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18. 처녀 (2)
"나 처녀라고... 이 개새끼야!"
가지런한 음모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은 신경도 안 쓰는 것인지 나은이
는 주먹을 꼬옥 쥐고는 내게 소리쳤다.
한나은이... 처녀라고?
"하아... 나은아. 내가 진짜 걸레라고 한 것. 말이 심하기는 한 것 인정하는
데. 우리 그런 거짓말은 하지 말자.’,
사람들은 누구나 신념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의 신념은…
"왜 경험 없는 척 하는거야? 어? 너 그거는 진짜 안돼. 너 그거 남자들한
테는 정말로 예민한 사항이야.’,
처녀. 비처녀.
야설 작가인 나한테 이것보다 더 심각한 중대 사항은 없었다.
수 만의 유니콘 군단을 이끄는 수장과도 같은 나였다.
아무리 이게 현생이라고 해도, 선은 넘지 말아야지. 나은아.
"걸레라는 말 진짜 사과할게. 그래도 처녀라고 구라는 치지 말자.’,
"아니라구요... 진짜루...’,
한 방울. 두 방울.
갑자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덜어지기 시작했다.
"나진짜 처년데에…’,
엉덩이를 후드려 맞을 때도 씩씩하게 대답을 하던 그녀가 갑자
기 오열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일까.
나은이가 너무나도 서럽게 울기 시작하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망가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그녀는 가녀린 어깨가 떨릴 정도
로 훌쩍였다.
걸레라는 말이 그렇게까지 못할 말이었나?
아니 뭐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당장 오늘낮에 나한테 개변태니 아다새
끼니 한 너가 그렇게까지 울 자격이 있는 거냐?
일단은 뭔가 달래줘야할 것 같은 분위기라서 그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기는 했는데...
나. 생각해보니까 여자를 위로해본 경험이 없구나?
모쏠 아다가 만들어지는 공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초등학교 때 별 생각없이 실내화 가방이나 빙글빙글 돌리며 학교 다니다
가
남중 가서 섹스를 부르짖으며 애들과 피씨방이나 다니고
남고 가서 온종일 엎어져 자다가 고꿓 되서 허겁지겁 공부해서 수험
을 치르면.
그게 그냥 20살. 경험 없는 대학생 1호가 탄생한다.
20살 이후로는 여자들과의 대화에 요령을 터득해 짝을 찾아 떠나는 놈
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말주변도 워낙 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그냥 대학 와서도 맨날 노는 남자애들이랑 술이나 퍼먹으면서 그렇
기 지내다보니 내게 날아온 입영통지서.
시발.
지금 생각해도 입영통지서를 받은 그날은 잊을 수가 없었다.
이 다음부터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개같은 선임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전역을 하고 나오니 나는 상해 있었다.
아직 미개봉 제품인데... 상해버린 것이었다.
복학한 나의 타이틀은 아저씨였으며 신입생들은 나를 기피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지금.
여자를 위로해 야하는 이 순간.
아무런 경험이 없는 내가 몹시도 한심스러웠다.
하긴 근데 일반적인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걸레라고 욕박
아서 울리지는 않았을 것 같기는 한데.
"나은아...’,
내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뭐요오."
"내가 미안해. 응?’,
"오빠가... 오빠가... 저 처녀인 것 안 믿어주잖아요...’,
아니 근데너.처녀 아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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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 같이 늘씬하고 귀여운 애가 24살이나 먹고 한 번도 안해봤다
고 그러면 누가 믿어. 현실적으로.
그녀가 당장 오늘 입고 나온 옷만 보더라도 남자들이 환장할만한 복장
이었다.
차라리 내가 현실 섹스킹이라고 하는게 더 리얼하지.
그건 좀 아닌가? 아무튼.
"아니야. 아니야. 너 처녀 해. 그냥. 나은이 처녀〜 스마일〜’,
이게 맞나 싶었지만 그냥 지금 처녀라고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
로 울음을 멈출 수 있는 방법 이라고 생 각했다.
"...믿어주는 거죠?’,
훌쩍이던 나은이가 손으로 눈을 비비며 내게 물었다.
"그래그래. 진짜 미개봉! 미사용! 따끈따끈한 신품!’,
뭐 대충 이런 소리를 하면 좀 마음의 위안을 얻지 않을까.
좀 미친 것 같기는 했지만 이미 나는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
이 잘 가지 않는 상태였다.
나은이의 자취방에서 그녀의 엉덩이가 새빨개질때까지 스팽킹을 해버
린나였다.
"맞아요... 저 아직 처녀막도 그대로 있다고요...’,
기 어들어 가는 목소리 로 나은이 가 중얼거 렸다.
조금은 진정되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
는 내가 좆됐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나는 섹스 한 번 해보지 못한 애를.
••
이제껏 그녀가 걸레인 줄 알고 내가 해버린 짓들이 떠올랐다.
처음 모텔에 갔을 때는 자지를 그녀의 목구멍까지 쑤셔넣었으며 오늘
은 엉덩이를 뒤집어까고는 스팽킹을 해버렸다.
오. 시발.
붉게 물든 나은이의 눈시울.
아직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하반신.
나는...
"...오늘은 가요.’,
나은이가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
"가라고요. 이제 됐으니까.’,
그녀가 일어나서 등을 돌리자 아직까지도 붉게 남아있는 나의 손바닥 자
국이 눈에 들어왔다.
"공모전 준비 해야된다면서요. 안 가요?’,
"가야지. 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제법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이러다가는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침대에 풀썩 앉은 그녀가 이불로 자신의 하반신을 가렸다.
마치 상처입은 짐승마냥 몸을 웅크린 나은이는 내 얼굴도 보기 싫었는
지그 상태 그대로 말했다.
"...가요. 이 개변태 오빠야.’,
"야. 그... 때린 것도 좀 미안하고. 걸레라고 해서 미안하다. 나은아. 먼
저 갈게.’,
"가기 전에 내 말 한번만 복창하고 가요.’,
갑자기요?
"따라해요.’,
"알았어.’,
또 뭔 이상한 짓을 시키려고 저러는 거지.
"나은이는.’,
"나은이는.’,
"처녀다."
"처녀다."
...나은이는 처녀다?
"이제 혼자두 번 더 말해요.’,
"나은이는 처녀다."
"나은이는 처녀다."
무슨 최면계 야설 마냥 그녀의 말을 주문처럼 반복한 나는 나은이
의 반응을 살폈다.
"됐어요. 그거 기억하고 이제 진짜 가요.’,
"...응. 갈게.’,
짐을 싸들고 나은이의 오피스텔을 벗어난 나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기분
에 휩싸였다.
나은이...
도대체 뭐지?
이 아이가 어떤 애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녀가 경험이 제법 많은 여자인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자꾸 내게 모쏠이니 아다니 도발을 한다고 생각했다.
모쏠인 나도 밟으면 꿈틀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내 안에 이진성 씨
를 강림시켰는데 나은이가 처녀라면...
일단 집가서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유서를 쓰자.
죄송합니다. 이 불효자 아들을 부디 용서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수많은 제 독자님들. 작가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진성으로 살아봤
습니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시고 집에서 얌전히 딸이나 치십쇼.
인생 좆되기 싫으면요.
마지막으로 자살하기 전에 먹을 메뉴들을 곰곰히 고민하자 어느덧 집앞
에 도착했다.
소설 마감은 해야했기에 책상 앞에 앉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화면에 띄워진 이번 회차의 이름.
한나은 (1)
울먹이며 자기가처녀라고 외치던 나은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녀의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또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한나
은이라니.
이거 참...
아무튼 나는 나은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육덕진 백금발 상냥한 소
설 속 한나은씨를 생성해 내야만 했다.
그래. 내 소설속 나은이는...
埌埌埌
민호 오빠가 나가자 나는 내 한심함에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참았어야 했다.
내가 처녀임을 다른 방식으로 알려줬어야 하는데 나는 설움을 참지 못하
고급발진 해버렸다.
한나은 병신 같은 년.
따먹히기 일보직전에 딸국질도 못 참는 년.
호기롭게 꼬시겠다고 옷에 힘줬다가 걸레 취급 받는 년.
울면서 처녀 선언을 해버리면 오빠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만약 오빠가 계속 내 방에 남아있었더라면 그때부터는 어떤 방식으로
든 그냥 위로 차원의 나데나데 섹스가 될 것이 뻔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나는 오빠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당장 내일 다시 학교 가면 오빠를 다시 마주쳐야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띵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여자 취급 받겠지. 아마도.
도도하고 건방진 첫 번째 히로인이었던 강수연 같이 하고 싶었는데 울음
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컨셉은 망해버렸다.
그치만... 그치만...
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말은 정말로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오랜 기간 꾸욱 참아왔는데.
내가 어떻게 지켜온 처녀인데.
걸레 같아서 줘도 안 먹는다는 건 너무 말이 심하잖아...
다시 떠올려도 속상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미워... 민호 오빠...
오빠가 때려준 엉덩이가 쓰라리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그가 나를 때
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축 늘어진 나는 눈을 감았다.
우음...
지금 몇 시지?
오빠가 나간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어버린 나는 휴대폰을 확
인했다.
[03:37]
이상한 시간에 일어나버렸네.
습관적으로 휴대폰 상단 바를 내린 나는 알림을 확인했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어서 확인해 보세요!
구독 알림...
오밤중에 할일도 없겠구나 싶은 나는 창을 눌러 노벨 월드를 열었다.
그리고 오늘의 에피소드.
한나은 ⑴이 업로드 되어있었다.
어쩌면 민호 오빠가 썼을지도 모르는 한나은 에피소드.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최신 회차에 들어갔다.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내 얼굴에는 미소가 만개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민호 오빠가 한겨울 작가라는 증거를 발견해 버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