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롤로그 (1/7)

남의 떡이 맛있다

곽두팔, 리베냐

프롤로그

스물. 이 얼마나 들뜨고 꽃다운 나이란 말인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세아는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와 손을 맞잡고 사이좋게 오손도손 강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대학 가면 애인 생긴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다.

세아는 대학에 입학하기 무섭게 같은 과 동기와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눈이 맞아 썸을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백을 받아 사귀기 시작했다.

지금 둘은 사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풋풋한 캠퍼스 커플이었다.

“세아야,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음, 학생 식당 가보고 싶은데……! 학식 그렇게 별로야? 다들 별로래서 한 번도 안 가봤거든.”

둘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꽁냥거렸다. 오며 가며 마주친 동기들은 세아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보며 부러움 담긴 시선을 던졌다.

“이야, 세아 요즘 남친 생겼다고 우리랑 놀지도 않아?”

“오늘도 남친이랑 점심 먹어?”

“이해해라, 쟤네 이제 한 달쯤 됐잖아. 한창 좋아 죽을 때지.”

친구들의 핀잔에도 세아는 마냥 좋은지 헤실헤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확실히, 사귀기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 정도 된 둘은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하늘 아래를 걷고 있어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더 남자친구와 시시덕거렸을까. 띠링, 소리와 함께 세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세아, 학교 언제 끝나? 데리러 갈게. 나도 그렇고 준이도 그렇고, 우리 둘 다 하던 프로젝트 끝나서 오늘부터 한가해.]

핸드폰을 확인한 세아의 표정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갑자기 환히 웃는 그녀를 보며 곁에 있던 세아의 남자친구, 찬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누구 연락인데 그렇게 웃어?”

발신인을 향한 은근한 질투가 담겨 있었으나, 세아는 눈치채지 못하고 방실방실 웃었다.

“아, 우리 오빠야.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주말에도 회사 나가고, 맨날 야근하고 그랬거든.”

“아, 맞다. 위로 형 두 분 계신다고 했었지?”

“응응, 쌍둥이 오빠들! 둘이 완전 똑같이 생겨서 눈 밑에 점 아니면 구별하기 힘들어. 하여튼 한동안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들었는데, 드디어 일이 다 끝났나 봐.”

찬우는 연락 온 곳이 세아의 친오빠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경계심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팔짱을 끼며 몸을 바싹 붙였다.

“와, 그나저나 쌍둥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확실히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으니, 신기해할 법도 하다.

“왜, 쌍둥이들은 외형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뭐 그런 것들도 엄청 비슷하다고 하잖아. 혹시 너희 형님들도 그러셔?”

“아, 오빠들? 응. 둘이 성격도 하는 일도 비슷해. 나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둘이 비슷한 일 한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그런지 바쁠 땐 거의 둘이 같이 바쁘더라고.”

찬우의 말에 대답하며 세아는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려 답신을 보냈다.

[오늘 3시면 끝나! 그때 데리러 올 수 있어? 안 바빠?]

[응, 안 바빠. 준이는 정시퇴근할 거 같고…… 3시에 데리러 갈게. 괜찮지?]

[응응! 좋아! 그럼 이따 봐! 출발할 때 연락하고!!]

여타 남매들과 달리 꽤 오붓한 문자가 오갔다. 사고로 일찍이 세상을 뜬 부모님을 대신해 어려서부터 저를 줄곧 챙겨 주었던 오빠들이라 그런지, 그녀는 둘을 무척이나 믿고 의지하며 따르는 편이었다. 부모님의 공백을 그들이 채워주다시피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세아와 달리, 내년이면 벌써 삼십 대 중반 줄에 들어가는 둘은 그녀와 제법 터울이 있는 덕에 보통의 친오빠들처럼 짓궂게 굴지도 않았다.

세아에게 있어 그들은 한없이 다정한 오빠들이었다.

“오늘 오빠들한테 자랑해야지.”

“자랑? 무슨 자랑?”

“남자친구 생겼다고 자랑할 거야!”

신난 세아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바빠서 이런 사소한 얘기도 할 시간이 없었거든.”

신이 난 세아와 달리 찬우는 눈동자를 바삐 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헉, 왠지 떨린다……. 형님들께서 나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지?”

“에이, 안 그래. 오빠들 완전 착해서 분명 찬우 너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다음에 내가 소개시켜줄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자!”

조금 긴장한 듯한 찬우와 달리 세아는 즐거워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찬우가 장난스레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

“만약 형님들이 우리 만나는 거 반대하면 어떡해?”

“아니야, 정말 그럴 일 없어.”

“에이,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어떡할 거야?”

“음, 그러면 가출할까……?”

제가 말하고도 우스운지 세아가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방금 그 말은 스무 살의 풋풋한 첫 연애가 아니라면 뱉기 힘든 말이었다.

현실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대답이었으나 찬우는 그런 대답마저 좋은지 바보처럼 히죽히죽 웃기 바쁘다.

하기야 그럴 때다.

새롭게 발을 내디딘 대학에 설렘을 안고, 고등학교와는 다른 자유로움에 취해, 하룻강아지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다닐 시기.

세아는 맞잡은 찬우의 손을 더욱 세게 쥐며 작게 웃었다.

풋풋한 호감으로 시작된 이 관계는 아마 조금씩 자라 사랑으로 싹틔워지리라.

간질거리고 두근거리는 감정에 취한 둘은 오늘도 자신들의 감정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며, 애정 어린 말들을 속삭였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어른들의 계산적인 연애가 아닌, 천진하고 순수한 연애였다.

가볍게 뽀뽀 한 번만 해도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귀여운 연애.

허나 세아는 이 연애가 그리 잔인하게 산산조각 날 줄 알았더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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