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405화 (4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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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두 번째 노래 끝나는 것까지 쓰고 싶었는데 병원 다녀오느라 시간 부족이었습니다..ㅠ

다행히 오늘은 통증이 좀 가라앉아서 주사는 안 맞고 약만 처방 받은 후 물리치료 받았습니다.

도수치료도 월욜에 예약했는데, 20kg 넘게 뺐더니 순간 선생님이 못 알아보시더군요. 꽤 뿌듯했습니다ㅎㅎ

이번에 휴재한 건은 지금까지 해왔듯 보충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몸 관리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D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시스템 알림은 계속 이어졌다.

[축복, ‘몽마신의 축복’이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을 부여합니다.]

[재능, ‘교육(A+/A+)’의 특수능력 ‘성교사’가 대상자 ‘은율’에게 반응합니다.]

[재능, ‘절대 음감(A+/A+)’이 ‘노래(A+/S)’ 재능에 반응합니다.]

[재능, ‘상상(A+/A+)’의 특수능력 ‘영감의 시간’이 진심이 담긴 노래에 반응합니다.]

[재능, ‘노래(B/B)’의 특수능력 ‘씽 필링’이 동일한 능력에 반응합니다.]

서주환은 알림을 듣지 못했다. 그가 온전히 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루시가 알림을 미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림음을 듣는 것과는 별개로 변화는 이미 이루어졌다.

‘이건… 율이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노래하고 있는 은율의 감정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스템의 이능이 서로의 정신을 연결했다. 노랫말을 타고 감정이 전해져왔다. 마음으로 노래가 스며드는 듯했다.

서주환은 울렁거릴 정도로 진한 감정에 멍한 시선으로 앞을 바라봤다.

“율이 너…….”

녹음실 유리문 너머.

은율은 그를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보다 곧은 시선이 말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를 상처 주게 허락할게요.

그러니 당신을 사랑하게 허락해주세요.

아픈 사랑이라도 괜찮아요.

전부가 아니어도 좋으니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덜 아플 테니까요.

노래가 이어질수록 마음이 울렁였다.

서주환은 은율과 시선을 맞추고 이어지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노래를 매개체 삼아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있었다.

*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이렇게 처량해 보일 줄은 몰랐어요

당신의 눈에는 어찌 보였을까

따듯한 시선 너머 자리한 불안함도 걱정도

함께 걷던 밤 산책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다시 다가가게 해줘 너에게

난 너를 잊지 못하게 돼버렸으니

난 이미 너 없이 살 수 없으니

다시 사랑하게 해줘 너에게

받게 허락해줘 사랑을

당신, 잊고 싶어도 난 할 수 없고

다시, 또 다짐해도 선명해지고

다신, 만날 수 없다는 불안으로

잠시, 만 기다려줘 돌아갈 테니

필시,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다시 다가가게 해줘 너에게

난 너를 잊지 못하게 돼버렸으니

난 이미 너 없이 살 수 없으니

다시 사랑하게 해줘 너에게

받게 허락해줘 사랑을

당신의 날카로운 사랑을─!

*

너무 깊고 진한 감정은 사람을 뒤흔든다.

서주환은 가슴께를 움켜쥐며 한숨 흘리듯 웃었다.

“이미 결정했는데 왜 그러냐…….”

노래가 아니었어도 이미 마음을 정했었다. 그는 작업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한데, 지금은 그 마음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감정은 상상이상으로 깊고 진했다. 그리고 그 감정에 휩쓸려버리는 자신이 있었다. 단순한 호감과 호의가 아니라 애(愛)가 새겨진다.

은율이 쐐기를 박아버렸다. 시스템의 이능이 정신을 연결했기 때문일까. 가슴 한쪽이 관통된 듯한 감각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울렁이는 가슴을 다잡으며 노랫말을 받아들였다.

‘온전히 나를 위한 노래구나.’

그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

보이스 챗으로 불렀던 ‘한 걸음’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것은 은율 자신과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곡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를 향한 감정이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 부르고 있는 이 노래는 그를 향한 감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이토록 진한 감정을 받아들이니 그도 더 이상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은율, 그녀를 향한 감정에 동정심보다 호감이 더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다만 한 명의 여성으로만 보였다.

*

노래가 끝났다.

끼익, 은율이 녹음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그를 보며 물었다.

“저, 오빠, 제 노래 어땠어요?”

서주환은 대답하는 대신 그녀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오, 오빠?”

은율은 당황이 역력한 목소리를 냈다. 이미 충분히 가까워졌음에도 그에게서 멈출 기미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내 바짝 다가온 그가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 어? 에? 으어…?”

은율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당황한 입에서는 온전한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품에 감싸인 채 연신 입술을 달싹였다.

그때 서주환이 우습다는 듯 큭큭거리며 말했다.

“아, 진짜로 반하게 만들 줄은 몰랐는데.”

“네, 네?”

은율이 무슨 말이냐는 듯 품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서주환은 그녀와 시선을 맞추고, 입술을 맞췄다.

“?!”

은율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전신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주환은 쪽, 하고 장난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곤 빙그레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노래 잘 들었어. 나도 율이 너 좋아해.”

“…저, 정말로요?”

은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왜, 다시 키스할까?”

“네? 아, 네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묻자 그녀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환은 큭큭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가벼운 버드키스가 아닌 농밀한 프렌치 키스였다. 그의 혀는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입안을 능숙하게 희롱했다.

“──!”

움찔, 움찔움찔. 길게 이어진 키스에 은율은 몸을 떨어댔다. 첫 키스 상대가 다름 아닌 서주환이다. 제대로 된 뽀뽀도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겐 너무 강한 자극이었다.

서주환은 눈이 풀린 채 축 늘어지려는 그녀의 목을 받쳐 세우며 말했다.

“나머진 집에 가서 하자. 여기서 더 하면…….”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작업실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네에…….”

은율은 헤롱헤롱 풀어진 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

헤롱거리던 은율이 정신을 차린 것은 서주환이 위험하다며 안전벨트를 메어줬을 때였다.

그녀는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느끼며 옆에 앉은 서주환을 연신 힐끔댔다.

‘오빠랑 지금부터 사귀는 건가? 여자친구라고… 해도 되나?’

너무 빤히 바라봤던 걸까.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웃으며 말했다.

“왜?”

“아, 아니에요!”

“푸흐. 뭐가 아닌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아, 그게에…….”

그 말에 은율은 침을 꼴깍 삼켰다.

평소처럼 다정한 말투. 하지만 무언가 미묘하게 달랐다. 은율은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마냥 따듯하기만 했던 이전과 달리 그의 눈동자에는 묘한 열기가 담겨 있었다.

‘나머진 집에 가서 하자.’

문득 작업실에서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생전 처음 해보는 농밀한 키스 후라서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던 말이다.

이제서야 그 의미를 파악한 은율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순간 들이킨 숨이 긴장으로 꽉 막혔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신호가 바뀌고, 빤히 바라보던 시선이 거두어졌다.

부우웅~ 차가 움직이는 소리인지 몸이 떨리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참았던 숨을 길게 토해내며 생각했다.

‘그럼, 지금, 오빠 집에 가서, 하는…?’

소리 내어 말하는 것도 아닌데 생각이 뚝뚝 끊어졌다.

은율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 속에서 히익 하고 내뱉었다.

“오, 오빠!”

“응?”

“저희, 사귀는 거, 맞죠?!”

“응.”

“그, 그렇구나!”

“그런 거지.”

“고, 고맙습니다?”

난데없는 감사인사에 서주환은 끅끅거리며 참았던 웃음을 토해냈다. 그리곤 주차장으로 향하며 말했다.

“고맙기만 하진 않을 수도 있어.”

“…네?”

은율이 눈을 깜빡였다.

그는 차를 주차시키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여친한테는 마냥 매너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친구 같은 연애를 좋아해서.”

“친구 같은…? 저, 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다행이네. 나 장난치는 거 엄청 좋아하거든. 상대가 나한테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그, 그렇구나. 저도 열심히 해볼게요.”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건지.

차에서 내린 서주환은 낄낄대며 은율의 손을 잡았다. 한두 번 잡아본 것도 아니건만 은율이 움찔 손을 떨었다. 그는 가녀린 손에 깍지를 끼우며 웃었다.

“괴롭히는 것도 좋아하고.”

“괴, 괴롭혀요?”

은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본 서주환은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자친구를 괴롭힌다니?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는 듯 그가 말했다.

“울리는 것도 좋아해.”

“…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다만 이어지는 말은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진도는 좀 빨리 빼는 편이야.”

그가 여우처럼 웃으며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야한 느낌의 미소. 지금부터 벌어질 일을 절로 상상하도록 만드는 미소이기도 했다.

이내 그녀의 고개는 땅을 향해 푹 숙여졌다.

하지만 거절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깊이 스며든 ‘페로몬’의 효과일까. 아니면 이전부터 각오하고 있던 탓일까.

은율의 현재 성욕 수치는 ‘A+’를 가리키고 있었다.

“들어와, 율아.”

“네…….”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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