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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67화 (46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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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도 연참을 하고 싶었으나 역시 어림도 없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특별한 사연

서주환은 흥분한 정하연에게 등짝을 처 맞은 후 주방에 섰다.

‘어쩌다 이 야밤에 요리를 하게 된 거지.’

바닥에 엎은 컵라면을 물어내라는 요구 때문이다. 다시 끓여주겠다고 했더니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합산하여 맛있는 야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정하연이었다.

요리하는 건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 요구가 싫진 않았다. 그저 배가 많이 고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어디 보자.”

서주환은 생전 본 적도 없는 크기의 냉장고를 열고 재료를 뒤적였다. 낮에도 확인하긴 했지만 더럽게 큰 냉장고다. 덕분에 재료가 많아서 좋긴 하지만.

‘역시 야식은 맵고 짜고 달아서 몸에 나쁜 게 최고지.’

그는 온갖 고급육과 귀해 보이는 재료를 뒤로하고 삼겹살 한 줄과 어묵, 소시지, 대파 등을 꺼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한쪽에 빼놓은 후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의 재료는 고춧가루부터 시작해서 다시다, 맛술, 설탕, 굴소스 등등 아무튼 자극적인 조미료다. 마법의 조미료 치킨스톡도 빠트리지 않았다. 죄다 섞어서 온갖 재료와 같이 미리 불을 올려둔 냄비에 화려한 손동작으로 투하했다.

식탁에 앉아 지켜보던 정하연이 헛웃음을 쳤다.

“뭔데 그 쓸 데 없이 폼 잡는 동작은?”

“씁. 구경이나 해.”

“아니, 구경하라고 해도 네 엉덩이밖에 안 보이거든? 대체 왜 그렇게 입고 있는 건데?”

정하연이 질색하는 목소리로 타박했다.

“몰라서 물어?”

서주환은 멋들어지게 백 더블 바이셉스(Back Double Biceps) 포징을 잡았다.

“여자들의 로망인 알몸 에이프런이잖아.”

“대체 어떤 여자가 그딴 게 로망이야!”

“아니야? 남자들은 그게 로망인데.”

“헛소리 그만하고 더러우니까 엉덩이나 좀 치워.”

엉덩이를 치우래서 측면으로 몸을 틀며 사이드 체스트(Side Chest) 포징을 잡아주었다. 이어서 정면을 보고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Front Double Biceps) 포징을 잡으니 자랑스러운 분신도 함께 위용을 자랑했다.

“이게 진짜 식전에 입맛 떨어지게 할래!? 그리고 그건 왜 서 있는 건데? 확 발로 까버린다!”

엄청나게 혼났다.

다시 등짝을 맞은 서주환은 재료에 양념이 잘 배도록 휘적거리며 꿍얼댔다.

“보기 싫으면 지가 벗어주던가. 옷도 없는데 어떻게 가리라는 거야.”

“뭐래, 벗어줘 봤자 너한테 맞지도 않잖아.”

“어떻게든 입어 볼게. 일단 벗어봐.”

“개수작 부릴래? 그리고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면 해결되는 거잖아.”

“너무해. 가슴에 기름이 튀어서 화상 입으면 어쩌려고?”

“아니, 찌개 끓이면서 기름 튈 걱정을 왜 하는 거냐고……. 하아, 지친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골든 정답.”

이제야 알았냐며 낄낄 웃으니 정하연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배고파서 예민한가보다.

이내 완성된 잡탕 어묵찌개를 식탁에 내려놓고 손을 비볐다. 라면사리까지 넣었더니 야식치고는 지나치게 푸짐한 감이 있었다.

“너무 많이 한 거 아니야?”

“괜찮아. 나도 힘썼더니 배고팠거든.”

“미화 언니한테 말이지?”

“어. 네가 양보해줬다면서? 미화가 미안해하더라.”

“후회하는 거 아니고? 그 꼴 보아하니까 정도껏 안 하다 쫓겨난 것 같은데.”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음? 귀신?”

어라, 정하연이 귀인인가? 하고 빤히 쳐다보자 뭘 봐, 하는 까칠한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 못해서 그런 건지 다른 때보다 유독 툴툴거린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내 찌개를 한 숟갈 떠먹은 정하연은 눈을 번쩍 뜨더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배가 고파서 예민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냄비 한가득 있던 찌개를 순식간에 비웠다. 햇반까지 돌려서 야무지게 해치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으아, 잘 먹었다.”

“넌 말년에 가게 하나 차려도 되겠다. 너무 맛있었어.”

“이제 기분 좀 좋아졌어?”

“…딱히 배고파서 화냈던 건 아니거든? 네 차림을 봐. 욕 안 하게 생겼나.”

서주환은 아직도 알몸에 에이프런 차림이었다. 그야 옷이 없으니 당연하다. 쫓겨날 때 핸드폰도 두고 나왔다.

그런데 이 차림, 은근히 편하다. 어차피 시선 의식할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자연체로 돌아간 생활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너, 하지 마. 뭔 생각인진 몰라도 당장 그만둬.”

정하연이 갑자기 질겁한 투로 말했다. 표정을 보고 뭔가 느꼈나 보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내일은 그냥 벗고 지내야겠어.”

“하지 말라고!”

“다른 애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윽.”

정하연은 대부분이 좋아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낭패한 표정이 됐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확인사살을 했다.

“방금 네가 떠올린 애들.”

한수아라던가 유지경이라던가. 민가희도 좋아할 것 같고 은율은 잘 모르겠다. 최미화는 분명 정상인 코스프레 하면서 침 흘리며 바라볼 것이다.

식탁은 금세 처음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툴툴거리면서도 신속하게 도와준 정하연 덕분이다. 이내 그릇을 다 치운 그녀는 자연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서주환도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계단을 다 올랐을 때.

정하연이 손가락으로 복도 양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넌 저쪽, 난 이쪽.”

“하연아.”

“잘 자, 좋은 꿈꾸고. 따라오지 말고.”

그리 말한 정하연이 서둘러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방은 서주환의 방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끄트머리 객실이었다.

물론 서주환은 순순히 그녀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하연아.”

“힉. 저리 가서 자라고.”

“나 쫓겨났어. 못 들어가.”

“거짓말 하지 마! 미화 언니가 문을 잠갔을 리도 없잖아! 보나마나 기절했을 텐데!”

과연 경험자라서 그런지 직접 눈으로 본 듯 잘 알고 있다. 물론 그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테지.

서주환은 그녀를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정하연이 허탈함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랑 몇 번이나 했어?”

“일곱 번? 여덟 번?”

“그럼 만족할 때도 되지 않았니?”

“밥 먹었더니 원기가 충전됐어.”

“거기서 밥 해달라고 한 내가 등신이지…….”

고개를 젓는 정하연.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이며 그녀의 눈치를 봤다. 그도 딱히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

“하기 싫어? 그럼 옆에서 얌전히 잠만 잘게. 난 네가 서운해 할 줄 알았지.”

“아니, 싫은 게 아니라…….”

그가 온순하게 나오자 오히려 정하연이 당황한 표정이 됐다. 이내 그녀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지금 밥 먹었잖아. 배 나왔단 말이야.”

“뭐? 푸핫.”

예상치 못한 이유에 웃음이 터졌다. 설마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줄이야.

서주환은 큭큭거리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펜션에 뭐가 있나? 왜 오늘따라 다들 귀엽게 굴지?”

“…뭐래.”

정하연의 말버릇이 나왔다. 그녀는 당황하거나 부끄러우면 괜히 뭐래, 하고 까칠하게 대답하는 버릇이 있었다.

서주환은 슬그머니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째릿, 하고 만지지 말라는 눈초리가 날아들었지만 그것마저도 귀엽게 느껴졌다. 그녀의 허리를 감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하지마.”

하지만 정하연의 손바닥에 입술이 가로막혔다.

한창 좋은 분위기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키스도 싫어?”

“그게 아니라, 방금 밥 먹었잖아. 일단 씻고…….”

“흐흐. 그럼 같이 씻을까?”

“…얌전히 씻기만 하겠다고 약속하면.”

“약속.”

“왜 이렇게 못 미덥냐…….”

한숨을 내쉰 정하연의 말과 달리 서주환은 정말로 얌전히 씻기만 했다. 물론 아랫도리는 시종일관 우뚝 솟은 상태였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서주환이 팔을 양옆으로 쭉 뻗고 그녀는 굵은 팔위로 머리를 뉘였다. 그리곤 놀랍다는 기색으로 말한다.

“진짜 얌전히 잠만 자려고?”

“아쉬우면 지금이라도 할까?”

물건이야 언제든 준비만반이다.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동이 틀 때까지 할 수 있었다.

정하연이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넌 적당히가 없는 게 문제야. 한 번 하려면 얼마나 각오를 해야 하는 줄 알아?”

“억울하네. 나도 상대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하진 않잖아.”

“웃겨. 강제로라도 하고 싶은 기분으로 만드니까 문제인 거지.”

정하연은 이미 수법을 꿰뚫고 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언제나 그는 손쉽게 여자의 몸을 흥분으로 달궜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예 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하기 시작하는 순간 주도권은 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서주환은 할 말이 없어서 쩝 입맛만 다셨다. 그때 정하연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진짜 딱 한 번만이면 괜찮은데…….”

“오케이!”

벌떡 일어나서 순식간에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정하연이 기겁하면서 외쳤다.

“한 번! 한 번이라고 했다?!”

“알았어. 한 번.”

“믿을 수가 있어야지…….”

“믿어. 아, 얘는 믿지 말고.”

우뚝 솟은 자지를 가리키자 정하연이 미친놈이라며 소리쳤다.

“농담이야.”

“한 번만 해. 그리고 부족하면 지경이랑 수아 있는 방으로 가.”

“헐. 동생들 팔아넘기는 거야?”

“시끄러. 너 오늘 수아랑도 안 했잖아.”

“그렇긴 하지.”

“지경이도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신경 쓰고 있을 거야. 적당히 하고 애들 방으로 넘어가서 달래줘.”

서주환은 문득 그녀의 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애인이 다른 애인도 잘 신경 쓰라고 말하는 상황.

“…이게 정상적인 대화인가?”

“이제 와서 그런 거 따지지마. 머리 아프니까. 네가 미친년들로 만들었잖아. 그리고 일단은…….”

정하연이 팔을 뻗어서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이제 나한테 집중해.”

그 한 마디로 안 그래도 기운찼던 하물에 터질 듯 피가 쏠렸다. 곧장 입을 맞추고, 혀를 섞고, 숨결을 교환하면서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익히 알고 있는 성감대를 찾아서 애무하자 그녀의 몸은 쉽게 달아올랐다. 야식 때문에 볼록 나온 배를 콕콕 누르자 욕설이 되돌아왔지만 그마저도 흥분의 하나로 다가왔다.

상대방의 몸을 잘 알고 있는 건 그 뿐만이 아니다. 정하연 또한 그의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민감한 부위에 부드러운 손길이 닿고, 혀가 그 자리를 훑고, 입술이 도장을 깊게 새겼다.

“아!”

높낮이가 다른 목소리가 하나로 겹쳤다. 음을 쌓은 신음이 열기와 뒤섞여 어우러졌다.

그리고 어떤 존재가 그 열기를 조금씩 흡수하고 있었다.

*

서주환이 눈을 뜬 곳은 정하연의 방이 아니다. 그의 양 팔은 각기 149cm, 157cm의 작은 체구를 가진 여성 둘에게 붙들려 있었다.

한수아와 유지경.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알몸으로 찾아온 서주환과 밤새도록 정을 나누었다.

서주환은 조심스럽게 두 사람에게서 팔을 빼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침대 옆을 돌아보았다.

[마안魔眼(Rank:A+)을 활성화합니다.]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질 수 있게 됩니다.]

새벽안개처럼 희끄무레한 연기.

“…아직도 있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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