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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84화 (48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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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열 번째 조각

황소혜의 송곳니가 서주환의 물건에 닿았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으면 고통에 비명을 질렀을 터였다. 그만큼 황소혜의 행위는 어설펐다.

[생전에 경험이 없으니 처녀귀신인 겁니다. 못하는 게 당연하지요.]

듣고 보니 옳은 말이었다. 색귀라서 당연히 잘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녀귀신은 생전에 경험이 없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덧붙인 루시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처녀, 총각귀신과 색귀는 다른 부류라고 한다. 자세히 파고들면 지나치게 복잡하여 대충 넘기기로 했다.

대신 서주환은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황소혜가 원하는 것은 결국 그가 지닌 양기다. 그렇다면 구태여 어설픈 펠라티오를 받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이리 와 봐요.”

“쮸웁?”

물건을 씹는 건지 빠는 건지 모를 행위를 중단한 황소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주환은 그녀의 몸을 뒤집어서 자신의 배 위로 올렸다. 흔히 69라 부르는 자세였다.

“쪽. 스릅.”

“우악?!”

서주환이 본격적으로 애무를 하기 시작하자 황소혜가 깜짝 놀란 듯 몸을 떨었다. 굳게 닫혀 있던 옥문이 처음 닿는 남성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찌걱,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 하나가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하나가 추가 되고 혀가 클리토리스를 핥았다.

‘귀신이니까 봐줄 필요 없겠지?’

서주환은 ‘성스러운 손길’을 비롯한 온갖 스킬을 최대치로 활성화했다. 사람에게 무턱대고 사용하면 쾌락에 정신을 잃을까봐 자제하던 리미트를 풀었다.

그가 지닌 스킬은 대게 접촉시간과 호감도에 비례하여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 황소혜의 호감도는 A를 달성한 상황. 이제 남은 것은 시간뿐인데, 밤은 이제 시작이었고 동이 트기까지는 한참이 남았다.

이윽고 충분히 황소혜의 음문을 달군 서주환이 단번에 자지를 처박았다.

“우으아아아?!”

처녀귀신의 입에서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음성이 연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황소혜가 지닌 상위 세 가지 재능 중 하나를 무작위로 습득합니다.]

[잠재등급A+, 클라이밍(Climbing)을 습득했습니다.]

[S급 재능 조각을 습득했습니다.]

[업적, ‘귀신과 합일’을 달성하여 10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버진헌터(x10)’를 달성하여 100,000LP가 지급됩니다.]

서주환에게 새로 얻은 재능과 포인트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S급 재능 조각을 열 개 모두 모았다는 사실이 그를 흥분케 했다.

‘드디어…….’

그는 가브리엘라가 말했던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회귀를 하고 대략 1년 9개월이 지난 시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사건과 관계를 맺은 여자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회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테이블 맞은편에 등산복 차림으로 앉아있는 여자 한 명 때문이었다.

여자, 황소혜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그으,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얼핏 드러난 그녀의 귀와 목덜미가 새빨갰다. 이지를 되찾은 그녀가 그동안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교성을 지르며 그와 얽혔던 감각이 선명해서 차마 눈을 마주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죽기 직전이었는데…….”

이미 죽은 자가 하는 말이라기엔 꽤나 아이러니했지만 황소혜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영혼마저 소멸했을 것이기에.

“별말씀을요.”

서주환은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손을 내저었다.

말이야 그가 살려준 게 맞긴 했지만 그 방법이 참 묘했기 때문이다. 막말로 그가 한 거라곤 예쁜 처녀귀신과 섹스 좀 한 것밖에 없다. 더군다나 순전히 선의에서만 비롯된 것도 아니고 그가 얻은 게 적지 않았으니 과한 감사는 민망함을 불러왔다.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어서 향긋한 차가 담긴 찻잔을 두 잔 불러냈다. 자각몽 안에서 어지간한 건 손짓 한 번으로 이룰 수 있었다.

서로 한 모금씩 차를 마신 후.

서주환이 화제를 돌리려는 마음 반, 호기심 반을 담아 물었다.

“이제 소혜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한을 풀었으니까 성불하는 건가요?”

“네? 한이요? 아…….”

여기서 한이라 함은 처녀인 채 죽은 억울함을 말함이다. 그녀가 처녀귀신이었으니 당연한 결론이었다.

한데 황소혜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녀가 손을 세차게 저으며 부정했던 것이다.

“저, 저는 그런 한 같은 거 없어요. 아, 아니, 없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거 못했다고 한이 맺혀서 귀신이 된 게 아니에요!”

“네? 처녀귀신 아니었나요?”

“아니, 맞긴 한데…….”

황소혜가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그녀는 실제로 처녀귀신이었지만 처녀로 죽은 것 자체에 한을 품지는 않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는 등산이나 캠핑, 클라이밍을 즐기곤 했는데, 이곳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숨겨진 명소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됐어요. 그러다 산사태 때문에 죽게 된 거고요.”

황소혜가 입고 있는 옷이 등산복인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 이곳은 이 씨 집안의 사유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누구나 아는 곳은 아니어서 극소수의 몇몇만 찾는 명소였다.

생전에 종종 솔로캠프를 즐기던 황소혜는 우연히 소문을 접하고 이곳에 캠핑을 왔다. 그리고 불운하게도 산사태라는 자연재해에 휘말려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때 사망자는 저 혼자인 걸로 알아요. 애초에 흔하게 알려진 명소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주변에 말하고 캠핑을 온 게 아니어서 아마 전 실종처리 됐을 거예요.”

그렇게 산사태에 휘말린 그녀의 신체는 땅 속 깊이 묻혔고, 시간이 지나 그 위에 지금과 같은 글램핑 시설이 만들어졌다.

황소혜가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제가 왜 지금 이러고 있는지도 잘 몰라요. 미련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한(恨)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거든요. 죽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거나 저승에라도 갈 줄 알았는데… 그냥 귀신이 된 채로 쭉 혼자 있었어요.”

황소혜의 말을 들은 루시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원념이 없는데 혼자 남겨졌다니 정상적인 일이 아니군요.]

본래 사람이 죽고 나면 그 자리에 저승문이 열린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선 영혼은 명계로 인도된 뒤 업에 따라 지옥이나 낙원에 보내진다. 거기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윤회를 하는 게 순리다.

반면 순리를 따르지 않고 저승문에 들어가길 거부한 영혼은 현세에 남는다. 그 이유는 보통 원념(怨念) 혹은 한(恨)이라 부르는 것 때문이다. 원념이나 한을 품고 현세에 남은 영혼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순간 악귀(惡鬼)가 되는 것이고, 천운으로 귀인을 만나서 한풀이를 한 영혼은 비로소 성불(成佛)을 하게 된다.

[반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 한을 풀지도 못한 영혼은 기운이 다하는 순간 완전한 소멸을 맞이합니다.]

이상이 루시의 설명이었다.

한데 어째서 저승문에 들어가지 않았냐는 서주환의 질문에 황소혜가 눈을 끔뻑거리며 되물었다.

“저승문이라니요……?”

“…….”

눈앞의 황소혜는 셋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죽고 나서 저승문이라는 것을 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서주환은 잠깐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황소혜에게 물었다.

“소혜 씨가 죽은 게 24년 전이라고 했죠?”

“네.”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 기억나세요?”

“어… 4월 11일이요.”

날짜를 듣는 순간 서주환의 입에서 헛웃음과 함께 욕설이 튀어나왔다.

“하하. 지랄.”

“네, 네?”

“아, 미안해요. 소혜 씨한테 한 말 아니에요. 저승사자 이 개자식들 때문에…….”

“?”

황소혜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거친 욕설에 조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했다.

서주환은 겁먹은 황소혜를 달래며 생각했다.

‘루시, 이거 내가 생각하는 게 맞아? 어떻게 생각해?’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필이면 사망 날짜가 주인님의 생년월일과 똑같다니 공교롭네요.]

‘저승사자 이 씹새들.’

서주환은 속으로 저승사자들에게 온갖 쌍욕을 씹어뱉었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애초에 그가 회귀 전 불행한 삶을 살았던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가. 어느 멍청한 저승사자의 사무적인 실수 때문이었다. 고작 그 실수 때문에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행한 삶을 산 게 서주환이다. 그는 불운 때문에 정신병에 걸렸고, 사랑은 꿈도 못 꾸었으며, 홀로 외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한데 이곳에도 빌어먹을 저승의 업무 실수로 인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었다. 애초에 죽음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죽음 이후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황소혜가 무려 24년간이나 홀로 외롭게 소멸을 기다려온 가여운 영혼이란 것이었다.

서주환은 문득 자신의 회귀 전 삶과 더불어 황소혜가 외롭게 지내왔을 나날이 떠올라서 눈이 따가워졌다.

“소혜 씨, 고생 많았어요.”

“네?”

황소혜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의 손을 맞잡은 서주환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대며 허리를 놀리던 남자의 변화를 사뭇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한데 말을 잇는 서주환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혼자서 많이 외로웠겠어요. 누구랑 대화도 못 나누고, 같이 웃지도 못하고… 잘 버텼어요.”

“아…….”

신체가 없는 영혼 상태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심령세계인 꿈속에 들어왔기 때문일까.

황소혜는 맞잡은 손에서 서주환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것만 같았다. 말로만 고생했다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이 흘러들어왔다.

의아스러운 일이었다. 죽음을 경험해본 적 없는 생자가 어찌 그녀의 아픔을 이리도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신비롭게도 생자(生者)는 진심으로 사자(死者)에게 공감했고, 아픔을 위로하고 싶은 따듯한 마음이 기어코 그녀에게서 눈물을 자아내고야 말았다.

“흑, 아, 갑자기 왜… 흐윽…….”

“…….”

“울 생각, 없었는데… 흐윽, 왜, 저 울려요? 흐으윽. 앞으로 어떡하라고…….”

황소혜가 자아를 되찾고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살아있을 때도 경험해본 적 없는 관계를 죽고 나서 이지를 상실한 뒤에야 나눴다. 그 감정과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서 남자를 똑바로 마주보기가 힘들었다.

다음으로는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자신의 사인(死因)을 회상했다. 젊은 나이에 산사태에 휘말려 돌연사를 한 운명이 새삼스럽게 황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남자의 말 때문에 그간의 사무쳤던 외로움이 떠오르고 있었다. 더불어 앞으로는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간신히 소멸은 면했으나 또다시 미칠 것만 같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허해지는 듯했다.

“소혜 씨, 걱정 마세요. 지금까지처럼 두지 않을 거니까.”

한편으로는 따듯한 마음이 스며들기도 했다. 손을 맞잡은 채 남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어떻게든 성불할 수 있도록 도울게요. 그 전까지 외롭지 않게 자주 올게요.”

“흑. 저, 정말요?”

“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봬도 제가 인맥이 꽤 좋거든요. 어디 용한 스님이든 신부님이든 간에 다 찾아볼게요.”

거기까지 말한 서주환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빙긋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건 눈치 챘죠? 귀신이랑 태연하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꿈속 세상에서. 그러니까 한 번 믿어 봐요.”

“아, 그러고 보니…….”

황소혜가 문득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아를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없어서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는 있었는데, 이 남자는 귀신과 태연자약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부터가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제 빽이 마신 님이에요. 혹시 연락이 닿으면 저승이고 뭐고 다 뒤집어 엎어달라고 부탁해볼…….”

그때였다.

돌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그, 그건 곤란해요!

서주환과 황소혜의 고개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텐트 한 편의 공간이 흑색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곧 흑색 공간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창백한 얼굴과 검은 두루마기에 새카만 갓을 쓴 차림.

영락없는 저승사자의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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