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39화 (39/276)

땘 39화 > #39. 안주인

이제 어느 정도 나은이의 패턴을 알아차린 나는순순히 그녀의 꿰임에 넘

어가지 않기로했다.

아니 근데 얘는 축구단 창단을 해버린다는데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

뭔 가 웃참을 하는 것 같은 나은이 의 표정 에 나는 어 이 가 없었다.

“아무튼 그만 까불고. 나 지금부터 모형 마무리 해 야하니 까 재 료 없으면

그냥냅둬.설계 끝나고 먹지 뭐.”

나은이는 다시 한 번 냉장고 문을 열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 게요... 내 가 뭐 라도 만들어줄라고 했는데 이래 서는 오빠 먹을 식 사

량도 안 나올 것 같네요.”

“네가우리 집에서 밥먹고갈줄 알았냐고.”

물론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우리집에 정식으로 초대했다고 하더라도 나

는 분명 배달을 시 켜줬을 것이 었다.

“알았어요. 그럼 내가 다음부터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하

도록 할게요.”

“…또 온다는 소리야?”

다음이라뇨.선생님.

다음에도 또 술 먹고 찾아와서 제 소설 캐릭터 연기를 하신다는 말씀이신

가요?

“왜요? 싫어요?”

나은이 가 나를 게 슴츠레 한 눈으로 흘겨 보았다.

나은이의 깜짝 방문이 좋았냐 싫었냐 함은.

음... 물론 나의 아랫도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녀를 환영하겠지 만 나는

솔직히 좀... 애매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방에 놀러오는 것이라면 당연히 기쁘고 흥분되는

이벤트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는 어딘가 좀...

허...

건축학과에 서 강간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시발.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우리 관계를 말로 풀어서 설명해보려고 하니 이것만큼 병맛이 따로 없다

고생각했다.

버전도 여러 가지로 만들수 있을 것 같았다.

[RE: 강간으로부터 시 작하는 대학생 활.]

[수상할 정도로 강간남에 집착하는 그녀.]

[강간당한 그녀 가 자꾸 저를 따라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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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차기작다 썼다. 민호야.

이 제 상상에 기반한 판타지 말고 논픽 션으로 가보자.

작가로서 한차원 더 도약을 이뤄내는 거지.

내 가 미묘한 표정으로 나은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나은이 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빠도 좋다고 했잖아요.”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내 바지 위를 훑는 그녀 .

나은아... 근데 그 멘트는 보통 야설에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자주 하는데

말이지... 허허.

“야! 만지 지마!”

무슨 길에서 만난 귀여운 고양이를 만지듯이 내 자지를 만지는 나은이의

행동에 내가 역정을 냈다.

“왜요? 설 것 같아요?”

키 득키 득 거 리 는 그녀 에 게 나는 진지 한 표정 으로 이 야기 했다.

“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 나 설계 해야한단 말이야. 그보다 너도 오늘 설계

일텐데 여기서 이리고 있어도 되는거야?”

내 가 설계가 있다는 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는데 어째 나은

이 는 천하태 평해 보이 는 느낌 이 었다.

그럴 수가 없는 구조인데...

설계 수업이 있는 당일 아침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회 초리를 맞을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럼 에 도 우리는 쓰레 기를 만들어 가야

했다.

이걸 들고 가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고 있었지만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

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위로가되는 점이 하나 있다면 내 옆에 놈도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12명에서 15명 사이로 편성되는 한 스튜디오에서 칭찬받는 사람이 씁명

남짓 나오면 그날은 풍작이 라고 봐도 좋았다.

나머지는 뭐...

가슴 아프지만 이제는 익숙해질 학년. 4학년.

집 에 서 교수님 을 원 망하며 울기 에는 다들 굳은살이 자리 잡혀버 린 그런

학년이었다.

“에... 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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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는 갑자기 설계 수업 이야기 가 나오자 동공이 갈 곳을 잃고 빙글빙

글 회 전하기 시 작했다.

“안했어?”

“…네.”

여전히 속옷에 앞치마만 입은 그녀가 멋쩍은듯한웃음을지었다.

“야.그러면 여기서 놀지 말고 일어나자마자 집 가서 준비하지 그랬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내 맘이에요.”

나은이는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새초롬한표정으로 침대에 앉

았다.

“그리고 오빠처 럼 만들어 갈 바에는 그냥 안 만들고 말죠.”

야. 너그거 폭행죄야.

설계 폭행죄.

“...나쁘지 않다고생각했는데.”

어젯밤에는 분명 박수를 치며 ‘이번에는 좀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하

며 만들었었는데 나은이의 반응을 보니까 갑자기 기가 팍죽는 느낌이었다.

건축설계와소설 집필이 비슷한점이 있다면 다른사람들의 반응에 굉장

히 예 민해 질 수밖에 없는 작업 이 라는 점 이 었다.

대부분의 건축 설계는 건축가가 자비로 자아실현을 하지 않는 이상, 고객

에게서 의뢰를 받아서 그들이 원하는 건물을 지어주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눈에 내 설계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이해하고주어

진 조건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소설가. 일반적인 소설가라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웹소설을 쓰는 작

가들 또한 당연히 독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 밌게 봐줬으면 하고 쓰는 글이 었다.

나 혼자만의 아집으로 만들어 가는 글이 아니 었다.

다행히도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는 내 취향과 대중적인 독자들의 취향이

일치해서 히트를 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은이의 말에 내상을 입어버린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진짜 그 정도로 별로냐?”

나은이 눈에도 별로라면 교수 눈에는 그냥 재활용 쓰레 기 라는 소린데...

내 모형을 집어든 나은이 가 상하좌우로 돌려보더니 피드백을 주기 시작

했다.

“오빠.이거 여기만조금매스들여넣는게 어때요?”

“왜?,,

“여기를 이런 식으로 막아버리면 너무 묵직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여기

를까고, 여기를 좀 늘려봐요.”

...한번 들어봐?

솔직히 소설에 대해서 그녀가 내게 지적했더라면 당연히 거품을 물고 네

가 뭘 아냐고 했겠지만 나 이민호.

극악의 디자인 감각을 가진 남자.

예쁘게 만들고 그리는 데에는 선수인 나은이의 말이니 나는 그녀의 조언

을 따라보고자 했다.

“오케이. 해볼게.”

뭐 . 바꾼 버 전으로 들고가서 혼나게 되 더 라도 나은이 를 탓할 생 각은 없었

다.

돈 내고 혼나기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오빠. 그리고 제발 칼질 좀 어떻게 안될까요?”

...윽.

“스터디 모형이니까 괜찮아.”

“스터디라도그렇죠. 무슨 어린애 장난질 해놓은 것처럼 만들어놨어요.”

진짜 뼈 존나 때리네.

아프다... 너무아파...

아직 학교에 간 이후에 시 작하는 본방은 시 작도 안했는데 에 피 타이 저부

터 무척 따끔했다.

“이번에는 잘해보지 뭐.근데 너 진짜로수업 안나가게?”

“네. 저 오늘자체 휴강합니다.”

...쿨하네.

하긴 나은이의 이런 행동은 책임 없는 쾌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니까.

당장 학교를 때려치우더라도 잘만 밥 벌어먹고 살 것이 었다.

‘그럼 집에 가.”

“왜 자꾸 저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예요?”

나은이는 내 가 주기 적으로 집 에 가라고 권유하자 삐친 모양이 었다.

근데 이게 토라질 일이냐.

왜 용건도 없으면서 우리 집에서 죽치고 있으려고 하는건데.

a

...설마.

99

나은이가 입을 턱 틀어막았다.

“저 먹버당한건가요!”

...빨리 모형을 만들고 싶은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야! 네가쳐들어와서 먹혀놓고뭔 먹버야!”

“…아무튼 먹은건오빠잖아요.”

“몰라. 말걸지마.”

“처녀도 강간으로 찢기고 또 먹히고 버려지다니...”

우는 시늉을 하는 나은이.

나는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흑흑... 이제 평생 시집도 못 가겠지.”

“어떤 남자가 나를 받아주겠어... 강간남한테 먹버당한 여자를...”

“하아... 예쁜 아가들도 많이 낳고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 악물고 무시하려고 해도 도저히 내용이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폭발한 나는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만! 한나은! 그만!”

“..책임져요.”

언제 흐느끼기라도 했냐는 듯이 빙긋 웃고 있는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겠으니까 학교 가기 전까지만 조용히 좀 해봐! 좀!”

“약속한거죠?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수업 끝나고 나랑 마트 가주는 거예

요? 알겠죠?”

“어.어. 알았어.”

마트가 뭐 라고... 마트가 뭐 라고오오오!

다행히도 약속을 받아낸 나은이는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휴대폰만 바라

볼 뿐 더 이상 나를 놀리 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개정판 모형을 만든 나는 시간을 확인했

다.

12시 48분.

딱 좋네.

오늘은 이걸로 한번 버티면 되겠구만.

“오〜 그것 봐요. 내 가 고치 라는 데 로 고치 니까 훨 났네.”

내가몸을 일으키자 나은이도쪼르르 내 옆에 와서 내 작업물을 칭찬해 주

었다.

“그러게나. 고맙다. 나은아.”

“에이 뭘요〜 그럼 잘 다녀와요. 오빠!”

...응?

그녀의 말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 나였다.

다녀와...?

그럼 너는...?

“너 안 나가게 ?”

“네.”

“왜?,,

“이따 마트 가기로 했잖아요.”

“그건 그거고, 왜 안 나가냐고. 집주인도 집에 없는데.”

나은이는 오히려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안주인이 집에 있으니까요?”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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