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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41화 (44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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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친구들

서주환은 까톡을 확인했다.

- 마영수 선배님: 동생, 오늘은 안 나오남? 끝나고 내가 살 건데 합류하지

- 김수환 선배님: 주환 씨, 더 찍을 분량이 없어도 촬영장에 나오는 게 좋아요. 분명 훗날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 거예요. 너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 경험해보고…….

“아이고, 이 형님들 언제쯤 포기하시려나.”

촬영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그간 마영수와 김수환은 꾸준히 까톡을 보내왔다. 그를 전문 연기자의 길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서주환은 마지막 날 있었던 술자리를 떠올렸다.

‘형님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전 연기보다 글 쓰는 게 좋아서요.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좋은 기회가 오면 또 모르지만 당장 다른 작품을 찍을 생각은… 아니, 연기를 우습게 보는 건 절대 아니고요.’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하느라 진땀을 꽤 뺐다. 연기에 인생을 건 배우들에게 혹시나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두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답장을 한 후 옆에 누운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는 이채희도 민선하도 아니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연아.”

“으응… 벌써 아침이야?”

정하연이 졸린 눈을 비비며 그를 올려다봤다. 눈이 퀭한 게 잠을 설친 모습이었다. 한데 그 모습조차도 무척 예뻤다.

서주환은 새삼스럽게 그녀의 미모에 감탄했다.

“와, 하연이 너 왜 이렇게 예쁘냐.”

“…뭐래, 아침부터. 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정하연이 예쁘게 눈을 흘겼다.

서주환은 그 모습도 사랑스러워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잘못은 네가 했지. 그렇게 예쁘면 유죄야.”

“아 씨, 그만해. 이게 영화 찍고 오더니 멘트가 이상해졌어. 여기 닭살 올라온 거 안 보여?”

정하연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팔을 내밀었다. 하얀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아 있었다.

서주환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입술을 맞췄다.

쪽.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혈관이 위치한 곳을 따라 쪽쪽 입을 맞추며 올라갔다. 팔꿈치 오목에 이르렀을 쯤 정하연이 손을 빼냈다.

“…….”

정하연이 말없이 그를 흘겨봤다.

서주환은 실실 웃으며 입술을 내밀고 쪽쪽 소리를 냈다.

“입술에 해줄까?”

“으. 아침에 일어나서는 하지 말라고 했다. 양치부터 해.”

“난 입 냄새 좀 나도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거든?”

정하연이 도망치듯 침대 위를 탈출했다. 그러자 자연히 얇은 이불이 내려가고 몸이 드러났는데, 당연하게도 실 한 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서주환은 혈관이 비칠 듯 투명하고 하얀 피부에 절로 손이 갔다.

휘익.

손이 허공을 짚었다.

능숙하게 그의 손을 피해낸 정하연이 가늘게 눈을 떴다.

“너, 방금 덮치려고 했지?”

“…아닌데. 그냥 손 잡으려고 한 건데.”

“웃기고 있네. 손목 잡고 침대로 끌어당겼겠지. 그리고 덮쳤겠지. 한 번으로 안 끝내고 몇 번이나 한 후에 그제야 너무 예뻐서 그랬네 어쨌네 변명했겠지.”

“…….”

너무 구체적이고 옳은 말이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하연이 그럴 줄 알았다며 코웃음 쳤다.

“하지 마. 나 씻으러 갈 거야.”

“같이 씻을까?”

“욕실에서 덮칠 거잖아. 내가 네 속을 몰라?”

“…너무 잘 알아서 기쁜데 조금 슬퍼.”

“뭐래.”

중지를 치켜 든 정하연이 욕실로 도망갔다. 그러면서 보지 말라는 듯 중요부위를 가리는데, 그 모습에 더욱 음심이 동했다.

서주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이미 볼 장 다 본 사이에 왜 가리는 걸까?”

의미 없는 질문에 어울려주는 건 언제나 루시였다.

[여자의 본능이 아닐까요?]

“그건 뭔 소리래.”

[남자란 생물은 원래 저런 모습에 더 미치려고 한다던데요.]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리가 있어.”

확실히 남자는 좀 그런 면이 있다. 이미 볼 장 다 봤다고 평소에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털털하기만 하면 좀 깬다고 해야 하나. 아니, 너무 편해진다는 말이 좀 더 옳겠다. 물론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연인 사이에는 약간의 부끄러움과 긴장감이 필요한 법이죠.]

‘올. 연애 고수네, 루시. 나보다 많이 학습했어. 좀 반성하게 되는 걸?’

[괜찮습니다. 주인님은 섹스 고수시니까요.]

루시의 말에 서주환은 낄낄 웃음을 흘렸다. 옛날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주인을 닮아가는 건지 루시의 개드립 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럼 나도 씻을까.”

그는 정하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욕실로 향했다.

철컥철컥.

문이 잠겨 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줄 알았다! 넌 다른 욕실로 가서 씻어!”

“내 집인데…….”

“나 화낸다!”

“너무행…….”

서주환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고 뒤돌아섰다.

그렇게 두어 걸음 내디뎠을 때 정하연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그를 불렀다.

“야.”

서주환은 곧장 뒤돌아서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트집 잡을 게 생겼다.

“하연이 너 방금 야, 라고 했지?”

“윽.”

정하연이 낭패한 표정이 됐다. 언젠가 지적받은 뒤로 그녀는 서주환에게 ‘야’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걸 자제하고 있었다.

“아,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난 중요한데.”

“치사하게 이럴래?”

“연이 네가 먼저 치사하게 나왔잖아.”

순간 정하연의 눈이 흠칫 커졌다. 처음 사귀었던 시절의 애칭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야 말고 환이라고 불러봐.”

“…….”

“에이,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아, 됐고!”

정하연은 소리쳐서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곤 붉은 입술을 우물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씻고 나서…….”

“응?”

“…씻고 나서 하자고. 나 자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렸어.”

“오.”

서주환은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더니 땀 흘려서 그랬던 거구만.’

다행이다. 무슨 고민이 있나 싶어서 아침부터 오바를 좀 떨었는데 별일 아니었다. 확실히 8월이라 덥긴… 잠깐만.

서주환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밤새 에어컨 틀어놨는데? 그리고 밖에 비가 와서 습하긴 했지만 덥지는 않았…….’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서주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내 그는 작게 열린 문틈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화들짝 놀란 정하연이 문을 닫으려다가 멈칫했다. 서주환의 손이 끼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하연은 곧 덮쳐질 것을 예상하고 다 포기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서주환의 손은 문을 여는 대신 조용히 머리만 쓰다듬었다. 무언가 이상해서 슬며시 눈을 뜨자 묘하게 굳어 있는 그가 보였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주환아?”

눈이 마주치자 그가 머리에서 손을 떼고 곧장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어? 야, 아니, 주환아, 너 갑자기 왜 그래.”

당황한 정하연은 욕실 문을 열고 나와 그를 일으켰다.

고개를 든 서주환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정하연은 그제야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아, 속았…….’

영화를 찍고 왔다더니 연기가 이토록 늘었단 말인가.

그렇게 후회를 하고 있는데, 서주환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하연아, 진짜 미안.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일이 바빠서… 아니, 그게, 진짜 미안해.”

“?”

“한 번만 용서해주면… 힘들겠지? 오늘이라도 갈까? 미안하다, 진짜.”

“?”

정하연은 도무지 그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죄지은 것처럼 사과를 한단 말인가.

‘정말 죄지었나? 얘가 왜 이러지. 설마… 누구 임신이라도 시켰나?’

오죽하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럴듯한데?’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조금 신빙성이 있다. 서주환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하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들러붙은 서주환은 떼어내고 물었다.

“뭐가 미안한데?”

“윽……!”

서주환이 주춤 뒷걸음질 쳤다.

“?”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엄청난 공격이라도 당한 듯 안절부절 했다.

이내 서주환이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아서 발기한 자지를 가리고 말했다.

“그, 하연아… 나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절대로 너 쉽게 생각한 거 아니고, 어머니한테 약속한 것도 기억하고 있고, 그런데 이번 여름이 너무 맑아서… 미안. 다 변명이네. 할 말이 없다. 그저 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만…….”

정하연은 알 수 없는 소리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니, 뭐가 미안하냐니까? 너 정말 사고 쳤어?”

“뭐?”

“맞지? 그거 말곤 떠오르는 게 없는데…….”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 정하연은 하나씩 손가락을 꼽으며 물었다.

“누구야? 지경이? 수아? 가희? 아, 설마 유이? 너 유이도 건드렸었지?”

“어? 아니, 그걸 어떻게… 아니, 이게 아니라 지금 무슨 소리…….”

“유이도 아니면 누군데? 아, 율이! 설마 율이야? 아씨, 도대체 몇 명이야. 너 출판사 언니도 있지? 아니면 혹시 그 동정 떼어줬다는 군인 언니? 아니면 가브리엘라한테 연락 온 거야?”

이름을 하나씩 언급하는 정하연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어갔다. 이내 그녀는 무언가 생각 난 게 있는지 눈을 번쩍 뜨며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채희 배우님!? 너, 너 설마 그, 그런 아줌마를…!”

“아, 아아, 아니야! 뭔지 몰라도 아니야! 대체 지금 뭔 소릴 하는 건데?”

서주환은 그녀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쩐지 큰 위기감이 들어서 크게 손을 내저었다.

정하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 임신시킨 거 아니야?”

“…뭔 헛소리세요?”

서주환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에 정하연은 헛짚었음을 깨닫고 민망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럼 뭔데?”

서주환은 어쩐지 기운이 빠져서 대놓고 말했다.

“얼마 전이 그, 너희 어머니 기일이었잖아. 그거 깜빡 잊어서 미안하다고 한 거야. 혼자 다녀오게 해서 미안해.”

“?”

“오늘 자는 동안 땀 흘린 것도 밖에 비 내려서 악몽 꾼 거지? 이제 완전히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

“?!”

정하연의 눈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크게 뜨였다.

서주환은 순간 뒤를 돌아봤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하연아, 왜 그래?”

정하연이 충격 받은 얼굴로 멍하니 답했다.

“나도 깜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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