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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83화 (48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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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깜짝 연재2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열 번째 조각

서주환은 새삼스럽게 꼬물이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상태창의 꼬라지가 영 알쏭달쏭했기 때문이다.

<?(꼬물이)>

성별: 여성

나이: ?

키: ?cm

몸무게: ?kg

호감도: A

현재 성욕: A

페티시: ?

보유 재능: ?(B+/S), ?(E/A+), ?(C/A)

그가 꼬물이의 상태창이 열린 것은 수영장에서 광란의 시간을 보낸 직후였다. 양기와 음기를 흡수한 영체(靈體)가 기어코 일정한 형체를 이루더니 접촉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꼬물이는 여전히 눈, 코, 입도 제대로 달려있지 않아서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운 행색이었다. 접촉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수증기가 손에 닿는 느낌이 날 뿐이었고 말이다.

앞서 루시가 했던 말처럼 이 미약한 영혼이 제대로 된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작 하루 이틀로 될 일이 아니었다.

다만 상태창을 띄울 수 있게 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된 건 아니지만.’

꼬물이의 상태창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물음표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이미 죽은 자에게 말하자니 아이러니했지만 최소한의 명줄을 이어갈 뿐이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서주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S급 재능 보유자. 그리고 여자.’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명확한 상황.

역시나 가브리엘라가 말한 귀인(貴人)은 눈앞에 있는 꼬물이가 분명했다. 이 미약한 영혼이 바로 마지막 열 번째 조각을 건네줄 존재였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지금 꼬물이의 상태로는 섹스를 하는 게 불가하다는 것이었는데.

[방법이 있습니다.]

그 문제는 유능한 도우미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루시 님께서 조언해주셨다.

[앞서 말했듯, 주인님께서 꼬물이라 부르는 이 영체는 기본적으로 양기와 음기를 흡수하여 존재를 유지하는 처녀귀신입니다. 때문에 귀접이 가능하지요. 더군다나 주인님께는 ‘수면’ 재능의 특수능력 ‘자각몽’이 있습니다. 미약해진 영혼이라도 귀접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꿈속에서 하라는 거지? 그런데 꿈속에서 하면 재능 조각을 못 얻지 않아?’

서주환은 언젠가 백강호의 부인인 이혜리와 ‘교접몽’을 사용해 관계를 가진 적이 있지만 재능을 얻지는 못했었다. 현실이 아닌 꿈에서 이루어진 관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루시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 상황은 ‘교접몽’을 사용한 것과 차이가 좀 있다고 한다. 애초에 꼬물이는 이미 영체인 데다 음귀이기 때문에 오히려 꿈을 이용한 귀접이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시스템 보유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인인 서주환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이야기였다.

‘아무튼 자각몽을 사용해서 잠에 들면 꼬물이가 귀접을 해올 거라는 거지? 거기서 떡 치면 조각을 얻을 수 있고.’

[아닙니다. 원활한 귀접을 위해서는 영혼이 생전에 죽은 장소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혼은 보통 지박령이므로 꼬물이의 사소(死所)는 펜션 내부, 혹은 펜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힌트는 이미 받으셨습니다.]

‘아! 별이 보이는 천장 아래…….’

가브리엘라의 예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별이 보이는 천장 아래. 그곳이 바로 꼬물이가 죽은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이 때문에 서주환은 수영장에서 나온 직후 펜션을 뒤집다시피 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별이 보이지 않았다. 해서 밤중에 계곡으로 다시 내려가 볼 요량이었는데.

‘야외 플레이를 한 게 도움이 될 줄이야.’

너구리와 산책을 한답시고 야외로 나갔다가 멀지 않은 고에서 한 장소를 발견했다. 천장이 투명한 천막으로 이루어진 글램핑 시설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밤, 서주환은 꼬물이를 대동하고 펜션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쌀쌀해서 옷을 입은 상태였다.

“마침 별도 잘 보이는구나.”

아직 미처 가시지 않은 비와 흙냄새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새벽녘 공기가 제법 상쾌했다.

꼬물꼬물.

장소가 가까워질수록 꼬물이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본인이 죽은 장소에 도착하니 영기가 강해진 것일까. 어쩐지 형체가 미세하게나마 더 뚜렷해지고 행동도 명확해졌다.

꼬물이가 빨리 따라오라는 듯이 그를 재촉했다.

“어이구, 그래. 간다, 가.”

문 앞에 도착하자 꼬물이가 반투명한 몸을 일렁이며 문을 통과했다. 서주환은 미리 챙겨온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텐트로 들어갔다.

“텐트 안에 별 게 다 있네.”

텐트 안에는 침대와 티비부터 시작해서 각종 조리기구가 구비되어 있었다. 글램핑이 야영의 펜션화라는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서주환은 탁자와 침대를 지나쳐 꼬물이가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어느덧 꼬물이는 이목구비만 없을 뿐이지 뚜렷한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여기서 자각몽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서주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 있는 이불을 가져와서 자리에 누웠다. 미리 난방을 틀어놓지 않아서 텐트 안이 상당히 싸늘했다.

“후우. 꼬물아, 이리와.”

손짓을 하자 꼬물이가 냉큼 이불 안으로 들어와서 몸을 부볐다.

서주환은 그런 꼬물이를 보며 문득 헛웃음을 흘렸다. 싸늘한 텐트 안에서 귀신과 동침하는 이 상황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서움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별 한 번 밝다.

투명한 천막 위로 비친 별들 때문일 것이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산.

귀신과 별이 함께하는 밤.

서주환은 마지막 열 번째 조각을 얻기 위해 눈을 감았다.

[특수능력, 자각몽(自覺夢)을 활성화합니다.]

[꿈속에서도 미몽(迷夢)에 빠지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낭랑한 음성.

곧 서주환의 숨소리가 고르게 퍼지고.

꼬물이의 영체가 연기로 화하여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

서주환은 꿈속에서 눈을 떴으나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잠깐 분간이 되지 않았다. 보이는 풍경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의 몸은 이불에 덮여 있었고, 주변에는 침대와 가구가 있었으며, 외벽은 시멘트가 아닌 천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이곳이 꿈속임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낯선 여자가 함께 이불을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꼬물이니?”

꼬물이로 추정되는 여자는 남자처럼 짧게 자른 갈색머리였다. 하지만 기다란 속눈썹과 가녀린 얼굴선 등이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실 한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기에 남자로 오해하는 게 불가능했다.

여자는 정신이 몽롱한 듯 대답하지 않고 눈만 깜빡였다. 시선은 그를 향해 있었지만 눈동자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서주환은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그러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황소혜>

성별: 여성

나이: 23(+24)살

키: 164cm

몸무게: 51kg

호감도: A

현재 성욕: A

페티시: Acrophilia(上)

보유 재능: 클라이밍(B+/S), 그림(E/A+), 달리기(C/A)

현실에서와 달리 상태창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플러스 이십사? 스물셋에 죽고 이십사 년이 지났다는 건가?’

얼굴을 보니 딱 그 정도 나이로 보이긴 했다.

서주환은 아직도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꼬물… 아니, 소혜 씨. 황소혜 씨, 정신 들어요?”

“…….”

황소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다만 눈빛에서 몽롱했던 기색이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걸까?

“우으으!”

아니었다.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지른 황소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곤 허리춤을 껴안고 얼굴을 마구 비비적댔다.

그제야 서주환은 그녀가 아직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루시가 첨언했다.

[영체는 사람의 형상을 이뤘지만 생전의 자아가 흐릿해 보이네요. 소멸하고 싶지 않다는 본능만 강하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서주환은 이어진 황소혜의 행동에서 본능만 남았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허리춤에 얼굴이 들이밀던 그녀가 돌연 바지를 벗기려 들었던 것이다.

“자, 잠깐. 뭐하는…!”

“우으으!”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서주환은 이내 그녀가 바지를 벗기기 쉽도록 엉덩이를 들어주었다.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관계를 가져야 할 입장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항이 사라지자.

황소혜는 옹알이하듯 알 수 없는 음성을 내뱉으며 그의 옷을 모두 벗겼다. 그리곤 다짜고짜 입을 벌려서 자지를 입에 물었다.

“…….”

서주환은 떨떠름한 얼굴로 황소혜를 내려다봤다.

펜션에 있는 그의 여자들만큼은 아니지만 황소혜는 꽤나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거기다 몸매도 상당했다. 가슴이 그리 크진 않지만 허리가 잘록하고 여성치고는 보기 드물게 복근도 선명했다.

한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쯉쯉? 쯉?”

황소혜가 왜 안 싸냐는 듯 불만스러운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서주환은 곤란한 얼굴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런 눈으로 봐도 말이죠…….”

그녀는 양기와 음기를 빨아먹는 색귀주제에 펠라티오를 더럽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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