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410화 (4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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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은 제 시간에 무사히 올라가길...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리액트 엔터

서주환은 최근 들어 ‘몽마신의 축복’을 상시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그간 성장한 위튜브 채널과 은율로부터 얻은 대량의 포인트 덕에 가능해진 사치였다.

그 덕분일까.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 여보세요? 주환아, 나 성근이 형이야. 오랜만에 생각나서 전화했다. 그 동안 잘 지냈어?

도움을 청하려던 배성근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

배성근이 처음 서주환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2월 겨울이었다.

당시, 휴일을 맞아 길거리를 거닐던 배성근은 피팅모델을 하고 있던 서주환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리고 세트장 위에 선 서주환의 모습은 순식간에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 모델 괜찮네. 마스크 상당하고 비율은… 아예 사기고.’

처음 든 생각은 딱 그 정도였다.

서주환의 포즈는 일반인치곤 제법 그럴 듯했지만 오랜 연예계 생활로 다져진 그의 안목에는 초짜인 게 보였다. 그러나 배성근은 이상하게도 서주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모델 느낌 좋은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고 계속 보게 되네.’

아니나 다를까, 어느덧 길거리를 걷던 행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멈춰 서는가 싶더니 인파를 이루었다. 배성근을 비롯한 행인들의 시선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서주환에게 못 박혀 떠나지 않았다. 그에겐 대중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아우라(Aura).

그것은 배성근과 이채희가 아우라라 부르는 종류의 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성근은 확신했다.

‘저 사람 천생 배우다! 타고난 스타야!’

단지 아우라 때문에만 든 생각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서주환은 사진기사의 요구에 따라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휙휙 바꾸었다.

당장 뛰쳐나올 듯 맹수처럼 사나운 모습.

상대가 누구든 홀릴 듯 매혹적인 분위기.

안경 하나 착용했다고 반전된 우수에 찬 눈동자.

상반된 분위기를 찰나에 만들어내는 것은 어지간히 숙련된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데, 서주환이 보여준 것은 마치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는 변검(變脸)과도 같았다.

“저, 저기요! 잠시만요!”

배성근은 미래의 명품 배우가 될 인재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오랜만에 길거리 캐스팅을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의는 더 없이 깔끔하게 거절당했다. 워낙 잘나서 할 줄 아는 게 많다는 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배성근은 포기하지 않았다.

“주환이 걔랑 친하게 지내. 나중에 기회 되면 잘 꼬셔보고. 갑자기 내키면 언제든 할 걸?”

남녀를 통틀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채희의 평가다. 그런 원석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불어 서주환은 사람 보는 눈과 감이 좋기로 유명한 이석찬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때부터 배성근은 서주환이 자신의 본업이라고 밝힌 웹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서주환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함이었다.

“미친, 존나 재밌는데?”

평소 잘 하지 않던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재밌었다. 그날부로 배성근은 작가 ‘서환’의 팬이 되었다. 웹소설에 취미를 붙인 순간이기도 했다.

“회귀자의 병영생활은 현대물이라서 드라마로 제작해도 좋겠어. 회귀를 빼면 판타지 요소도 없고 군대물은 청색거탑의 사례도 있으니… 아니, 이건 내용이 너무 현실적이라 국내에서는 무리이려나? 하지만 작가인 주환이가 직접 주인공 역을 맡으면 파급력이 클 텐데…….”

그는 서환 작가의 팬이 됐지만 배우로서의 서주환도 포기하지 않았다.

“주환아, 배우 하자. 응? 내가 진짜 잘 키워줄 수 있어. 저번에 연습생 생활 오래 해야 되는 게 싫다 그랬지? 내가 주연은 무리더라도 조연 정도는 어떻게든 꽂아줄게. 나 그 정도 힘은 있다?”

- 아, 이 형 진짜 끈질기네.

하지만 그의 마음과 달리 서주환은 여전히 배우에 관심이 없었다.

- 난 안 한다고 분명히 말했어. 그리고 형 직급 대리잖아. 대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래.

“어우,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도 알잖아? 우리 아버지가 리액트 엔터 대표인 거. 조연 정도는 충분히 꽂아줄 수 있다니까?”

- 응, 그래도 안 해. 자꾸 이런 걸로 연락하면 앞으로 형 전화 안 받는다? 댓글 못 쓰게 아이디도 차단 박을 거야. 형 닉네임 ‘react_bsg’ 맞지?

“야, 야! 주환아, 그건 아니지!”

그 후, 배성근은 서주환에게 배우 제의를 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디가 차단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댓글을 못 쓸 뿐 소설을 못 보는 건 아니었고, 정 댓글을 쓰고 싶으면 다른 플랫폼에서 결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권했다간 서주환과의 인연이 끊어질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안부 전화만 드문드문 하다가 몇 달 뒤인 오늘.

“으아아! 도저히 못 참겠다! 그래, 배우가 안 되면 일단 가수로 꼬드겨서라도!”

배성근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서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주환이 직접 부른 노래가 삽입된 ‘은아힐링’의 최신 화를 보고난 뒤였다.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만들고 말했다.

“여보세요? 주환아, 나 성근이 형이야. 오랜만에 생각나서 전화했다. 그 동안 잘 지냈어?”

그에 서주환이 답했다.

- 뭐야, 형. 말투가 왤케 씹게이야.

“…뭐?”

- 라고 할뻔.

“…….”

- 히히. 농담.

배성근은 뒷목이 당겨왔지만 간신히 욕설을 참았다. 그래, 참자. 참아야 한다. 이보다 더한 연예인들 꼬장을 들어왔지 않았던가. 그에 비하면 서주환은 그저 친한 형에게 장난을 치는 것일 뿐이니 화날 것도 없었다. 아니, 친한 형이라고 생각해주긴 하겠지?

- 그래서 무슨 일이야, 형?

그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하하. 사실 은아힐링을 너무 재밌게 봐서 전화했어.”

- 아, 이번에 노래 삽입된 거?

“어어! 그래, 그거! 와, 진짜 대박이더라. 내 읽는 속도랑 딱 맞아떨어져서 더 그랬어. 무대 장면 읽는데 거기서 딱 노래가 들리는 거 있지? 눈물이 저절로 나오더라.”

- 흐흐. 평균적으로 읽는 속도가 그쯤이겠지 싶었는데 다행히 잘 맞았네.

“역시 노린 거였구나. 야, 그나저나 주환이 너 노래 진짜 잘 부르더라. 어지간한 가수들 뺨은 다 후려치겠던데?”

- 칭찬 감사. 내가 좀 잘 부르긴 했지.

“인정, 또 인정. 좀이 아니라 겁나게 잘 불렀지. 솔직히 당장 가수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겠더라.”

거기까지 말한 배성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데뷔’라는 단어에 서주환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를 기울였다.

- 음. 뭐, 음원 하나 정도는 조만간 내려고 하긴 하는데…….

긍정적인 반응!

배성근은 얼른 소리쳤다.

“내가 도와줄게! 음원제작!”

- 엉?

“이, 이왕에 음원 낼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이쪽에 와서 해. 리액트 엔터가 배우로 유명하긴 하지만 아이돌도 꽤 데뷔시켰거든. 여기 시설 좋아. 당연히 음원장비도 다 최신형이고.”

- 오호. 그래?

“어! 내가 다 말 해둘 테니까 언제든지 내 이름 대고 들어오면 돼.”

- 으음. 안 그래도 요즘 시간 남는데 진짜 한 번 갈까? 엔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성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오라고 해도 안 오더니! 드디어 연결점이 생겼다!’

그동안 얼마나 꼬드겼던가. 하다못해 걸그룹에게 직접 싸인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데도 바쁘다며 거절했던 사람이 서주환이었다.

배성근의 기쁨은 계속됐다.

- 안 그래도 요즘 가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 궁금하더라고. 계속 흥미가 생기네. 아니, 연예계라고 해야 되나? 배우도 관심 있으니까.

그 말이 결정타였다.

- 아, 형. 친구랑 같이 가도 돼? 여럿은 아니고 한두 명 정도?

“물론이지. 미리 연락만 해주면 돼!”

배성근은 서주환이 하는 말에 연신 예스를 외쳤다. 뇌내에서 행복회로가 마구 돌아갔다.

‘주환이는 아무리 봐도 관종이야. 가수가 돼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그 맛 절대 못 잊지. 가수에서 배우가 되는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옆에서 계속 바람을 불어넣으면……!’

배성근은 지금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했다.

*

서주환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후 연락을 끊었다. 그리곤 어깨를 들썩거리며 끅끅 참았던 웃음을 토해냈다.

“아, 이게 진짜 되네. 푸흐하핳.”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연락이 끊긴 폰을 바라봤다.

“흐흐. 성근이 형한테 좀 미안하네. 피로회복제라도 선물로 줘야겠어.”

특수능력 덕분에 배성근을 쉽게 구워삶는데 성공했다.

그는 만족스럽게 ‘위스퍼’의 효과가 적힌 시스템창을 잘했다는 듯 쓰다듬었다.

【위스퍼】

▶ 효과1: 상대방의 무의식에 말을 건넵니다.

▶ 효과2: 상대방의 판단력을 저하시킵니다.

▶ 효과3: 사용자의 말에 알 수 없는 신뢰가 깃듭니다.

※ 위스퍼의 효과는 상대가 지닌 호감도 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험한 연예계에서 몇 년이나 구른 배성근이 허술한 초짜처럼 낚인 이유였다.

“크으. 참 효자 능력이란 말이야.”

나중에 가브리엘라한테 선물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스퍼’는 가브리엘라에게 얻은 ‘매혹’ 재능에서 파생된 특수능력이었다.

[제 선물은 없나요?]

루시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배성근을 구워삶은 일등공신은 단연코 루시였다. 그녀는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서주환에게 ‘위스퍼’의 사용을 조언했다.

그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 우리 루시 선물도 줘야지.”

[정말인가요?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어허, 공을 세웠으면 합당한 상이 따라야지. 음… 서주환 자지 평생 이용권 어때? 꼴리면 아무 때나 써도 돼. 끝내주지?”

[…….]

“쫌만 기다려봐. 지금은 몸이 없어서 그렇지 나중에 사람 되고 나면 이게 얼마나 끝내주는 선물인지 알게 될 거야.”

[그냥 꼴리면 아무 때나 제 몸을 쓰겠다는 걸로밖에 안 들립니다만…….]

“오해야.”

[루시는 지금 주인님이 조금 싫어지려고 합니다.]

“에이, 반은 농담이었어. 삐지지 마.”

[반은 진담이셨군요?]

“하하.”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었다.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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