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39화 > #39. 안주인
이제 어느 정도 나은이의 패턴을 알아차린 나는순순히 그녀의 꿰임에 넘
어가지 않기로했다.
아니 근데 얘는 축구단 창단을 해버린다는데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
뭔 가 웃참을 하는 것 같은 나은이 의 표정 에 나는 어 이 가 없었다.
“아무튼 그만 까불고. 나 지금부터 모형 마무리 해 야하니 까 재 료 없으면
그냥냅둬.설계 끝나고 먹지 뭐.”
나은이는 다시 한 번 냉장고 문을 열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 게요... 내 가 뭐 라도 만들어줄라고 했는데 이래 서는 오빠 먹을 식 사
량도 안 나올 것 같네요.”
“네가우리 집에서 밥먹고갈줄 알았냐고.”
물론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우리집에 정식으로 초대했다고 하더라도 나
는 분명 배달을 시 켜줬을 것이 었다.
“알았어요. 그럼 내가 다음부터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하
도록 할게요.”
“…또 온다는 소리야?”
다음이라뇨.선생님.
다음에도 또 술 먹고 찾아와서 제 소설 캐릭터 연기를 하신다는 말씀이신
가요?
“왜요? 싫어요?”
나은이 가 나를 게 슴츠레 한 눈으로 흘겨 보았다.
나은이의 깜짝 방문이 좋았냐 싫었냐 함은.
음... 물론 나의 아랫도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녀를 환영하겠지 만 나는
솔직히 좀... 애매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방에 놀러오는 것이라면 당연히 기쁘고 흥분되는
이벤트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는 어딘가 좀...
허...
건축학과에 서 강간을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시발.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우리 관계를 말로 풀어서 설명해보려고 하니 이것만큼 병맛이 따로 없다
고생각했다.
버전도 여러 가지로 만들수 있을 것 같았다.
[RE: 강간으로부터 시 작하는 대학생 활.]
[수상할 정도로 강간남에 집착하는 그녀.]
[강간당한 그녀 가 자꾸 저를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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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차기작다 썼다. 민호야.
이 제 상상에 기반한 판타지 말고 논픽 션으로 가보자.
작가로서 한차원 더 도약을 이뤄내는 거지.
내 가 미묘한 표정으로 나은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나은이 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빠도 좋다고 했잖아요.”
가느다란 손가락 끝으로 내 바지 위를 훑는 그녀 .
나은아... 근데 그 멘트는 보통 야설에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자주 하는데
말이지... 허허.
“야! 만지 지마!”
무슨 길에서 만난 귀여운 고양이를 만지듯이 내 자지를 만지는 나은이의
행동에 내가 역정을 냈다.
“왜요? 설 것 같아요?”
키 득키 득 거 리 는 그녀 에 게 나는 진지 한 표정 으로 이 야기 했다.
“너랑 놀아줄 시간 없어. 나 설계 해야한단 말이야. 그보다 너도 오늘 설계
일텐데 여기서 이리고 있어도 되는거야?”
내 가 설계가 있다는 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는데 어째 나은
이 는 천하태 평해 보이 는 느낌 이 었다.
그럴 수가 없는 구조인데...
설계 수업이 있는 당일 아침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회 초리를 맞을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럼 에 도 우리는 쓰레 기를 만들어 가야
했다.
이걸 들고 가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고 있었지만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
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위로가되는 점이 하나 있다면 내 옆에 놈도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12명에서 15명 사이로 편성되는 한 스튜디오에서 칭찬받는 사람이 씁명
남짓 나오면 그날은 풍작이 라고 봐도 좋았다.
나머지는 뭐...
가슴 아프지만 이제는 익숙해질 학년. 4학년.
집 에 서 교수님 을 원 망하며 울기 에는 다들 굳은살이 자리 잡혀버 린 그런
학년이었다.
“에... 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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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는 갑자기 설계 수업 이야기 가 나오자 동공이 갈 곳을 잃고 빙글빙
글 회 전하기 시 작했다.
“안했어?”
“…네.”
여전히 속옷에 앞치마만 입은 그녀가 멋쩍은듯한웃음을지었다.
“야.그러면 여기서 놀지 말고 일어나자마자 집 가서 준비하지 그랬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내 맘이에요.”
나은이는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새초롬한표정으로 침대에 앉
았다.
“그리고 오빠처 럼 만들어 갈 바에는 그냥 안 만들고 말죠.”
야. 너그거 폭행죄야.
설계 폭행죄.
“...나쁘지 않다고생각했는데.”
어젯밤에는 분명 박수를 치며 ‘이번에는 좀 괜찮을지도?’라는 생각을 하
며 만들었었는데 나은이의 반응을 보니까 갑자기 기가 팍죽는 느낌이었다.
건축설계와소설 집필이 비슷한점이 있다면 다른사람들의 반응에 굉장
히 예 민해 질 수밖에 없는 작업 이 라는 점 이 었다.
대부분의 건축 설계는 건축가가 자비로 자아실현을 하지 않는 이상, 고객
에게서 의뢰를 받아서 그들이 원하는 건물을 지어주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의 눈에 내 설계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이해하고주어
진 조건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소설가. 일반적인 소설가라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웹소설을 쓰는 작
가들 또한 당연히 독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재 밌게 봐줬으면 하고 쓰는 글이 었다.
나 혼자만의 아집으로 만들어 가는 글이 아니 었다.
다행히도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는 내 취향과 대중적인 독자들의 취향이
일치해서 히트를 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은이의 말에 내상을 입어버린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물었다.
“...진짜 그 정도로 별로냐?”
나은이 눈에도 별로라면 교수 눈에는 그냥 재활용 쓰레 기 라는 소린데...
내 모형을 집어든 나은이 가 상하좌우로 돌려보더니 피드백을 주기 시작
했다.
“오빠.이거 여기만조금매스들여넣는게 어때요?”
“왜?,,
“여기를 이런 식으로 막아버리면 너무 묵직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여기
를까고, 여기를 좀 늘려봐요.”
...한번 들어봐?
솔직히 소설에 대해서 그녀가 내게 지적했더라면 당연히 거품을 물고 네
가 뭘 아냐고 했겠지만 나 이민호.
극악의 디자인 감각을 가진 남자.
예쁘게 만들고 그리는 데에는 선수인 나은이의 말이니 나는 그녀의 조언
을 따라보고자 했다.
“오케이. 해볼게.”
뭐 . 바꾼 버 전으로 들고가서 혼나게 되 더 라도 나은이 를 탓할 생 각은 없었
다.
돈 내고 혼나기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오빠. 그리고 제발 칼질 좀 어떻게 안될까요?”
...윽.
“스터디 모형이니까 괜찮아.”
“스터디라도그렇죠. 무슨 어린애 장난질 해놓은 것처럼 만들어놨어요.”
진짜 뼈 존나 때리네.
아프다... 너무아파...
아직 학교에 간 이후에 시 작하는 본방은 시 작도 안했는데 에 피 타이 저부
터 무척 따끔했다.
“이번에는 잘해보지 뭐.근데 너 진짜로수업 안나가게?”
“네. 저 오늘자체 휴강합니다.”
...쿨하네.
하긴 나은이의 이런 행동은 책임 없는 쾌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니까.
당장 학교를 때려치우더라도 잘만 밥 벌어먹고 살 것이 었다.
‘그럼 집에 가.”
“왜 자꾸 저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예요?”
나은이는 내 가 주기 적으로 집 에 가라고 권유하자 삐친 모양이 었다.
근데 이게 토라질 일이냐.
왜 용건도 없으면서 우리 집에서 죽치고 있으려고 하는건데.
a
...설마.
99
나은이가 입을 턱 틀어막았다.
“저 먹버당한건가요!”
...빨리 모형을 만들고 싶은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야! 네가쳐들어와서 먹혀놓고뭔 먹버야!”
“…아무튼 먹은건오빠잖아요.”
“몰라. 말걸지마.”
“처녀도 강간으로 찢기고 또 먹히고 버려지다니...”
우는 시늉을 하는 나은이.
나는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흑흑... 이제 평생 시집도 못 가겠지.”
“어떤 남자가 나를 받아주겠어... 강간남한테 먹버당한 여자를...”
“하아... 예쁜 아가들도 많이 낳고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 악물고 무시하려고 해도 도저히 내용이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폭발한 나는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만! 한나은! 그만!”
“..책임져요.”
언제 흐느끼기라도 했냐는 듯이 빙긋 웃고 있는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겠으니까 학교 가기 전까지만 조용히 좀 해봐! 좀!”
“약속한거죠? 알겠어요. 그럼. 이따가수업 끝나고 나랑 마트 가주는 거예
요? 알겠죠?”
“어.어. 알았어.”
마트가 뭐 라고... 마트가 뭐 라고오오오!
다행히도 약속을 받아낸 나은이는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휴대폰만 바라
볼 뿐 더 이상 나를 놀리 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개정판 모형을 만든 나는 시간을 확인했
다.
12시 48분.
딱 좋네.
오늘은 이걸로 한번 버티면 되겠구만.
“오〜 그것 봐요. 내 가 고치 라는 데 로 고치 니까 훨 났네.”
내가몸을 일으키자 나은이도쪼르르 내 옆에 와서 내 작업물을 칭찬해 주
었다.
“그러게나. 고맙다. 나은아.”
“에이 뭘요〜 그럼 잘 다녀와요. 오빠!”
...응?
그녀의 말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 나였다.
다녀와...?
그럼 너는...?
“너 안 나가게 ?”
“네.”
“왜?,,
“이따 마트 가기로 했잖아요.”
“그건 그거고, 왜 안 나가냐고. 집주인도 집에 없는데.”
나은이는 오히려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안주인이 집에 있으니까요?”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