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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벌써 8월이 시작됐네요!
8월! 무더운 여름! 푸르른 바다!
오직 운동 한 남자만이 웃통을 자신 있게 깔 수 있는 계절!
그리고 헌팅!
아ㅋㅋ 식단 좀만 더 빡세게 했으면 바다 가서 헌팅 하는 건데ㄲㅂ ㅋㅋㅋㅋㅋ
...라고 어림도 없는 망상을 해보게 되는 8월 1일 월요일 밤입니다.
그래도 씹돼지에서 꽤나 옷핏이 살아 보이는 14퍼대를 달성했습니다
과연 완결과 목표 체지방 달성 어느 게 먼저일지.......
아무튼 다들 더위 조심하시길!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리액트 엔터
배성근이 그를 지긋한 시선으로 보며 웃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었던 서주환은 그 눈을 보고 움찔 손을 떨었다.
‘눈이 무서워!’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불똥이 튀고 있다. 원하는 것만 먹고 튀면 재미없을 거라는 무언의 압박이 전해져왔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배성근이 입을 열었다.
“주환아?”
“어, 어엉.”
“배우 데뷔, 해야겠지?”
“하하…….”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위스퍼가 제대로 안 먹혔다고 뜨더니만.’
효과가 일부만 적용되었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선뜻 제의를 받아들인 게 이상하더라니, 결국 이런 속셈이었다. 은율을 미끼로 그를 포섭하려는 것이다.
사실 미끼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나쁜 제안은 아니다. 재능이 있음을 알아보고 전심전력으로 서포트해주겠다는데 누가 싫어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성근의 제안을 덥석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주환은 대부분의 사람들에 속하지 않았다.
‘끌려 다니는 건 사양인데. 한 가지에만 목매고 싶지도 않고.’
그에겐 소속사라는 존재가 귀찮음으로 다가왔다. 시스템에 의한 차고 넘치는 능력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칼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은율을 영입한다는 건 리액트로서도 적잖게 부담스러운 선택일 터였다.
그렇게 고민하던 때였다.
“저, 복귀 안 할래요.”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은율에게로 모였다.
“율아,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언니?”
민가희마저도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은율의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 보는 고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빠한테 피해가 가는 거면, 저 소속사 필요 없어요. 차라리 혼자 할래요.”
“율아…….”
“오빠, 저 괜찮아요. 사실, 아직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고… 아, 위튜브로 방송할게요. 저도 은아힐링의 주인공처럼 가면 쓰고 하면 돼요. 응, 오히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은율이 짐짓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배성근이 서주환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제가 되게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인데… 자세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청 좋은 제안 하는 거예요. 주환이 넌 알잖아?”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지. 엄청 좋은 제안 맞지. 그냥 내가 안 내킬 뿐이야.”
“인생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나 이 정도 제안은 해도 되잖아?”
그때 은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배성근 대리님 나쁜 사람 아닌 거 알아요. 오히려 평판이 무척 좋으신 걸요. 제가 완전히 무명일 때도 친절하셨고요.”
“어? 기억하세요?”
배성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은율은 그렇다는 뜻으로 작게 웃어보였다.
“남는 거라면서 손난로랑 담요 주셨었잖아요.”
은율은 한창 현역으로 있을 때 배성근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가 속했던 스윙레이디는 초보 매니저의 실수로 담요와 손난로가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은율은 멤버들에게 물품을 양보하고 추위를 참는 중이었다.
“대리님 덕분에 안 떨고 무대 마칠 수 있었어요.”
소속사도 다른 배성근이 손난로와 담요를 챙겨주었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친절이지만 인성이란 본디 소소한 행동에서 보이는 법이었다.
하지만 배성근이 좋은 사람인 것과는 별개로 서주환의 행동이 자신 때문에 강제되는 것이 싫었다.
“오빠, 저 때문에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서주환은 걱정스러운 은율의 표정에 픽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곤 배성근을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때. 율이가 이런 애야. 인성은 합격이지?”
“그야 당연히 합격이긴 하다만, 넌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배성근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솔직히 당장 배우로 데뷔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그런데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거든?”
“…그럼?”
“저번에 나한테 그랬었지? 한 번 현장에 와서 구경이라도 해보라고. 그럼 흥미가 생길 거라고.”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만…….”
배성근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감언이설도 통하지 않아서 하다못해 구경이라도 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구경해볼게. 흥미가 생기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야, 고작 그걸로 퉁 치려고?”
“아, 싫음 말고. 난 이제 아쉬운 거 없어. 율이 말대로 위튜브에서 방송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거든. 소속사 없다고 음원 못 내는 것도 아니고.”
“하. 이 녀석이 되도 않는 뻥카를 날리네.”
“반 정돈 진심인데? 그래서 콜?”
서주환이 실실 웃으며 말하자 배성근의 인상이 구겨졌다.
“콜이다, 나쁜 놈아. 대신 너, 내가 나오라고 할 때 무조건 나와야 돼.”
“오케이. 아, 방학 동안만이야. 나 바쁘거든.”
“아주 네가 상전이다, 자식아! 아오, 그때 피팅 촬영만 안 봤어도!”
“아, 음원녹음은 그대로 해도 되지? 트레이너도 붙여주기로 약속…….”
울컥!
“야, 하지 마! 때려 쳐, 그냥!”
“에이, 왜 그래, 형.”
“형이라고 부르지도 마! 꺼져!”
버럭 화낸 배성근은 어느 촬영장으로 서주환을 데려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
그날부터 서주환과 은율은 리액트 엔터의 사옥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다만 언제나 시간이 맞는 건 아니어서 항상 함께하지는 못했다.
오늘은 서주환 혼자서 엔터의 사옥을 찾은 날이었다. 그는 사옥 내 카페에 앉아있었다.
배성근이 말했다.
“율이가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더라. 유진 누나 말로는 그냥 천재라던데?”
“처음부터 내가 그렇다고 했잖아.”
“인마, 네가 전문가도 아닌데 그걸 곧이곧대로 어떻게 믿어. 그렇다고 내가 음악적 소양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배성근의 말투는 이전보다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서주환을 상대로 예의를 다 차려봐야 자신만 속이 터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좀 더 친밀감이 생겼다고 봐도 좋았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내 안목은 믿어도 돼. 특히 재능 있는 사람 보는 눈은.”
“그놈의 안목 타령은 지겹지도 않냐?”
배성근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나도 배우 보는 눈은 좋거든. 내가 발굴한 배우가 몇 명인 줄 알아?”
“모르는데, 형 눈이 좋은 건 알아.”
“모르는데 안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크으. 나를 알아봤으니까 말 다했지.”
“아오, 이걸 진짜…….”
배성근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하지만 그토록 구애하던 대상이 바로 서주환이었던지라 딱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의 상태창을 봤다.
<배성근>
성별: 남성
나이: 26살
키: 175cm
몸무게: 68kg
호감도: B
현재성욕: C
페티시: -
보유 재능: 안목(B+/A+), 직감(B/A), 인내(C+/B+), 충동(C+/B+), 경영(C/B+)
‘형 안목 좋은 거야 잘 알지. 이렇게 훤히 보이는 걸.’
배성근의 재능은 이석찬과 다소 비슷한 면이 있다. 차이라면 ‘직감’보다 ‘안목’의 등급이 더 높고 ‘경영’의 등급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었다.
‘딱 보니 이론보단 행동파네.’
본인 말로도 경영이론보단 현장에서 배우들 매니저를 뛰는 게 적성에 맞는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경영’ 재능의 잠재치가 B+인 것을 감안하면 경험을 쌓은 훗날이 기대됐다. 리액트 엔터의 대표도 그런 배성근의 성향을 알고 현장직에서부터 험하게 굴리고 있는 것이리라.
배성근이 아메리카노를 쪽 빨아들이며 말했다.
“아무튼 순조롭게 성장하면 내년쯤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오래 걸려?”
“오래는 무슨. 그 음원 수준으로 실력 높이는 게 장난이야? 그리고 율이 병력도 있잖아. 복귀전까지 멘탈 케어 잘 해야지. 평소엔 괜찮다가도 무대 서면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어.”
“으음. 그렇긴 한데… 실력은 형 생각보다 더 금방 오를 걸?”
“또 근거 없는 확신이야?”
“뭐 그렇지.”
“쯧. 나도 감 믿고 일하는 놈이지만 너랑 석찬이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하하.”
서주환은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은율의 실력이 금방 오를 것이라는 건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평균적인 노래 재능을 A+까지 올릴 순 없겠지만 한두 곡 정도라면…….’
그가 지닌 ‘성교사’의 효과도 있으니 아주 불가능하진 않을 터였다.
“아무튼 율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주환이 넌 어떠냐?”
“응? 나 뭐? 아직 현장 가본 곳도 없잖아.”
약속을 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갔지만 그는 아직 촬영현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배성근이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배우 말고 가수는 할 생각 없냐고.”
“가수? 그건 형이 나 꼬드기려고 한 말이었잖아.”
“그렇긴 한데… 유진 누나가 워낙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셔서 그래. 그 누나는 율이보다 너한테 관심이 더 많거든.”
“아아, 성 선생님.”
보컬 트레이너 성유진.
그녀는 최근 서주환과 은율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고 있는 선생님이었다.
서주환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의외네. 성 쌤 부탁이라지만 형은 나 배우로 키우고 싶어 했잖아.”
“…유진 누나가 그러더라. 율이는 천재, 너는 괴물이라고.”
배성근은 첫날부터 자신에게 찾아와 서주환을 반드시 가수로 데뷔시켜야 한다고 쪼아대던 성유진을 떠올렸다.
‘뭐어? 갑자기 두 명이나 가르치라고? 한 명은 우리 소속사도 아니고? 성근아, 누나가 물로 보이나 보다?’
처음 부탁할 때만 해도 귀찮은 티를 팍팍 내던 성유진이다. 자신이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이냐며 역정을 내는 바람에 두 손을 싹싹 빌면서 친분에 기대어 부탁했었다.
한데 첫날 트레이닝이 끝나자마자 태도가 싹 바뀌었더랬다.
‘어디서 그런 재능충을 두 명이나 주워온 거야?! 특히 서주환 걔! 성근이 너 배우만 잘 보는 줄 알았더니!’
‘야, 성근아, 주환이 걔는 무조건 가수로 데뷔시켜야 돼. 배우팀으로 빼 갈 생각하지도 마. 나한테 맡겼으니까 내 거야. 알았지?!’
‘아직도 계약을 안 했다고? 너 미쳤어? 빨리 안 잡고 뭐해?! 주환이가 싫대? 아니, 조건을 더 세게 불러 그럼!’
‘성근아, 누나 어쩌지? 주환이 걔 감당할 자신이 없네. 지금은 괜찮은데 석 달만 지나도 밑천 다 털릴 것 같아. 아니 석 달은 가려나? 솔직히 그냥 지금 데뷔시켜도 어지간한 가수들은 다 씹어 먹을 거거든. 흐흐흐흫.’
성유진은 가수로서도 제법 이름이 있지만 보컬 트레이너로서는 비교할 사람이 몇 없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그녀 본인부터가 스스로 노래하는 것보다 재능 있는 누군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에 더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기도 했다. 덕분에 그녀는 36세의 나이로 벌써부터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서주환은 그런 성유진이 불과 일주일 남짓한 시간 만에 괴물이라고 표현하며 싸고도는 존재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무리 배성근이라도 생각이 조금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배성근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네 재능이면 가수가 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 사실 배우로서의 재능은 아직 입증된 게 아니기도 하고…….”
“아, 이 형 웃기네. 푸하하.”
“인마, 뭐가 웃겨?”
“웃기지. 엔티알이라도 당한 것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데.”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형, 재수 없어 보일 거 알고 말하는 건데, 내가 전업으로 하는 건 집필밖에 없어. 나머지는 다 취미야. 왜? 할 줄 아는 게 존나 많거든.”
“…….”
“노래 그거 삘 꽂히면 그때 음원 내지 뭐. 아, 우습게보고 장난으로 하겠다는 건 아니다? 한 번 할 때는 진지하게 할 거야. 그런데 어디까지나 취미라는 거지.”
그리 말하는 서주환의 눈은 자신의 상태창에 표시된 재능 목록을 훑고 있었다.
‘어우, 이게 몇 개야.’
전부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긴 하지만 집필활동처럼 죽어라고 하면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킬 때 취미로 하는 정도가 좋았다.
그런 서주환을 보며 배성근이 썩은 표정으로 말했다.
“주환아, 너 진짜 존나 재수 없다.”
“어, 안다니까.”
서주환은 낄낄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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