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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친구들
서주환은 품으로 끌어당긴 정하연의 몸을 양팔로 단단히 안았다. 그녀는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었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정하연 정도가 품에 안기 적당한 몸집이었다.
“주환아?”
한수아의 집에서 샤워를 하고 온 것일까. 그녀에게서 익숙한 바디워시 향이 났다.
서주환은 불만스럽게 읊조렸다.
“씻지 말지.”
“뭐?”
향 좋은 바디워시보다는 그녀의 살내음이 맡고 싶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서 정하연의 어깨에 얼굴을 뭉그적댔다. 그제야 원하던 체취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녀의 쇄골에 입술을 맞췄다.
쪽. 쪼옥. 쫍.
길게 뻗은 빗장뼈를 따라 입술을 옮겼다. 방해되는 옷을 쭉 잡아당겨서 어깨가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어깨 부근에 이르러서는 장난스럽게 혀를 사용했다.
스릅, 쪽.
입술을 맞추고 떨어질 때마다 살결을 훑었다.
그 감촉이 간지러웠던 것일까.
정하연이 작게 신음하더니 그의 뒷목을 잡고 눌러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그녀는 작게 숨을 내쉬며 속삭이듯 말했다.
“술 냄새 엄청 나.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조금 많이.”
기분이 좋은 날이라서 숙취 해소와 관련된 아이템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취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아니다. 꽤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정하연이 또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석찬은?”
“있으면 이렇게 안 하지.”
“언제 갔는데?”
“조금 전… 그런데 석찬이를 왜 찾아? 내가 여기 있는데.”
서주환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서 불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정하연이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 너 진짜 취했구나? 얘기가 갑자기 왜 그리로 가?”
정하연이 조금 놀란 목소리로 말하더니 양 손으로 그의 볼을 붙잡았다. 서주환은 볼이 짜부러진 채 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본 정하연이 킥킥 웃었다.
“야, 설마 이석찬한테 질투해? 갑자기? 나랑 걔랑 남매인 거 알면서도?”
그녀는 무엇이 재밌는 건지 연신 웃음을 흘렸다.
서주환은 괜히 심술이 나서 코웃음을 치며 얼굴을 빼냈다.
“질투는 무슨. 그보다 하연이 너, 또 ‘야’라고 했지?”
순간 킥킥대던 정하연의 얼굴이 낭패 한 기색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얼른 말했다.
“아… 실수야. 봐주라.”
“실수를 자꾸하면 실수가 아니지.
“한 번만 봐줘.”
“오늘은 이미 한 번 봐줬어.”
“윽.”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함이다. 정하연은 꼬투리를 잡은 그가 또 얼마나 괴롭힐까 걱정이 됐다. 심지어 보기 드물게 술까지 잔뜩 취해있었으니…….
그런데 서주환이 생각보다 더 많이 취한 모양이다.
그가 평소의 짓궂은 표정으로 팔을 뻗다가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렸던 것이다. 정하연이 넘어지려는 그를 간신히 붙잡아서 부축했다.
“괜찮아?”
“아, 어지러워.”
“그러게 무슨 술을 그렇게… 나한테 기대. 침대로 가자.”
“침대? 흐흐. 나 잡아먹으려고?”
정하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도 못 가누는 주제에 장난기는 여전했다. 그녀는 다시 음흉한 표정으로 조잘대려는 서주환의 입술을 검지와 중지로 찰싹였다.
“조용히.”
“…손가락 예쁘다. 빨고 싶다.”
“에휴.”
정하연은 헛소리를 하는 서주환을 부축해서 침실로 걸어갔다. 어깨동무를 한 채 비틀비틀 걷는 서주환은 더럽게 무거웠다.
서주환이 얄미운 얼굴로 실실 웃으며 종알댔다.
“하연이 파이팅. 우리 연이 힘내라.”
“진짜 때릴까…….”
“사랑해.”
기습적인 애정표현에 정하연은 삐뚜름하게 웃었다. 이것도 여러 번 당하다보니 좀 익숙해졌다.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하연이는? 나 사랑하나?”
“오후까지는 엄청 사랑했는데 지금은 좀 덜 사랑하는 것 같아.”
정하연은 어깨에 기댄 서주환이 정말로 무거워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그를 침대 위에 내팽개치듯 내려놨다.
대자로 뻗은 서주환은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정하연을 올려다보며 실실 웃었다.
“…거짓말이네. 하연이 지금도 나 엄청 사랑하는데?”
“뭐래. 지금은 좀 아니야.”
“아닌데.”
“맞는데?”
“거짓말해도 소용없는데. 나 좋아하는 거 다 보이는데.”
“뭐래, 이 주정뱅이가. 보이긴 뭐가 보여.”
“흐흐흐흐.”
“어우, 웃는 거 봐. 징그러워.”
정하연의 타박에도 서주환은 계속 웃었다. 새삼스럽게 그녀의 상태창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하연>
성별: 여성
나이: 24살
키: 173cm
몸무게: 55kg
호감도: S
현재 성욕: A
페티시: Sophophilia(中), Tripsophilia(下)
보유 재능: 학습(B+/A+), 문장력(B/A+), 어학(B/A+), 운동(B/A), 카리스마(C+/A), 리더십(C/A)
서주환의 눈에는 정하연의 사랑이 수치화 돼서 보였다. 그녀는 오늘 낮에 S급으로 오른 호감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참고로 호감도 S급 특전으로는 ‘학습’재능을 얻었다.
그가 실실 웃으며 허공만 바라보고 있자 정하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어딜 보는 거야? 눈이 완전히 풀렸네. 기껏 애들이 양보해줘서 왔더니만…….”
“양보?”
“그런 건 또 잘 듣네.”
그가 바로 반응하자 정하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가 옆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며 말했다.
“원래 오늘 수아 차례거든. 다음은 지경이 차례고.”
“무슨 차례?”
“뭐겠어?”
“…모르겠는데?”
서주환은 알아듣지 못할 말에 눈을 껌뻑였다.
정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진짜 엄청 취하긴 했구나. 그런 쪽으론 귀신같은 애가… 쯧.”
“우와, 혀 찼어. 나 상처받았어.”
“넌 좀 상처받아도 돼.”
“너무행.”
“대체 누가 누구한테 너무한 걸까? 이 주정뱅이야.”
“나 안 취했어.”
“이게 진짜…….”
정하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곤 입꼬리를 씰룩이며 서주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 쪽 입술을 맞췄다.
“너 이렇게 취한 거 처음 보는 것 같아.”
“안 취했다니까…….”
“조금 귀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서주환은 눈을 꿈뻑이다가 이마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아, 어지러워. 나 많이 취했어.”
“…너 안 취했지?”
“뽀뽀 한 번 더 해줘. 그럼 술 깨.”
“웃겨.”
뻔히 보이는 수작에 정하연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왔던지라 이내 그녀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새삼스럽게 눈앞의 남자는 잘생겼고, 늑대상인 주제에 구미호처럼 요망한 색기가 있었다. 괜히 무수한 여자들이 홀린 게 아니었다.
그녀는 서주환의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
“뽀뽀만?”
“…하연이가 하고 싶은 걸로.”
“난 입만 맞추는 걸로는 부족한데.”
어쩐지 정하연은 오늘따라 적극적이고 싶었다. 그녀도 여자들끼리 적잖게 마신 술에 취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탕 취한 서주환이 조금 만만하게 보인 탓일까. 어쨌든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서 힘없이 늘어져 있는 그의 위로 올라갔다.
“연아…….”
서주환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정하연을 멍하니 마주 바라봤다. 그녀 특유의 고양이 눈매가 오늘따라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찐따 같은 성격이 냉미녀처럼 생긴 외모에 어우러진 것일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예쁘다…….”
“나도 알아.”
정하연이 정말로 예쁘게 웃었다. 고양이 눈매가 반달처럼 접히며 호선을 그렸다. 고양이가 아니라 구미호인가? 서주환은 어지러운 와중에도 간이 제대로 붙어있나 갈비 근처를 더듬었다.
쪽.
가벼운 입맞춤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소리를 내어 입술을 여러 번 맞췄다. 그럴 때마다 멍하니 풀린 서주환의 눈동자가 깜빡이는 게 재밌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못 참고 혀를 넣었을 남자가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어설프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정하연은 곧 어설프게라는 표현을 정정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몸도 못 가누는 주정뱅이 주제에 기술이 지나치게 현란했다. 그는 혀를 넣지 않고도 입 맞추는 방법 따윈 얼마든지 있다는 듯 입술을 부벼왔다. 가만히 입술을 맞대고 있으니 주정뱅이가 평소처럼 요망하게 지분거렸다.
‘이게.’
얼마나 경험이 많으면 취한 와중에도 이러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괜스레 심통이 났다. 그녀는 동생들에게 대체로 담담한 척 해왔지만 사실은 질투심이 굉장히 많았다.
“환아.”
“…응?”
“내가 누구야?”
혹시나 자신을 다른 여자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싶은 생각도 들어서 서주환의 양 볼을 손으로 붙잡고 물었다.
“연이.”
“흠. 정답…”
바로 나온 정답에 기분이 좋아서 웃음이 나오려던 때였다.
서주환이 계속해서 중얼댔다.
“찐따. 연이. 울보. 하연이. 겁쟁이. 고양이. 정하연. 부끄럼쟁이…….”
“야, 그만. 닥쳐.”
“욕쟁이…예쁜 말 쓰기로 했는데… 야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는데…….”
“…너 정신 차렸지?”
“아, 어지러워.”
“씨. 연기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어.”
불만스레 중얼거린 정하연은 일단 다시 입술을 맞췄다. 이번엔 혀도 집어넣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능숙한 키스가 시작됐다. 슬쩍 섞었을 뿐인데 서주환의 혀가 뱀처럼 얽혀오더니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를 탐닉했다.
정하연은 오랜만에 잡은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어서 짧게 키스하고 입술을 떼어냈다. 아쉽다는 듯 따라 나온 서주환의 혀가 붉고 탐스러워서 괜히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어 봤다.
쫍.
서주환이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빨았다. 그 모습이 마치 젖을 빠는 아기 같아서 조금 재밌었다. 하지만 이내 애무하듯 손가락을 삼키고 훑는 통에 기겁해서 빼냈다.
정하연은 침이 흥건한 손가락을 질린 얼굴로 바라보다가 서주환의 옷에 닦았다. 그리고 그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그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몸 좀 들어봐. 힘들어.”
“꺄아악. 이 여자가 절 덮쳐요. 잡아먹어요.”
“아주 맛있게 먹을 거니까 빨리 만세 해.”
“느엥.”
요상한 어투로 답한 서주환이 만세를 불렀다. 그제야 상의를 완전히 벗길 수 있었다.
“와…….”
정하연은 새삼스럽게 그의 몸을 보며 감탄했다. 잘 단련된 근육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그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근육도 잘생겨서 눈으로 보는 맛이 있었다. 대흉근에 저절로 손이 갔다.
서주환은 가슴팍에 닿은 손에서 찬 기운을 느끼고 콧잔등을 찌푸렸다.
“손이 차. 날도 더운데.”
“오늘은 추워, 바보야. 밖에 비가 얼마나 쏟아지는데.”
“난 더운데?”
“네가 취해서 그래.”
“안 취했다니까.”
“누가 봐도 취했거든?”
“…….”
서주환의 표정이 불만스럽게 변했다. 그리고 돌연히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조금 전까지 멍했던 기색이 거짓말처럼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는 제 가슴팍에 얹어진 정하연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 안 취했어, 연아. 진짜로 사랑해.”
“…….”
“네가 귀엽다고 해줘서 취한 척 해본…….”
“…주정뱅이.”
톡,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자 서주환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털썩 침대에 누운 몸이 탄력적으로 몇 번 튕기더니 그가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목말라. 어지러워. 메스꺼워. 입에 침이라도 뱉어줘.”
“너 그런 취향도 있니?”
“지경이가 좋아해.”
“…너한테 침 뱉는 걸?”
“아니, 내가 뱉어주는 걸 좋아해.”
“…….”
정하연은 더 물어보기가 무서워서 입을 다문 뒤 침대 옆에 놓인 물통을 서주환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 쫄쫄쫄 물을 흘리니 그가 생명수처럼 받아마셨다.
몇 번 물을 삼킨 그가 흐느끼듯 숨을 토했다.
“흐아아.”
“좋댄다.”
“응, 하연이 좋아.”
“그럼 얌전히 있어.”
“네.”
순순히 대답하는 그를 보자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여간 이랬다가 저랬다가 알 수가 없는 남자다. 어떻게 이 얼굴로 귀엽지? 아직도 눈에 씐 콩깍지가 안 떨어졌나 보다.
정하연은 얌전해진 서주환의 옷을 마저 벗겼다. 바지와 팬티까지 벗기니 상하좌우 어느 쪽으로도 휘지 않은 잘생긴 고추가 드러났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째서인지 이미 발기가 되어 있단 소리였다.
정하연은 새삼스럽게 그의 발기되기 전 물건을 본 적이 거의 없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게 그는 언제나 준비태세였다. 하여간 애무하는 맛이 없는 사내다.
“그렇지도 않은가?”
그녀는 바로 정정했다. 탄탄하게 잘 빠진 몸을 보자 야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굴곡진 여자의 몸을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도 조금은 다른 의미로 굴곡진 남자의 몸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주환은 여자 입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맛이 남다른 몸을 갖고 있었다.
스륵. 훌렁.
정하연은 어쩐지 안달이 나서 스스로 옷을 벗어던졌다. 서주환이 멀쩡한 상태라면 부끄러워서라도 이렇듯 급하게 벗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어지럽다고 천장만 보고 있는 주정뱅이여서 거리낄 게 없었다.
나체가 된 그녀는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물을 느끼며 서주환의 배 위에 올라탔다. 좀 전까지 차게 식었던 손이 뜨겁게 덥혀졌다. 배 아래께에서 올라온 열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오늘 밤은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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