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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이번 주말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D
스캔들
서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 잘 하는 편이에요.”
“뭐야, 애매하게. 얼마나 잘하는데?”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이채희의 표정이 영 부루퉁했다. 생리통 때문에 다시 저기압이 된 듯했다.
서주환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부상당한 격투기 선수 발목을 풀어줄 정도로 잘해요.”
“격투기 선수? 발목? 갑자기 엄청 구체적이네.”
그는 씩 웃으며 그녀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거든요. 일단 여기 의자에 좀 앉아보세요.”
“실제로라니?”
순순히 의자에 앉은 이채희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 겨울 부산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UFC경기 보러 갔다가 성찬호 선수 발목을 스트레칭 해드린 적이 있거든요.”
“어? 성찬호 선수면… 나도 이름 들어본 것 같은데? 유명한 선수 아니야?”
“페더급 세계랭킹 2위니까 엄청 유명하죠. 별명이 코리안 타이거예요.”
“아, 그 별명 들어봤어. 아무튼 세계 2위라니 대단한 분이네.”
그런 대단한 사람을 마사지해줬다는 게 믿음을 준 걸까. 이채희는 한 결 편안해진 얼굴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서주환은 슬쩍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페로몬’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최상급 마사지’효과를 유지하며 그녀의 어깨를 살살 주물렀다.
“음…?”
마사지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시원함에 그녀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입술이 벌어졌다.
“아으……”
나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서주환의 마사지는 일반적인 마사지와 달리 압에 의한 통증은 거의 없고 시원함만이 느껴진다. 근섬유 한 올 한 올이 풀어지는 시원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독적이다.
어느덧 이채희는 눈을 감고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아… 좋다…….”
“생리통은 어때요?”
“어? 그러고 보니 별로 안 아프네?”
이채희는 통증이 사라졌음을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하다. 마사지로도 이게 되는 거였어?”
마사지가 아니라 페로몬의 효과다. 여기서 ‘치유의 손길’까지 사용하면 생리통 따윈 깔끔하게 사라진다.
“흐흐. 저니까 할 수 있는 거죠.”
“오… 너 웃는 거 되게 재수 없다. 성근이가 왜 질색하는지 알 것 같아.”
“헐. 성근이 형이 제 욕했어요?”
“응. 잘난 척 하는 게 엄청 재수 없다던데?”
“와, 그 형 너무하네. 저 잘난 척 한 적 없어요.”
“그래? 자기 잘난 걸 너무 잘 알아서 짜증이라던데.”
“그럼 이해가 되죠. 저는 척이 아니라 진짜로 잘난 거니까.”
“뭐? 아하하. 너 캐릭터 진짜 특이하다.”
그는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하며 ‘성스러운 손길’의 흥분효과를 활성화시켰다. 이제 통증이 다 사라진 듯하니 자극을 해볼 셈이었다.
[특수능력, ‘섹슈얼 포인트’를 활성화합니다.]
이채희의 고유성감대를 찾았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고유성감대는 대부분 흉부 아래로 위치해 있었다.
‘지금 자연스럽게 만질 수 있는 포인트는… 목이랑 귀네.’
그는 어깨를 주무르던 손의 위치를 슬그머니 옮겼다. 승모를 타고 올라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젖히고 가느다란 목을 주물렀다.
“아으으. 거기, 엄청 시원하다.”
“여기가 풍지혈이란 곳이에요. 누나 요즘 목이랑 어깨 많이 결리죠? 스트레스성 두통도 좀 있고.”
“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기는. 현대 사회에서 목과 어깨 결림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당연히 두통이 나타난다.
“풍지혈이 목이랑 어깨 뒤쪽을 풀어주는 혈자리거든요. 두통에도 효과가 있어요.”
“그렇구나. 생각보다 훨씬 전문적이네.”
네이비 백과사전에 있는 내용이다. 마사지 독학하다가 귀찮아서 대충 그럴 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겉핥기로만 공부했다.
서주환은 그녀의 목선을 쓸어내리며 티셔츠 아래 목 안쪽으로 걸치듯 손가락을 넣었다.
“여기는 대추혈. 목이 뻣뻣할 때 풀어주면 좋아요. 감기예방에도 효과가 있고요.”
사실 대추혈은 지금 짚은 곳보다 좀 더 위쪽이었다. 단지 그녀의 성감대가 더 많이 분포한 곳을 자극하기 위해 만졌을 뿐이다. 그는 매끈한 피부를 엄지로 살짝 누른 채 부드럽게 돌렸다.
“으응…….”
이 신음은 마사지로 인한 시원함에서 나오는 것일까, 성적인 쾌감에서 나오는 것일까. 혈자리는 대충 눌렀지만 ‘최상급 마사지’의 효과만은 진짜이니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 되려나. 손을 더 안으로 넣어볼까?’
조금만 더 들어가면 등골에 위치한 성감대 포인트를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곳에 어린 빛은 목 주변보다 더 진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
서주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아직 충분히 자극이 되지 않았다. 이채희란 여자는 괜히 섣부르게 자극하면 당황하기보다 욕설과 함께 멱살을 잡을 것 같았다.
대신 손의 위치를 바꿨다.
“다음은 귀 마사지할게요.”
“귀?”
“귀에 혈자리가 엄청 몰려있거든요. 생식, 스트레스, 비뇨, 소화 등 종류가 열 가지도 넘어요.”
“이 작은 부위에 혈이 그렇게 많아? 신기하네.”
“그죠? 누나는 지금 생리통 때문에 고생 중이니까 여기 생식계와 연관된 혈자리를 눌러줄 거예요.”
귀에 혈자리가 많다는 건 사실이지만 생식계의 정확한 위치 따위는 모른다. 그는 대충 귀에 있는 성감대 포인트 중 가장 진한 부위를 잡고 간질이듯 비볐다.
이채희의 귀로 치유와 흥분 효과가 깃든 빛이 스며들었다.
“응, 으응, 아…….”
야릇한 비음이 새어나왔다. 의도하고 낸 목소리는 아닌지 숨결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주환은 귀를 좀 더 리드미컬하게 주무르며 말했다.
“소리 내도 괜찮아요.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리 말한 후 손가락을 곧게 뻗어서 뒷골부터 목선까지 스으윽 내려오며 훑었다. 닭살이 돋는지 그녀의 목이 움찔움찔 움츠러들었다.
‘슬슬 됐나?’
서주환은 그녀의 상태창을 다시 켜고 확인했다. 아쉽게도 성욕은 B+등급 그대로였다.
‘더 자극해야 되겠어. A쯤 되면 제대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겠지.’
다음은 가슴 근처에 있는 근육을 풀어볼까. 직접적으로 유방을 만지는 대신 전면삼각근과 쇄골하근을 자극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슴 부근 터치하며 그녀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슬금슬금 어깨 앞으로 손을 넘기려는 때였다.
지이이잉!
강렬한 진동음이 울렸다. 그가 아닌 이채희의 폰에서 나온 진동이다.
이채희가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으으응~! 아, 좋았다. 주환아, 잠깐만. 성근이 전화 왔다.”
상쾌하게 기지개를 편 이채희가 전화를 받았다.
“어, 성근아. 도착했어? 어어, 열어 줄 테니까 들어와.”
“…….”
“주환아, 성근이 도착했대.”
“…성근이 형 불렀었어요?”
그 질문에 이채희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내 그녀는 아, 하고 탄성을 내더니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 안 했었나? 너랑 여기 들어올 때 불렀는데. 이따 술 마시자고 했잖아.”
그게 둘이 마시자는 게 아니었구나.
서주환은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하. 좋네요, 술. 저도 술 좋아해요.”
더럽게 좋아한다. 없어서 못 마시지. 비싸 보이는 거 많던데 위장에 존나 들이부어야겠다.
‘염병. 쪽팔려 죽겠네.’
이채희도 마음이 있는 것 같다며 혼자 김칫국을 처마신 게 몸서리치도록 부끄러웠다.
한편 이채희는 그런 서주환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쓰읍. 성근이를 괜히 불렀나.’
그녀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쯥, 하고 입술을 핥았다. 어차피 생리 때문에 무리였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였다.
*
서주환은 배성근이 들어오자마자 ‘위스퍼’를 활성화시키고 꼽을 줬다.
“형, 채희 누나한테 내 욕 엄청 했더라?”
“어, 어? 내가 뭘?”
서주환이 안 그래도 사나운 눈에 제대로 힘을 주며 말하자 배성근이 움찔 당황했다.
“나 같은 놈은 지 잘난 맛에 살아서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면서? 자만에 빠지기 쉽다고.”
배성근이 기겁한 얼굴로 그 말을 부정했다.
“내, 내가 언제!? 난 그냥 재수 없다고 몇 마디 한 것밖에 없어!”
“아하, 내가 그렇게 재수 없었어? 아이고, 재수 없는 놈이랑은 같이 활동 못 할 텐데. 역시 배우는 없던 일로…….”
“야, 야! 나랑 현장 다니기로 약속 했잖아!”
“아니 뭐, 보컬 트레이닝 받은 지 일주일이 되도록 아무데도 안 데려가는 거 보면 관심 없는 게 아닌가?”
“아니야! 그건 채희 누님 촬영 일정이 꼬여서…!”
배성근이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서주환은 한껏 당황한 그를 놀리다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농담이야. 채희 누나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냥 찔러본 건데 반응 재밌다, 형.”
“야, 이…….”
제대로 낚인 배성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생각해 보니 재수 없다 정도의 말은 면전에서 대놓고 해왔는데 이제 와서 변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채희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좀 질투난다.”
“누님은 이게 친해 보여요?!”
“헉. 우리 성근이가 나한테 소리를 쳤어… 아픈 사람한테 너무해…….”
이채희가 충격 받은 얼굴로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기세였다.
“아, 누님, 우는 연기 좀 그만하세요. 제가 또 속을 줄 알아요?”
배성근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제껏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잠시 후 이채희의 눈에서 정말로 눈물이 흘러내리자 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 누님?”
“흑. 흐윽, 나 진짜, 오늘 너무 아파서 부른 건데… 보자마자 화내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이, 그거 연기죠?”
“흡, 흐으윽!”
“죄, 죄송해요, 누님! 저 화낸 게 아니라……!”
배성근은 식겁하며 이채희에게 달려갔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생리 중 감정기복이 무척 심한 편이었다.
“누, 누님… 잘못했어요. 저 진짜 화낸 거 아니에요. 네?”
“흑, 알아.”
“그, 그죠? 제가 원래 목소리가 좀 크잖아요. 그러니까 울지 마시고… 누님?”
배성근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세상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이채희가 킥, 하고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녀가 짓궂은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또 속냐, 성근아?”
고개를 든 이채희가 언제 울었냐는 듯 깔깔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아, 진짜!”
알고도 또 속은 배성근이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서주환은 씨근덕대는 배성근과 깔깔거리는 이채희를 다소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방금 그거 뭐야?’
이채희의 유치한 장난. 맥락도 없는 연기. 그걸 지켜보는 동안 소름이 쫙 올라왔다.
서주환은 분명 앞뒤 상황을 알고 있었고, 즉석연기인만큼 이채희의 대사 수준도 별로였다. 한데 표정과 몸짓에서 나오는 서글픔이 다른 어설픈 요소를 뭉개버렸다. 뻔히 연기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순간적으로 진짜 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건… 배성근이 괜히 속은 게 아니군요. 주인님, 이채희의 상태창을 다시 확인해보십시오.]
루시의 조언을 따라 이채희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채희>
성별: 여성
나이: 34살
키: 164cm
호감도: C+
현재 성욕: B+
몸무게: 48kg
페티시: Autassassinophilia(中)
보유 재능: 연기(S/A+), 카리스마(B/A+), 매혹(B+/B+), 상상(B/B+), 관찰(B/B+), 냉정(C+/B+), 직감(C/B+)
서주환은 눈을 부릅떴다.
분명 A+였던 이채희의 ‘연기’ 재능 등급이 S로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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