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4화 (14/276)

<14화 >#14. 도시계획 8조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작가.한겨울 작가님 있잖아요.]

두근두근.

한겨울.

나의 필명이 그녀의 입에 흘러나오자 나는 긴장할수밖에 없었다.

[응.그사람이 모쏠아다일 확률이 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모쏠 아다일확률?

나은이의 질문은 내게는 성립되지 않는 질문이었다.

왜 냐하면 이 것은 참과 거 짓으로 구분지 을 수 있는 명 제 .

그럴 수 있다 없다 하는 확률의 영 역이 아니 었기 때문이 었다.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대답해.

[몰라? 50프로?]

역시 무엇이 현명한 답인지 잘 모르겠을 때는 반반이 최고지.

[그런 개변태 소설을 아무런 실제 경험 없이 쓰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요?]

완벽하게 내 가 아닌 것을 상정해두고 대화를 해 야되 는데 자꾸 그녀의 질

문은 나로 하여금 감정적인 이입을 유도하고 있었다.

[뭐... 요즘 세 상에는 간접 경험이 워낙 쉬워 졌잖아? 책. 만화. 영 상. 드라마

. VR. 등등 그런 것들 참고해 서 쓰면 못쓸 것도 없다고 생 각해.]

...이것이 실제로 내가글을쓰는방식.

실제로 여자의 몸 같은 것은 눈으로 한 번도 본적 없었지만 야동이야 숱하

게 많이 봤다.

물론 나의 1차원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그런 적도 많이 있었지만, 그게 아

니 더 라도 나는 새 로운 소재 나 묘사를 위 해 서 많이 참고하는 편 이 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나는 금방 소재 고갈과 묘사 실력 부족으로 차트권

밖으로 이 탈되 었을 것이 었다.

[으음〜 그래요? 그러면 반대로 진짜로 개존잘남이 라서 여자들 마구마구

후려대는 사람의 경험담일 확률은요?]

그니까 작가 한겨울 씨 가 소설 속 주인공일 이진성 씨 일 확률을 묻는거구

나?

뭐... 그런 야설 작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아니. 아닌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나는 정반대 에 위치한 사람이 라고 보면 정

확했다.

[음... 내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이 굳이 야설을 쓸까?]

이건진심이었다.

그렇게 현실을 판타지처럼 사는 사람이 굳이 모니터 앞에 앉아서 낑낑대

면서 소설을 쓸 이유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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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을 쓸 바에는 그냥 옆에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랑 한 번 더 하고 말지.

소설은 허구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절대 현실 속에서 일어날수 없는 일들.

일생에 한 번 찾아 올까 말까한 기적의 연속들.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은 그런 이 야기들이었다.

[그래요?]

뭔 가 재 밌다는 듯한 나은이 의 말투.

솔직히 재미 있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녀 가 어째서 기분이

좋아보이는지 알수 없었다.

[알겠어요.그럼 내일 봐요.]

자기 할 말만 해놓고 나은이는 전화를 뚝 끊었다.

한나은.

알게 된지는 얼마지나지 않았지만 캐릭터성이 잘보이지 않았다.

소설을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인물들을 구상하면서 행동에 대한 심리나

이유를 분석하게 되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은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일반적인 여대생이라면 나를 멀리하거나, 신고하는 것이 맞아보였다.

누가 자신을 범하려고 했던 남자를 이렇게 가까이 둔단 말인가.

그렇다고해서 내게 호의적인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막말은 막말대로 했으며, 자기 편할대로 불러냈다가 보내버린 그녀 였다.

"뭐가 하고싶은거야. 도대체.’,

대뜸 전화해서 한겨울 작가가 모쏠 아다일 확률은? 이런 질문이나 하고

있고.

그리고 백보 양보해서 모쏠아다이면 어떻고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떠하단

말인가.

어차피 나는 한겨울 작가와 HNE 작가는 그냥 사업 파트너. 그 이상 그 이

하도 아닌데.

그녀의 전화 탓에 싱숭생숭해진 나는 휘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나와서 술이나한잔하자.]

[뭔 또 술이 야. 내 일 아침 수업 있잖아.]

딱 봐도 귀찮아 보이는 휘민이의 말투.

하지만 나는 물러설 생각 따위 없었다.

[난뭐 없냐.그러지 말고좀만 어울려줘라.기분도 적적한데.]

[왜. 시험 망쳐서 그래?]

공부를 안해서 망한거 야 인과응보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지 만 이 걸로 그

를 꿰어낼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연기할 수 있었다.

[어.진짜현대 건축통수씨게 맞았다.와.그거 酖번 에바아니냐?]

[너도 酖번 못 썼냐. 야. 딱 기다려. 너네 동네로 지금 출발한다. 진짜 나도

말은 안했지만 너무 좆같아지고 그냥.]

사실 꿓번부터 제대로 답안을 쓴 것이 없어서 그의 말에 공감해주기는 어

려웠지만구색만 갖췄다면 문제 없었다.

후드티를 뒤집어쓴 나는 집앞에 있는 저렴한 포차로 그를 불러냈다.

하>아... 몰라. 몰라.

냅다 술이나 마시고 내일 다시 열심히 플롯 구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

였다.

:k * *

신임 교수에 대 한 평 가는 언제 나 케 바케 라고 생 각했지 만 이 교수님은 정

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도시 계획.

아침 뫫시.

1교시인 것부터 마음에 안드는 이 수업은 안식년에 들어간 정교수 때문에

새로 온교수가 이 수업을 맡게 되었다.

참여형 수업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아침 뫫시의 4학년들이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리 가 없었다.

"90년대 들어서 도시 정책들은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지. 어떤 것들이

있었냐면은…’,

바뀌 어야 할 것은 도시 정책 이 아니라 교수님 인 것이 확실했다.

이미 맨 뒷열 애들은 작렬히 전사했다.

살짝 뒤를 돌아보자 다크 써클이 축 처진 4학년 동무들이 한눈에 들어왔

다.

나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휘 민이와 맥주나 한잔 하고 가려던 우리는 각 소주 씁병 씩은 마

시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 지 어 휘 민이는 집 에도 안 들어 가고 우리 집 에서 자고 갔다.

맨정신일 리가 없었다.

"자... 거기 뒤에 졸고 있는학생들좀 일어나자.’,

교수는 너무 지나치게 많은 정수리들이 보였는지 교단을 탁탁 치며 학생

들을 깨웠다.

"너희 중간고사도 끝났으니까. 이제 새롭게 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

볼까 한다.’,

다들 말은 안했지 만 속으로는 비명을 쏟아내고 있을 것이 었다.

아. 제발요. 팀 프로젝트 이제 싫어요. 모우 야메룽다.

딙학년 씁학기였다. 팀플은 이미 지긋지긋하게 많이 했고, 팀플하다가 사이

가 틀어진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음〜 조를 짜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편이 좋으려나. 과대 있나? 과대

• ’’

과대표. 통칭 과대.

진짜 이것도 자청해서 하는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전공 수업 교수님들이 무슨 일만 있다고하면 자기네 집 강아지 해피

부르는 것마냥 부르는데, 그걸 모두 감내해야하다니 .

나는 못해. 나는 절대 못했다.

"네. 여기 있습니다.’,

과대 가 손을 들자 교수는 그에 게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거 너희끼리 정하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내가 임의로 정해줄까.’,

1학년 씁학년들이었더라면 눈치를 살피며 투표 해서 전달하겠다고 이야기

했겠지 만 딙학년 쯤이나 된 그는 베테 랑이 었다.

"그냥 저희끼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맨날하던 사람들끼리 다시 하게 되어있는 구조였다.

"그래. 그럼 지금 시간줄테 니까. 남은 강의 시간 안에 다 조 짜서 나한테 명

단 넘겨라. 알겠지?’,

교수님의 말에 자고 있던 애들이 일어나서 북적북적 떠들기 시작했다.

"야. 휘민아. 나랑할거지?’,

나야 얘랑 하면 그만이 니까.

솔직해 내 입장에서는 개꿀이었다.

나같은 불성실한 망나니랑 팀플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야만 했다.

"너 어차피 나 아니면 할 사람도 없잖냐. 너는 넌데 우리 사람 더 있어야되

는데 누구랑 하냐.’,

"왜. 씁명이서 하면 안된대?’,

"최소 4명이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나도 졸다가 내용을 놓친 모양이 었다.

"현준이나진호 껴서 하지 뭐.’,

"걔네는 이미 걔네끼리 하는펨 있어서 힘들듯.’,

"그럼 누구랑해.’,

마땅한 사람이 없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나은이 가 내쪽을 향해 걸

어오고 있었다.

"저랑 해요. 민호오빠.’,

휘 민이 가 해명을 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사람다구한거에요?’,

"아니. 그건 아닌데..."

"오케이. 나은아. 같이하자."

휘민이가 내 동의도 없이 냅다 나은이의 제안을 수락해 버렸다.

"근데 대신 사람한 명만 더 구해다줄수 있어?’,

휘 민이 가 나은이 에 게 물었다.

"아. 한명 더 필요한가보죠? 기다려봐요."

나은이는 잠시 주변을 두리 번대 더 니 혼자 앉아있는 여학생 에 게 다가갔다

저 사람은...

한 번도 대 화를 해본적은 없었지 만 우리 학교 학생 은 아니 었다.

다른 학교에서 와서 이번 학기만 수업을 듣다가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잠시 나은이와 대화를 주고받은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같이 해도괜찮을까요?’,

...한번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 사람.

제법 캐주얼하게 입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미모가 압도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옅은화장에 어깨 밑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바로 옆에 서있는 나은이와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얼굴.

"시은 언니에요. 언니도 팀 아직 못 구하셨다고해서 데려왔는데 이러면 괜

찮죠?’,

"오우. 좋다. 가자."

휘 민이는 뭉쳤던 어 깨가 풀리 기 라도 한 듯 시원 하다는 말투로 이름을 작

성해 나갔다.

도시계획 낗조.

이휘민

이민호

한나은

김시은

잠시 팀플을 위한휘발성 집단이라고 생각했던 도시계획 낗조의 미래를 이

당시에는 그 누구도 점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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