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20화 (20/276)

땘 20화 > #20. 선물

13회.

내가 여태까지 나온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한나은 에피소드들을 보

며 자위한 횟수.

이진성이 한나은을 따먹는 장면은 정말 일품이었다.

[어차피 내 자지 앞에서 무릎 꿇을 거면서 왜 개겼냐고!]

[찰싹! 이진성이 한나은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후려쳤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아득바득 어떻게든 그의 손길을 피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그녀

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한나은. 다시 한 번 선언해.]

[여... 여기서요?]

[버림받고 싶은거야?]

[아니에요 할게와 버리지 말아주세요!]

[나은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경외심. 그것이 지금 한나은이 이진성에게 느끼는 감정이었다.]

[저... 저는! 이진성 주인님의 좆물받이 암캐입니다!]

아아...

어떻게 이렇다 구절 하나하나 천박할 수 있을까.

방금 자위를 마쳤음에도 다시 손가락이 보지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

했다.

"좆물받이 암캐입니다...’,

소설 속 대사를 그대로 입에 담아보았다.

그냥 눈으로 읽는 것과 내가 그말을 입에 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느

낌이었다.

내 목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그 순간.

더이상 판타지는 그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숨쉬고 있는 이 세계. 현실이 되는 것이었다.

민호 오빠의 검붉은 자지가 눈에 아른거렸다.

"한겨울 작가니임…’,

작가님. 작가님.

나의 작가님.

부디 당신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소설처럼 그대로 따먹어주세요.

또다시 참지 못한 내 손가락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호 오빠에게 모텔에 끌려들어간 그날.

다시는 자위를 안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본 나

는 참을 수 없었다.

내 이상형인 이진성이 끊임없이 한나은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녀의 귓가

에 음란한 말들을 속삭였다.

체형도 헤어스타일도 나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단지 이름이 같다

는 이유 하나로 나는 몇 배는 과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가 한겨울 작가님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힌트는 작

가의 말이었다.

한나은 ⑴의 마지막부분.

내가 오빠에게 주문을 걸듯이 반복시켰던 말이 그대로 작가의 말에 고스

란히 담겨 있었다.

[나은이는 처녀다.]

물론 한나은 (1)의 에피소드 내용상 한겨울 작가님의 마지막 코멘트

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민호 오빠가 바로 한겨울 작가님이 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아낸 그날 나는 너무나도 기뻐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내가 처녀라고 말하며 질질 짰던 기억이 홀라당 날아가 버릴 정도

로 내마음은 환희로 가득찼다.

왜냐. 오빠는 야설을 100편을 넘게 쓸 정도로 제대로 되먹지 못한 사람

이라는 것이 입증됐으니까.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예쁜 여자의 처녀를 맛있게 따먹을까 밖에 없

는 꼴통 새끼임이 분명했다.

그런 개변태새끼를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

었다.

개처럼 따먹히기를 바라는 처녀가 이 세상에 얼마나 희귀하겠냐고!

셀카봉에 휴대폰을 고정한 나는 오빠를 위해 만들어둔 플랜카드를 다

시 한 번 목에 걸었다.

그럼 우리 작가님을 위해 선물을 한 장 보내드려 야지 .

망설임 없이 브라자의 후크를 풀었다.

지난번에는 옷위로 주물러줬는데, 아마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면 다음에

는 벗겨서 맨살을 주물러 주겠지 ?

정말 마음에 든다면 빨아줄지도 몰랐다.

오빠가… 내... 가슴을...

상상만으로도 다시 아래가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정말이지 정숙하지 못한 처녀라니까.

가슴을 모두 드러낸 나는 카메라 타이밍에 맞춰 양손에 브이를 했다.

야짤 일러 작가라면 한번쯤은 그려봤을 만한 국룰 포즈. 더블 피스.

야한 상황을 즐기고 좋아하는 여자라는 것을 인증할 때 쓰이는 최적

의 포즈.

실제로 소설 속 이진성도 종종 히로인들의 인증샷을 남길 때 애용하

는 포즈이기도 했다.

자... 오빠.

이래도 확인 안 할거야?

내가 처녀인지. 아닌지.

마치 완벽한 타인이라도 된 듯 메일을 보낸 나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

았다.

아... 오빠 자지 빨고 싶다.

埌埌埌

돌아온 1교시.

끔찍한 도시 계획 시간이 돌아왔다.

교수님들은 언제나 잡소리를 하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

중요한 점은 재미도 없도 교훈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공부 했을 때 이야긴데 말이야...’,

관심없다고요. 켈리포니아건 아르헨티나건.

역시나 딙학년 일동들이 하나둘씩 마취총을 맞은 짐승들 마냥 픽픽 쓰러

지기 시작했다.

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간신히 정신줄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교수님의 쉬는 시간 선언을 듣

고 나서야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와. 존나 졸려.’,

"그러게. 오늘 좀 심하기는 하다.’,

범생이인 휘민이도 피곤해보일 정도라면 이것은 말 다한 것이었다.

"커피라도 마실래?’,

"아니. 됐어. 쪽잠이나 자련다.’,

"너 그러다가 안 일어나고 계속 잘거지.’,

"근데 수업은 이제 끝이고 지금부터 팀플할 시간 준다고 했으니까. 네

가 깨워주면 일어는 나겠지.’,

휘민이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혀를 차더니 다녀오겠다

고말했다.

아... 진짜 죽겠네.

그렇게 나는 잠시 눈을 붙였다.

쿡.

쿡쿡.

누군가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감촉에 나는 게슴스레한 눈으

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안녕하세요."

낯선 목소리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머리를 긁으며 일어난 나는 기지개를 키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나은이 말고도 나에게 말을 걸 여자가 있기는 한가 싶은 생각이 스쳐지

나갔지만 생각해보니 있기는 했다.

나를 깨운 것은 함께 팀플을 하기로 한 의문의 타대생. 김시은이었다.

"민호... 오빠 맞으시죠?’,

"네네.’,

"옆에 앉아도 괜찮을까요? 교수님이 같이 이야기하라고 하셔서.’,

"네. 편하게 앉으세요.’,

아직 쉬는 시간은 조금 남았는지 여기저기 엎어져있는 시체들이 보였다.

"휘민 오빠는요?"

"걔 커피 사러 갔어요."

"그렇구나.’,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불편한 정적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뭐.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는 건가.

스무스하게 여자와 대화를 이어나갈 정도의 테크닉은 나한테 없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바라본 김시은의 미모는 눈이 부셨다.

회색 후드.

통칭 기본템을 입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이목구비가 수수함이라는 단어

를 거부하고 있었다.

"어느 학교에서 왔어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가 간신히 그녀에게 물은 것은 일종의 호구 조사

와도 같은 질문이었다.

"대성대학교요."

내가 먼저 말을 걸자 그녀가살짝웃으며 내 말에 대답해주었다.

"왜 우리학교 와서 이런 수업 듣고 있는 거에요?’,

...이건좀 궁금하기는 했다.

우리 학교가그렇게 남들이 알아주는 1티어 대학은 거리가좀 멀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 도시 계획 수업은 엉망이었다.

개떡같은 수업 같으니라고.

"음... 그냥. 이 학교. 건축과 커리큘럼을 들어보고 싶었어서요."

"뭐가 좀 달라요? 원래 있던 학교랑?’,

"네! 교수님들 스타일도 좀 다른 것 같고... 수업 방식도 좀 다르고."

뭔가 대화를 해야될 것 같아서 시작은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취조

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그럼 이번 설계 교수님은 누구에요?’,

"강교수님 스튜디오요."

"아니? 왜? 그런 끔찍한 선택을 했어요!’,

강교수는 애들을 달달 볶는 것으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모형에다가 들고 있던 커피를 그대로 부어버렸다는 전설적인 일화는 우

리학교 건축대 학생 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야기 였다.

지금 어쩔 수 없이 강교수님 반 가있는 애들은 매일같이 설계실에서 퇴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잘 몰랐어 가지고요.’,

그래... 타대생이니까.

뭔가 강교수 이야기를 하니까 어깨가 축 쳐저보이는 그녀였다.

"아이고... 그랬구나... 힘내요. 그래도 그 사람 업계에서는 인맥 많은 사람

이니까.’,

해줄 말이 이런것 밖에 없었다.

건축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이정도가 다 아닐까.

처음으로 이야기해보는 미녀 타대생과 대화를 가능하게 해줬다.

좋네. 나쁘지 않아.

"뭐냐. 벌써 일어났냐?"

휘민이가 라지 사이즈 커피를 한 손에 쥐고는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응. 시은 씨가 깨워주셔서.’,

"말 편하게 하세요. 오빠."

"어... 그래...시은아.’,

어색해. 어색해. 어색해. 어색해.

이런 공기가 너무 싫었다.

생각해보니까 나은이는 어딨지?

곧 다시 수업 시작할텐데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민호야. 나은이 안 왔냐?"

"몰라. 안 보이네.’,

"흐음...’,

말 끝나기 무섭게 나은이의 목소리가뒤쪽에서 들려왔다.

"시은 언니."

"응! 나은아!"

나와 휘민이를 쳐다도 보지않은 나은이가 시은이에게 빙긋 웃었다.

"자리 좀 한칸 옆으로 가서 앉아주세요!’,

"어 ? 그냥 내 옆에 앉으면 될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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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언니를 그런 냄새나는 모쏠아다 옆에 앉히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풉 하고 웃는 휘민이.

난처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시은이.

난데없는 기습에 뒷통수가 얼얼한 나였다.

"뭐요. 내가틀린 말했어요?’,

당돌한표정의 나은이의 말에 나는 깊은빡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나은. 이씨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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