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6/7)

쫀득쫀득 따끈따끈한 떡

“색시 사 줄라고 그라는가?”

젊은 사내를 뒷짐 지고 보던 방물장수가 마뜩잖은 투로 물었다. 봉두난발(蓬頭亂髮: 머리털이 쑥대강이처럼 마구 흐트러짐. 천민 남자가 하던 머리)이라 어느 집 종놈인 게 분명한데 은비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꼴이 가당찮다. 저러다 한눈판 사이에 냅다 들고 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거, 싸게 줄 테니 가져가게.”

방물장수가 싸구려 목비녀를 턱 집어 내밀었다. 노비라고 돈 없을 줄 알고 괄시하는구나. 범은 심사가 뒤틀렸다.

“됐소. 목비녀야 내가 깎아 준 게 집에 수두룩한 것을.”

실은 돈이 없기는 하였다. 늘 행랑방 농에 처박아두었던 은가락지까지 큰맘 먹고 가져 나왔건만. 이걸로 은비녀는 어림도 없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리에 맨 주머니에서 엽전이 짤랑대는 게 꼭 누구 놀리는 것 같다.

‘안 된다고 했다.’

감자를 판 돈은 아씨의 것이니 그걸로 아씨에게 선물할 비녀를 사는 건 낯짝 두꺼운 짓이다.

‘산에서 곰이라도 잡아 가죽을 팔아야 하나.’

하지만 아씨는 은비녀를 사 주어봐야 빠듯한 살림에 사치품이 웬 말이냐며 되팔 게 눈에 훤하다. 내가 곰 잡아 번 돈을 그 썩을 서방 놈의 약을 사는 데 다 탕진하겠지.

그리고 미쳤나. 내 각시도 아닌데 무슨 비녀냐.

범은 홀로 미친놈처럼 구시렁대며 산골 마을로 향했다.

지게는 비었는데 어째 장에 갈 때보다 돌아오는 걸음이 무겁다. 복 달아나게스리 한숨을 푹푹 내쉬며 사립문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서는데 뜰 한쪽에서 맷돌을 돌리던 아씨가 달덩이처럼 밝은 낯으로 그를 반겼다.

“범이 왔니. 아휴, 오늘은 왜 그리 새벽같이 나섰어?”

아씨가 행주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여기, 감자 판 돈 받으십쇼.”

범은 차마 난영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닳아빠진 짚신 끄트머리만 바라보며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았겠구나. 찬물 길어놨으니 얼른 씻고 오렴. 네가 좋아하는 콩국수를 해 줄 터이니.”

보조개를 폭 패며 배시시 웃는 난영의 앞에서 범은 천치처럼 눈만 껌뻑댔다. 하대만 아니면 아씨가 제 각시 노릇을 하시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경을 치고 주리를 틀리고 능지처참을 당해도 쌀 짓을 했는데 무슨 금의환향이라도 한 것처럼 밥상을 받고 있자니 국수가 쇠심줄이라도 되는 양 목구멍으로 안 넘어간다.

아씨는 손이 많이 가는 콩국수를 해 준 것도 모자라 수란도 한꺼번에 네 개나 해서 종놈의 상에 올렸다.

어젯밤 아씨가 세상모르고 잠든 게 아니었더라면, 마님이 비리비리한 돌쇠 아재에게만 쌀밥에 고깃국을 주던 뭐 그런 난잡한 속셈인 줄로만 알았을 거다.

“국수 많이 삶았으니 양껏 먹으렴.”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아씨가 마루에 앉아 종놈이 밥 먹는 걸 흐뭇한 눈으로 구경까지 하고 있다. 지은 죄가 있는 범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국수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급하게 훌훌 마시는데 아씨는 마주 앉아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떨었다.

“오늘 서방님 심기가 영 좋지 않으신 게 많이 아프신가 보아. 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장에 가는 김에 약을 더 지어오라고 할 것을….”

범은 젓가락을 부러뜨릴 뻔했다. 저 썩을 서방놈이 어제 일로 죄 없는 아씨한테 패악을 부렸구나. 개좆만도 못한 거시기가 떨어질 때까지 발로 차버릴까 보다.

그는 노여움을 애써 가라앉히느라 거칠게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아씨….”

“응?”

“그, 거, 몸은, 크흠, 괜찮으십니까?”

아씨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어제 감자에 콱 엉덩방아를 찧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핑계로구나. 범은 제가 대어 놓고도 속으로 감탄했다.

“아….”

아씨가 괜찮다고 얼버무리기 전에 등 뒤에 둔 걸 집어 건넸다. 약방에서 사 온 연고와 뜬금없이 떡집을 지나다 사버린 약과였다.

“약은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바르랍니다.”

“아유, 이리 챙겨 주지 않아도 몇 밤 자면 나을 건데.”

그리 말할 거면 달덩이처럼 활짝 웃지나 마시든지.

“그나저나 네가 주전부리는 어쩐 일이니?”

아씨가 약과에는 군말 않더니 하나를 오물오물 먹으며 물었다. 범은 대답은 않고 또 눈만 껌뻑였다.

참말로 달겠지? 아니, 저 똥그란 입술 말고 입술에 묻은 조청 말이다.

“응?”

“크흠, 그냥 맛있어 보이길래요.”

거짓부렁이다. 범은 약과처럼 이에 쩍쩍 들러붙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건 아이들이나 할매들이나, 젊은 여인네들이 좋아하지. 뭐, 아씨처럼….

“너도 먹으련?”

아씨가 약과를 하나 집어 내밀었으나 범은 고개를 저었다.

“오는 길에 물리도록 먹었습니다.”

물리도록 약과를 먹었다는 사람이 종일 굶은 것처럼 국수를 들이켤 리가 없는데. 순진한 아씨는 또 곧이곧대로 믿었다.

“사내가 이리 단 걸 탐하면 고추가 똑 떨어진다더라.”

아씨가 재미있다는 듯 호호호 웃으며 농을 쳤다. 고추가 떨어진다니, 사내에게 이보다 더 불길한 소리가 있을까.

“반가의 아씨가 어째 제 거시기를 입에 담으십니까?”

저도 모르게 성이 나 대거리를 해 버린 범의 얼굴이 가을 햇살 아래 고추처럼 새빨갛게 익었다.

내뱉고 보니 이미 있었던 일이라.

어젯밤 아씨의 저 자그마한 입술이 찢어지도록 제 굵다란 양물을 물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 낯이 뜨거워지는데, 아씨도 낯을 새빨갛게 붉히는 게 아닌가. 필시 영문을 모르고, 반가의 여인이 되어 입을 가볍게 놀린 게 수치스러워 얼굴을 붉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저 입술, 말랑말랑한 분홍 꿀떡 같은 게 한 입 베어 물어 보고 싶구나.

***

“하아, 꿀떡은 비할 바가 아니오.”

범은 물고 있던 난영의 입술을 쪽 떼어내며 신음했다.

어찌 이리도 촉촉하고 달곰하고 말캉말캉한 것이 다 있을까. 천하에서 제일로 솜씨 좋은 떡장수도 아씨의 입술은 흉내 내어 빚지 못할 게다.

“응? 나리, 듣고 계시오?”

잘근잘근 씹고 쪽쪽 빨기 전보다 더 도톰히 부푼 입술을 한 번 싸악 혀로 핥아 주고, 옆에 누운 나리의 팔뚝을 흔들었다.

원규는 등을 돌린 채 벽을 보고 누워 있었다. 물론 제 아리따운 처가 끔찍이도 미워하는 종놈이랑 배를 맞대는 꼴을 보기 싫어 스스로 희뜩 돌아누운 건 아니다.

왜일까나. 어제와는 다른 심술이 범의 뱃속에서 마구 끓은 탓에 아씨의 볼기짝은커녕 털끝조차도 보여주기 싫어져 버렸다.

나리는 어젯밤 내내 짐승처럼 울부짖더니 오늘은 끙 앓는 소리만 이따금 낼 따름이다. 그래도 분을 못 이기는 꼴을 보니 고소하기 짝이 없다.

“나리께서 가르쳐 주신 재주를 아씨께 써먹어 봐야겠소.”

범은 아씨의 허벅지를 활짝 벌리고 가랑이로 고개를 숙였다. 벌써 습기를 눅눅히 머금은 둔덕을 가르니 빨간 살점이 제가 젖꼭지인 줄 아는 양 톡 튀어나와 있었다. 혼자 움찔하는 게, 어서 빨아달라는 채근마저 소리 없이 해댄다.

그 깜찍한 살덩어리를 망설임 없이 입에 물었다. 윗입에 했던 것처럼 입술로 비비고 쪽쪽 빨다 혀로 핥아보았다. 큼지막한 손바닥에 잡힌 아씨의 허벅지가 입을 어떻게 놀릴 때 제일 크게 떠는가 보았더니, 아씨는 혀끝을 뾰족이 세워 살점을 굴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굳은살이 두껍게 박인 손가락도 아씨의 음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밖에서는 핥고 굴리고, 안에서는 긁고 쑤시고. 나리가 언젠가 ‘가르침’을 준 대로 하였더니.

“흐으응….”

“하, 이거 신통하네.”

구슬을 굴리니 아씨가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낸다. 어디 그뿐인가. 아씨의 계곡에서 샘이 팍 터져 순식간에 홍수가 나버렸다.

“아까운 것.”

범은 손바닥에 고인 아씨의 샘물을 남김없이 핥아 마셨다. 다디단 게 감로수가 따로 없다.

“아씨, 아까는 어찌 그런 불길한 소리를 하셨습니까? 자꾸 이리 아씨의 단물을 마시다가 진짜 제 고추가 똑 떨어져 버리면 어쩌시렵니까? 아쉬워 밤잠 못 이루실 텐데.”

깊이 잠든 채 숨을 할딱이는 난영에게 볼멘소리를 하며 몸을 일으켰다. 범은 여인의 꽃물에 젖은 손으로 터질 듯 열을 내는 좆을 잡았다.

달아오른 것도 정도가 있지. 이대로 아씨에게 물려 드리면 저 여린 아랫입이 홀랑 데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허나 이 독사가 참을성이 없는 놈이라. 꺼덕꺼덕, 얼른 아씨의 샘 속으로 파고들자고 안달을 한다.

“돌아버리겠네….”

이러다 아까운 씨물을 요에 싸 갈겨 버릴라. 범은 냉큼 난영의 젖은 음문에 제 양물을 박아넣었다.

“하아… 아씨….”

속살도 떡 같구나.

차지고 말랑하고 쫀득하고. 그야말로 갓 찐 떡에 좆을 쑤시는 기분이었다.

뜨겁기는 또 어찌나 뜨거운지. 아씨의 차진 속살에 굵은 양물로 절구질을 하는 범의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

“나리, 으읏, 깨어 계시오? 아씨의 속살이 소인의 자지에 쫙쫙 달라붙는구려.”

오늘 밤도 범은 원규를 쉴 새 없이 골려 먹기는 하였으나, 어젯밤처럼 다른 여인들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서방보다 종놈이랑 이리 합이 좋으셔서야. 꼭 내가 서방인 것 같지 않소.”

범은 욕심 많은 어린아이가 떡을 쥐고 놓지 않듯이 난영을 와락 끌어안았다.

욕심내지 않고, 제 분수를 알고, 제 욕망을 죽이며 살아온 그가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난영의 몽글한 젖이 거센 허리 짓을 따라 둥글게 요동치며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사정없이 문질러댔다. 처음엔 보드랍기만 하던 살결이 점점 단단해졌다. 범은 고개를 숙여 뾰족이 선 젖꼭지를 양껏 빨아댔다.

“으응….”

그에게 좋은 건 아씨에게도 좋은 모양이다. 난영이 콧소리를 흘리며 할딱이기 시작했다.

“아씨, 그리 좋으십니까?”

범은 발갛게 상기된 난영의 뺨을 어루만지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리숙하고 천진하신 아씨도 여인은 여인이구나. 드디어 운우지락의 이치를 가르쳐 드리니 속이 다 시원하다.

“앞으로 긴긴밤 적적하지 않으시게 정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일단 꿀물부터 나누어보자. 그는 난영의 입술에 제 것을 포개고 벌어진 잇새로 혀를 밀어 넣었다. 고른 이를 싹 훑고 말캉한 혀를 겹치고 문질러대다 보니 어느새 입으로 꿀물만이 아니라 교성도 섞고 있었다.

이지러진 달이 비추는 방 안에서 두 남녀가 찌걱찌걱 성기를 겹쳤다 뗐다 하는 화음이 감미로웠다. 끄응 앓는 소리도 연신 이어졌으나 이건 세 사람의 불협화음이었다.

한 다경(茶經: 차 한 잔 마실 시간. 15분가량)이 지나 범은 난영의 배 속에 파정했다. 그에게는 눈 깜짝할 새였으나 원규에게는 영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제 씨물을 아랫입으로 꿀꺽꿀꺽 잘도 받아마시는 여인이 어여쁘기 그지없다. 범은 숨소리가 잠잠해져 가는 난영의 입술을 새가 과실을 쪼아 먹듯 쪽쪽 가볍게 쪼았다.

‘남의 색시이면 어떠냐. 참맛은 오로지 나만 보는걸.’

“밤에 꼭 바르시라고 하였더니.”

연고는 손도 안 대었다. 이걸 아껴서 뭣에 쓰시려고. 범은 구시렁대며 난영의 엉덩이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방사를 치르기 전처럼 난영에게 옷을 입혀주고 똑바르게 눕혔다.

‘저치도 똑바로 누여야 하지 않나.’

벽을 보고 누운 원규의 어깨를 꽉 잡고 홱 돌렸다. 이젠 아씨의 옆에서 잠들 수 있는 것마저도 용심(남을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이 난다. 범은 이를 으드득 갈며 원규에게 경고했다.

“나리, 좀스럽게 아씨한테 패악 부리지 마시오.”

네놈이 패악을 부려 봤자, 라고 어제 이미 죽그릇을 엎으며 똑똑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인간의 쇠심줄 같은 자존심이 좀체 꺾이지를 않는 모양이다. 가당찮은 심술을 부려대며 아씨를 고생시킨 걸 보면.

“또 그 짓을 하면 낫을 들고 와서 고추를 확 베어 버리는 수가 있소.”

나리에게는 서슬 퍼런 소리를 내뱉은 입으로 아씨에게는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

‘네 덕에 나는 오늘도 배부르게 두 다리 쭉 뻗고 자는구나.’

쭉 뻗은 다리에 홑이불을 덮어주는데 아씨가 으레 도망가지 말라며 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럼요, 아씨.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십쇼. 요 배는 제가 부르게 해드릴 터이니.”

범은 아씨의 납작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배부른 호랑이처럼 웃었다.

아씨의 달큼한 젖

긴긴밤 아씨와 견권지정(繾綣之情: 마음속에 굳게 맺혀 잊을 수 없는 정. 주로 남녀 간의 육체관계로 쌓는 정을 뜻함)을 차곡차곡 쌓은 지 달포 즈음이 되었을까. 아씨의 달거리가 멎었다.

아씨는 초조한 얼굴로 마을 아낙들과 우물가에서 무언가를 속닥거리더니 다음 날은 읍내의 의원을 찾았다. 그러더니 돌아올 때는 두 뺨을 잘 익은 능금처럼 발갛게 물들인 채 함박꽃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아이가 들어섰단다.’

난영이 제게 그리 말하던 순간, 범은 천하를 제 발아래 둔 것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

‘서방님, 드디어 장씨 집안의 대를 이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감격해 우는 아씨의 앞에서 나리는 눈시울을 벌겋게 붉히며 부들부들 떨었다. 순진하신 아씨는 나리도 감격해 눈물이 나려는 것을, 사내대장부라 이를 악물고 참으시는 거라 믿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장씨 댁 나리의 양물이 아직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신기해했으나, 누구도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기만 한 난영의 앞에서 그 호기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범은 전에 없이 바쁜 세월을 보냈다. 농사일은 이제 자잘한 것까지 죄다 그의 몫이었으며 농사를 쉴 때는 산을 오르내리느라 바빴다. 아씨가 산나물이 먹고 싶다 하시면 당장에 산을 탔고 아씨가 장에서 값나가는 먹거리를 보며 군침을 흘리다 돌아서실 때는 곰을 잡으러 산을 탔다.

그간 아씨더러 천치다, 세상에 저런 천치도 없다 하던 건 까마귀 고기를 먹고 홀랑 까먹었는지 그저 다 어여쁘기만 하니. 범이야말로 한순간에 천치가 되어버렸다.

장마가 순식간에 지나고 들판에서 곡식이 누렇게 익더니 허연 눈옷을 소복이 입었다. 그사이 아씨의 배는 초가지붕 위의 박처럼 쑥쑥 컸다.

그러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던 무렵이었다.

장씨 댁의 사립문에 새빨간 고추와 굵은 숯이 꽂힌 금줄이 내걸렸다.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아기 어머니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낮은 담을 매일 같이 넘었다.

서방님 앞에서 죽은 시모가 남기고 간 족보를 열심히 뒤적이던 난영은 아들의 이름을 ‘웅’이라고 지었다.

“서방님, 이보다 더 들어맞는 이름이 있을까요? 곰처럼 기골이 장대한 것이 어쩜 장씨 집안의 피를 제대로 타고났어요. 낳는 데 어찌나 힘에 부치던지.”

난영은 난 지 고작 한 달이나 넉 달은 된 것처럼 몸집이 큰 아이를 품에 안고 뿌듯하게 웃었다.

서방은 늘 그렇듯 눈시울이 붉었다. 장남이 태어나고 근심이 많아졌는지 요즘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히 말라가기까지 했다.

“걱정 마시어요, 서방님. 이 아이가 우리 집안을 다시 일으켜 줄 터이니까요.”

타고나기를 낙천적인 난영은 활짝 웃으며 품에서 잠든 아들의 토실토실한 볼에 제 볼을 맞대었다. 세상에 어찌 이리 어여쁜 것이 있을꼬. 저와 같은 젖 내음을 폴폴 풍기는 것이 참으로 보람차다.

“먹성도 어찌나 좋은지. 웅이 너를 살찌우다 이 어미가 북어처럼 바짝 마르겠구나.”

난영은 그저 기쁘게 호호호 웃는데, 사랑방 창문 아래에서 비질을 하던 범은 흠칫, 얼굴을 굳혔다.

‘북어처럼 마르면 안 되지!’

그는 빗자루를 내동댕이치고 광에서 어구를 챙겨 개천으로 내달렸다.

“쭉쭉 들이켜십시오, 아씨.”

범이의 얼굴만 한 사발에 한가득 담긴 뽀얀 국물을 바둑알처럼 똥그란 눈으로 내려다보던 난영은 채근을 이기지 못하고 사발을 들었다.

낮에 어디를 갔나 했더니. 범은 어망에 가물치와 잉어를 가득 잡아 돌아왔다. 산 물고기들이 어찌나 실하고 힘이 좋던지. 난영과 덕이 할멈은 건드릴 엄두도 못 내는데 범이 혼자 그걸 가마솥에 척척 넣고 온종일 고아내었다.

첫 아이를 낳았는데 챙겨 주는 친정 어미도 없는 것이 서러운 일인 줄 여태 몰랐으나, 늘 무뚝뚝하던 사내종이 친정 어미처럼 이리 살뜰히 챙겨 주니 울컥 눈물이 난다. 난영은 눈물을 국물과 함께 삼켰다.

“한 방울도 남기시면 안 됩니다.”

뼈와 살을 곱게 거른 탕을 비우는 난영을 보며 범이 흐뭇하게 웃었다. 시킨 대로 한 방울 남김없이 마신 걸 확인하더니 제 품에 안은 웅이와 눈을 맞추고 손장난을 치며 놀아주는 것이, 모르는 이가 보면 범이가 아이의 아버지인 줄 알겠다.

“다 쓰러진 집안에 시집오셔서 고생만 하시다가 이리 떡두꺼비 같은 아들도 낳아주시고….”

노비인 그에게 웅이는 도련님이다. 그런데 버릇없이 아들이라 한 걸 난영은 배가 너무 불렀던 탓에 흘려들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범이는 목이 멘 듯 쉰 소리를 내더니 눈시울까지 붉혔다. 제 아들을 낳아준 것도 아닌데 고맙다니. 난영은 낯이 간지러웠다.

“내가 널 팔까 봐 그러는 거니? 아님 너도 어서 장가를 보내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보게 해 달라는 것이냐?”

웃으며 농을 쳤는데 범이는 요즘 잘 웃는 사람답지 않게 인상을 팍 구겼다.

“장가 같은 건 필요 없소.”

어째 범의 말투나 행동거지가 점점 격의 없어진다. 잘 웃지 않던 것이 늘 싱글벙글 웃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좀 능글맞아진 듯도 하고….

허나 서방님은 산송장이고 덕이 할멈은 귀머거리라 외로운 난영은 그저 좋을 따름이었다. 원체 무뚝뚝하니, 알고 지낸 지 서너 해가 넘도록 정을 안 주고 내외하던 범이었으니까. 지금의 범이가 더 살갑고 정겨우니 되었다.

“너도 웅이 같은 아들이 있으면 좋을 것 아니니.”

눈을 초승달처럼 휘어 웃으며 물었더니 범이도 똑같이 눈을 휘어 웃으며 대거리를 했다.

“웅이 도련님 같은 아들은 필요 없소. 웅이 도련님이 있으니까.”

***

해산을 한 지 다섯 달이 지나자 난영은 다시 호미를 잡았다. 원래는 삼칠일이 끝나자마자 밭일을 다시 하려 하였더니 범이가 버럭 화를 내기까지 하며 뜯어말리는 바람에 넉 달을 더 쉬어버렸다.

잘 익은 콩꼬투리를 한창 따는데 등 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아주 산을 무너뜨릴 듯 우렁차다.

“웅아, 벌써 배가 고프니?”

유모는 쓸 처지가 안 되고, 귀가 먹은 덕이 할멈은 아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니 난영은 웅이를 노상 밭 옆의 나무 그늘에 눕혀 놓고 밭일을 했다. 그런데 저 아이의 먹성이 어찌나 좋은지. 젖을 먹이고 눕혀 놓은 다음 밭일을 좀 해 볼까 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고 저리 우는 것이다.

치맛자락에 손을 닦으며 아들에게 황급히 다가가는 난영을 범은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데 뭐가 아쉬우냐. 얼른 콩이나 따.’

저 자신에게 핀잔을 주었으나 콩을 따야 할 손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눈은 시종일관, 아들을 안고 밭 뒤의 수풀로 가는 난영의 등만 따라간다.

‘뭘 또 숨어서 먹이시는지.’

쩝. 범이 입맛 다시는 소리가 요란하다.

얼마나 달까. 맛 한 번만 보면 원이 없으련만. 아니, 그냥 저 통통하게 부푼 젖을 한 번 보기만 해도 원이 없겠다.

아씨가 웅이를 가지더니 아기에게는 독이 될까 걱정이 된다며 나리가 남긴 약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그 탓에 범은 불끈 넘치는 정욕을 차곡차곡 쌓기만 하고 풀지 못한 것이 벌써 한 해가 넘었다.

‘자꾸 이렇게 쌓다가 터져 버릴라.’

오늘 밤에는 이놈을 손으로라도 풀어줘야지, 안 되겠다.

범은 수풀 사이로 언뜻 엿보이는 아씨의 자태에서 애써 눈을 돌렸다. 대가리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면서 아씨를 훔쳐보겠다는 듯 고개를 드는 망할 뱀을 퍽퍽 내려쳤다.

아씨는 웅이를 낳더니 사랑방 옆의 건넌방에서 지내시기 시작했다. 늙어 잠이 많은 덕이 할멈이 일찍 잠자리에 들자 범은 살금살금 대청마루 위로 올랐다.

이번에 무리해서 마루를 새로 한 보람이 있는지 건넌방 문까지 가는 길에 삐걱 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범은 건넌방 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웅이는 이미 자는지 옹알이가 들리지 않고 아씨가 앓는 소리만 창호지를 넘어왔다.

“아휴, 아파라….”

아프시다고?

범은 창호지에 살살 구멍을 뚫었다. 새끼손가락만큼 내어 눈을 맞추는 순간, 이미 좆물을 한 번 빼고 얌전히 잠든 줄로만 알았던 뱀이 벌떡 고개를 들었다.

‘세상에….’

난영은 퉁퉁 불어 무거운 젖 한 쪽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흰 천에 짜내고 있었다. 아이의 먹성이 워낙에 좋은 탓에 젖도 금방 차게 되어버렸는데, 요것이 자버리니 비울 방도가 없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소젖도 아니고 제 젖을 짜고 있는 것이다.

‘저 아까운 것을….’

달큼한 젖 내음이 여기까지 진동한다. 제가 알던 왕만두보다 세 배는 부푼 젖을 아씨가 그 자그마한 손으로 쥐어짜자, 복숭앗빛 젖꼭지에 젖 방울이 동글동글 맺히다 흰 천에 뚝뚝 떨어졌다.

저는 한 방울이라도 핥아 보고 싶어 안달하는 저 귀한 것을 버리다니 아까워 돌아버릴 지경이다.

턱.

“에구머니!”

결국, 범은 참지 못하고 건넌방 문을 확 열어젖혔다.

“아씨.”

“버, 범아, 뭐 하는 것이냐. 용무가 있으면 문밖에서 부르지 않고.”

난영이 놀란 토끼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순식간이었던 탓에 벗어 놓은 저고리와 가슴가리개는 주워 입을 생각도 못 하였다.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가슴을 가리는데, 통통한 살덩어리가 짜부라지는 꼴을 보니 범은 음심만 더 동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방으로 성큼 발을 들이며 문을 닫았더니 난영이 어깨를 움츠리며 엉덩이로 뒷걸음질 쳤다.

“내, 내 아직 의복을 갖추지 않았는데, 왜 이러는 것이야. 잠시 나가 있, 범아!”

범은 난영의 손목을 턱 잡고 확 벌려버렸다. 눌려 있던 젖가슴이 출렁 흔들리더니 다시 봉긋한 제 모양을 되찾았다. 젖먹이를 둔 탓에 심이 전보다 더 굵어진 유두도 탐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씨, 이런 일은 힘 좋은 사내에게 맡기시오.”

범은 난영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젖꼭지부터 유륜 주변의 흰 젖살까지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아씨가 때리고 꼬집어 보았자 간지러울 뿐이니 손목은 놓아주었다. 실은 손을 달리 쓸 데가 있었던 탓이다.

“범아, 잠깐!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내 몸에 손을 대는 것, 아….”

다 큰 사내, 그것도 노비가 제 젖을 갓난아이처럼 물고 빨고 움켜쥐자 기겁을 하던 난영이 갑작스레 콧소리를 냈다.

턱 힘이며 손아귀 힘이며 아들과는 힘부터가 다르다.

제가 짤 땐 한 방울씩 감질나게 내어놓던 젖이 범이가 짜고 빨자 굵다란 젖 줄기를 뿜어댄다.

범은 젖을 아주 다 꿀꺽 잡아먹을 듯 입속에 욱여넣고 볼이 움푹 패도록 뻑뻑 빨아댔다. 사내의 강한 턱 힘에 젖이 쭉쭉 빨려 나가는 것이 시원하다 못해 오묘하게 달뜬 기분마저 든다.

손힘은 또 어찌나 좋은지. 젖을 아주 짜부라트릴 것처럼 주무르는데 개암 색으로 그을린 투박한 손가락 사이로 뽀얀 젖살이 찰떡처럼 볼록 밀려 나왔다.

이런 일은 힘 좋은 사내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참말이구나.

“하아, 아씨 젖이 참으로 달큼합니다.”

범이 잠시 젖꼭지를 뱉어내더니 가쁜 숨을 고르며 씨익 웃었다. 그 만족스러운 미소가 아들이 배불리 젖을 먹고 짓는 미소와 닮은 것만 같다.

설마 삼신할미가 서방을 착각하고 아이를 점지해 주셨나?

멍하니 눈을 깜빡깜빡하던 난영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떨치며 입을 뗐다.

“다 큰 사내가 아기도 아니고 젖을 이리 탐하면 고추가 똑… 아흣!”

젖을 짜주겠다더니 어찌 가랑이를 더듬는고. 내가 소처럼 다리 사이에 젖이 붙은 것도 아닌데.

“제 고추가 똑 떨어지면 아씨가 섭섭하실 텐데.”

“그건 또 무슨 소리니, 하아….”

몸에 손대지 말라 하여야 하는데. 어찌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범이의 억센 손이 속속곳과 다리속곳 위로 가랑이의 어딘가를 자꾸만 짓누르고 둥글렸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그리고 알아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야릇한 쾌감이 느껴져 난영의 등허리가 잘게 떨렸다.

거기다 범이 반대쪽 젖을 쭉쭉 빨아대기 시작하니 눈앞에 불티가 마구 튀고 숨이 할딱할딱 넘어간다.

이게 대체 무얼 하는 짓인지 알 도리 없었으나 한 가지는 자명했다.

아이를 낳았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적적하다 싶었던 마음의 구멍이 메워지는 기분이라는 게.

“제 말대로 아니오? 소인이 짜 주니 시원하지 않소?”

아무리 빨아도 젖이 안 나오기 시작하니 범이 입술을 떼고 씨익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어쩐지 좀 아쉽다. 얼굴을 붉히며 아래로 떨어트리던 난영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범이가 제 바지춤을 끄르더니 다듬잇방망이만 한 남근을 꺼내 드는 게 아닌가. 서방님 것과는 다르게 검붉은 색에 머리도 크고, 기둥에는 굵다란 핏줄마저 무슨 덩굴을 감은 양 울룩불룩 돋아나 있었다.

‘저리 크고 무거운 걸 달고 다니면 불편하지도 않은가?’

축 늘어진 게 아니라 빳빳이 고개를 든 걸 보니 소피가 마려운가 보다. 어릴 적 제가 업어 키운 막내아우나 웅이도 소피가 마려우면 고추가 저리 빳빳해지고는 했다.

“아씨, 이놈의 젖도 짜 주시오.”

범이가 제 양물을 위아래로 쓰다듬더니 뭐 마려운 양 애걸했다.

“저, 젖이라니. 소피가 급해 보이는데….”

“아씨도 참…. 그런 것이 아니오.”

범은 난영의 손을 턱 잡아당겼다. 손이 순순히 딸려오더니 시키는 대로 그의 좆을 얌전히 쥐었다. 그러고 보니 여태 쥐여준 적은 없구나. 달빛처럼 뽀얀 손이 제 검붉은 살기둥을 쥐고 있는 걸 보니 벌써 싸버릴 듯하다.

“아주 1년 치가 꽉꽉 쌓여서 돌아버리겠소.”

무슨 소리인지 알 턱이 없는 난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범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재촉했다.

“얼른 좀 짜 주시오.”

“짜 달라니….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니?”

아씨도 참, 순진하신 건지 순진한 척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외간 사내가, 그것도 종놈이 제 자지를 만져달라는데 순순히 소젖 짜듯 어루만지시는 걸 보면.

하필이면 조금 전에 젖을 짜던 손이라 손바닥이 끈적했다. 손이 살갗에 찰싹 달라붙는다. 살기둥을 그대로 쥐고 위로 올릴 때면 껍질도 위로 딸려 올라가며 좆 머리를 비벼댔다. 아씨의 속살도 좆을 콱 물고 이런 짓을 하고는 했는데.

“으읏, 좋아서, 돌아버리겠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범은 난영을 밀쳐 요 위에 쓰러트렸다. 그러고 제 저고리와 바지를 훌훌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하아… 범아… 우리 이런 짓을 하면, 안 될 터인데….”

옆에는 웅이가 쿨쿨 잠들어 있고 저 얇은 벽 너머에는 서방님이 계시는데. 이게 도대체 무얼 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으나 외간 사내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건 난영도 알았다.

하지만 왜 이리도 기분은 좋은 건지. 배불리 먹고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고 아이를 낳아도 채워지지 않던 허기가 범과 뜨거운 살갗을 맞대면 채워질 것만 같았다.

“아씨는 아무 걱정 마시오. 내 알아서 할 터이니.”

속곳까지 벗고 튼실한 알몸을 드러낸 범이 난영을 덮쳤다. 굵다란 두 팔로는 가냘픈 몸뚱이를 옭아매고 달짝지근한 젖 내음이 나는 입술로는 앵두처럼 작고 탱글탱글한 입술을 쪽쪽 빨아댔다.

범이의 무릎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망측스럽게 벌린 허벅지 사이를 살방망이가 자꾸만 쿡쿡 찔러댄다. 그럴 때마다 아랫배에 작은 벼락이 찌릿찌릿 내려치는데, 어째 싫지 않고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휴, 저 속곳만 없었어도.

그 속내를 읽기라도 한 건지, 입술을 사정없이 문대던 범이 난영의 허리에 감긴 띠를 턱, 잡았다. 그는 익숙한 손길로 난영의 속속곳과 다리속곳을 벗겨냈다.

소피 보는 이런 더러운 곳을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은데.

두 손으로 가랑이를 가렸으나 범이는 큼지막한 손 하나로 두 손목을 한꺼번에 낚아채더니 난영의 머리맡으로 끌어 올려 버렸다.

“아, 범아… 이, 이러지 말거라.”

“왜 가리시오? 아씨의 속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범이의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는 탓인가. 방 안 공기가 후끈후끈해진 것만 같아 난영은 숨이 턱 막혔다.

“아흣!”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 벌써 흥건히 젖으셨네.”

그의 뜨겁고 뭉툭한 손끝이 난영의 계곡 틈을 가르며 훑어 올렸다. 그 손끝을 따라 피어오르는 짜르르한 느낌이 아픈 것도 같고 좋은 것도 같고. 난영은 눈가에 희열과 두려움을 방울방울 매단 채 몸을 바르르 떨었다.

“범아….”

범이 난영의 꽃물에 젖은 손으로 거대한 양물을 쓱쓱 쓸어올리더니 후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넣겠습니다, 아씨.”

저걸 어디 넣는다는 건지. 저걸 넣으면 뭐가 어찌 되는 건지. 그 궁금증이 풀리려던 차에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헉!”

덕이 할멈의 목소리가 지척이었다. 기겁한 난영은 엉덩이를 뒤로 물리며 몸을 일으켰다.

둘 다 숨을 죽였으나, 어차피 귀가 먹은 덕이 할멈은 소리를 내도 못 듣는다. 그러니 이상한 소리를 듣고 온 건 아닐 테다.

“드, 들어오지 말게!”

이리 말해 보았자 못 듣는 것도 매한가지다. 문을 벌컥 열어버리면 어찌하지? 외간 사내랑 발가벗고 있는 걸 할멈이 보면 나는 이제 어찌 되는 걸까. 난영은 손을 덜덜 떨며 바닥에 널브러진 제 옷가지를 향해 기었다.

“난영 아씨….”

가지 말라는 듯 가녀린 팔뚝을 붙잡으며 저를 부르는 범이를 난영은 매몰차게 뿌리칠 수밖에 없었다. 옷을 급히 꿰입은 그녀는 단숨에 문으로 다가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었다.

“무, 무슨 일인가.”

자다 나온 척, 시치미를 떼며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쓸어넘기는 손끝이 떨렸다. 등에는 범의 망연한 시선이 들러붙어 간질간질하였다.

“나리께서 소피를 보시었는데 쇤네가 혼자….”

쩌렁쩌렁한 덕이 할멈의 목소리를 문 뒤에서 듣고 있던 범은 저 얇은 벽 너머의 나리더러 다 들으란 듯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저 육시랄 놈. 고추를 낫으로 베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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