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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86화 (48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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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선택의 순간

서주환은 편지를 작성하는 김에 월희를 칭찬하는 내용도 잔뜩 첨부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오해 때문에 몽마신을 불러낼 뻔했는데 월희가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정리해줬다.』

작성을 끝낸 그는 씩 웃으며 월희에게 편지지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월희 누님이 한 번 보고 검토해주세요.”

“네? 어찌 제가 대왕님께 보내는 편지를…….”

“그러니까 더더욱 검토해야죠. 제가 딱히 명계에 좋은 감정이 없는지라 저도 모르게 불손한 말을 썼을지도 모르거든요.”

“그, 그런 거라면…….”

사실 불손한 말 같은 건 없다. 적당히 예의 있게 돌려 까면서 부탁을 빙자한 주의를 좀 줬을 뿐이다. 염라대왕에게 보내는 편지인지라 사후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설마 든든한 뒷배가 있는데 어찌할까 싶었다.

이내 편지를 검토한 월희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이 편지는 그녀의 상관 중에서도 최고 대빵인 염라대왕에게 직통으로 들어가는 보고다. 그 보고에 그녀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으니 앞으로의 저승사자 생활에 아우토반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월희는 소리 내어 감사를 말하진 않았지만 지긋한 시선과 목례로 뜻을 전했다. 그 의미를 알아챈 서주환이 씩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렇게 슬슬 떠날 때가 되자 배꼽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있던 황소혜가 안절부절하며 그를 바라봤다.

서주환이 그 기색을 눈치 채고 물었다.

“소혜 씨, 왜 그러세요?”

“아, 그게,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만 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부탁이요? 아, 소혜 씨 문제도 편지에 다 썼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부탁할 건 그게 아니라…….”

서주환이 그럼 무엇이냐며 고개를 모로 기울이자 황소혜가 사정을 설명했다.

“제 가족들에게 말 좀 전달해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혹시 아직도 저를 찾고 있으면 어쩌나 해서…….”

“아.”

그러고 보니 황소혜는 어디에도 알리지 않고 홀로 산에 올랐다 하였다. 그러다 갑작스런 산사태에 휩쓸린 것인데, 땅 깊숙이 묻히는 바람에 그녀의 죽음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 유가족들 또한 그녀의 죽음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니 실종됐다고 여길 수밖에.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이사를 했을지도 몰라요. 주소와 인적사항을 알려드릴 테니 어떻게든 좀…….”

그리 말한 황소혜가 슬쩍 월희의 눈치를 봤다. 죽은 사람이 이런 부탁을 해도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걱정과 다르게 월희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현재 황소혜 님의 가족들은 모두 살아계십니다. 또한 24년 전 그 자리에서 여전히 황소혜 님을 기다리는 중이고요.”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명계에 다녀온 월희다. 그녀는 억울하게 방치된 황소혜를 배상하는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까지 이미 알아본 뒤였다.

“본래는 제가 황소혜 님의 가족들에게 꿈으로 나타나서 전달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서주환 님께서 전달해주는 게 더 좋겠군요.”

꿈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과 산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 것은 무게가 다를 터다.

서주환은 가능하겠냐며 바라보는 두 여성에게 씩 웃어보였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주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달할 말과 더불어 유품을 가져가다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품이요?”

“글램핑 시설 밑에 황소혜 님의 유해가 있습니다. 다만 깊이 묻혀 있다는 게 문제인데…….”

글램핑 시설을 부수고 땅을 파야한다는 소리다.

서주환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여기가 제 친구 별장이에요. 꿈에서 귀신이랑 대화했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하면서도 알겠다고 할 겁니다.”

“아, 그렇겠군요.”

월희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서주환을 지켜본 그녀는 당연히 이석찬도 알고 있었다.

반면 당사자인 황소혜가 오히려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그게 생각처럼 될까요? 꿈에서 봤다는 말 한 마디로 철거하기엔 너무 비싸 보이는 건물인데…….”

“하하. 괜찮아요. 그런 친구거든요. 돈이야 저도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요.”

이석찬이 들었으면 누구 마음대로 괜찮다고 하는 거냐며 화를 냈을 말이었다. 그 후에는 언제 화냈댜는 듯 선뜻 허락했겠지만 말이다.

이내 저승사자 월희와 처녀귀신 황소혜가 떠날 채비를 마치고 저승문 앞에 섰다.

월희가 먼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서주환 님, 그럼 저는 황소혜 님을 인도해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래요. 나중에 또 봐요, 월희 누님. 그때는 여유롭게 차도 한 잔 하자고요.”

월희가 어색하게 웃었다.

“전 원래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됩니다만…….”

“에헤이. 제가 완전히 부외자도 아니고 뭐 어때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 조심하면 되지. 뭐하면 이렇게 꿈속에서도 얘기해도 되고요.”

“으음.”

“그리고 월희 누님이 저한테 이것저것 조언을 해줘야지 제가 명계의 일거리를 덜 만들지 않겠어요?”

“아, 으흠. 그것도 그렇군요.”

적당한 핑계를 주자 월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꽤나 융통성 있는 저승사자였다.

이어서 황소혜도 인사했다. 그녀가 감격에 차서 울먹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았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게 됐어요.”

“별말씀을요. 지금까지 고생 많았어요, 소혜 씨.”

“주환 씨를… 오빠를 만나서 다행이에요.”

서주환은 오빠라는 말에 잠깐 눈을 끔뻑였다. 영혼 상태로 존재해온 시간을 합치면 황소혜의 나이는 47세였다. 하지만 살아생전의 나이가 23살이었으니 오빠라고 부르는 게 아주 이상한 건 또 아니었다.

그는 이내 픽 웃으며 황소혜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이야 아무려면 어떤가. 사실 그도 회귀 전을 생각하면 온전한 24살은 아니었다.

“소혜 동생, 다음 생엔 오래 살아야 돼.”

“네, 오빠…….”

황소혜가 수줍게 웃으며 힘껏 그를 마주 안았다.

*

저승사자와 처녀귀신이 떠났다.

잠시 후, 서주환은 자각몽을 비활성화하고 스스로 잠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목과 어깨를 돌리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생각보다 안 피곤하네.”

하루 종일 무리한 데 이어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몸 상태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아직까지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몽마신의 특제 정력제(下)’ 덕분이었다.

서주환은 자리를 맴돌며 발끝으로 툭툭 바닥을 두드렸다.

“흠.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직접 파는 건 무리겠지?”

[주인님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그치? 그냥 석찬이한테 말해서 인력 동원해야겠다.”

그 후 유해를 가지고 황소혜의 가족을 찾아가면 될 것 같았다. 이번 달의 욕망 퀘스트는 ‘처녀귀신의 부탁’이었다.

“그건 그렇고…….”

말끝을 흐린 서주환은 이내 차를 하나 끓여서 탁자 앞에 앉았다. 그리고 찻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루시. 우리, 해야 할 게 있지?”

[…그렇지요.]

어째서인지 루시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주환도 새삼스럽게 긴장이 됐다.

“드디어 다 모았네.”

황소혜의 이야기와 저승사자 월희의 등장으로 잠시 미뤄두었던 사실.

S급 재능 조각 열 개.

【S급 재능 조각(x10】

▶ 효과1: 상점에 팔아서 100,000LP를 획득할 수 있다.

▶ 효과2: 조각 10개를 모아서 ‘S급 재능석’을 제작할 수 있다.

“상점에 팔아 십만 포인트라니, 다시 봐도 악취미네.”

함정이나 다름없는 효과에 헛웃음이 나왔다. S급 재능 조각은 10만LP가 아니라 1,000만LP를 줘도 팔지 않을 아이템이었다. 회귀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팔았더라면 땅을 치며 후회했을 터였다.

서주환은 잠시 아이템 설명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제작, S급 재능석.”

작은 읊조림과 함께 인벤토리에 있던 조각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실체를 드러낸 열 개의 조각이 허공에 떠올라 밝게 빛을 발했다.

띠링!

[아이템, ‘S급 재능 조각’ 열 개를 소모합니다.]

시스템 음성과 함께 조각들이 모래알처럼 잘게 부서지더니 이내 하나로 합쳐졌다.

[아이템, ‘S급 재능석’이 제작되었습니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조각 열 개가 합쳐져 제법 큰 보석의 형태가 되었다.

서주환은 재능석을 손에 쥐고 아이템 정보를 불러냈다.

【S급 재능석】

▶ 효과1: 재능 하나를 선택하여 잠재등급 한계치를 S급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단, A+급 재능에만 적용 가능하다.

정보를 확인한 서주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글쓰기’재능의 잠재등급 한계치를 S급으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서주환의 눈이 커진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2번 효과를 바라봤다.

▶ 효과2: 재능석 10개를 모아서 ‘소원석’을 제작할 수 있다. 단, 소원석은 한 번만 제작할 수 있다.

“소원석이라니. 설마…….”

S급 재능석만큼이나 직관적인 아이템 이름.

그럼에도 설마하는 심정으로 묻자 루시가 그 생각이 맞음을 알려주었다.

[딱 한 가지.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아이템이랍니다.]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아이템.

그 달콤한 말을 들은 서주환은.

“씨발…….”

허탈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욕을 씹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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