었어요.”

“그게 몇 살땐데.”

“열여덟?”

...도대체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라면 고씁가 한 양념게장을 하고 있단 말인

가.

“아주못하시는게 없구만.”

진심 반 농담 반으로 한 소리 였다.

분주하게 손을 놀리던 나은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내 혼잣말에 대답해 주

었다.

“있어요. 못하는것.”

“뭐.,,

“건축이요.”

흐음... 확실히...

지 난번 최 종 발표 때를 떠 올리 면 나은이의 결과물 평 가가 그닥 좋지 않았

음은 알수 있었다.

‘괜찮아. 탈건하면 그만이지. 뭘.”

“맞아요. 이미 직장도 구했는걸요?”

나은이는 양념장 간을 보려는 것인지 검지에 소스를 찍어 입으로 쏙 집어

넣었다.

근데 어째 손가락이...

나은이는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입 안에서 이리저리

휘저었다.

“직장이라는 것이 일러스트레이터 한다는 것 맞지?”

뭔 가 쎄한 느낌에 나는 확인 차 그녀에 게 질문했다.

“그럼요.한겨.울. 작가님만계신다면야제 일감이 마를 일은 없겠네요.”

“허허...근데 앞으로히로인 몇 명이나 더 늘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

이건 사실 대부분의 야설 작가들.

아니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소재라

고생각했다.

히로인이 1명이 아니게 될 경우과연 몇 명까지 공기화를 안시키는 선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히로인들이 너무 적을 경우 조금은 루즈해질 수도 있으며 너무 많아질 경

우 어쩔수 없이 일부히로인들은글에서 쓸쓸하게 퇴장할수밖에 없었다.

그런 맥락에서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한나은은 낗번째.

상황 묘사를 꼴리 게 하는 것은 경험치 가 쌓이 면 쌓일수록 잘 할 수 있다고

생 각했지 만 역시 나 히로인 숫자가 쌓여 가는 것은 점 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럼 그냥그렸던 애들 다른 옷 입혀서 다시 신청해요.”

“그럴까?”

“저야편하고좋죠.뭘.솔직히 오빠저한테 신청 넣을 때 무지무지 까탈스

럽게 구는 것 본인도 알죠?”

...이건 인정을 안할수가없네.

아마 그녀의 입 장에 서 나는 진상 고객 . 그것도 지독한 진상 고객 이 었을 것

이다.

나은이의 일러스트가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그녀의 능력치 가 높은

것도 있겠지 만 내 가 그녀를 들들 볶아서 일 수도 있었다.

옷 재질 표현부터 소품 하나하나까지 나는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 었다.

하지 만 그것은 꼭 필요한 과정 이 었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히로인들은 내가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만들

어낸 딸들이나 다름없었다.

평생 딸에게 한 벌의 옷을 선물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걸 대충대충 할

수는 없는 노릇.

“...야.메일로주고받았을 때는 이렇게 말해줘서 더 좋다며.”

“의뢰자 본인이 별 생각이 없을 때가 제일 막막하기는 해요. 그런 사람들

은 진짜 가끔씩 노답일 때가 있어서.”

하긴...오죽하면 신청하는 페이지에 작가에게 전적으로모든것을 맡긴다

는 [오마카세]란이 있겠는가.

그리고 정말로 관심 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 라면 작가한테 자신 있는 구도

로 그려 달라고 하는 편이 더 결과물이 잘 나온다는 소리도 여 기저기서 본 적

있었다.

갑자기 내 가 여태 까지 의 뢰 한 내 용들에 뭐 라고 써 놨을까 싶었던 나는 컴

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함을 연 나는 나은이의 메일 주소로 우리가 주고받

았던 대화들을 스윽 스크롤을 내려가며 위에서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차마 밖에서는 누가 볼까 두려울 정도로 음습한 대화가 우리 둘 사이에

는오가고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은이가 HNE 작가라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젖통을 조금 더 까는 편이 꼴리지 않을까요?]

...이게 정녕 여자 입에서 나올소리냐고.

이걸 보고 HNE 작가가 미녀 아가씨 일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란 너무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HNE 작가님의 정체를 알고 메일함을 다시 정주행하니 어이가 없으면서

도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터져나왔다.

내 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실실 웃자 나은이 가 슬쩍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

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어이. HNE 작가님.”

“왜요.”

너. 내 소설 낭독회 했었지.

어디 한번 너도 당해봐.

“그러니까 박히면 꼼짝도 못하는 표정으로 그려드리면 되는 거죠?”

내 가 한톤 높은 목소리로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뭔 소리를 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오호. 너무 옛날 메 일이라 생 각이 안 나나보지 좥

그럼 좀 최근 걸로 다시 해볼까.

“치마는 어차피 팬티를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프흐

•••푸

td .

웃참실패였다.

배를 잡고 깔깔 웃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은 무척 이 나 괴 로웠다.

반면 나은이의 표정은 아주 장관이 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눈치 챘는지 점점 더 피부가 붉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끝에 묻어있는 양념장 색과 거의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나은이

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 마요:

더해달라는소리잖아. 그거.

“여기서 유두 노출하면 검열에 걸리나요? 살짝 튀어나온 듯이 그림자만

넣어볼까요?”

그녀의 경고를 가뿐히 무시한 내가 최대한 수치스러울 만한 문구들만 쏙

쏙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아. 재밌어〜 너무 재밌어〜

“도끼 자국 음영 조금 더 추가해 드릴까요?”

결국 나은이는 참지 못하고 요리를 그만두고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손에 양념 이 묻어 있어서 였는지 나를 건드리 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

는나은이.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민호...!”

새 빨간 얼굴로 울먹 이는 나은이의 모습은...

존나 따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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