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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23화 (23/276)

<23화 >#23.개척

솔직히 심기체 쳐녀론이 지랄이라는 것은 나또한 잘 알고 있었다.

누가 21세기에 저거 타령을 하고 살겠냐고.

하지만 지금 있는대로 자기가 처녀라고 박박 우기는 한나은의 기를 꺾어

주고 싶었다.

기만이 싫었다.

나은이는 내게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처녀임을 강조했지만 나는 그

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외모로는 과탑. 페션 센스도 좋아. 심지어 야짤까지 잘 그리는 그녀가 처

녀일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그냥 그녀에게 있어 나는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처녀가 될 수 있는데요!’,

뭔가 다급해보이는 나은이의 말에 나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은아. 너는 포장을 뜯은 상품을 반품해달라고 그러니.’,

소주를 입에 들이킨 내가 탄성을 내질렀다.

"캬〜 그딴 건 세상에 없어! 나은아!’,

"시발!"

그녀가 테이블을 팡 내리쳤다.

어우씨. 깜짝이야.

"야... 왜 욕을 하고 그러냐...’,

"소주나 내놔요.’,

내 자리 앞에 놓여져 있던 소주병을 가져간 그녀는 대뜸 물컵에다 소주

를 가득 채우더니 그대로 원샷을 때렸다.

얘는 근데 왜 이렇게 처녀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지.

"아오... 써...’,

"그러게 누가 그걸 한입에 마시래.’,

기껏 비싼 음식 먹고 속 버리게 왜 저러는 건지.

"오빠 방금 전에 한 말. 진심이에요?"

"뭐가.’,

"심기체 어쩌구요."

음... 다소 진지해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진실을 알려줄까 말까 고민한 나

는 그냥 알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그냥 해본소리지.’,

입안에 생선구이를 음미하며 나는 그녀에게 답해주었다.

갑자기 나은이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오늘 비축분 써놨죠?’,

"라이브 연재는 힘드니까 씁〜꿓편 정도는 써놨기는 하지.’,

원래는 嬖편정도는 쌓아두는 나였지만 한나은 에피소드를 한 번에 삭제

해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복구가 안되고 있었다.

"잘됐네요. 그럼 이거 먹고 나랑 같이 집 좀 가요."

"너희 집?"

아아... 기어이 또 그 마굴로 다시 들어가야한단 말인가.

"아뇨. 오늘은 오빠네 집 갈래요. 자취하죠?’,

...말해준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오빠. 상식적으로 가족들 같이 사는 집에서 틀어박혀서 여자들 강간하

는 야설을 쓰고 있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생각해보니까 그건 좀 끔찍하기는 했다.

밥 먹으라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야설을. 그것도 처녀만 강간하

는 야설을 쓰고 있는 아들을 발견한다라.

...내 아들이었으면 아찔할지도.

뭐라고 해줘야 할까.

모우 야메룽다? 그런 곱창난 인생은 모우 야메룽다?

갑자기 몰려오는 현타에 나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어. 자취하지... 너도 야짤 그리고 있는 것 집에서 알면 난리가 날것 아니

야."

갑자기 내가 그녀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것을 지적하자 그녀 또

한 떨떠름한 표정이되었다.

"그..렇기는 하죠.’,

그렇게 야설 작가와 야짤 작가는 한동안 말없이 소주만 홀짝였다.

조금 전 대화는 서로 상처밖에 남지 않는 싸움이었다.

"하아... 내 자취방 가서 뭐하게. 너네 집처럼 넓지 않고, 네가 아침부터 타

령하던 모쏠냄새 지독하게 날텐데.’,

손님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서 집도 정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

았다.

"오빠 돈도 잘 벌면서 거짓말 하지 마요.’,

"..계약 기간 안 끝나서 그냥 거기서 산다고.’,

"몰라요. 그래도 데려가줘요. 안 데려가주면 아시죠? 한겨울 작가님?’,

현생에서 한겨울 작가라는 이름을 듣는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나

의 필명을 들을 때마다 흠칫하고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좀 안 불러주면 안될까?’,

"오늘 저를 안 데려가준다면 앞으로 오빠는 학교에서도 노벨월드

의 한겨울 작가님으로 불릴 준비 하세요.’,

개같은년아!

"가서 뭐하게.’,

"회의 해야죠.’,

"무슨 회의.’,

"이보세요. 한겨울 작가님. 저랑 이미 회의 자주 하셨잖아요."

그렇기는 하네... 생각해보니까 일러스트 관련으로 우리는 제법 오랜 기

간 동안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해왔었다.

"한나은 일러스트. 신청 안해요?’,

갑자기 그녀가 현생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니까 나는 진지하게 일러스

트 작가를 바꿔 야 하나 싶은 생 각이 들었다.

"...고민 중.’,

"네...?’,

"네가 나 한겨울인 것 알아버려서 고민중.’,

그녀는 이런 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안절부절하지 못해했다.

"왜... 왜요. 제 그림 별로였어요? 남가연 일러스트 오빠 취향 아니었어요

?"

마냥 당돌하기만 하던 나은이가 초조한 표정으로 검지를 꼼지 락거렸다.

"아니? 그건 아닌데...’,

솔직히 암만 판매자와 구매자라고 하지만 주기적으로 여자 후배한테 야

짤을 그리라고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너인걸 아는데 어떻게 마음 편하게 외주를 맡기겠어.’,

"맡겨줘요! 왜요! 실력만 있으면 상관 없잖아요!’,

"나 아니어도 너 일러스트 받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들 많잖냐.’,

이것은 사실이 었다.

나는 그녀와 오랜 기간 일해왔어서 신청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크게 없

었지만 사실 그녀의 그림을 한 장 받기 위해서 몇 달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의리 없게 나올 거에요?’,

"의리를 아는 사람이 동종 업계 사람을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것은 괜찮고

"우리 서로 성기까지 본 사이인데 그러지 말죠."

푸흡.

갑자기 튀어나온 적나라한 워딩에 나는 마시고 있던 물을 뱉을 뻔했다.

"아. 급발진 좀 하지 마라.’,

"목구멍까지 쑤신 오빠가 할 말이에요?"

그렇긴 하]네.

그거만한 급발진이 없기는 했다.

아마그건 내 인생 전무후무한 최대의 급발진이 아니었을까.

"오빠. 그러면 이번에 한나은 러프 그리는 것 보고 결정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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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네 이름이랑 똑같은 캐릭터를 너한테 그리라고 시키는게 너한

테도 더 고역 아니야?’,

"...오빠가 신청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신청 거절했단 말이에요.’,

으음... 도의적으로는 내가 그녀한테 그리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생

각했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나은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옳았다.

그래... 원래 한나은 일러스트는 HNE 작가님에게 신청하려고 했으니까.

"그럼 이번까지만신청할게.’,

나은이는 매우 다행 이 라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그럼 일어나요. 다 먹었죠?’,

그 많던 요리들도 어느덧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나은이보다는 돈이 아까웠던 내가 거의 다 흡입한 것 같은 느낌이

기는 했다.

"어〜 그래〜’,

"사줘서 고마워요! 옵.빵!’,

윙크를 찡긋하는 한나은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30만원입니다. 식사는 괜찮으셨나요?’,

카드는 내가 내밀었는데 대답은 나은이가 했다.

"네〜 너〜무〜 맛있더라고요〜"

...개열받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오세요〜"

"네〜’,

해가 중천에 떠있었으나 약간은 알딸딸한 느낌.

"야.’,

"네?’,

"진짜로 우리집 을거야?’,

"네.’,

나은이는 뭐 당연한 질문을 하냐는 듯이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서있었

다.

"회의 그냥 전처럼 메 일로. 아니지. 이제 번호 아니까 그냥 문자로.’,

"서로 그 자리에서 화면보면서 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작업물이 나와요

. 오빠.’,

나은이가 머리를 쓸어넘기자 그녀의 하얀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직접 자료도 찾아보고, 구도도 보면서 생각하면 당연히. 서로 더 만

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온다고요."

말은 그럴싸한 것 같기는 한데...

근데 그 말은 지금...

"내 방에서 야짤 보자고?"

끄덕끄덕.

"너랑 나랑둘이 앉아서?’,

끄덕끄덕.

...허.

나은이는 진짜 나를 목각인형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여태까지 내가 보여준 퍼포먼스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안심

할 수가 없는 구조인데. 이게.

"내가 흥분해서 너 따먹으려고 하면?’,

내가 지을 수 있는 제법 무서운 얼굴로 내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끄덕끄덕.

...응? 이것도 끄덕끄덕이야?

그녀는 내 마음 속 독백이 들리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고개를 격렬하

게 휘휘 저었다.

"미쳤어요? 오빠!’,

"야. 나 절제심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야. 야짤 보면 나도 남자라 생

리적 반응이 온다고요. 너도봤잖아.’,

"그럼 화장실 가서 처리하고 다시 나와서 상의하고 그래요.’,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데!

그리고 여자애가 손님으로 와있는 내 자취방에서 혼자 딸치고 나올 것

을 상상하니 이건 아니 었다.

이건 진짜 아니었다.

"...야. 나 안 참아. 안 참는다고 경고 했어.’,

"네〜 다음 모쏠아다〜 평생 참았어〜’,

술을 마셔서 그런지 혈압이 두 배는 잘 오르는 것 같았다.

"야. 따라와. 이 씨발련아.’,

"센 척 하는 것 귀엽네요. 오빠.’,

나은이가 싱긋 웃으며 나에게 모욕감을 선사해 줬다.

결국 나와 나은이는 우리 집 방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서 모텔촌을 지

나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조금은 알딸딸한 기운에 여기까지 와버리기는 했는데...

"뭐해요. 안 열고.’,

나은이가 팔짱을 끼고 대문 앞에서 나를 재촉했다.

"야... 한 嬖분? 아니다. 꿓분만 여기서 기다릴 수 있냐?’,

"왜요.’,

"진짜 청소 조금만 하고 들여보내줄게.’,

"흐응〜 야동 있어도 괜찮은데〜’,

...그건 너 온다고 지우지도 않을거야.

"쓰레기랑 속옷만 좀 정리할테니까. 기다려라.’,

일단 나은이를 문밖에 내버려두고 내 방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조금씩 술이 깨기 시작한 나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깨닫기 시

작했다.

내... 방에... 여자가...?

26살임에도 불구하고 내 심장은주책맞게 너무 빨리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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