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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죄송한 말씀이지만 휴재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화요일은 휴재입니다.
타플랫폼에서 동시 연재 중인 상황... 월요일이 개천절이라 오늘까지 두 편을 써야 했는데 도저히 무리였습니다.
대신 수요일에 두 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이 호구들아!
여섯 명의 톡방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최미화다. 서주환보다도 한 살이 많은 그녀는 멤버 중 유일한 직장인으로 항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일이 너무 많아…!”
그녀가 노벨다이스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6개월째다.
그동안 최미화는 이전 직장인 레드노벨과 퍼니북스에서 굴러가며 기른 6년차 편집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녀가 가진 능력 중 제일은 단연코 될성부른 작가를 발굴하는 안목이다. 중증 활자중독자인 그녀는 엄청난 속독으로 수천, 수만 종류의 소설을 읽고 뛰어난 안목으로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한다. 그리고 소통과 독설 재능을 보유한 자답게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여 작가의 재능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석찬이 주목한 그녀의 능력은 따로 있었다.
“일개 편집자 인맥이 왜 이렇게 좋아?”
그는 최미화가 지닌 인맥에 주목했다. 아무리 6년차 편집자라지만 그녀는 기이할 정도로 인맥이 좋았다. 탑 티어 작가들은 물론 항상 밑바닥을 맴돌다가 갑작스레 대박을 친 작가들까지 그녀와 연관된 사람이 상당했던 것이다. 심지어 업계 다수의 능력 있는 편집자들과 유통사 직원들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게 놀라웠다.
이석찬은 잠시간 최미화를 지켜보다가 확신이 들자마자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기 시작했다. 서주환이 괜히 그녀를 소개해준 게 아니었다.
“크으. 우리 최미화 팀장님이 노벨다이스를 먹여 살린다. 덕분에 유통사 다 뚫었어요. 이벤트도 잘 땡겼고. 내가 이쪽으로는 경험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걱정이 좀 있었는데 미화 씨 덕에 쉽게 갔습니다. 생각보다 돈도 훨씬 덜 들어갔고요.”
최미화의 인맥은 이석찬의 손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타고난 직감과 경영, 안목 재능을 바탕으로 최미화의 인맥을 활용했다. 덕분에 덩치만 크고 실속이라곤 없던 노벨다이스가 업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보유 인맥을 200% 휘두를 수 있게 해준 금력(金力)덕이다. 그는 취미생활에 누구보다 돈을 잘 쓰는 남자였다.
“흐. 생각대로 안 되면 협박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협박이요?”
“하하. 농담입니다.”
최미화는 가끔 그가 미묘한 어조로 중얼거릴 때마다 작게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석찬은 대표라고 생각하기 힘든 젊은 나이와 더불어 행동거지가 굉장히 가벼웠음에도 어쩐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보다 돈 아꼈으니까 미화 씨 성과급 줘야겠네.”
“…또요?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줘도 돼요?”
“내가 대표인데 주먹구구식이든 구멍가게식이든 뭐 어때요. 그보다 앞으로는 나한테 일일이 결재 받지 말고 웬만한 건 미화 씨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저기 대표님, 6년차가 얼핏 많아 보여도 막 그렇게 대단한 연차는 아니거든요. 이제는 슬슬 부담스럽…….”
“괜찮아, 괜찮아. 대신 힘들다고 어디 도망갈 생각만 하지 마세요. 대우는 최고로 해줄 테니까.”
“…그럼 휴가 좀…….”
“안 돼. 돌아가. 회사가 이제 막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팀장이 빠지면 어떡해. 힘들 때는 통장 보세요. 기분이 좀 나아질 테니까.”
“…….”
최미화는 울고 싶었다.
물론 이석찬의 말마따나 통장에 꽂힌 돈을 보면 잠깐 행복해지긴 했다. 담당 작가의 매출에 따라 들어오는 성과급이 상당했으니까.
하지만 최미화는 이내 그 돈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말았다. 돈이 있으면 뭐 하는가. 쓸 시간이 없는데.
그녀의 근무는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다. 정해진 근로시간은 그랬다.
“자자. 연장, 야간, 주휴, 휴일까지 특근수당 두둑하게 챙겨드리고 성과급도 섭섭지 않게 드릴 테니까 모두 힘냅시다.”
이석찬 대표는 사람을 돈으로 후려치면서 부려먹었다. 대부분의 사원이 주말출근과 야근은 이제 당연하다는 듯 하고 있었고 최미화는 어느새 팀장 직함을 맡게 됐다.
노벨다이스는 가진 자금력 덕에 덩치는 큰 주제에 신생 기업이라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있는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부려먹는다. 단적으로 말해, 돈 많이 주는 블랙기업이다. 언제 과로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요즘 누가 우리 회사를 두고 블랙기업이라는 말을 한다던데, 어느 블랙기업이 이렇게 돈을 많이 챙겨줘요? 블랙기업은 위법적으로 노동착취를 하는 기업을 말하는 거고, 우리는 그런 거 없잖아요? 오히려 더 줬으면 더 줬지. 그렇죠?”
“…….”
최미화를 포함한 직원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실제로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젊은 직원 중에는 한두 달 만에 퇴사를 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요즘 워라밸이 어쩌고 욜로가 어쩌고 하는데, 욜로하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 욜로 그거 높으신 분들이 여러분들 돈 쓰게 만들려고 만든 단어거든요. 내가 잘 알아.”
“…….”
고작 스물넷, 아니 빠른 년생이라고 했으니 스물셋인가. 아무튼 고작 스물 중반도 안 된 사람이 할 만한 소린 아니었다. 속된 말로 양아치스럽게 생겨서는 누구보다 욜로를 좋아할 것 같은 그가 말해봐야 설득력이 매우 낮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모두 조금만 더 힘냅시다. 직원도 계속 채용하고 있고 단기알바도 마구 뽑고 있잖습니까. 업무환경은 점점 더 개선될 테니까 걱정 마세요.”
양아치스러운 외양과 달리 그의 말은 대체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환경은 빠르게 좋아졌고 구색만 갖춰져 있던 회사의 내실도 점점 안정화됐다.
그렇게 노벨다이스의 규모는 무섭도록 빨리 성장했다. 그에 따른 문제라면 잠시 여유로워졌던 업무 강도도 함께 올라갔다는 것이다.
결국 과로로 죽기 싫었던 직원들은 스스로 살고자 이전 직장에서 연을 맺은 전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직을 권유했다. 더불어 단순 원고교정을 봐줄 알바도 잔뜩 고용했다. 젊은 대표가 기이할 정도로 돈을 펑펑 사용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오늘 회식 갑시다! 빠질 사람은 빠져도 되는데 한우 먹으러 갈 거니까 참고하세요!”
“와아아아!”
이석찬은 능력 좋고 돈 잘 쓰는 대표였다.
덕분에 점점 직원들은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더불어 조금 여유가 생기니 새삼스럽게 통장에 꽂힌 돈이 보였다. 날이 갈수록 풍요로워지는 통장잔고는 곧 애사심으로 이어졌다.
다만, 그 직원들에 최미화는 도무지 포함이 안 된 것 같다는 게 문제다.
‘왜 난 갈수록 더 바빠지는 것 같지? 일이 왜 안 줄어들지?’
모두 이석찬 때문이다. 최미화의 업무능력을 확인한 이석찬은 그녀를 편히 두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외근을 나갈 때면 항상 그녀를 대동했다.
“최미화 씨, 외근 나갑시다! K사 주 팀장 알고 있다고 했죠?”
“예? 저 원고 작업해야 하는데요…….”
“어허, 최 팀장.”
“…대표님, 저 지금 나가면 또 야근해야 돼요. 충분히 혼자 하실 수 있으면서 왜…….”
일개 직원이 대표에게 따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적으로도 이석찬, 서주환과 친분이 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인정에 기대어 호소했다.
“그래요? 그럼 야근 하면 되죠.”
“…….”
어림도 없었다.
“이상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던 최미화 씨 어디 갔어요? 인생 목표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작가들 케어하고 원고 작업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지금의 경험이 훗날 도움이 될 거예요.”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흐흐. 최 팀장님이 이해 좀 해줘요. 제가 아직 학생이라 시간이 아무 때나 나질 않거든요.”
“학교에서 공부 안 한다던데…….”
“뭐요?”
“아닙니다.”
최미화는 속으로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암만 그래도 이건 업무 강도가 너무하지 않은가.
‘주환이만 아니었으면!’
서주환만 아니었으면 이 따위 직장!
‘…그래도 열심히 다녔겠지.’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최미화는 통장에 찍힌 액수를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월급쟁이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 최미화에게 한 줄기 빛이 내린 것은 이석찬이 학교를 자퇴했다고 말한 얼마 뒤였다.
“예? 입원이요?”
- 네. 지금 갈비 세 대가 나가서 입원했어요.
“어쩌다가…….”
- 하하. 뭐 그냥 어쩌다보니. 아무튼 그것보다 미화 씨 휴가 가고 싶다고 했죠? 이 참에 다녀오세요.
“휴, 휴가요? 저야 당연히 좋… 아, 하지만 처리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 말에 전화기 너머의 이석찬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언제는 휴가 좀 쓰게 해달라고 하더니만 막상 보내준다니까 일부터 걱정하는 모습이다. 평소 우는 소리를 하는 것과 달리 최미화는 중증의 워커홀릭이었다.
- 벌써 8월 막바지잖아요. 여름 끝나기 전에 휴가 다녀오세요. 어차피 저도 입원 중이라서 당분간 외근은 무리니까.
“으음…….”
- 휴가 가기 싫어요? 이번에 안 가면 당분간은 무린데. 뭐, 저야 최 팀장님이 열심히 해준다면 좋죠. 그럼 휴가는 없던 일로…….
“아, 아뇨! 갈게요, 휴가! 저 휴가 좋아해요!”
최미화는 간신히 찾아온 휴가가 도망가기라도 할까 얼른 말했다. 이직 후 쉬지 못하고 달려온 게 벌써 6개월째다. 아무리 워커홀릭이라 불리는 그녀라도 이제는 좀 쉬고 싶었다.
무엇보다.
‘주환이랑 약속 잡아야겠다!’
서주환을 만나지 못한 지가 벌써 몇 주째인지 모르겠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만나기는 했다. 밤중에 그가 집에 집으로 찾아와서 사랑을 나눴더랬다.
다만.
‘데이트! 섹스 말고, 평범하게 데이트!’
섹스가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일 때문에 바빠서 그와 제대로 데이트를 한 게 언제인지 흐릿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휴가를 받은 최미화는 곧장 서주환과 약속을 잡았다. 여톡방의 정해진 일정이 있었으나 상관없었다. 애당초 회사 일 때문에 그녀에게 배정된 일정이 압도적으로 적었으니 한 번쯤은 우겨도 될 터였다.
- 정하연: 전 괜찮아요.
- 유지경: 저도 이틀 정도는 양보할 수 있어요. 우리 최미화 팀장님 회사에서 갈려나가는데 이 정도야…ㅠㅠ
- 한수아: 미화 언니는 어쩔 수 없지! 평소에 환이 오빠랑 잘 못 만났으니까 이번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용!
다행히 톡방 멤버들은 자신들의 일정까지 양보해가며 너그럽게 이해해주었다. 민가희와 은율 또한 애당초 자신들의 차례가 아니므로 괜찮다고 하였다.
최미화는 반발 한 번 없이 양보해주는 그녀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어찌 보면 연적(戀敵)이라 할 수 있는 관계임에도 이런 배려라니. 얼마 전 한수아에게 깐깐히 굴었던 게 새삼 미안해졌다.
그러나 고마움과 미안함은 아주 잠깐이었다.
서주환과의 데이트에 설레어하며 준비를 하던 아침.
- 한수아: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최미화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메시지가 삭제된 후였다. 하지만 지워진 메시지를 복구시키는 어플은 얼마든지 있다. 그녀는 어쩐지 싸한 느낌을 받고 메시지를 복구시켰다.
그렇게 복구한 메시지는.
- 한수아: 지경아, 하연 언니! 여행 가서 비키니 입을 거야? 나도 비키니 입으면 환이 오빠가 좋아할까?
세 여자와 서주환의 여행을 말하고 있었다.
“…….”
메시지를 확인한 최미화는 잠시 화가 솟구쳤지만 이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서주환이 세 여자와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게 자신이 화내도 될 합당한 이유인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화가 난다. 질투심이랑 분노가 한데 뒤섞여서 가슴이 답답하다. 데이트고 뭐고 이 쓰레기 카사노바를 무릎 꿇려놓고 하루 종일 갈구고 싶다. 그리한다면 은근히 마음이 약한 서주환은 순순히 미안하다며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게 서주환에게 화를 내도 될 합당한 이유는 아니다.
‘주환이가 잘못한 게 아니야.’
최미화는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그는 단지 애인들과 여행을 갈 뿐이다. 그게 죄를 짓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자신 또한 그의 연인이지만… 아무튼 같이 가는 여자들도 연인이다. 거기에 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감정을 앞세우면 제 풀에 지치기만 한다. 억지를 써서 서주환이 그녀에게 사과하고 입안의 사탕처럼 굴어봐야 일시적으로 기분이 풀릴 뿐이다. 근본적으로 해결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최미화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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