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5/7)

물오른 복숭아

“아휴, 이 아까운 것을….”

오늘도 서방님은 난영이 정성껏 달인 약을 뱉어냈다. 밤이면 몸이 쑤시는지 끙끙 앓는 서방님을 위해 읍내 의원까지 찾아가 지어온 비싼 약인데.

의원이 말하길 한 사발 마시면 황소도 세상모르고 쿨쿨 자게 만드는 약이라 했다. 다만 지독하게 쓴 것이 탈이다.

결국, 매일 밤 그러듯 난영은 아까운 약을 제가 꿀꺽 마시고 자리를 폈다.

“서방님, 달게 주무시어요.”

원규와 같은 요에 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 부부가 한 이불을 덮고 자다 보면 금슬 좋은 모습에 감동한 삼신할미가 아이를 떡하니 점지해 주신다더니.

혼인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어찌 소식이 없을까.

금슬이 부족한 것인가, 치성을 드리는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신랑 없이 치른 혼례가 끝나자마자 어서 아들을 낳으라며 서방님이 송장처럼 누운 신방에 그녀를 밀어 넣었던 시모가 살아 있었더라면 당장에 소박을 맞았을 텐데.

“조상님 얼굴을 어찌 본….”

난영의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황소도 아닌 가냘픈 여인이 약발을 당해낼 재간이 있으리.

***

오늘 밤은 어째 범이의 코 고는 소리가 사랑방까지 울리지 않았으나 업어 가도 모르게 잠든 난영은 알 턱이 없었다.

환한 달빛 탓에 허옇게 빛나는 창호지에 검은 그림자가 졌다. 그 커다란 그림자가 몸을 웅크리는가 싶더니 문이 끼익 열렸다.

“흠흠, 아씨 주무십니까?”

난영은 대답이 없었다. 원규만 ‘으으으’ 하며 주인 부부가 잠든 방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종놈에게 시답잖은 위협을 해댈 뿐.

방 안은 달빛이 그득했다. 달덩이처럼 고운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니 요요한 이 빛이 달이 아니라 아씨의 뽀얀 얼굴에서 난 것만 같다.

“난영 아씨.”

참으로 오랜만에 난영의 이름을 부르며 옆에 무릎을 꿇었다.

“으으, 으으으으….”

이 후레자식 놈이! 감히 내 처를 겁간하려 하다니. 썩 꺼지지 못해?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를 리 없는 원규가 또 괴성을 흘렸다.

“소리 내 봤자요.”

아씨는 약을 먹고 잠들었으니 묘시(卯時: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가 되어야 깰 테고, 덕이 할멈은 호통도 못 들어 먹을 만큼 귀가 먹었다. 그러니 누가 막을 수 있으리.

“나리, 나한테는 찍소리도 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그러니 나리도 찍소리 말고 제 떡을 남이 꿀꺽하는 원통한 꼬락서니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시오.

희번덕거리는 눈이 아주 머리 뒤로 돌아가도록 곁눈질을 해대는 원규에게 범은 가소롭다는 웃음을 보냈다. 분명 웃는데 어째서인지 우는 것만 같이 눈매가 그늘졌다.

“나리도 재미난 구경 잘하시오.”

휙, 얇은 홑이불을 단숨에 걷어낸 범의 숨이 잠시 멎었다. 홑겹 모시로 지은 분홍빛 속적삼과 흰 속속곳으로 진한 달빛이 스민 탓에 아씨의 새하얀 속살이 다 비쳤다.

사내의 손을 한 번도 타지 못한 아씨의 육체는 그 누구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순백의 설원 같았다. 그 깨끗한 것을 제 추악한 손으로 더럽힌다 생각하니 쉬이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아씨, 미안합니다.”

속적삼의 옷고름을 잡은 손을 미약하게 떨던 범이 꾸벅 절을 했다.

제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죄 없는 아녀자를 겁탈하다니. 짐승도 아니고 인두겁을 쓰고 차마 할 짓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아씨께서 장씨 집안 대를 잇고 싶어 하시지 않았습니까.”

‘장씨 집안 대’라는 말에 원규의 사지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건 여전했다.

“이게 다 아씨를 위한 일이니, 소인을 너른 가슴으로 품고 용서해 주십쇼.”

범은 마음을 굳게 먹고 옷고름을 스윽 잡아당겼다.

분홍 속적삼의 앞섶을 벌리자 흰 가슴가리개가 드러났다.

요것을 벗겨야 하나 내려야 하나.

스물넷 먹도록 여태 여인을 품어본 일이 없어 옷을 벗겨 본 일도 없다. 범은 잠시 망설이다 속속곳의 허리끈을 풀었다. 일단 일을 치르려면 바지는 벗겨야 하는 게 아니겠나.

외간 사내가 제 속곳을 벗겨버리고 가랑이를 아슬아슬 가린 다리속곳만 남겨 두었는데 아씨는 학다리처럼 가는 두 다리를 세상 편하게 쭉 뻗고 자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파과지년(破瓜之年: 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말)도 되지 않은 계집아이가 아씨만큼이나 날씬하고 곧았던 다리를 버둥대며 비명을 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씨의 허벅지를 잡고 벌리려던 범이 멈칫하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을 있다 눈을 뜬 그는 여전히 부질없이 괴성을 내지르는 원규를 범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응시했다.

“나리, 근데 말입니다. 암만 짐승 같은 짓을 해도 아씨는 꿈에도 모르시게 하는 나는 된 놈 아니오?”

쓴 약초라도 씹다 토해내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나리처럼 잔인하게는 안 하오.”

마음을 다시 굳힌 그는 아씨의 허벅다리를 쫙 벌리고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허벅지가 참으로 말랑말랑하니 갓난아기의 볼때기 같다. 고작 허벅지가 이리도 손에 착착 붙다니. 젖은 또 얼마나 쫀득쫀득 차지려나.

조금 전의 망설임은 어디로 갔는지. 범은 아씨의 가슴가리개를 훌렁 끌어 내려 버렸다. 납작하게 눌려 있던 젖가슴이 출렁 튀어나오자 바지 아래 갇힌 양물도 벌떡 튀어 올랐다.

범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아씨의 젖가슴에 손을 뻗었다. 똑바르게 누운 탓에 퍼진 살덩어리를 큼지막한 손으로 한데 모아 쥐어보았다. 장에서 파는 왕만두를 닮았다고 생각했더니. 비교도 안 되게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하다.

게다가 왕만두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허기가 지게 했다.

“하… 젖에 살이 이리도 꽉꽉 들어찼는데 왜 시샘을 하셨답니까?”

“으으으….”

아씨의 젖이 통통하다고 했더니 원규의 신음이 사뭇 달라졌다. 눈도 아주 위에서 보면 흰자위밖에 안 보일 정도로 난영을 향해 돌리느라 난리가 났다.

“보고 싶소?”

얼마나 애가 탈까. 제 처의 젖가슴을 저도 보고 만지고 빨고 싶어 죽을 맛일 텐데.

“어림도 없지.”

범은 원규의 머리를 벽 쪽으로 거칠게 돌려버렸다.

찹쌀 반죽을 주무르듯 몽글몽글한 살덩어리를 둥글렸더니 그 정점의 꼭지가 도톰하게 섰다. 복숭아꽃의 망울처럼 수줍은 분홍빛에, 잘 익은 앵두처럼 탐스럽기도 참으로 탐스럽다.

“소인의 자식은 저를 닮아 아씨의 젖을 아주 납작해질 때까지 쪽쪽 빨아먹을 터인데. 그 먹성을 버티실 수 있을지 소인이 먼저 맛을 보겠습니다.”

제 자식이 먹을 미음이 알맞게 식었는지 간은 맞는지 먹어 보겠다는 양, 여상한 말을 그는 탁한 음욕에 잠긴 목소리로 읊었다.

범은 호랑이처럼 입을 쩍 벌리고 아씨의 젖을 꿀꺽 집어삼켰다. 젖을 쭉쭉 빠는 소리가 나리의 귀에 아주 콕콕 박히라고 힘주어 먹어대었더니 몰캉한 살덩어리가 입속 가득 딸려 올라왔다.

숨이 차 힘을 빼는 순간, 뻑 소리를 내며 범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난영의 젖가슴이 출렁, 내려앉았다.

어찌나 세게 빨아댔는지 유륜 주변에 달무리처럼 빨간 입술 자국이 남았다. 그 위로 제 타액을 문대며 흐뭇하게 웃던 범이 다시 젖꼭지를 물었다.

“하아, 씹는 맛이 일품이네….”

요 앵두 같은 걸 이로 잘근잘근 씹고 혀로 동글동글 굴리는 게 어찌나 재미진지. 이런저런 음탕한 소리를 하며 원규에게 앙갚음을 해야 한다는 것도 까먹었다. 아니, 아씨와 겨우 한 뼘의 틈을 두고 누운 원규의 존재 자체를 까먹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아씨의 숨소리가 조금 전보다 거칠다.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얼굴이나 볼이 유두를 닮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기까지 한다.

“아씨도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흡족히 웃으며 굵게 마디가 진 손가락 사이에 난영의 유두를 끼우고 비틀었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고약한 음심이 발동한 범은 바지춤을 내리고 양물을 꺼내 들었다.

여태 써먹어 본 적은 없으나 어느 누구와 겨뤄도 지지 않을 물건이었다. 좆 방망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게 다듬잇방망이처럼 길고 굵은 양물을 쓰윽 쓸어 올리자 배꼽 위까지 올라붙었다.

무르익은 자두처럼 검붉고 끝이 움푹 쪼개진 좆 머리는 아씨의 가슴가리개를 벗겼을 때부터 퉁퉁 불더니, 이제는 아씨의 꼭지를 비틀 때마다 맑은 물이 울컥울컥 흘러나와 살기둥을 타고 굵은 불알까지 적셨다.

난영의 보드라운 꽃망울을 손가락에 쥐어 눌러보고, 제 선단의 쪼개진 틈을 벌려 크기를 가늠해 본 범이 입맛을 다시며 몸을 일으켰다.

“으읏….”

두툼한 뱀 머리가 도톰한 앵두를 입에 콱 무는 순간, 찡하고도 찌르르한 감각이 살기둥을 내달리더니 등줄기를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나리, 아씨와 저는, 하아, 천생연분이 아닌가 싶소. 내 좆 구멍에 아씨의 젖꼭지가 딱 들어맞는 걸 보면 말이오.”

범은 쾌락에 부르르 떨며 분노로 부르르 떨고 있는 원규의 어깨를 여봐란듯이 툭툭 쳤다.

볼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는 고약하게 웃으며 좆으로 아씨의 젖을 쿡쿡 쑤시고 둥글렸다.

잠든 아씨가 무얼 느끼는지는 몰라도 연지라도 찍은 듯 빨간 입술 사이로 숨소리가 할딱할딱 거칠었다. 가지런한 잇새로 분홍빛 혀가 번들거렸다.

‘범이 이놈, 홍주 년이 내 자지를 빠는 꼴을 똑똑히 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볼 한쪽이 불룩 튀어나오고 입술은 나리의 거웃(사람의 생식기 주위에 난 털)으로 수북이 덮인 채, 큰 눈망울에 눈물을 어룽어룽 매달고 저를 보던 어린 기생이 떠올랐다.

으드득, 이 가는 소리가 사랑방을 살벌하게 울렸다.

“나리, 아씨가 소인의 자지를 빠는 꼴을 보시겠소?”

범은 난영의 겨드랑이로 제 무릎을 끼워 넣고 가슴 위에 대뜸 올라탔다. 곧바로 벽을 보고 신음하고 있던 원규의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원규의 눈에 빛이 일순 번뜩였으나 어차피 범의 튼실한 허벅지에 가려 난영의 젖가슴은 보일 리 없었다.

“똑똑히 보시오.”

난영의 두 볼을 한 손으로 쥐고 슬그머니 누르자 꽃망울이 개화하듯 입이 스르륵 벌어졌다. 옹달샘처럼 타액이 촉촉이 고인 입속으로 목이 말라 꺼덕대는 짐승을 쑥 밀어 넣었다.

“하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나리가 도련님이던 시절, 여인들의 아랫구멍도 아니고 윗구멍에 자꾸만 자지를 쑤셔 넣으려 하던 연유를 이제야 알겠다.

“좋은 것, 가르쳐, 주셔서, 읏, 감사, 합니다, 나리.”

나리 덕에 이 우매한 종놈이 한 가지 깨우쳤다는데 어째 감사 인사를 받는 나리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좋지 않다.

한 번 맛도 못 본 제 처의 입에 비천한 종놈이 좆을 욱여넣고 흔들어 대는 꼬락서니 앞에서 원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울부짖기만 했다.

놈이 어린아이의 팔뚝만 한 물건을 처의 입에 처박을 때마다 자그마한 볼이 불룩거린다. 속에 아주 울화가 쌓이다 못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씨 입이 작아서 다 안 들어가네요.”

범이 허리 짓을 하다 말고 아쉬운 양 쯧, 혀를 찼다. 아씨의 입이 유달리 작은 게 아니라 제 성기가 유독 큰 것인데.

“그럼 아랫입에 한 번 먹여 봐야지.”

“으으으, 으읍….”

그는 원규의 얼굴을 큼지막한 손바닥으로 콱 눌러 쥐고 다시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아씨의 허벅지는 한 식경(食頃: 한 끼의 밥을 먹을 만한 잠깐 동안. 대략 30분) 전 범이 벌려 놓았던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이 있기는 하였다. 보송보송하니, 말라 있던 아씨의 다리속곳에 진한 물 자국이 나 있었으니.

젖은 자리를 손끝으로 꾹꾹 짓눌러보았다. 물이 한층 더 배어 나오며 그의 손가락을 적셨다.

“아씨가 몸이 달아오르셨네요. 소인의 재주가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범이 난영의 꽃물로 물든 손가락을 원규의 얼굴에 들이댔다.

“한 번 맡아 보시겠소?”

그리고 짓궂게도 원규가 코를 한 번 킁킁대어보기도 전에 손가락을 냉큼 치워버렸다.

“거, 먹지도 못할 거 냄새만 맡아서 뭐 하오?”

욕심만 많지. 그는 구시렁대며 난영의 골반에 매인 다리속곳 끈을 풀었다. 천을 아래로 젖혔더니 수풀이 성기게 돋아난 통통한 둔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규가 여태 제 눈앞에서 여인들을 범하며 ‘가르침’을 주었던 대로 범은 복숭아를 쪼개듯 아씨의 가랑이를 손으로 쫙 갈랐다.

“하아… 아씨는 다리 사이에도 복숭아꽃을 피우셨네요.”

분홍빛 꽃잎이 밤이슬에 촉촉이 젖어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이 하나로 모인 곳에는 구슬 같기도 하고 석류알 같기도 한 살점이 톡 튀어나와 있었다.

“나리께서 그러셨죠? 요렇게 만져주면 제아무리 싫다 싫다 앙탈을 떨던 년도 다리를 활짝 벌린다고.”

범은 굳은살이 박여 투박한 손끝으로 난영의 여린 살점을 살살 달래듯 굴리다가 꾹꾹 짓이겨 보기도 했다.

“아흥….”

난영이 잠든 채 교성을 흘리며 아랫도리를 움찔했다. 그 순간 남의 처를 범하는 사내도, 처를 눈 뜨고 빼앗기던 사내도 놀라 움찔하였으나 난영은 좁은 사랑방 안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모르고 새근새근 잠만 잘 잤다.

물론, 희비 중 희는 범의 몫이었다.

“아씨는 음탕한 소리도 참 어여쁘게 내시네.”

그는 웃으며 잠시 멈추었던 손을 다시 놀렸다. 난영의 허벅지가 옴찔옴찔 떨리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콧소리가 배는 섞인 교성을 흘렸다. 음문으로 꽃물을 울컥울컥 흘려댄 건 물론이다.

“물도 복숭아 맛이 나려나….”

사내가 여인의 음부에 혀를 파묻고 꽃물을 게걸스레 빨아 마시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원규는 벽을 보고 누운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는 제 처마저 역겨웠다. 외간 사내가 제 몸에 손을 대는데, 좋다고 간드러진 교성을 내고 애액을 줄줄 흘리다니.

당장 종놈과 사통한 저년을 뺨이 시뻘겋게 되도록 치고 관아로 끌고 가 볼기짝도 피떡이 되도록 친 다음에 친정으로 쫓아내 버리고 말 테다.

허나 원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짐승처럼 울부짖는 일뿐이었다.

“달다, 달아.”

범은 고개를 들고 씨익 웃으며 입가를 소매로 훔쳤다. 어찌나 단지, 혀가 다 아리다.

그는 달빛에 물든 난영의 나신을 잠시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했다. 빈궁하게 살아왔어도 곱게 자란 양, 수줍은 치자꽃 같은 자태를 뽐내는 아씨다. 허리에 가슴가리개만 감은 채 사내 앞에서 다리를 활짝 벌린 음란한 꼴도 속되기는커녕 곱기만 했다.

범은 거칠어지는 숨을 죽이며 난영을 문 쪽으로 돌려 누였다. 그리고 원규도 같은 쪽으로 돌려 눕혔다.

아씨의 젖가슴은 보여드리기 싫다만, 제 자지가 아씨의 보지를 꿰뚫고 들어가는 꼴은 꼭 보여주어야겠다.

처의 벗은 등과 엉덩이가 눈에 들어오자 원규가 눈을 또 광기로 희번덕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범은 달항아리 같이 매끈한 아씨의 엉덩이를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다 중얼거렸다.

“살살 박아야겠네.”

오늘 낮, 감자에 엉덩방아를 찧은 볼기짝이 약간 푸르스름했다. 천치도 아니고, 아프면 말씀을 하시지. 내일 감자를 팔러 장에 가는 김에 연고를 사 와야겠다.

다짐을 한 범은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다. 핏줄이 흉흉하게 도드라진 성기를 원규의 눈앞에서 보란 듯 아씨의 엉덩이골에 문질렀다.

여태 빼앗기기만 했으니 나도 한 번 뺏어 먹어 보자.

꽃물을 줄줄 흘리는 아씨의 음문에 좆 머리를 맞췄다. 저 입술만큼이나 촉촉하고 따뜻한 점막이 제 예민한 살덩어리를 반쯤 물었다. 그 느낌이 벌써 어찔하니 좋아 당장 싸고 싶은 것을 범은 애써 참았다.

“후우….”

잠시 숨을 돌리며 한 손으로 찰떡같은 젖을 마구 주물렀다.

요 음문 너머의 속살도 이리 보드랍고 차지려나.

아씨와 서로의 요철(凹凸)을 맞출 채비를 하는 내내 범은 그 낭군의 핏발 선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너처럼 천한 놈에게 보지는 그림의 떡이다.’

옛적 나리의 말을 떠올린 그는 픽,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보지가 그림의 떡인 게 지금 누구 신세인데.

“나리께서 드시지도 못하는 떡, 쉬기 전에 내가 먹겠소.”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쉰 그는 몸을 숙이며 허리를 앞으로 퉁겼다. 독사의 머리처럼 세모난 선단이 아씨의 좁아터진 속살을 쩍 가르고 처박혔다.

“으윽, 으으으윽!”

그 찰나, 원규의 울부짖음이 더욱 거세졌다. 눈가는 시뻘겋게 짓물렀는데 사내대장부가 되어 차마 처를 빼앗긴 일로 울 수는 없는지 눈물 대신 입가로 타액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하아, 아씨의 속살이 참으로 쫀득합니다.”

범은 나리 덕인지 아씨 덕인지 모를 쾌감에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흣….”

그때 슬며시 벌어진 아씨의 입술 사이로 외마디 신음이 튀어나왔다. 파과(破瓜)의 고통이 심한지, 한데 모아 접어 올린 허벅지마저 파들파들 떨었다.

“아씨, 아프십니까?”

놀란 범은 좆을 욱여넣던 걸 뚝 멈추고 난영의 안색을 살폈다. 뺨에 손을 대어 보니 열이 좀 오른 듯도 하다. 굵다란 귀두를 물고 있는 아씨의 음문도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살이 한계까지 늘어난 듯 팽팽했다. 젖은 손가락을 달빛 속으로 들어보니 피도 조금 묻어나왔다.

아씨의 몸을 마침내 차지했다는 희열의 뒤에서 다시 제 양심이 울기 시작했다. 범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좀만 참으십시오. 씨물을 받으려면 이 길밖에는 없습니다.”

이건 다 아이만 있으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는 아씨를 위한 일이다. 범은 난영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남은 기둥을 서서히 밀어 넣었다. 파고들 구멍이 있을 것 같지 않게 빠듯하던 속살이 성기의 모양을 따라 벌어졌다.

“으읏…. 후우….”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더니.

아씨의 아랫입은 범의 거대한 양물을 뿌리까지 머금었다. 한 반쯤 먹었다 싶었을 때 아기집인 게 분명한 동그란 살덩어리가 닿기는 하였으나 그 옆의 틈으로 파고들어 쭉 밀어 올렸더니 꿀꺽 잘만 삼켰다.

“나리, 보셨소? 요만큼 긴 게 다 들어갔소.”

범은 원규의 눈앞으로 제 팔뚝을 들어 양물이 이만큼이겠다 싶은 곳에 손날을 가져다 댔다. 노여워 숨을 씩씩 거칠게 내쉬는 소리는 이내 찔걱찔걱 젖은 소리와 사내의 앓는 듯한 교성에 묻혔다.

“난영 아씨의 엉덩이가, 하아, 물오른 복숭아나 다름없소.”

자잘한 과육이 오종종하게 들어찬 복숭아에 좆을 푹 담그는 기분이었다. 이 복숭아가 무르익기는 또 얼마나 무르익었는지. 좆을 찔렀다 뺐다 할 때마다 아씨의 엉덩이와 제 고간으로 새콤한 과즙이 톡톡 튀었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계곡의 굴속으로 들어가면 도원향이 펼쳐진다더니. 아씨의 동굴을 말하는 것일 줄이야….”

범은 연신 허리를 짓찧으며 황홀경에 취한 양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달빛에 반짝이는 땀방울이 도드라진 목울대를 타고 흐르더니 난영의 분홍빛 유두로 떨어졌다.

흥분을 참지 못한 범은 아씨와 제 땀으로 촉촉이 젖은 젖꼭지를 삼켜 걸신들린 듯 빨았다.

“하아, 나리, 먹어 본 계집 중에 홍주의 맛이 일품이라 하지 않았소? 소인이 맛을 보기에는 아씨가 일품인데.”

아씨의 맛이 세상 제일인지 이제 갓 총각 딱지를 뗀 범이 어찌 알리. 하나 그가 갓 총각 딱지를 뗀 몸이라는 걸 나리도 알 리 없으니 허풍을 떨며 약을 올려보았다.

그는 기세등등한 호랑이처럼 너른 가슴팍을 쫙 편 채 원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난영의 엉덩이를 유연하게 쳐올리는 짓은 멈추지 않았다.

제 처의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외간 사내의 자지를 먹었다 뱉었다 하는 꼴을 보는 이는 눈에 원통함이 짙었다.

이제는 그쪽이 제 여인을 뺏기고도 대거리 한 번 못하는 천치가 되었구려.

‘꼴 좋다.’

반상(班常: 양반과 상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의 구별이 뚜렷한 세상이라고는 하나, 억울함에 양반과 천민의 차이가 어디 있으리. 비로소 오늘에야 이르러 묵은 체증을 풀고 나니 아씨의 살에 참기름이라도 바른 양 고소하기만 하다.

퍽퍽, 방 안에 교접 소리가 다 울리도록 허리를 세게 놀렸다. 이따금 빙 돌려가며 성기로 속살을 휘저어주었더니 그게 좋은지 난영의 속살이 꽉 오므라들며 요동쳤다.

“으읏, 아씨께서 이놈의 씨물을 아주 쪽쪽 빨아내려고 작정을 하셨네요.”

결국 사타구니로 치미는 억센 충동을 참지 못한 범은 성기를 다급히 반쯤 뽑아내고 끄트머리를 동그란 살덩어리에 맞췄다. 좆 머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아씨의 기름진 배 속으로 씨물을 시원스레 싸 갈겼다.

“하아, 아씨… 소인이 반드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보게 해드리겠습니다.”

밖으로는 허리를 움찔움찔 들썩이며 속으로는 울컥울컥 끝없이 파정했다.

다리 사이의 뱀이 여인의 맛을 처음 보더니 돌아버렸는지, 한참을 지나도 흥분을 죽이지 못했다. 아씨의 엉덩이에 좆을 찔러넣은 채 열을 식힌 지 한 식경이 지나서야 힘이 빠진 좆을 뽑아냈다. 다시 오므라드는 길을 따라 진득한 체액이 주르륵 흘러나오며 난영의 달항아리 같은 엉덩이를 타고 내렸다.

범은 그것을 검지로 스윽 훑어 올렸다. 촛농처럼 멍울진 씨물과 향긋한 꽃물이 한데 엉겨 붙은 손끝을 나리의 시뻘건 눈앞으로 내밀며 그는 비소를 지었다.

“나리도 걱정 마십쇼. 장씨 집안 대가 끊길 일은 없을 터이니.”

***

사랑방을 갈무리하고 나온 범은 아직 달이 중천인 밤길을 걸었다. 어째 염원하던 여인의 맛도 보고 오랜 원한도 갚은 사람 같지 않게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부엉이 우는 소리가 처량하다. 꼭 그날 밤 금이의 구슬프던 울음소리 같다.

금아, 내가 앙갚음을 하였다. 참 내, 죄 없는 여인을 겁탈한 것도 앙갚음이라니. 나도 다를 바 없는 금수가 되었구나.

구름 위로 둥실 뜬 달을 여종의 얼굴이라도 되는 양 올려다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금이는 범이처럼 현감 나리 댁의 노비였다.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오다 사춘기를 맞을 무렵에는 정분이 나버렸다.

노비들끼리 눈이 맞는 일이야 같은 지붕 아래이니 저어할 것 없는 일이었다. 허나 원규 도련님의 눈 아래에서는 아니었던 것이다.

범이를 어릴 적부터 씹어먹지 못해 안달이던 도련님은 그에게 정인이 생긴 것을 알고 금수만도 못한 짓을 했다.

그가 보는 앞에서 금이를 겁탈한 것이다.

저보다 몸집이 두세 배는 큰 범이가 달려들면 당해낼 길이 없는 것을 알기에, 막으려 들면 범이의 어미를 매음굴에 팔아버리겠다고 윽박질렀다.

‘네 이놈, 찍소리도 내지 말거라.’

결국, 범은 제 정인이 주인에게 겁탈당하며 울부짖는 꼴을 손끝 하나 까딱 못하고 지켜봐야 했다. 천치같이 말이다.

제 짝을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그 아이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건 제 탓이라는 죄책감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명치를 바윗돌처럼 짓눌렀다. 그믐밤이면 금이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일로 금이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혹여 아들에게 더러운 추문이 생길까 걱정한 마님은 그 아이를 냉큼 어딘가로 헐값에 팔아버렸다.

그렇게 첫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어찌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몇 년이 지나고, 무과에 거듭 낙방한 도련님이 기방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하던 때였다. 원규가 방 안에서 기생들을 끼고 흥청망청 노는 동안, 방 밖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는 게 범의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아직 머리도 올리지 않은 어린 기생 하나가 사람들 몰래 그에게 안줏거리를 찔러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였으나 홍주가 찔러주는 주전부리가 입에서 살살 녹을 때마다 그의 얼음 같던 마음도 살살 녹아내렸다. 그러다 결국에는 도련님이 얼른 기생놀음을 하러 가시기만을 기다리게 됐다.

그렇게 또 미련하게 여인을 마음에 담았으나, 저는 종놈이라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저 원규에게 들키지 않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려 했다.

원규가 술이 떡이 되어 기생들에게 패악을 부린 것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홍주에게 손찌검을 하는 걸 막다가 속내를 들켜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원규는 기방 행수에게 거금을 턱 내어놓고 홍주의 머리를 올렸다. 같은 방에 범을 무릎 꿇려 놓은 건 당연지사다.

‘이 재미난 구경을 공짜로 시켜주는데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원규는 사타구니에 어린 기생의 머리를 짓누르며 비소를 지었다.

어린 기생은 연심을 품었던 사내의 눈앞에서 다른 사내의 자지를 빨고 허리를 돌려야 했다는 것이 적잖이 충격이었을 거다.

그날 후로 홍주와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연유로 범은 장가도 마다하고 여인에게 정도 못 붙이는 신세가 되었다.

우물가에 다다른 그는 물을 한가득 길어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시원한 우물물이 매끈한 가슴팍과 등짝을 타고 흘러내려 얇은 홑바지를 푹 적셨다. 염치도 없이 여태 열을 죽이지 못하고 대가리를 들고 있던 뱀이 찬물 따귀를 대여섯 번 맞고 나서야 죽었다.

“이 썩어빠진 놈, 금수만도 못한 놈, 똥통의 구더기가 형님, 아우 할 놈….”

제게 하는 말이었다. 육욕과 원한이 잠시 식으니 수오지심(羞惡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돌아왔다. 내일 아씨의 천진한 낯을 어찌 볼지 걱정이다.

곧 묘시가 되면 아씨가 행랑방으로 찾아와 ‘범아, 여태 자니?’ 하고 그 고운 목소리로 부를 텐데.

한숨을 푹, 내쉰 범은 물을 뚝뚝 흘리는 꼴로 집으로 뛰어갔다. 곧바로 물동이를 들고 나와 꽉꽉 채운 다음, 아씨가 일어나면 바로 볼 수 있는 사랑방 툇마루 앞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고 달이 산 너머로 채 기울기도 전에 어제 캔 감자 자루를 지게에 얹고 도망치듯 길을 나서버렸다.

***

“에구구, 삭신이야….”

몸을 일으키던 난영이 얼굴을 찡그리며 허리를 짚었다. 허리가 뻐근하고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게 어제 무리해서 감자를 캔 모양이다. 그래도 몸이야 쉬면 되고 감자는 썩지 않았으니 되었지.

소피가 급해 쑤신 몸을 일으키던 난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방님, 일찍 기침하셨네요.”

원규가 잠들기 전처럼 똑바르게 누워 부릅뜬 눈으로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난영이 말을 걸었더니 이제는 이쪽으로 눈동자만 굴려 저를 노려본다.

“설마 제가 소란을 피워서 깨시었어요?”

그보다는 눈에 핏발까지 벌겋게 선 것을 보니 밤새 주무시지 못한 모양이다. 또 끙끙 앓으셨구나.

“아휴, 그러니 약이 써도 꾹 참고 드시지.”

난영은 사지가 덜거덕대는 것만 같은 몸을 일으켜 옷을 껴입었다. 먼저 측간에 가 소피를 보고, 약을 달여와야겠다. 아껴둔 당과라도 입에 물려드리면 쓴 약도 참고 드시겠지.

사랑방 문을 벌컥 연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쩐 일인지 물이 그득 채워진 물동이가 툇마루 앞 흙바닥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도깨비라도 왔다 갔나, 모르는 사이에 우렁각시라도 들었나. 아니면 범이가 벌써 일어난 걸까.

“범아, 벌써 일어났니?”

행랑방으로 종종걸음 해 문고리를 흔들었는데 아무 대답이 없다. 코 고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정말 벌써 일어난 모양이다. 측간 가는 길에 보니 지게도 없고 광을 열어보니 감자 자루도 사라졌다.

“어제 일이 고되었을 텐데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지.”

날이 더워 기력도 쇠할 텐데, 범이가 돌아오면 좋아하는 콩국수를 해 주어야겠다.

측간으로 가 속바지를 급히 내리고 다리속곳도 끌어내린 난영은 헉, 숨을 들이켰다.

“에구머니, 이게 뭐야.”

흰 천에 검붉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 아직 달거리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어쩐 일일까.

“아휴….”

어제 참말로 몸을 무리하기는 하였나 보다.

오늘은 밭에 콩을 심으려 했는데, 하루가 아까울 때에 달거리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니.

“아니다. 잘되었어. 이 김에 밀린 삯바느질을 하면 되겠구나.”

타고나기를 낙천적인 난영이었다. 그저 머리 위에 지붕이 있고 입에 넣을 것이 있으며 손에 쥘 일거리가 차고도 넘치면 즐거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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