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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여행의 끝
저승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서주환의 활동범위는 더욱 광범위해졌다. 그는 저승문을 이용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S급 재능을 가진 여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렇다 해도 조각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주환이 27살이 되기까지 2년 6개월 동안 모은 조각이 28개. 본래 있던 소원석을 포함해도 남은 조각이 62개나 된다. 저승문과 더불어 신묘한 가브리엘라의 점술 능력을 이용해도 S급 재능의 소유자를 특정 짓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100,000LP를 소모하여 ‘몽마신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그나마 한 달에 하나 꼴로 조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을 상시 적용한 덕분이다. 포인트가 물처럼 빠져나가긴 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서주환에겐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100만LP든 1,000만LP든 사용해서라도 조각을 빨리 찾고 싶었다.
그러나 서주환의 바람과 달리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다시 3년이 지났다.
서주환은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 그래서 더 이상 낯선 여자와의 원나잇은 감흥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제 그의 나이도 30살이 됐다. 동갑인 정하연도 마찬가지. 최연장자인 정소라는 완연한 30대 중반이 되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서주환과 여자들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아홉 명의 여자와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었고, 여자들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면서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대위였던 정소라는 시리아 파병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령을 달았다. 육사 출신 엘리트인 그녀는 1차 심사에서 바로 진급하여 벌써 소령이 된 지도 올해로 4년차가 됐다.
“주환아, 누나 그냥 소령 전역할까? 여자는 나이가 들면 건강하게 아이 낳기가 힘들다잖아. 우리 결혼은 안 해도 슬슬… 응? 킥킥, 농담이야, 농담. 쫄기는. 네 능력이면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가능하다고 했잖아.”
정하연은 졸업 후 일본, 중국,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며 머리로만 알고 있던 언어를 체화시켜서 완벽한 5개 국어가 능력자가 됐다. 동시에 그녀는 번역가 활동과 피팅모델 일을 겸업했는데,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 대형 인플루언서가 되어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참고로 코디와 디자인에 재능이 있던 윤서라는 정하연과 서주환이라는 뮤즈를 만나 국내에서 한 손에 꼽히는 디자이너가 됐다.
“관리하기 귀찮아서 서라 언니한테 별스타 계정 맡겨놨는데 유명한 디자이너라는 분들한테 연락이 오더라고. 여행 자금 마련에 보탬이 되겠다 싶어서 제의 몇 개 받아들였더니 더 유명해지고……. 왠지 번역가보다 모델 일이 잘 되고 있어서 기분이 이상해.”
정하연도 유명해졌지만 역시 인플루언서라고 하면 한수아였다. 그녀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더니 방송 규모를 키워서 해외 시청자들을 유치시켰다. 이제 각종 유명 게임 대회에 게스트 경기 멤버로 가는 건 예삿일이었고 현직 프로 선수를 초대해서 합방을 진행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한수아는 합방에서 정상급 프로선수와 1:1 대결을 벌여서 여러 번 승리하며 실력파 방송인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녀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게임을 잘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몇몇 프로선수에게 고백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다 거절했징. 나한테는 환이 오빠 밖에 없으니까! 응? 프로게이머 할 생각은 없냐고? 방송이 더 재밌으니까 필요 없어!”
한편 한수아의 절친인 유지경은 4학년 때 노벨다이스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외모 수준이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카메라가 싫다며 회사 생활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신 그녀는 문서편집과 영상편집 재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서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으흐흫. 우리 집사 놈 다음 작품은 내가 담당이야. 미화 언니랑 쇼부 봤으니까 그런 줄 알아! 뭐? 주인님이라고 안 부르면 거부할 거라고? 그런 게 어디 있어 이 나쁜 집사 새끼야! 씨이, 요즘 잘 들르지도 않으면서 채찍만 때리기냐? 당근도 내놔야 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와. 알았지, 주인님♡ ”
한편 유지경의 상사인 최미화는 회귀 전 세상에서보다 더 유명한 편집자가 됐다. 그녀가 발굴한 작가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는데, 실제로 초짜 작가라도 그녀의 피드백을 수렴하기만 하면 몰라보게 발전하곤 했다. 더불어 그녀는 서주환의 전담 편집자라는 위치 때문에 업계의 권력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지경이가 요즘 너무 까불어. 혼내줘. 채찍으로 막 때려줘. 으응? 미친놈이세요? 갑자기 보지를 왜 보여 달래. 꼴리면 직접 찾아와서 박으시던가. 뭐? 지경이랑 먼저 약속? 아씨, 그럼 나 오늘 지경이 집에서 잘 테니까 같이 해. 아, 맞다. 이번에 유이랑 찍은 영화 재밌더라. 축하해.”
몇 년 사이 서주환은 도유이와 함께 영화를 한 편 찍었다. 배우도 아닌 댄서가 갑자기 무슨 영화인가 싶겠지만 오히려 도유이 정도의 외모와 춤 실력이 없으면 촬영이 불가능한 영화였다.
영화는 댄서를 주인공으로 쓴 ‘밀리언 스텝’이라는 소설이 원작이었는데, 당연하게도 원작자는 서주환이었다.
그는 이채희와 민선하를 통해 할리우드 인맥을 동원했다. 참고로 제작비는 서주환 본인이 전액 부담하고 전권을 휘두르려 했으나 이석찬과 가브리엘라가 숟가락을 얹었다.
이 영화는 출연진의 춤 실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 배우보다 댄서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팀으로 서주환과 도유이가 속해 있는 스텝 크루가 합류했다.
영화의 규모가 큰 만큼 한국 외에도 각국의 댄서들이 합류했는데, 대부분이 서주환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을 맺은 멤버들이었다.
“오빠, 나 이번에 영화 개봉하고 막 배우 제의 들어오는데 이거 어떡하지? 응? 나 막 엄청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지금도 유명하지 않냐고? 아니, 배우 되면 더 유명해지겠지! 뭐? 발연기니까 꿈도 꾸지 말라니 너무해! 나 이번에 촬영 잘했잖아! 쳇. 나도 딱히 배우에 관심 있는 건 아니다 뭐!”
안타깝게도 도유이의 배우 관련 재능은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서주환이 그녀를 모티브로 삼아서 여주인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연기보다 춤 실력이 중요한 영화라는 특이성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아마 다른 매체에 나가서 연기를 한다면 백이면 백 발연기 논란이 나올 터였다.
연기라고 한다면 도유이보단 은율에게 재능이 있었다. 정확히는 ‘몰입(A+/A+)’재능을 활용한 메소드 연기가 종종 빛을 발했는데,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곤 했다.
“오빠가 쓴 소설이면 얼마든지 몰입할 수 있는데 다른 작품은 조금 힘들어요. 은아힐링 때는 그렇게 쉬웠는데…….”
솔로가수로 활동하던 은율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톱 가수가 됐다. 이후 그녀는 서주환이 쓴 ‘은퇴 아이돌의 힐링 방송’을 통해서 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은아힐링의 주인공은 본래 남자였던지라 원작 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은율의 백 스토리가 알려지며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과거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그녀와 은아힐링의 주인공이 지닌 사정이 무척이나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여자들 중 은율과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민가희는 프리랜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유학을 다녀오며 경험을 쌓은 그녀는 그야말로 천재라는 말에 모자람 없는 재능을 폭발시켰다.
“봤어? 봤지?! 댓글 보이냐구! 내가 바로 천재 작곡가다아!”
한때 스스로의 재능에 좌절했던 그녀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 이름을 알린 작곡가가 되었다. 서주환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쓰는 것처럼 그녀는 아이돌 음악부터 영화, 드라마, 뉴에이지 등 각종 분야를 섭렵하며 음악계의 별 같은 인물이 되었다. 참고로 ‘밀리언 스텝’에 사용된 영화음악 대부분을 민가희가 작곡했다.
“후우. 오늘은 지경이랑 미화한테 가야겠네.”
연락을 마친 서주환은 길게 숨을 내쉬며 침대에 몸을 묻었다. 장시간 여러 사람과 연락을 했더니 제법 피곤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운이 솟았다.
벌써 그가 회귀를 한 지도 8년차가 됐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사랑스러운 여자들은 여전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호감도 또한 모두가 S급을 달성했다. 그와 여자들은 친구이자 연인이며 가족이었다.
“진짜 가족이 되어야지.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까지 제작한 재능석이 아홉 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조각이 열 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소원석을 사용해서 모두가 행복해지기까지. 그리고 ‘모두’에는 루시도 포함되어 있다.
그때 머리를 닦으며 다가온 금발의 여자가 말했다.
“주환, 잘 될 거예요. 루시도 가능성이 있다고 했잖아요.”
“고마워, 가브리엘라.”
서주환은 옆에 앉은 가브리엘라를 품으로 당겼다. 오늘은 그녀가 관리하는 미술관이 있는 지역에 마약을 풀어놓는 마피아를 처리하기 위해 온 참이었다.
가브리엘라가 그를 마주 안으며 말했다.
“다치지 않고 해결해서 다행이에요.”
과거 이탈리아 사회에는 마피아(Mafia)와 연결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에 깊숙이 침투하여 판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옛날 일이다. 현대 사회는 마피아 따위가 판을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마피아를 우습게 봐도 된다는 소린 아니다. 예전에 비해 규모가 확연히 줄었다고 해도 마피아란 비밀조직의 힘은 여전히 강력했다.
물론 규격 외의 능력을 가진 그는 어떻게든 뒤엎어버릴 자신이 있었지만 말이다.
서주환은 가브리엘라의 보랏빛 눈동자를 마주보며 걱정말라는 듯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별 거 아니었어. 알아보니까 진짜 드랑게타가 아니라 거기서 갈라져 나온 놈들이더라고.”
드랑게타(N’Drangheta)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중에서도 유괴, 공갈갈취, 돈세탁 등은 물론 마약밀매까지 취급하는 세계구급으로 규정된 범죄조직 중 하나다.
이번에 얽힌 게 진짜 드랑게타였다면 서주환으로서도 쉽게 해결할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가브리엘라를 방해한 조직은 드랑게타에서 갈라져 나온 무수한 계파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름대로 족보는 있는 편이지만 아직 결속력은… 뭐, 그쪽 보스가 아는 사람이기도 했고.”
“네? 아는 사람이요?”
“있어. 부녀가 쌍으로 변태인 녀석들.”
주필리아(Zoophilia-동물 난음증)라는 엽기적인 페티시가 있다. 이번에 처리한 조직의 보스와 딸은 개한테 박고 박히는 걸 좋아하는 미친 연놈들이었다. 심지어 딸 쪽은 그가 S급 재능 조각을 얻기 위해 직접 개로 변해서 박아준 적도 있었다. 당시의 현장 영상을 ‘추억 보관소’에서 불러내 보여주며 협박했더니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으. 변태 새끼들.”
서주환은 새삼스럽게 우웩 헛구역질을 하다가 급히 가브리엘라를 껴안았다. 역시 심신을 달래는 데에는 사랑하는 여자만큼 좋은 치료약이 없었다.
가브리엘라는 세계 제일의 변태를 토닥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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