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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하렘 여행
오두막을 비롯한 주변은 이 씨 집안의 개인 사유지라서 인적이 드물다. 하지만 곳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게 보였는데, 필시 이석찬이 말했던 사용인들의 흔적일 것이다.
삐리리릭! 철커덩!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굳게 닫힌 철창이 열렸다. 안으로 차를 끌고 들어가자 저 멀리서 보았던 오두막이 눈앞에 자리했다. 이곳이 앞으로 2박 3일 동안 지낼 장소였다.
오두막을 본 여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 소리를 냈다.
“와, 무슨 오두막이 이렇게 커? 멀리서 봤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걸 오두막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냥 목재 펜션인데?”
오두막이라 하면 보통 목재로 만든 집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본디 오두막이란 사람 몇 명이 간신히 들어가 살만한 작은 집을 말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나무 집을 오두막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거대한 감이 있었다.
“일단 짐 들고 들어가자. 어디 보자, 열쇠가…….”
서주환은 이석찬에게 미리 받아온 열쇠를 찾아 주머니를 뒤적였다. 요즘 세상에 디지털도어락이 아닌 아날로그식 열쇠라니. 한데 정문은 디지털이 아니었나? 문득 깨달은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으나 이 아날로그식 열쇠가 고풍스런 디자인의 목재펜션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내부가 보였다.
“…이거 나무 집도 아닌데?”
겉으로 보이는 외관만 목재였을 뿐 그 내부는 어지간한 호텔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들었다. 다만 인테리어와 가옥 자체는 동양의 아름다움이 묻어났는데, 특히 로비 중앙에 있는 분수대가 장관이었다.
물결무늬가 새겨진 큼지막한 바위와 그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돌과 풀잎들.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자리한 위엄 넘치는 해태석상이 주둥이에서 물을 떨구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서 물을 받은 거대한 물레방아가 달각달각 돌아가며 운치를 더했다.
“우와! 언니들, 우리 여기서 사진 찍자! 별스타에 올리면 좋을 것 같아!”
척 보기에도 여기가 바로 포토존이라는 한수아의 외침에 여자들이 짐을 내려놓고 곧바로 분수대 근처로 모였다.
“와아, 이렇게 좋은 곳일 줄 몰랐어요.”
“응. 고급 펜션이라고 듣긴 했지만…….”
이석찬의 재력에 대해 모르는 민가희와 은율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한편 남매인 정하연도 의외로 듣던 것과 다르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너무 넓은데? 이석찬이 방은 네 개 밖에 없다고 했는데.”
“환이 오빠, 이거 세팅 도와줘어!”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조립하던 한수아가 낑낑대며 그를 불렀다. 워낙 작아서 그럴까. 조막만한 손으로 열심히 조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별 것도 아닌데 안쓰럽게 보였다.
서주환은 얼른 가서 세팅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돌연 카메라를 맡긴 한수아가 뽈뽈거리며 분수대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이내 그녀가 여자들 중앙에 서더니 팔을 붕붕 흔들며 소리쳤다.
“환이 오빠, 예쁘게 찍어줘야 돼!”
그 모습에 서주환은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하고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잔뜩 신난 여자들은 그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저마다 포즈를 잡아보였다.
‘아니, 내가 중앙에 서야하는 거 아닌가?’
그리 생각하면서도 서주환은 재촉하는 여자들의 말에 카메라를 잡았다. 어째 졸지에 하인이 된 기분이다.
찰칵.
그렇게 사진 한 장을 찍었을 때였다. 다시금 한수아가 손을 붕붕 휘저으며 소리쳤다.
“이제 됐어! 얼른 환이 오빠도 와!”
“응? 더 안 찍어도 돼?”
“오빠 없는 건 한 장이면 충분해!”
뒤이어 다른 여자들도 그에게 빨리 오라며 저마다 소리치거나 손짓을 했다.
서주환은 이 여자들이 나를 놀리나 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바라보다가 이내 타이머를 세팅하고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여자들이 어서 오라는 듯 갈라져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자, 환이 오빠가 가운데에 서!”
“오냐.”
그러마 하고 자리를 잡으니 무엇 때문인지 여자들이 힐끗힐끗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 와중 해맑게 웃은 한수아가 서주환의 왼팔을 양손으로 덥석 붙잡으며 외쳤다.
“내가 옆자리!”
“아.”
“치사해!”
그에 좌측에 서있던 정하연과 민가희가 아쉬운 소리를 냈고, 우측에서는 유지경이 오른팔을 뺏길세라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선 소심한 은율과 아직 일행들을 어색해 하고 있는 최미화에게 전투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왜, 뭐요. 빠른 사람이 임자지. 헹. 불만 있어요?”
“아, 아니에요.”
그 시선에 은율이 의기소침하게 시선을 피했고.
“…지경 씨 회사에서랑은 성격이 많이 다르네요.”
최미화는 조금 불만스럽다는 듯 은테안경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에 유지경은 최미화가 한참 언니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움찔했으나 이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다.
“저도 얼굴에 철판 깔고 하는 거거든요? 여섯 명이나 있는데 눈치 보고 있어봐야…….”
그때 타이머가 다 돌아간 카메라가 찰칵! 소리와 함께 플레시를 터뜨렸다. 그에 방심하고 있던 유지경이 눈뽕을 맞고 끄악! 비명을 질렀다.
서주환은 그 모습이 우습다는 듯 낄낄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10초 후에 다시 찍히니까 다들 얼른 자세 잡아.”
“흠. 그럼 이번엔 내가 옆자리.”
그리 말한 최미화가 자연스럽게 눈뽕 맞은 유지경을 밀어내고 서주환에게 팔짱을 꼈다. 아차 하는 사이 떨어진 유지경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최미화를 돌아봤다.
최미화는 좀 전에 유지경이 그랬듯 뭐요, 하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경 씨 말이 맞는 것 같아서요. 눈치 보고 있을 때가 아니네.”
“…미화 언니.”
“왜? 지경 동생.”
“야야, 둘 다 갑자기 왜 그래.”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기 싸움에 서주환이 두 사람을 말렸다.
“사진이야 얼마든지 찍으면 되지. 다들 자세나 잡으셔.”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한 서주환이었으나 이미 분위기는 묘해진 뒤였다.
다만 그게 흔히 드라마에서나 보던 것처럼 눈에서 불꽃이 튀거나 싸늘해진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유지경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지 여자들의 행동이 적극적으로 변했던 것이다.
당장 좌측에서는 한수아와 교대한 민가희가 예의 그 풍만한 가슴을 무기삼아 꾸욱꾸욱 눌러왔고, 우측에서는 최미화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찰싹 밀착해왔다.
서주환은 양팔을 붙들린 채 남자로서의 본능적인 기쁨과 곤혹스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게 뭐다냐…….’
뿌린 업보가 이제야 돌아오는 것인가. 어쩐지 앞으로의 2박 3일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 이번 여행이 하렘이 될지, 여난이 될지 흥미롭네요.]
이 놈의 도우미가 불경하게도 주인님을 구경거리로 삼았다. 당장 뭐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그에 신경 쓸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찰칵! 하고 플래시가 터졌다.
“…뭐해? 팔 내놔.”
“저, 저도요.”
이어진 사진 촬영은 정하연과 은율에게도 팔을 한 짝씩 내준 뒤에야 끝을 맺었다.
*
큼지막한 건물 규모에 비해 객실은 네 개가 끝이었다. 다른 공간들은 당구장, 노래방, 수영장 등의 오락시설로 이루어져 있었다. 때문에 일행들은 어쩔 수 없이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했다.
“수아야, 나랑 같이 쓰자!”
“응응!”
당연한 듯 유지경과 한수아가 한 방을 썼고.
“나, 나는 누구랑…….”
“율이 언니, 일루와!”
“가, 가희야…!”
소심하게 눈치를 살피던 은율이 구원자를 만난 얼굴로 민가희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두 사람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덕에 부쩍 친해진 상태였다.
자연히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서주환과 정하연, 최미화다.
정하연과 최미화는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가 시선을 피했다. 두 사람 모두 누군가와 금방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숨 막히는 침묵이 맴돌았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화 쟤는 일적으로 만날 때랑 사적으로 만날 때랑 너무 다르단 말이야.’
업무적인 문제로 사람을 만나면 살갑게 생글생글 웃는 최미화다. 특히나 그 대상이 작가이거나 대화 주제가 소설이라면 사람이 돌변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적인 관계로 만난 최미화는 참 말 수가 적고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서주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답한 두 여성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팔을 둘렀다.
“둘 다 안 들어가고 뭐해? 혹시 나랑 셋이서 방 쓰려고? 나야 좋은데. 흐흐.”
그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뭐래! 안 그래도 들어가려고 했어!”
“그, 그래! 벌써 쓰리섬은 이르지!”
“…네?”
“네?”
말실수를 한 최미화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긴장한 탓에 평소 서주환과 나누던 말씨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내 그녀가 어버버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그, 이틀 동안 잘 부탁드려요, 하연 씨.”
“아, 네. 그보다 말 편히 해주세요. 그… 미화 씨?”
정하연이 세상 어색한 투로 말했다. 최미화가 그녀보다 한 살이 많았지만 사회에서 업무적으로 만난 터라 호칭이 딱딱했다. 직접 노벨다이스에 출근해서 안면을 튼 유지경과 달리 정하연은 메일로 원고만 받아서 재택근무를 한 탓이었다.
보다 못한 서주환이 혀를 차며 다시 끼어들었다.
“둘 다 뭐 미팅하러 왔어? 그냥 이름 불러. 하연이 너는 언니라고 부르고. 미화가 한 살 많은 거 알지?”
그 말에 정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칭을 정정했다. 다른 아이들과 다 언니동생 하고 있는 와중에 같은 방을 쓰게 된 최미화에게만 딱딱한 호칭을 쓰는 것도 이상했던 것이다.
“미화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 네. 물론이죠.”
“그럼 언니도 말 편하게 해주세요.”
“어, 으음… 익숙해지면 그럴게요.”
“으윽. 둘 다 답답하다, 답답해. 얼른 방으로 들어가. 들어가서 친해져.”
서주환은 두 여자를 객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방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둘 다 빨리 준비해서 뒤뜰로 나와! 여기까지 왔으면 계곡 가야지!”
거기까지 말한 서주환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음흉한 목소리로 다시 방문에 대고 외쳤다.
“비키니 챙겨 왔지? 나 기대한다! 더우면 다 벗고 나와도 되고!”
“아, 꺼져! 변태 새끼야!”
“미친놈아!”
서주환은 들려오는 욕설에 귀를 막으며 피식 웃었다.
“욕 할 때는 합이 잘 맞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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