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9.신캐
모텔을 벗어났음에도 내 심장은 터질것만 같이 뛰고 있었다.
범죄자가 될 뻔했다.
아무리 내가 야설 작가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건 진짜 아니었다.
지방에 계신 엄마 아빠가 야설 작가가 된 아들을 뫫시 뉴스에서 만나
게 된다면 그거만한 참사가 없었다.
나은이 가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나는 그걸 믿어 야만 했다.
만약 그녀가 욱해서 신고라도 한다면...
내 자취방에 돌아온 나는 현관문 앞에서 머리를 쿵쿵 박았다.
정신나간새끼야.
분명 어제도 이진성처럼만 하지 말자고 하고 나갔잖아.
그런 주제에 용기를 얻겠답시고 나는 이진성이다.
이 지랄을 떨어버리면 어떡하자는 거냐.
침대에 몸을 던진 나는 누워서 상상의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잃어버릴 것들...
안 그래도 26살. 모쏠 아다라는 소개가 많이 가슴 아파지는 나이.
아마 감방 생활을 하다 오면 진짜 순수한 연애는 글러버린 나이가 되어
버리겠지.
그냥성범죄 아저씨.끔찍하다.끔찍해.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내가 모든 애정을 쏟아부은 이 소설 또한 연중. 혹은 개같이 완결내야
만하겠지.
하아...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모 다큐멘터리에서 나왔던 게임 중독자처럼 나도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요!]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독자들의 아우성이 실시간을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흐어어.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한순간의 충동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봉착해버린 나였다.
한심한 나의 행동에 이마를 탁 친 나는 다시 나은이에 대해 생각했다.
한나은... 나의 일러레님..
아마모텔방에 들어가 있었던 시간은실질적으로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
간이었지만 솔직히 내 인생에서 가장 흥분되는 순간이기는 했다.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니 다시 내 아랫도리가 미친듯이 솟아오르기 시작
했다.
내 가... 이걸로... 한나은을
그녀의 입의 감촉이 떠올랐다.
따듯한 그녀의 숨결.
귀두 끝에 느껴졌던 그녀의 목젖의 감촉.
말랑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혀.
그리고... 생리적인 반응인 것인지 축축하게 젖어있던 그녀의 음부.
그랬을 리 없지만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
던 그녀의 음모.
자연스럽게 손이 자지로 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조금 전의 기억을 반찬 삼아 한 발 빼버렸지만 그럼에도 나
는 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나은아... 나은아...!
하지 만 더 이 상 나은이 와 내 가 마주할 일은 없을 것이 었다.
그녀가 다시 나를 불러낸다는 것은 곧 내 인생이 나락행 열차에 탑승했다
는 말씀.
그럼에도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자꾸 그녀의 잘록한 허리가 눈앞에 아른아른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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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던 내게는 기
가 막힌 방법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다면 내가 만들어내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한나은이 내 소설을 극혐하며 읽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워드를 킨 나는 천천히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다음 에피소드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남가연 편을 완결낸 나의 다음 챕터의 이름은...
한나은 ⑴ 이었다.
埌埌埌
결국 모텔에 누워있다가 혼자 그곳을 빠져나온 나는 허탈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사실 그에게 따먹히리라고 다짐은 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내가 오늘 일을 빌미로 그에게 나를 따먹으라고 명령을 한다면 그
건 가능할 지도 몰랐다.
오히려 오빠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그를 '따먹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오빠가 오빠의 온전한 의지로 나
를'따먹어야■만했다.
하지만 앞으로 아는 척도 않겠다는 민호 오빠를 무슨 수로 바지 단추
를 풀게 만들 수 있겠냔 말인가.
..노답이네.
이미 굳게 잠긴 그의 속옷을 다시 내릴 수 있는 작전은 없냔 말인가.
포기해야하나...
하지 만 포기 하기 에 는...
오빠의 검붉은 자지가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활화산 같던 그의 기둥.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주인공 이진성의 자지를 연상캐하는 그
의 물건이었다.
심지어 속은 음침하면서 따먹기 위해 순진한 척 하는 다른 남자들과는 격
이 달랐다.
[입 벌려. 씨발련아.]
..포기 못해.
이걸 어떻게 포기해.
그런 남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기를 다시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환생하
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옷장 속 딜도를 꺼내온 나는 다시 못다한 아쉬움을 위로하기 위해 다
시 입 안 깊숙히 딜도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이건 악수였다.
오히려 내 욕구 불만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아니야.
이런 느낌이 아니었어.
훨씬 더 생동감 넘치고 살아있는 것만 같은...!
이런 차가운 고형 물질 따위 가 아니었단 말이닷!
화를 이기지 못한 나는 딜도를 침대에 냅다 내팽개쳤다.
하아... 진짜.
이건 민호 오빠가 잘못한 것이 맞았다.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던 딜도군을 순식간에 제 구실
을 못하는 폐품으로 느끼게 만들어버리다니.
컴퓨터 책상 앞에 풀썩 앉은 나는 스크롤을 드르륵 내렸다.
헤프딩이야 헤프닝인거고. 일단 일은 해야지.
오늘도 새롭게 외주가 들어온 것이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토란도란 님 이 일러스트 작업 진척도 물어본 거 이거 하나 답장해주고...
한겨울 작가님으로부터도 메일이 한 통 와있었다.
아마 남가연 일러스트에 대한 피드백이겠지?
메일 내용은 역시 내가 예상한 내용 그대로였다.
[역시 작가님이십니다! 꼴잘알 인정입니다! 딱히 별다른 수정 사항은 없
는 것 같네요! 이번에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 캐릭터도 잘 부탁드
리겠습니다!]
솔직히 한겨울 작가님께 이런 대답을 듣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언
제 받아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메일이었다.
그리고 지각했는데도 다음 캐릭터 나랑 같이 해주시는구나!
솔직히 한겨울 작가님 같은 스타 작가님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다
른 네임벨류가 있는 일러레들과 충분히 콜라보 가능한 분이셨다.
소설 조회수로 미루어보면 내가 제법 비싸게 불러봤자 그에게는 그냥 푼
돈에 불과할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블로그나 작업물 모음집 같은 것을 보면 나와 대
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저 감사. 압도적 감사였다.
그럼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한겨울 작가님께 기도를 올리고 만찬
을 즐겨 보실까.
오늘 올라온 회차의 제목은 남가연 (完)
가연이 에피소드도 이제 끝났구나.
아... 내가 조금만 더 작업을 빨리 했더라면 에피소드 끝나기 전에 일러스
트가 먼저 나왔을텐데...
개인적으로 소설을 볼 때 일러스트 공개 최적의 시기는 히로인이 등장
할 때 딱 일러스트도 같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적어도 에피소드 진행 중반부 정도가 좋은 것 같았다.
특히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와 같은 조교물의 경우, 사람들이 원하는 것
은 조교 완료 이후의 모습이기 때문에 일러스트는 충분히 앞으로의 스토리
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히로인이었던 강수연의 도입부를 읽어보면 그녀만큼 엘리트에
다 똑뿌러지는 여성은 없었으나 내가 그려준 일러스트 속 그녀는 그냥 발정
난 창녀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까 작가가 서술한 도입부의 그녀가 내 일러스트 속 그녀로 어떻
게 변해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것이 독자들에게는 큰 재미가 아
닐까 싶었다.
이번 작업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졸업은 해야만 했다.
한심하다는 눈빛을 온몸으로 받는 한이 있더라도 설계 최종 마감 크리틱
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작자들은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할테니까.
대신 다음에는 진짜 꼭꼭 한겨울 작가님 그림 먼저 해드려야지.
보통 작업물 하나당 꿓주에서 4주 정도를 잡고 한다면 다음에는 꼭 20
일 안에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님은 역시나 우리를 실망시키시지 않았다.
이진성의 건방진 친구 동생 역으로 나왔던 남가연은 더이상 이전의 그녀
가 아니 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제대로된 몸가짐을 숙지하고 있었으며, 진성을 위
한 예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남가연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괜히 읽는 내가 다 흐뭇했다.
하L. 길고긴 빌드업이었다.
나뿐만 아니 라 다른 독자들도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었으리 라.
하지만 그 긴 빌드업들은 모두 이 한 장면만을 위한 것.
그리고 이 한 씬이 주는 흥분감은 마치 잘 익은 과실을 크게 베어 무는 것
과 같았다.
달다... 달아...
이진성의 정액을 성수마냥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빨아먹는 씬에서 나
는 던져버렸던 딜도를 다시 들고 왔다.
개꼴려서 못참겠어...
당장이라도 이 딜도로 내 보지를 뚫어버리고 싶은 욕망과 그걸 여태까
지 지켜온 이성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참아! 나은아! 여태까지 잘 참았잖아! 응?
더군다나 운명의 상대도 만났잖아!
민호 오빠!
민호 오빠한테 처녀 줘야지! 응?
걔가 널 따먹는다는 보증이 있어?
보증이 있나고? 당장보자고 불러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냥 즐기자... 포기하고 편해지는 거야...
앞으로도 원하는 만큼 즐겁게 쑤시면서 혼자행복하면 지내면 되는 거잖
아.
"우으...’,
결국 딜도를 손에 꽉 쥐고 노려만 보던 나는 다시 딜도를 옷장 안에 봉인
해 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난 실물만 먹겠어!"
가까스로 성욕을 이겨낸 나는 두 주먹을 꼬옥 쥐었다.
딱대. 민호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