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402화 (40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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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오랜만에 꾸금씬!

*

지금쯤 저는 속초에 있는 호텔에 있겠군요

무료 숙박권 덕분에 호캉스를 즐겨보네요 하핳

*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서주환은 침대에 누운 채 손에 감긴 살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손가락 끝에 걸린 돌기를 빙글빙글 돌리자 민가희가 몸을 비틀며 말했다.

“그만 만져요, 오빠. 간지러워.”

“한 번 더 할까?”

“왜 얘기가 그리로 가요?!”

“싫어?”

“싫은 건 아닌데… 힘들어요. 더 하면 저 죽어요. 아니, 이미 몇 번 죽었어.”

“큭큭큭. 알았어, 그만 만질게.”

“음. 가슴은 만져도 돼요.”

“오케이.”

서주환은 손 안에 가득 잡힌 민가희의 가슴을 연신 주물럭댔다. 민감한 유두만 아니라면 가슴 정도는 얼마든지 만지게 해주는 민가희였다.

문득 민가희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빠.”

“응?”

“오빠는 율 언니의 어떤 점에 반한 거예요?”

“콜록.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는 침대 위에서 다른 여자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 편이었다. 복잡한 관계를 다 알고 만나는 사이라 하더라도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가희는 여상한 투로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그래요. 그냥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

“진짜 궁금해서 그런 건데. 안 말해줄 거예요?”

그리 말한 민가희는 손을 아래로 내려 은근히 그의 중심부를 쓰다듬었다. 아직도 기운찬 물건이 금새 반응했다.

서주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꼭지를 튕겼다.

“아으! 거긴 만지지 말라니까.”

“네가 먼저 만졌잖아. 하기 싫다더니 그렇게 자극하기 있어?”

“헤헤. 이렇게 하면 말해줄 것 같아서.”

“참 나. 옛날엔 그렇게 순진했는데.”

“흥. 오빠가 이렇게 만들었으면서.”

“…그래, 내가 죄인이다.”

“맞아요. 오빠가 죄인이에요!”

민가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서주환도 마주 픽 웃으며 말했다.

“노래 때문이야. 난 율이 노래가 좋더라고.”

“그래요? 솔직히 율 언니 활동했을 때 노래는 그냥 그렇던데.”

“그거 말고.”

“‘한 걸음’이요?”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거든.”

그 말에 민가희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좋긴 하죠. 저도 그래서 작업하자고 먼저 제안한 거고. 그런데 오빠가 반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율 언니보다 오빠가 부른 게 더 좋던데.”

민가희가 재잘재잘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제가 작업하자고 한 건 곡이 특이해서였거든요. 여태 가사 없는 곡 위주로 만들다가 반대로 노랫소리가 없으면 텅 비는 곡이라서 꽂혔어요. 같이 작업하면 저한테 도움이 될 것도 같았고… 그런데 정작 율 언니 노래 실력은…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냥 그랬어요. 그렇다고 아예 못 부른다는 건 아니지만요.”

민가희는 작곡과로 전과하기 전까지만 해도 보컬이 전공이었다. 그런 만큼 ‘잘 부른다’에 대한 기준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았다. 그녀 본인의 노래(B/B) 재능만 봐도 현재의 은율보다 한 수 위였고 말이다.

“으음. 율 언니의 강점이라면 목소리가 유니크하다는 것 정도? 그 목소리는 평범한 듯 하면서 독보적이죠.”

평범한 듯 독보적이다. 그 말처럼 은율의 목소리는 얼핏 평범하게 들린다. 맑고 또렷하긴 하지만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는 목소리. 그러나 들을수록 편안하고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먹구름 맑게 갠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운권천청(雲捲天晴)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하지만 서주환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애의 진짜 강점은 목소리가 아니야.”

“네?”

“율이의 노래는 듣는 사람을 엄청 몰입시키거든. 목소리도 좋긴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거야. 지금은 갈피를 좀 못 잡고 있어서 그렇지 방향만 깨달으면 엄청날 걸? 가희 네가 작곡에 재능이 있는 만큼 율이는 노래에 재능이 있어.”

민가희는 그리 말하는 서주환을 빤히 바라봤다.

‘신기한 오빠야.’

어떻게 이리 확신어린 투로 단언할 수 있는 걸까. 자신에게 작곡을 권유할 때도 그랬다. 대체 뭘 보고 작곡이란 길을 권한 건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결과가 증명할 뿐이었다.

민가희는 이내 킥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응?”

“오빠가 말한 방향이라는 거, 오늘 조금 잡은 것 같거든요.”

서주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이냐는 듯 묻는 시선에 민가희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낮에 제가 작업실에서 오빠 쫓아냈었잖아요. 그거 괜히 그런 게 아니거든요. 율이 언니 머릿속에서 오빠를 좀 덜어낼 필요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날 덜어내?”

“네. 율 언니 머리에는 오빠가 너무 꽉 차 있었거든요. 아무튼 문제를 알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민가희가 히죽 웃었다.

“금방 완성시킬 테니까요. 율이 언니를 울려서라도.”

“…….”

서주환은 어쩐지 민가희가 조금 무서워졌다.

*

민가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만.”

음악이 중단됐다.

은율은 흠칫하며 노래를 멈췄다.

민가희는 녹음실 밖으로 나온 은율에게 말했다.

“율 언니.”

“으, 으응.”

“분명 내가 말했지. 노래할 때 오빠 생각하지 말라고.”

“아, 안 했는데. 정말이야.”

“그럼 무슨 생각했어?”

“그냥, 잘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어.”

민가희는 팔짱을 끼우며 은율을 바라봤다.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는데.’

하지만 이정도로는 안 된다. 그녀가 보기엔 분명 더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은율은 서주환이 말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없었다.

‘오빠는 가까운 사람들한테 너무 물러.’

그 중에서도 유독 은율에게 물렀다. 그녀의 정신질환을 걱정한 탓일 터다. 그래서 모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은율은 생각 외로 단단한 사람이었다. 장시간 고된 연습을 몰아쳐도 결코 먼저 포기하는 법이 없고, 말을 더듬으면서도 은근히 제 할 말은 다 하는 성향을 보아 알 수 있었다. 다만 은율이 두려워하는 건 사람들의 비난이었다. 그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서주환에게 버림받는 것이었고 말이다.

민가희는 은율을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

“언니, 미안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말을 좀 세게 할 거야. 괜찮겠어?”

“어? 으응.”

“좋아. 허락도 받았으니까 대놓고 말할게. 지금까진 적당히 걸러서 말했지만 이제부턴 아니야.”

민가희는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려는 듯 표정을 굳혔다. 그래봤자 아래로 쳐진 눈매는 여전히 순해빠졌지만, 목소리만큼은 제법 싸늘했다.

“언니, 가수 될 생각이 있긴 해?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묻는 거야.”

“그, 그야 당연하지. 어렸을 적부터 꿈인걸.”

“꿈 때문이 맞아? 그냥 주환 오빠랑 사귀고 싶어서가 아니고?”

“뭐, 뭐?”

은율이 당황한 얼굴로 민가희를 쳐다봤다.

민가희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도 돼. 그런데 내가 보기엔 지금 언니가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가 단지 주환 오빠 옆에 있고 싶어서라는 마음이 전부인 것 같거든.”

“…….”

“오빠는 꿈이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고 했지. 그런데 언니는? 열심히 하고 있는 거 맞아?”

“열심히 하고 있어…!”

은율이 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녀가 화를 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민가희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 열심히는 하고 있지. 그런데 그거, 본말전도 아니야?”

“뭐?”

“그렇잖아. 언니가 노력하는 이유는 오빠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좀 어긋나 있다고 생각 안 해?”

“…….”

“적어도 내가 작곡을 하는 이유는 오빠한테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냥 음악이 좋아서지. 오빠는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거고.”

“…….”

은율은 신랄한 말에도 마땅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실제로 민가희의 말대로 그녀가 지금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서주환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민가희는 그런 은율을 보며 한 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질문했다.

“언니는 처음에 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어?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뭐야?”

“…따듯해서. 나도 노래로, 사람들한테 힘을 주고 싶었어.”

“자작곡 만들 때는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어? 가사는 어떤 감정으로 썼고?”

“…….”

은율은 2년 전을 떠올렸다. 당시의 ‘나’는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던 걸까.

‘힘을 주고 싶어서. 위로해주고 싶어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의 그녀는 전혀 뜨지 못한 무명 아이돌이었고, 그녀를 포함한 멤버들은 성과 없는 나날에 점점 지쳐갔다.

그런 자신과 멤버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노래 가사처럼 어제의 고단과 오늘의 고난을 버티고, 내일도 분명 힘들 터인 저 고지를 올라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어설픈 실력으로나마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다.

“율 언니, 노래 부르는 건 재밌어?”

“…재밌어.”

“오빠 때문이 아니라?”

“아니…야. 노래는 원래 좋아했어.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불렀어.”

힘든 무명생활을 버텨냈던 것은 단지 노래가 좋아서였다. 유명해지고 싶다기보다도 자신의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누군가에게 나의 노래가 힘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한 건 거짓말이 아니야. 하지만…….’

은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희야, 나 다시 해볼게.”

“…좋아. 대신 오빠 생각하면 안 돼.”

“응.”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부르면 화낼 거야!”

“응.”

은율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얼마든지 불러도 좋으니까 재밌게 불러.”

“고마워, 가희야.”

“치. 욕먹고 고맙대.”

“가희는 바보야. 욕한 적도, 없으면서.”

“헐. 지금 나한테 바보라고 욕했어!”

“그게 무슨, 욕이라고.”

은율은 그리 말하며 놀리듯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리곤 민가희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녹음실 안으로 들어갔다.

*

그 날, 한수아의 위튜브와 크위치 카페에 공지 하나가 걸렸다.

[6월 20일 ‘방구석 노래 대회’ 참가 모집]

안녕하세요! 고미TV의 한고미입니다!

2주 후 크위치TV와 위튜브 생방송에서 ‘서환’ 님과 함께 방구석 노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참가 자격 없음! 장르 불문! 자작곡 가능!

(상금)

1등: 300,000원

2등: 200,000원

3등: 100,000원

4등: 50,000원

5등: 치킨+치즈볼 기프티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고미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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