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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426화 (42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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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새벽 마사지

종아리를 지나서 허벅지로 손을 옮겼다. 탄력 있고 부드러운 살결이 손아귀에 가득 잡혔다.

서주환은 허벅지 살을 일부러 세게 지압했다. 과감한 손동작이 성적인 스킨십이 아닌 마사지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

이채희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많이 아파요?”

“아으, 괜찮아. 그래도 조금 살살해줘.”

“알았어요.”

다행히 이채희의 목소리에는 거부감이 없었다.

서주환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만지는 건 처음이다. 여태까지는 마사지를 할 때마다 배성근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민감한 부위에 손을 대기가 힘들었다.

‘오늘 끝을 보자.’

이채희의 옆에는 매니저인 배성근이 붙어 있을 때가 많다. 언제 또 오늘 같은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는 드디어 맨살로 접촉하게 된 허벅지를 마구 주물렀다. 손길의 흥분효과가 본격적으로 그녀의 몸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읏!”

이채희의 입에서 간헐적으로 목 매인 신음이 튀어나왔다. 이전과는 명백히 다른 느낌이다. 참지 못해 새어나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는 슬그머니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흥분효과가 충분히 스며들어서일까. 이번에도 거부반응은 없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만지기 쉽게 살짝 벌려주는 느낌도 들었다.

‘오, 보인다.’

갈라진 가운 사이로 희미하게 둔덕이 보였다. 이채희는 속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조금 전 봤던 거무스름한 것은 그림자가 아니라 음모였다.

그렇게 마사지를 한 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 한 시간은 지난 것 같다. 한데 시계를 보니 불과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 시간이 길게 느껴지기는 이채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의 허벅지에서는 어느덧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어두어서 시원했음에도 말이다. 필시 몸이 긴장했기 때문이리라.

서주환은 이제 과감하게 엉덩이로 손을 옮겼다. 허벅지를 주무르는 척 엉밑살을 엄지로 올려 누르며 바깥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주물렀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마사지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둔근 바깥쪽을 강하게 눌렀다. 동시에 이채희의 입에서 윽, 하는 신음성이 나왔다. 고통과 시원함이 뒤섞인 목소리다. 그는 흥분효과 외에도 최상급마사지 효과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아, 읏.”

이채희의 숨이 상당히 거칠어졌다. 고통이 가시고 흥분만 배인 음성이다. 목소리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본인이 왜 이러는지 몰라 당황한 표정일까, 아니면 당장에라도 하고 싶어서 안달 난 표정일까. 어쩌면 평소 성격과 달리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아랫도리가 불끈거렸다.

주물럭, 꾸욱, 꾸우욱.

서주환은 이제 마사지를 빙자하지 않았다. 그냥 대놓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항은 없었다. 그녀는 움찔거리는 기색 하나 없이 손길을 받아들였다.

주르륵.

허벅지 안쪽에서 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건 땀일까, 애액일까?

검지와 엄지로 비비자 물이 실처럼 얇게 늘어졌다. 점성이 있는 걸 보아하니 땀이 아니라 애액이 분명했다.

서주환은 침을 꼴깍 삼키며 이채희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한 손은 여전히 엉덩이를 주무르면서다.

“…….”

한데 뭔가 이상했다. 달뜬 신음을 흘리던 그녀의 숨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서주환은 다리 사이로 접근하던 손을 멈추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녀를 불렀다.

“누나.”

“…….”

“채희 누나?”

“…….”

“…설마 자는 거 아니죠?”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서주환은 낭패한 얼굴이 되어 이채희의 몸을 뒤집었다. 정자세가 된 그녀는 가운이 흐트러져서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가슴이 탐스러웠다.

하지만 서주환은 가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가슴보다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채희가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온한 얼굴로 새근거리는 숨결만이 작게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아…….”

어이없음에 탄식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어떻게 흥분효과가 담긴 손길로 만져지는 와중에 잠들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딱히 뜸을 들이지도 않았다. 고작 삼십 분 정도 마사지를 했을 뿐이다. 그냥 마사지도 아니고 애무보다 자극적인 마사지였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잠이 들다니?

‘그럴 리가 없지.’

서주환은 허탈한 척을 하며 생각했다.

‘이 누나가 왜 자는 척을 하지?’

솔직히 순간적으로 깜빡 속았다.

하지만 그에겐 루시가 있었다.

[과연 배우라서 그런지 연기가 대단하네요. 하지만 신체반응은 속일 수 없습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이채희의 심박수는 자는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럼 왜 갑자기 자는 척을 하는 걸까. 그의 손길이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걸 느끼고 지금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건 아닐 터다. 이채희의 성격상 정말로 싫었다면 차라리 쌍욕을 갈겼을 것이다.

‘아무래도 나 놀려먹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잘 때 덮쳐주길 바라는 건가?’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문득 마사지를 막 시작했을 때 이채희가 한 말이 떠올랐다.

‘혹시 도중에 잠들면 내가 소원 하나 들어줄게.’

이채희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거기까지 떠올린 서주환은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자신이 빌드업을 했다고 여겼는데,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술을 마시자고 한 것도, 자고 가라고 한 것도, 마사지 얘기를 꺼낸 것도 이채희가 먼저였죠?]

그때마다 축복 메시지가 울렸다. 그래서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했다고 여겼다. 한데, 이제 보니 축복이 작용한 게 아니라 이채희 본인에게 할 생각이 가득하니 눈치를 채라고 울린 메시지 같았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또 다시 떠오른 메시지가 눈을 어지럽혔다. 마치 밥상이 다 차려졌으니 빨리 먹으라고 재촉을 하는 듯했다.

서주환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훌렁 옷을 벗었다. 그리고 자고 있는 척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누나, 잠들면 소원 들어주기로 한 거 기억하죠?”

“…….”

“빨리 안 일어나면 덮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이 말도 연습실에서 이채희가 먼저 했던 말이다. 그는 픽 웃으며 반쯤 풀린 가운의 매듭을 잡아당겼다.

스르륵.

이어서 가운 양쪽을 잡고 활짝 벌리자 볼륨감 있는 몸매가 완전히 드러났다. 따로 관리를 받는 건지 조그만 트러블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였다.

“누나 몸 진짜 예쁘네요.”

“…….”

이채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언제까지 자는 척을 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페티시에 수면 기호증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덮쳐지는 상황 자체에 흥분하는 걸지도 모르죠. 일종의 강간 플레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 생존 기호증 때문인가?’

생존 기호증은 극한 상황에서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페티시다. 극단적으로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도 해당된다고 했으니 강간이 포함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채희는 그 방법으로 자는 척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면간도 강간의 일종이긴 하니 말이다.

‘하긴, 상대한테 자기를 강간해달라고 하는 것도 웃기긴 하네.’

물론 각종 페티시에 단련이 된 그에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는 혹시 모르니까 보험을 들어놓기로 했다.

“누나, 만약 싫으면 술 끊겠다고 소리쳐요. 그럼 바로 그만 둘게요.”

“…….”

대답은 없었지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입꼬리도 씰룩대는 게 웃음을 참는 모양새였다.

[웃겨서 어쩌려고요?]

‘딱히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거지.’

이 알코올러버가 그렇게 소리치면 정말로 싫다는 뜻이리라. 그럼 바로 그만두고 석고대죄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보험도 들어놨겠다 이제 터질 듯 부푼 아랫도리를 달래줄 차례였다. 겸사겸사 그녀의 장단에도 맞춰주고 말이다.

[특수능력, ‘살기(殺氣)’를 활성화합니다.]

보이지 않는 기운을 이채희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자 미동 하나 없던 몸이 움찔 떨렸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이채희의 목으로 손을 뻗었다. 가느다란 목이 한손에 들어왔다. 고운 목을 살며시 그러쥐며 음산한 톤으로 발음을 뭉개 말했다.

“목이 예쁘네.”

만지작. 움켜쥘 듯 손아귀에 살짝 힘을 주자 그녀의 몸이 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자는 척하던 연기가 조금 흐트러졌다.

[살기가 강하면 진짜로 무서워할 수도 있습니다.]

‘응, 조절해야지.’

생존 페티시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강하게 살기를 피워 올리면 안 된다. 플레이와 실제상황은 다른 법. 마조히스트 기질이 있어도 구타당하는 걸 즐기진 않는 것과 같다.

‘이 정도면 되려나?’

공포에 떨기보다는 몸이 조금 긴장하는 수준으로 살기를 조절했다. 그러자 이 정도는 견딜만하다는 듯 순간적으로 바짝 굳었던 이채희의 몸이 다시 풀어졌다.

그는 계속 연기를 이어갔다.

손아귀를 풀고 검지로 그녀의 목을 스윽 훑어 내렸다. 손가락이 지나간 길을 따라 붉은 자국이 옅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피부가 약하네. 금방 빨개지고.”

목에서 쇄골을 타고 내려간 손은 이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위압감을 조성하기 위해 다소 세게 틀어쥔 가슴이 손안에서 제멋대로 일그러졌다.

그는 꼿꼿하게 선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살짝 비틀었다.

“으응…….”

이채희가 신음인지 잠꼬대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몸을 작게 뒤척였다. 동시에 위로 올라가 있던 팔을 아래로 내리며 그의 손을 자연스럽게 쳐냈다. 아무래도 유두는 만지지 말란 뜻인 것 같았다.

‘뭔 요구사항이 이렇게 많아?’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에 어울려줬으면 됐지 뭘 더 바란단 말인가. 인간적으로 유두 정도는 마음대로 만지게 해줘라.

서주환은 반항하지 말란 뜻으로 가슴을 세게 틀어쥐었다.

“……!”

움찔 떨리는 이채희의 몸.

제대로 뜻이 전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유두를 만져보았다. 이번에는 저항이 없었다.

서주환은 유두를 살짝 꼬집으며 그녀의 목에 위협하듯 손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연기’와 ‘성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음산한 톤으로 말했다.

“깼어?”

“…….”

“깨면 안 되는데…….”

서주환은 거기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이채희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다는 뜻이었다.

*

이채희는 눈을 감은 채 속으로 웃었다.

마사지를 하는 중에 잠든 척을 하면 서주환이 어찌 나올지 궁금했다. 덮쳐도 좋고, 아니어도 좋았다. 어떻게 반응하든 조금 골려주다가 한 침대에서 잘 생각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거칠게 덮쳐주기를 바랐다.

한데 서주환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한 것과 조금 달랐다.

“누나, 만약 싫으면 술 끊겠다고 소리쳐요. 그럼 바로 그만 둘게요.”

잠든 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금주 선언이라니. 절대 못 소리치겠는 걸.’

이채희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그리고 서주환이 어떻게 행동할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한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목이 예쁘네.”

그리 말하며 다가온 손이 당장에라도 목을 조를 것 같았다. 하마터면 눈을 번쩍 뜨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느낌은 금세 사라졌다. 기묘한 압박감은 여전했지만 조금 전처럼 덜컥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다.

“피부가 약하네. 금방 빨개지고.”

목에 닿은 손가락이 얇은 살가죽을 훑고 내려갔다. 그녀는 어쩐지 손가락에서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다. 지나가는 자리를 따라 작게 소름이 돋았다. 긴장감과 함께 기분 좋은 흥분이 일었다.

목을 지나 내려간 손은 이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거칠었지만 참을 만했다. 하지만 유두를 꼬집는 건 싫어서 은근슬쩍 손을 쳐냈다.

덥석.

그러나 의도와 달리 서주환은 반항하지 말라는 듯 가슴을 더 세게 움켜쥐며 유두를 꼬집었다.

‘윽! 이게 진짜!’

아픔을 느낀 이채희는 나중을 기약했다. 끝나고 나면 등짝 한 대 정도는 반드시 때려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 서주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깼어?”

톤이 낮고 위험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다.

이채희는 대답하지 않고 숨을 죽였다.

서주환이 다시 말했다.

“깨면 안 되는데…….”

그 말에서 이채희는 위협을 느꼈다. 깨면 안 된다는 말이 깨면 죽이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동시에 그녀는 말의 다른 의도를 깨닫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은 조금 전의 한 마디로 현 상황에 디테일을 부여한 것이었다.

‘얘가 작가라더니 즉석에서 설정을 짜네.’

서주환은 잠에 든 여성을 덮치려는 범죄자다. 그러는 도중 여자가 깬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깨면 안 된다는 말로 협박했다. 깨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지만, 깨는 순간 손을 써야 한다.

이채희는 자고 있던 피해자다. 도중에 이미 정신을 차렸지만 죽지 않으려면 자는 척을 해야 한다. 범죄자가 어떤 행동을 해도 눈을 떠서는 안 된다.

이로써 눈 가리고 아웅 하던 ‘자는 척’에 의미가 생겼다.

스윽, 서주환의 손이 다가왔다.

“…….”

이채희는 가만히 서주환의 손을 받아들였다. 일단 시작한 이상 어울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자는 척을 하는 것보다 이 상황이 더 재밌었다.

덥석.

커다란 손이 가슴을 잡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주물렀다. 동시에 검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유두를 자극했다.

‘요 녀석이…….’

싫다는데 왜 계속 유두를 건드리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민감한 부위라는 것을 알아챈 걸까?

꼬집. 스릅. 스르릅.

아무래도 알아챈 게 맞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부위를 내버려두고 이렇듯 유두만 집요하게 자극할 이유가 없었다.

서주환은 손가락으로 왼쪽 유두를 비비고 혀로 오른쪽 유두를 핥았다. 그에 이미 마사지를 할 때부터 민감하게 달아올라있던 몸이 움찔거렸다.

“…읏.”

이 정도 소리는 내도 괜찮겠지. 지금의 연기는 ‘자고 있는’ 여자가 아니라 ‘자는 척’하고 있는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니까.

스릅, 스르릅. 쯉.

“흣.”

점점 소리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는 훤히 드러난 몸을 내버려두고 집요하게 가슴만 자극했다.

‘이 녀석 두고 보자……!’

승부욕 때문에라도 연기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맺어야 했다.

이채희는 이를 세게 악물었다. 벌써 몇 분 째인지 모르겠다. 가슴만 집요하게 자극하는 바람에 다른 곳이 안달나기 시작했다.

주륵.

다리 사이에서 물기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땀인지 애액인지 스스로도 헷갈렸다.

‘그러고 보니…….’

속옷도 안 입었었다. 유혹할 생각으로 그랬던 게 후회가 됐다.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점점 젖어드는 아래를 생각하니 아무리 그녀라도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서주환의 손이 아래로 내려온 것은 그때였다.

쯔륵.

“……!”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두꺼운 무언가가 예고도 없이 질구 안으로 들어온 탓이었다.

쯔륵, 쯔르륵. 찌걱찌걱. 꾸욱.

안에 들어온 무언가가 내부를 휘저었다. 질 벽을 꾸욱 하고 누르는 걸 보아하니 손가락인 듯했다.

‘흣. 좆인 줄 알았네.’

워낙 두꺼워서 순간 콘돔도 안 끼우고 생으로 넣은 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서주환은 손가락이 전체적으로 길고 두꺼웠다.

‘주환이 얘 쓸데없이 잘하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지 애무가 아주 능숙하다. 순식간에 민감한 곳을 찾아내더니 꾹 누르고 긁으며 자극했다.

찌걱찌걱. 찔걱찔걱찔걱찔걱.

손가락 두 개가 연신 질을 들락날락했다. 이미 젖어있었던 터라 금세 음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적나라한 소리에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슬쩍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하지만 커다란 손바닥이 얌전히 있으라는 듯 허벅지를 꾹 눌렀다.

“깼나?”

서주환은 그녀의 행동이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같은 대사를 반복했다.

그는 오므리려던 다리를 되레 활짝 벌리며 말했다.

“깨면 안 되는데.”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느껴졌다.

이채희는 무언가 울컥 치솟는 느낌을 받으며 이를 빠득 갈았다. 이제 보니 서주환 이 녀석, 재밌는 상황설정을 부여한 게 아니라 그저 자기 편한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더 이상 자는 척 연기를 이어가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일어나?’

그리 생각할 때였다.

찔걱찔걱. 쯔억, 쩍쩍, 쩍쩍쩍쩍쩍!

들락거리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흐윽!?”

이채희는 차마 신음을 참지 못하고 내질렀다. 아래에서 빠르게 올라온 자극이 순식간에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 탓이었다.

“야, 주환, 잠깐… 흐윽! 읏!”

간신히 말을 했지만 서주환은 멈추지 않았다.

쩍쩍쩍쩍쩍쩍쩍!

“아! 아흑! 흐으윽!”

빠르게 이어진 자극은 절정으로 이르는 역치를 단숨에 넘었다.

“아……!”

눈앞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느끼는 오르가슴에 신음했다.

찌익! 찌이이익!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분수까지 터뜨린 후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열 살이나 어린놈이 기분 나쁜 얼굴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가 낄낄거리며 툭 내뱉었다.

“깼나?”

이채희의 얼굴이 순간 확 붉어졌다. 쪽팔림을 못 이긴 그녀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이게 죽을라고!”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서주환은 허리를 앞으로 튕겼다.

쯔거어어어억!

“……?!”

이채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서주환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죽기 싫어서 그만.”

“너, 너…….”

이채희는 턱을 덜덜 떨었다. 갑자기 삽입된 자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두께였다.

그러나 아직도 놀라긴 일렀다.

“누나, 그거 알아요?”

서주환은 그녀의 골반을 잡았다. 그리고 슬쩍 몸을 앞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아직 반밖에 안 들어갔어요.”

“……!”

이채희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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