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489화 (489/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드디어 서주환의 대학생활이 끝났습니다.

아직 완결은 아닙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졸업식

대학을 자퇴한 서주환의 인생이 격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화 <스토커>가 개봉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시점이었다.

[민선하 감독, 영화 <스토커>로 반반감독 오명을 반납]

[스토커, 천만관객 달성까지 걸린 시간은?]

[女배우 이채희, 또 한 번 성장한 연기력으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아]

영화 <스토커>는 개봉 후 32일 만에 천만관객을 달성하며 최단시간 내 천만관객 달성 영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민선하는 반반감독이라는 오명을 벗었고, 이채희는 한 층 더 성장한 연기력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그러나 <스토커>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서주환이었다.

- 서환 연기력 뭐냐? 원래 배우 지망생이었어?

└ ㄹㅇ이채희랑 열애설 나고 캐스팅 됐다는 얘기 들었을 때만 해도 글이나 쓰지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 반반감독 이번에 영화 ㅈ망할 차례 아니었냐? ㅈㄴ재밌는데?

└ 서주환이 멱살 잡고 캐리함.

└ 지랄ㄴ 다른 배우들이 ㅈ으로 보임?

└ 뭐래 서환 연기 존나 잘하던데. 너 영화 보긴 함?

└ 누가 서환 못했다고 함? 혼자 견인한 것처럼 말하니까 그러는 거지

- 서주환 미모 미쳐따. 오랜만에 나타난 늑대상 배우ㅠㅠ

└ ㄹㅇ늑대상 특유의 카리스마 같은 게 있음. 그런데 요즘 아이돌 트렌드는 아님. 잘생기긴 했는데 꽃미남 형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우락부락한 얼굴도 아님.

└ 그래서 더 유니크한 듯. 각진데 샤프한 매력. 그리고 뭔가 특유의 색기가 있음. 사람 홀리는?

└ 몸도 진짜 좋아요. 운동 열심히 하나봄. 어깨 넓은 거 개치임ㅠㅠ

└ 계집년들 얼평 또 ㅈㄴ게 하네. 하여간 내로남불 수준 씹ㅋㅋㅋㅋ

└ 윗댓은 왜 여기까지 기어 들어와서 열폭임?

- 서주환 <- 얘 뭐냐? 웹소 말고 문단에서도 인정받던데 이제 연기까지 하네.

└ 위튜브 보니까 노래랑 게임도 잘함. 인생 ㅈㄴ불공평하다.

└ ㅎㅎ 우리 주환 오빠 웹소설은 취미로 쓰는 거예요.

└ 반대겠지 ㅁㅊ년아. 서환 근본은 작가임.

└ 벌써 빠순이 기어 나오는 거 봐라. 그냥 소설이나 많이 써줬으면 좋겠는데 유명해지고 절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

아는 사람만 알던 서주환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만관객 ‘스토커’ 살인마역 서주환 주연급 씬스틸러]

[<스토커>의 서주환, 알고 보니 진짜 직업은 따로?]

[유명 웹소설 작가 ‘서환’ 천만관객으로 배우 데뷔]

그야말로 격변이란 말이 어울렸다.

본래 서주환의 이름은 웹소설을 주제로 하는 사이트에서 언급되는 게 대부분이고 간혹 문단과 인터넷방송 쪽에 올라오는 게 끝이었다.

한데 배우데뷔를 하게 되자 음지에서 양지로,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이름이 떠올랐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세간의 시선이 서주환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유명세란 별 것 아닌 이유로 호의를 받기도 하지만 악의를 받기도 하는 법이다. 사람이란 생물은 어째서인지 잘난 사람들을 동경하는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란다. 특히나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 살인마 연기 ㅈㄴ잘 해서 소름 돋는다. 이 정도면 진짜 사람 죽여본 거 아니냐?

- 눈매 봐라. 관상이 딱 양아치상인데. 아 학창시절 PTSD올라하네ㅋㅋㅋㅋㅋ

└ 무슨 눈매? 초반에 안경 쓰고 연기한 건 안 봄? 진짜 순하고 착하게 생겨서 너드미 낭낭하던데.

└ 너드미는 ㅅㅂㅋㅋ 단어선택 ㅈ같이 할래?

└ 난 오히려 순진한 연기까지 잘해서 살인마 본색 드러냈을 때 더 소름이었음.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는 거잖아. 뭐 그냥 그렇다고.

다만 서주환을 향한 악의적 댓글은 인상이나 관상이 어떻다는 둥 대체로 근거가 없었다. 아직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주환’ 영화에서는 잔혹한 살인마, 현실에서는 살인마 잡은 용감한 시민?]

그나마도 과거의 행적이 다시 알려지며 관상이 어떻다거나 양아치일 것 같다는 소리가 쏙 들어갔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7년 11월 26일.

국내 영화 시상식 중 3대 영화상으로 꼽히며 그 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다 평가받는 청룡영화상이 발표됐다.

[최우수작품상: 민선하(스토커)]

[여우주연상: 이채희(스토커)]

[신인남우상: 서주환(스토커)]

상이 발표되자 여러 의견이 분분히 올라왔다.

일단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애당초 민선하는 반반감독이라는 오명을 감안하더라도 오래전부터 실력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아왔고, 이채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정상급 배우였다.

하지만 서주환은 서서히 이름을 알려온 배우가 아니라 어디선가 뚝 떨어진 듯한 벼락스타다. 그런 만큼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논란은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애초에 경력이 문제시 됐을 뿐 연기력으로는 논란이 전혀 없었던 서주환이다. 직접 영화를 본 사람들이 무려 천만을 넘은 상황. 그를 두둔해줄 팬이나 관계자는 얼마든지 있었고, 영화를 본 대중들이라면 쉽게 결과에 납득했다.

- 내가 볼 땐 경력이 없어서 신인상 받은 거임. 작품 여럿 출연했으면 신인상이 아니라 남우주연상 받았을 듯.

일각에서는 이런 의견이 있었을 정도다. 물론 너무 과하다면서 금방 묻혔지만 말이다.

사실 논란이 계속 됐어도 당사자인 서주환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까.

2018년 1월 1일.

“으아아! 이걸 어느 세월에 다 모으냐고!”

서주환은 지난 4개월간 두 개밖에 모으지 못한 ‘S급 재능 조각’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

당장에라도 여행을 떠날 것 같던 서주환은 의외로 국내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낯선 외국보다는 익숙한 국내에서 인지도를 올리기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재능 조각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훗날 소원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포인트를 모으는 일도 중요했다.

그렇게 다시 대략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서주환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드물었다. 영화의 관심이 없는 사람도 서주환이란 이름 석 자를 기억할 정도. 그의 활동 분야가 갈수록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데뷔 3년 만에 신인배우상, 남우조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재 배우.

웹소설부터 시작하여 미스터리, 공포, 청소년 성장, 일상, 순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작가.

디지털 음원 하나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솔로 남자 가수.

구독자 400만의 인기 위튜버.

국내 최고의 댄싱크루 스텝의 객원 멤버.

이 모두가 서주환을 지칭하는 말이다.

본격적으로 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넷상에서 이르기를 만능인간, 재능충, 신이 실수로 만든 인간 등 그를 지칭하는 단어도 참으로 다양했다.

- 저렇게 다 가지고 살면 어떤 기분일까?

- 서주환 님처럼 살면 인생 존나 재밌겠다 진짜.

- 얼굴, 돈, 글빨, 노래, 춤, 연기 등등등 부족한 게 뭐 하나 없네.

“에휴.”

오랜만에 자신의 팬 사이트에 들어갔던 서주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남자가 왜 한숨을 내쉬는 걸까.

서주환은 인벤토리창을 보며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재능석 세 개에 조각이 여덟 개. 아직도 한참 남았구나.”

그의 나이 올해로 27세.

소원석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2년 하고도 6개월 동안 조각 28개를 더 모았다.

그리고 남은 조각은 62개.

대중들은 그에게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 말하지만 정작 가장 바라는 ‘소원석’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이제 국내에서는 진짜 더 얻을 게 없다.’

지난 시간 서주환은 여러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한반도 전체를 이 잡듯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S급 재능’이 있는 여자를 보면 어떻게든 꼬셔서 하룻밤 관계를 가지곤 했다.

국내만 돌아다닌 것도 아니었다. 상당 기간은 외국으로 여행을 가서 여자들을 물색하고 다녔다. 한 번은 가브리엘라가 있는 이탈리아로 갔다가 ‘Zoophilia(주필리아)’ 페티시가 있는 S급 재능 보유자를 만나기도 했다.

문득 그때를 떠올린 서주환은 팔뚝에 닭살이 돋는 것을 느끼며 몸서리쳤다.

‘내가 개새끼라 불리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개새끼가 돼서 여자랑 떡을 치게 될 줄이야.’

당시 그는 아이템을 이용해 개로 둔갑한 후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 사료를 제 음부 안에 넣고 핥아먹기를 종용하던 여자의 얼굴을 떠올리면 아직도 욕지기가 나왔다.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왜 종족이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한단 말인가. 별의별 페티시를 다 경험해본 서주환이지만 주필리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취향 중 하나였다.

‘아니, 내가 개한테 안 박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어쩌면 인간 외의 생물한테는 상태창이 안 떠오르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심정이면…….

“우웩!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서주환은 스스로 떠올린 생각에 질겁하며 고개를 털었다. 아무리 상상에 불과하다지만 인간의 길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주인님, 슬슬 출발할 시간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됐어?”

루시의 말에 서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그는 SUV에 몸을 싣고 익숙한 동네로 향했다.

경기도 안양.

그가 대학에 다닐 적 자취를 하던 곳이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