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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69화 (46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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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소원을 말해봐

실내수영장 여자 탈의실.

여자들은 각자 챙겨온 비키니로 갈아입었다. 그러던 중 문득, 민가희를 본 유지경이 물었다.

“가희 언니는 어깨 엄청 결리겠다. 안 불편해?”

“응? 아, 이거.”

그 물음에 막 브래지어를 벗고 있던 민가희가 쓰게 웃었다.

“솔직히 불편하지. 지경이 네 말대로 어깨도 아프고.”

“난 어깨 아파도 좋으니까 조금만 떼어줘!”

한수아가 분하다는 듯 소리쳤지만 당연한 듯 무시되었다. 대신 다른 여자들의 시선도 민가희의 가슴을 향했다. 같은 여자라지만 민가희만큼 커다란 가슴은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유지경은 자신의 밑 가슴을 손바닥으로 받치며 민가희의 가슴과 비교했다. 최근 1년간 가슴이 많이 성장해서 좋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커지면 불편할 것 같았다. 물론 원한다고 가능할 리도 없겠지만.

민가희가 비키니 상의를 착용하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좋은 점보다 불편한 점이 더 많아. 너무 크면 옷 입을 때 맵시가 안 살거든.”

“으음. 큰 사람만의 고충이 있구나.”

“이런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괜히 기만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거 아니야. 무거우니까 어깨도 굽고, 맞는 옷 사기도 힘들고, 사람들 시선도 쏠리거든. 그리고 중, 고등학생 때는 남자애들 시선 때문에 괜히 가리게 되더라고.”

“남자들 때문에?”

“응. 특히 체육 시간 때. 뭐, 여자들도 마찬가지고. 간혹 가다가 진심으로 질투하는 애들이 있거든. 내가 자랑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뭐라 그래. 서슴없이 만지려고 하는 경우도 많았고.”

그 말에 민가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한수아가 움찔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없는 가슴이 부러워서 가끔 민가희의 가슴을 주물럭대곤 했었다.

“미, 미안해. 가희 언니. 앞으로는 안 만질게…….”

“어? 아, 아니야. 수아 너는 괜찮아.”

“하지만 나도 막 질투하고 만지고 그랬잖아. 잘못했어…….”

“에이, 정말로 괜찮아. 수아 너는 장난으로 그런 거잖아. 만지는 것도 내가 허락했고.”

한수아는 조금 양심이 찔렸다. 아주아주 조금쯤은 진심으로 질투했기에.

“내가 말한 경우는 말도 없이 막 만져대는 사람들 말하는 거야. 같은 여잔데 뭐 어떠냐면서 그러는 경우가 꽤 있잖아.”

그 말에 정하연이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은근히 그런 애들 많지.”

“어? 하연 언니도 그런 적 있어요?”

“응. 그거 때문에 쌍욕 박고 손목 조금 꺾었더니 왕따 당했었어. 고딩 때였나? 그땐 내가 좀 예민했었거든.”

“…….”

별안간 탈의실 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정하연은 숙연해진 분위기에 당황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이내 그녀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 그보다 얘들아. 내가 제안할게 있는데.”

“제안이요?”

“응.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수영장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거든. 우리 지금이라도 도망가지 않을래?”

그 말에 여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도망가면 오빠가 엄청 실망할 텐데요.”

“맞아. 진심으로 화낼지도 몰라.”

“환이 오빠 은근히 뒤끝 있어! 난 감당 못해!”

그녀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정하연도 생각 없이 막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재자 설득했다.

“생각해봐. 지금 수영장 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십중팔구 수영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하게 될 걸? 단체로.”

“그야 뭐… 그렇겠죠?”

“난 괜찮아. 솔직히 그건 여행 오기 전부터 각오하고 있던 거라서.”

“나도나도. 사실 첫 날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난하게 넘어가서 오히려 놀랐어.”

정하연은 반박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녀도 내심 각오하고 있었는데 서주환이 순하게 나와서 의외였다.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기회가 왔을 때 설득해야 한다.

“물론 나도 각오는 했어. 다만 내 말은 순서를 좀 바꾸자는 거야.”

“순서를요?”

“응. 처음부터 수영장에서 그러고 놀면 이후에는 지쳐서 아무것도 못할 걸? 설마 다들 여기까지 와서 오후 내내 뻗어있고 싶은 건 아니지?”

“그야…….”

그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과 한 번 하고 나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가 마사지라도 해주면 기운을 차리겠으나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는 한 명이고 여자들은 다섯. 피곤하다며 침실에 있는 최미화까지 합류하면 무려 여섯이다. 그 인원을 모두 일일이 마사지 해주다가는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우리끼리 각자 원하는 곳으로 가서 놀고 있자. 가희랑 율이는 노래방 가고 싶다고 했지? 수아랑 지경이는 게임 하고 싶다고 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서주환의 강력한 어필에 반쯤 강제로 수영장에 모인 것이었다.

정하연은 씩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주환이한테 당구장, 노래방, 게임방으로 찾아오라고 하자. 뭐, 어디부터 갈 건지는 주환이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고.”

서주환이 각각의 여성들이 있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먼저 놀아준다. 어떻게 보면 나름 실내 데이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자들의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아무튼 그렇게 충분히 논 다음에 수영장으로 다시 모이는 거야. 이후에는 주환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거지. 이 정도면 걔도 만족하지 않겠어? 바람맞힌 것 정도는 무난하게 넘어갈 것 같은데.”

“나는 좋아! 뭔가 미션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

한수아가 제일 먼저 동의했다. 한동안 바쁘다고 방송도 안 켜고 게임도 안 하던 서주환이다. 이번 기회에 함께 게임을 하고 싶었다.

“저도 좋아요. 오랜만에 오빠랑 노래방에서 놀아야지.”

“저, 저도요. 듀엣 부르고 싶어요.”

“다들 좋다면 나도 괜찮아.”

마지막으로 유지경까지 동의한 끝에 계획이 수립됐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런데 누가 말할 거예요?”

“지금쯤 오빠 수영장에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다섯 명의 여자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바람맞힌 것 정돈 넘어갈 거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의견을 전달하는 누군가는 서주환의 분노를 달래줘야 할 것이다. 사실 분노라기보다도 삐진 걸 풀어준다는 게 맞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였다.

정하연은 침을 꼴깍 삼키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아무래도 의견을 낸 당사자가 전달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서주환은 아이템을 사용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자들을 기다렸다.

페로몬 가스의 효과는 이미 여러 번 입증된 바 있다. 사용사례 중 특히 인상적인 기억은 1학년 때 유소정, 임수정, 김미정 트리오와 문란하게 놀아났던 것이다.

당시 온갖 야한 게임을 하며 얼마나 재미를 보았던가.

심지어 이번에는 이석찬도 없고 남자는 그 하나 뿐. 그리고 여자들은 가벼운 놀이 상대가 아닌 진지하게 사랑을 하는 관계다.

그래서일까.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흥분이 시작도 전부터 몰려왔다.

‘미화가 없는 게 아쉽네.’

그래도 여자 다섯 명과 하하호호 수중에서 노는 게 어디인가. 그렇게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기를 10분 째.

“…….”

수영장에는 여전히 서주환 홀로였다.

“좀 늦는 거겠지. 원래도 준비에 오래 걸리곤 했으니까.”

그렇게 혼잣말로 현실을 부정하며 기다려보지만.

“…….”

또 다시 10분이 지나도 여전히 수영장에는 그밖에 없었다. 아니, 혼자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졸졸 따라다니는 꼬물이가 연기를 일렁거리면서 그의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있었으니 말이다.

서주환은 괜히 허전한 마음에 만져지지도 않는 연기덩어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꼬물아… 나랑 친구할래?”

꼬물꼬물.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가 점점 흐릿해지는 꼬물이. 자연소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던 루시의 말처럼 당장에라도 흩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과연 여자들이 꼬물이의 소멸 전에 도착할까. 슬슬 믿음이 옅어지고 도망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쯤이었다.

그를 구원해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너굴아!”

서주환은 만면에 활짝 웃음꽃을 피우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보았다.

“크으!”

감격에 찬 탄성이 절로 나왔다.

유지경은 어제 계곡에서 보았던 오렌지색 끈 비키니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이미 한 번 감상한 바 있지만 수영장에서 보니까 또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너구리 예쁘다!”

“흐흫.”

유지경은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는 그를 보고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내가 오기를 잘했어.’

본래 이곳에 와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한 사람은 그녀가 아닌 정하연이었다. 하지만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녀는 정하연을 만류하고 자진하여 이곳에 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서주환을 독점하기 위함!

‘굳이 게임방 가서 기다릴 필요가 뭐 있어? 혼자 여기 오면 오빠랑 단 둘인데.’

애초에 그녀는 게임을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애인과 놀아야지 왜 게임을 한단 말인가? 다만 한 가지 불만이라면 온전히 그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정하연 덕분에 예상치도 못한 기회가 왔다.

‘게임방에 수아랑 같이 있어봐야 좋을 게 없단 말이지.’

절친한 친구인 한수아와 함께 있는 게 싫은 건 아니다. 다만 한수아가 게임을 너무 잘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누가 뭐래도 게임은 한수아의 주특기.

둘이서 함께 서주환을 맞아봤자 상대적으로 실력이 낮은 그녀는 뒷전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듯 계획대로 서주환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중.

“그런데 너굴아, 다든 애들은?”

서주환이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유지경은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얼마나 칭찬해줬다고 벌써 다른 여자들을 찾는단 말인가? 그녀는 괜히 심술이 나서 까칠하게 대답했다.

“도망갔어.”

“뭐?”

“변태 오빠가 수영장에서 뭐 할지 뻔하다면서 다들 도망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여자들이 전부 도망갔다는 말에 서주환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기대감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유지경이 계속 말을 이었다.

“오빠, 솔직히 우리랑 여기서 단체로 할 생각이었지?”

“그건…….”

서주환은 움찔하며 말을 흐렸다. 속이 그렇게 뻔히 보였단 말인가? 도망갔다는 말에 조금 화가 났는데 역으로 정곡을 찔러오니 할 말이 궁했다. 아무리 모두가 애인이라곤 하지만 사전 허락도 구하지 않고 단체로 같은 공간에서 하려는 것은 인간적으로 굉장한 무례다. 그래서 ‘페로몬 가스’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 것인데… 시작도 전에 속내를 들켜버렸다.

민망해하는 서주환과 달리 유지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오빠. 변명할 필요 없어. 우리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거든.”

“그, 그래?”

“우리가 오빠를 하루 이틀 봐? 음흉한 속내야 다들 잘 알지.”

“…….”

맞는 말이긴 한데 어째 고깝다. 그보다 각오하고 있었다면 왜 도망갔단 말인가.

그가 뚱한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유지경은 짐짓 약 올리듯 어깨를 으쓱였다.

“오빠가 원하는 대로 그냥 해주면 재미없잖아? 미녀들과 하렘 수중섹스를 하고 싶다면 오빠는 여자들을 모두 찾아내야 돼.”

“응? 그걸로 끝?”

서주환은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이건 반쯤 허락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유지경이 쯧쯧 하고 혀를 차며 검지를 좌우로 까딱였다.

“그럴 리가. 찾아내서 각자가 원하는 종목으로 승부해야지. 거기서 모두 이기면 우리는 오빠가 원하는 모든 걸 해줄 거야.”

사실 내기 같은 거 없다. 적당히 놀아주기만 하면 오후에는 자동적으로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저 자신을 앞에 두고도 다른 여자들을 찾은 서주환이 못마땅해서 급조한 얘기였다.

“오호.”

그럼에도 서주환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할만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치 게임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그녀들을 희롱할 수 있다는 게 기꺼웠다.

‘장단에 맞춰줄까.’

놀아나는 느낌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서주환은 이내 마음을 정하고 유지경에게 물었다.

“흠. 그럼 너구리 너는 뭐로 승부하는데?”

“나? 나는…….”

말끝을 흐린 유지경은 이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승부라기보단 뭐… 나는 수아랑 언니들 있는 장소를 모두 알고 있거든? 어떤 방법을 써서든 내 입에서 그 장소가 나오게 하면… 꺅?!”

서주환은 곧장 유지경을 번쩍 들었다.

어떤 방법이든 이라고 해봐야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꺄아악! 변태가 덮친다!”

수영장 안에 설렘 가득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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