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409화 (40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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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제 예약을 했는데 사이트 오류로 안 올라갔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겁하고 직접 올립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리액트 엔터

은율은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감추기 위해 몸을 길게 뉘었다. 물이 턱 위까지 올라와 입술 근처를 찰랑였다. 장난을 치듯 뽀그르르 물거품을 만들었다.

서주환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율아, 많이 피곤해?”

“조금이요. 그런데 오빠한테 이렇게 기대니까 좋아요.”

그가 신경 쓰지 않도록 여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곤 다리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그의 물건을 잡고 손장난을 쳤다. 머리 위로 나른한 숨결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은율은 그렇게 손장난을 치며 입술을 튕겼다.

뽀글뽀글, 뽀그르르.

방울방울 떠오르는 거품마다 본 적 없는 여자들의 얼굴이 설핏 보이는 듯했다.

‘다른 여자.’

이제 와서 그에게 다른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서운한 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니까 서운할 건 하나도 없었다.

“…….”

아니, 거짓말이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 외에 다른 여자들이 몇 명이나 있다는데 어떻게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는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운함은 있어도 불만을 품지는 않는다. 애초에 다 알면서 먼저 애걸한 관계였으니.

‘질투하기엔 가희랑 수아한테 염치가 너무 없는 걸.’

민가희와 한수아는 그녀가 힘들 때 곁에 있어준 동생들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먼저 서주환과 사귀고 있었으면서도 그녀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다.

‘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시에는 그저 두 사람이 고마웠다. 배척하지 않고 기회를 준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래서 절대로 질투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는 두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도대체 가희와 수아는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도와준 걸까. 빼앗기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아니면 그때 말했던 것처럼 워낙 다른 여자들이 많으니 한 명 더 추가되는 건 별 느낌이 안 들었던 걸까.

아직도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뽀그르르… 톡, 토독.

물거품이 방울방울 터지는 순간이었다.

“율아.”

서주환의 팔이 그녀의 몸에 포개졌다.

“미안.”

그리고 이어지는 난데없는 사과.

뽀글?

은율은 의문어린 눈으로 서주환을 돌아봤다.

“으응? 오빠가 왜 미안해요? 오빠는 저한테 미안한 거 하나도 없는데?”

미안하긴 고사하고 마냥 고맙기만 한 사람이 바로 서주환이었다. 굳이 사과를 한다면 갑자기 그의 삶에 끼어들어 귀찮게 만든 자신이 해야 하지 않을까.

서주환은 기습적으로 그녀에게 키스했다. 쪽, 가벼운 입맞춤을 한 후 물기 어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너무 무신경했던 것 같아. 네 앞에서 다른 애들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건데. 화났지? 미안해.”

“아, 아닌데? 저 화 안 났어요!”

은율은 괜스레 뜨끔한 마음이 들어 더욱 강력하게 부정했다. 화가 나지 않은 건 정말이다. 단지 조금 서운했을 뿐.

‘오빠한테 티 내면 안 되는데!’

그의 사정을 다 알면서도 받아달라고 떼를 쓰듯 노래했던 자신이다. 그렇기에 서운하다는 감정조차 사치라고 생각했다.

서주환은 그런 은율을 꼭 끌어안으며 토닥였다.

“화는 안 났어도 서운한 건 맞잖아.”

“…죄송해요. 진짜 티 안 내려고 했는데.”

“미안할 거 없어. 서운한 게 당연한 거니까. 그리고 잘못은 내가 했는데 율이 네가 왜 미안해?”

“…….”

은율은 부끄러움으로 빨개진 얼굴을 수면 아래 감췄다.

서주환은 그런 은율을 보곤 쓰게 웃으며 말했다.

“율아, 서운한 티 내도 돼. 절대 그런 걸로 미안해 할 필요 없고.”

“…….”

“오히려 내가 실수한 건 바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고치려고 노력할게. 응?”

“네…….”

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오빠는 조금 비겁한 것 같아.’

그렇게 말한다고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이런 배려가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은율은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가희랑 수아도…….’

문득 은율은 두 사람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들이 배려하고 도와준 건 사실 자신이 아니라 서주환이었던 게 아닐까. 어쩐지 그런 확신이 들었다.

한편 서주환은 루시와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루시야, 율이 마음이 좀 풀렸을까?’

[제가 보기엔 벌써 풀렸습니다. 역시 주인님. 가스라이팅이 점점 능숙해지시는군요.]

‘응? 무슨 소리야?’

[…모르시면 됐습니다. 아무튼 이제 루시가 주인님보다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건방진 도우미네.’

[우리 주인님 최고입니다.]

뽀글뽀글.

*

서주환은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의 최신화 댓글을 살폈다.

- 드디어 한솔이 얼굴 까고 가수 복귀ㅠㅠ

- 우리 방구석정병소심이 많이 컸다ㅠㅠㅠㅠㅠㅠ

- 가면 벗었을 때 쾌감 지리네

└ ㄹㅇ팬티 갈아입었음

└ 아ㅋㅋ 기저귀 차고 봤어야지. 이전 편 보고 예상 못했냐고ㅋㅋㅋㅋ

- 가사가 왤케 슬프고 안타깝냐.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이거 팬들한테 하는 말이잖아 ;ㅅ;

└ ㅇㄱㄹㅇ얼핏 보면 사랑하는 사람한테 매달리는 가사 같은데 잘 보면 다 비유임

└ 너=팬, 사랑=팬들의 관심, 날카로운 사랑=악플과 선플, 함께 걷던 밤 산책=팬들과 함께 한 콘서트

└ 이게 맞지ㅇㅇㅋㅋㅋ

- 걸그룹도 빨아본 적 없는 내가 텍스트 남돌쉑 복귀 보면서 즙을 짰네. ㅅㅂ이거 맞냐?

└ 울지 말고 말해봐

└ 이상한 거 아님. 서환이 걍 작정하고 울리려고 쓴 편인데 어케 안 울어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즙 안 나왔다? 그거 병원 함 가봐야 됨

댓글을 본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독자들이 말한 가사는 그가 아닌 은율이 쓴 것이었다.

‘주인공 상황이랑 묘하게 어울려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허락받길 잘했어.’

주인공의 복귀 가사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와중 은율이 들려준 노래가 떠올랐다. 다행히 그녀는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고, 보는 바와 같이 독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율이한테 얻은 노래(A+/S) 재능 덕에 녹음도 잘 됐고.’

은율에게 빌린 것은 노래 가사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민가희가 작곡하고 은율이 부른 노래를 남자 버전으로 직접 녹음해서 해당 회차에 삽입했다.

- 삽입곡 돌았네. 글만 읽을 땐 눈물 안 나왔는데 노래 재생하고 다시 보니까 눈물 질질 샘

└ ㅇㅈ 나도 밖이라 처음엔 노래 꺼두고 봤는데 노래 틀고 다시 보니까 바로 즙 나왔음

└ 이런 사람들 많을 듯. 이번 화는 ㄹㅇ 노래가 신의 한수였다

└ 이어폰 필수. 아니면 헤드셋

- 와 노래 ㅈㄴ좋다. 진짜 작가님 쌉재능충이네. 어떤 작가가 직접 녹음한 노래를 삽입하냐고ㅋㅋㅋㅋ

└ 내 말이ㅋㅋ 일러 자급자족하는 작가는 가끔 봤는데 노래를 불러버릴 줄은ㅋㅋㅋㅋ

- 인생 ㅈㄴ불공평하네. 서환 이 쉑은 와꾸 ㅆㅅㅌㅊ에 글, 그림, 노래, 춤까지 잘하는데 난 뭐임

└ 우리 오빠 글은 취미로 쓰는 거예요ㅎㅎ

└ 무7련인가? 글이 본업이고 나머지가 취미지

-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제꼬삼

└ 포기해… 이 형 위튜브 운동영상에 ㄲㅊ 덜렁거리는 장면 있더라…….

└ ㅆㅂ

‘…그 영상 찾아서 지워야겠네.’

서주환은 이내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옆에 있는 은율을 돌아봤다.

“율이 네가 부른 노래를 삽입하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랬지만 ‘은아힐링’의 주인공은 남자다. 그래서 은율의 노래를 사용하지 않고 그가 남자 버전으로 다시 녹음한 것이다.

서주환의 말에 은율이 훌쩍거리며 대답했다.

“흐윽, 아니에요, 노래, 오빠가 더 잘 불렀어요. 흑, 아, 눈물이 안 멈춰…….”

“으이그, 또 우는 거야? 너 이번 편 벌써 세 번이나 봤다면서.”

“볼 때 마다 눈물이 나오는데 어떡해요오… 헝…….”

잠깐 잊고 있던 사실인데, 은율은 ‘은아힐링’의 광팬이었다. 오죽하면 이 소설이 삶의 버팀목이었다고 말했겠는가. 그녀는 이번 화를 4회독이나 하며 연신 훌쩍였다.

서주환은 그런 은율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째 율이가 받아야 할 관심을 내가 뺏어간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독자들이 원곡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 이거 음원 왜 안 냄?

└ ㄹㅇ반복재생하고 싶은데 방법이 소설 켜두는 수밖에 없어서 개빡침

└ 플리에 넣고 싶다고! 빨리 앨범 내!

└ 원곡이 따로 있대요

└ ㄹㅇ?

└ ㅇㅇ후기에 써져 있음. 원곡은 여자 버전이라고 함

└ 그러고 보니 가사 쓴 사람도 따로 있네요. 작곡: GH, 작사: 리메디Remedy, 원곡자: 리메디Remedy

- 님들 리메디가 누구임? GH 님은 서환 님 전용 브금싸개인 거 아는데 리메디는 검색해도 안 나오네

└ 브금싸개가 뭐냐. 브금술사라고 해라ㅋㅋㅋ

└ ㄹㅇ나도 목소리 취저라 검색해봤는데 아무것도 안 나옴

└ 원곡 들어봄? 어케 목소리가 취저인 걸 앎?

└ 제발 후기 좀 읽자… 위튜브에 원곡 있음

위튜브에 있는 원곡이란 방구석 노래대회가 있던 그날 은율이 그에게 불러준 노래였다. 당시 녹음실에서 부른 은율의 노래는 고스란히 녹음되었고, 서주환은 그걸 자신의 위튜브 채널에 올렸다.

- 와 원곡도 개좋네ㄹㅇ

- 뭔가 되게 애잔하다. 소설 삽입곡이랑은 살짝 결이 다른 눈물 포인트가 있음

└ ㅇㄱㄹㅇ 가사는 그대로인데 뭔가 이건 첫사랑 떠오르게 만듦

└ 이 곡 들어보니까 같은 곡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게 진짜인 듯

- 서환 님이 부른 버전이랑 리메디 님이 부른 버전 둘 다 발매해주면 좋겠다. 플리에 넣고 계속 돌릴 텐데

└ 진짜 둘 다 너무 좋음

└ 난 원곡이 더 좋은 듯

└ 뭘 비교를 함? 애초에 작가가 이만큼 부르는 것부터가 개사긴데

└ ㄹㅇㅋㅋ

소설에 비해 아직 댓글이 많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날 은율의 재능이 A+까지 올라가서 다행이었죠. 안 그랬으면 주인님이 부른 버전과 비교당했을 겁니다.]

서주환은 속으로 루시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현재 은율의 노래 재능은 B. 반면 그의 노래 재능은 A+다. 아무리 그가 이론적으로 노래를 배우지 않았다고 해도 상당히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은율의 재능은 A+까지 올라갔었다. 덕분에 지금 그가 부른 버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론을 제대로 배운 은율이 더 앞선다고 봐야 옳았다.

서주환은 옆에서 5회독을 시작하려는 은율을 보며 생각했다.

‘슬슬 성근이 형한테 연락해볼까?’

리액트 엔터의 배성근 대리.

직급은 대리지만 대표인 아버지를 백으로 둔 배우팀의 실세.

‘배우팀이지만 노래 쪽으로도 도움을 구할 수 있겠지?’

서주환은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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