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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두 편 연재는 실패했지만 두 편 같은 한 편 들고 왔습니다ㅎㅎ...
솔직히 이번 주는 편당 분량 낭낭했죠? ㅇㅈ?
*
독자님들 모두 이번 주말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은율은 오늘도 민가희의 작업실에 다녀왔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집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모자와 안경, 마스크가 필요하긴 했지만 말이다.
‘전부 오빠 덕분이야.’
은율은 서주환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어느 날 불현 듯 찾아온 그의 존재는 마치 신경 안정제와 같았다. 그가 옆에 있으면 신기하게도 불안이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졌다. 언젠가 복용하던 정신과 약도 이처럼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어째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삶의 버팀목이었던 ‘은아힐링’을 쓴 작가이기 때문일까? 그는 처음 본 그 날부터 낯선 느낌 하나 없이 안심이 되는 존재로 다가왔고, 이제는 없어선 안 될 사람이 되었다.
“…….”
은율은 순간 떠올린 생각에 재빨리 고개를 털어냈다.
‘없어진다니 말도 안 돼.’
그런 생각은 하기 싫다. 해서도 안 된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그가 사라진다면, 자신은 또 다시…….
“쓰레기!”
흠칫. 은율은 불현 듯 뒤를 돌아봤다.
“…….”
아무도 없다. 따라서 조금 전 들린 목소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환청일 뿐이었다.
‘창녀!’
‘마약돌!’
‘학폭 가해자’
환청이다. 아무도 안 보이지 않은가. 분명 그걸 알고 있음에도 호흡이 가빠지려 한다.
“후, 하아. 천천히, 후, 하아. 괜찮아, 오빠가 괜찮다고 했어.”
그래, 오빠가 괜찮다고 했다. 서주환이 괜찮다고 했다. 아무도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였다.
‘괜찮아. 아무것도 모르고 욕하는 사람들 말 따위 들을 필요 없어.’
신경 쓸 필요 없다. 세상 전부가 욕해도 서주환만 아니라고 믿어주면 된다. 인터넷에 있는 글 따윈 흥밋거리로 생각 없이 싸지른 활자조합물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다가온 은아힐링과는 다르다. 서주환은 은아힐링을 썼다. 그러니까 대단한 작가야. 대단한 작가니까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니까 대단한 작가야? 몰라, 아무튼 옆에 있으면 안심이 돼. 죽어가는 나를 살려준 사람이야. 손잡고 산책도 했어.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아, 손잡고 싶다. 보고 싶어. 너무 오랫동안 못 봤어. 며칠 째지? 아니야, 노력해야 돼. 투정부리면 안 돼. 오빠가 기껏 도와줬으니까, 빨리 나아야지. 그래서 보답해야지.
은율의 생각에 제대로 된 논리는 없었다. 단지 떠오르는 대로 얽히고설켰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휴우, 됐다. 역시 오빠야.”
은율은 작게 미소 지었다. 역시 서주환의 얼굴을 떠올리자 가빠졌던 숨이 빠르게 안정되었다. 환청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만병통치약 같았다.
‘하지만 티내면 안 돼. 너무 의존해서도 안 돼.’
그러면 서주환과 떨어져야 한다. 환청이 들리는 것도 병원에 말해선 안 된다. 그럼 의존증 때문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오빠는 나쁜 게 아닌데. 그러니까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역설적이다.
서주환과 떨어지기 싫기에 자립해야 하고, 자립해야 함께 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서주환도 자신을 밀어내지 않을 테지.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은.
‘더 열심히 해서 노래를 완성시키자.’
최근 그녀는 민가희의 도움을 받아 자작곡 ‘한 걸음’을 리메이크 하는 중이었다. 얼떨결에 수락한 협업이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홀로 작업실을 오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컸지만 민가희라는 작곡의 천재와 합을 맞추는 시간만은 즐거웠다.
다만 협업이 순탄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예상치 못한 난항이 더욱 많았다.
- 율 언니, 이 곡은 멜로디보다 언니 목소리가 더 중요한 곡이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랫말에 감정을 싣고 멜로디 사이를 그 감정으로 채우는 게 중요해. 언니가 노리고 만든 건지는 몰라도 음과 음 사이를 비워놨기 때문에 보컬 실력이 부족하면 곡이 붕 떠버리거든.
민가희는 사적인 자리와 일적인 자리가 굉장히 다른 사람이었다. 동생 민가희로서는 어딘가 맹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작곡가로서의 민가희는 무척 깐깐한 선생님과도 같았다. 이 때문에 ‘한 걸음’의 작업은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서주환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돼.’
사실 곡 자체는 이미 이전보다 나아졌다. 어설픈 통기타 연주를 윤슬기가 대체했고 부족한 멜로디를 민가희가 미디작업으로 보완한 덕분이다.
하지만 민가희가 요구하는 것은 그보다 더욱 높은 수준이었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컬 실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은율은 연일 매서운 프로듀싱을 받는 와중에도 기죽지 않고 더욱 의욕적으로 임했다. 오랜 질환으로 멘탈이 약한 그녀가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서주환 덕분이었다.
‘오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민가희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주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에 힘을 냈다. 왜냐하면 서주환은 ‘한 걸음’이란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좋아, 내일도 힘내야지.”
더욱 더 힘내서 더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다짐하며 걷다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덧 집에 도착한 뒤였다. 그녀는 이런 저런 생각에 몰입하다보면 주위를 잊어버리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쯤 오빠도 도착했으려나?’
집에 도착하니 또 다시 서주환이 떠올랐다.
오늘 그는 문학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축하 문자를 보내기도 했었다.
‘역시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은데. 산책하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오랫동안 산책을 하지 않았다. 항상 PM 11시면 안양천을 거닐던 시간이 사라졌다.
산책 시간이 사라진 것은 병원을 다녀온 이후부터였다. 그쯤 서주환은 은아힐링의 연재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쏟으며 산책 횟수를 점점 줄이기 시작했다.
‘병원… 짜증나.’
의존증. 김희윤은 그녀에게도 의존증에 대해 말했다. 대놓고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한 가지에만 지나치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을 권했다. 특히 음악치료 쪽으로 권유를 해주었다.
‘오빠한테도 따로 말한 거겠지. 병원이 나랑 오빠를 떨어트려놨어. 안 그럼 오빠가 나를 멀리할 리가 없어.’
은율의 생각은 어떤 논리도 없이 망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결론만큼은 정답에 근접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탈탈 털었다.
‘원망하면 안 돼.’
김희윤. 의사 선생님도 결국은 자신을 위해서 내린 진단일 것이다. 오빠가 거리를 둔 것도 마찬가지.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였으니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된다. 도와주려는 사람을 원망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진단은 잘못됐다. 오빠랑 떨어트려야 좋아진다니 말이 돼? 하지만 아파서 병원에 간 내가 그렇게 따져봐야 설득력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괜찮은 척 연기하자.
그게 은율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너무 보고 싶은데… 직접 축하인사 하고 싶고… 열흘이나 못 봤는데…….”
은율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동안 습관이 되어버린 혼잣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가자고 해도 되지 않을까? 연락… 해볼까?”
저녁에는 돌아온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집에 있을 터였다. 그래, 역시 연락해보자. 자연스럽게!
*
서주환은 휴대폰 액정에 떠오른 이름을 잠시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오빠. 저 율이에요.
“응, 율아. 어쩐 일이야?”
- 오늘 오빠 대상 받았잖아요. 축하드려요.
은율의 말에 서주환은 설핏 웃음 지었다. 축하가 고마워서가 아니라 또박또박 이어지는 말씨 때문이었다. 그녀는 최근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과도한 긴장만 아니라면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다.
“하하.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야? 축하해줘서 고마워. 책 나오면 한 권 보내줄게.”
- 고마워요, 오빠. 한 권은 따로 사서 소장해야겠어요.
거기까지 말한 이후, 침묵이 찾아왔다.
서주환은 말을 이어가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율이가 먼저 대화를 이어가는 건 아직 무리인가?’
그가 대화의 다음 주제를 꺼내지 않자 다소 긴 적막이 이어졌다. 어쩐지 전화기 너머로 당황하고 있는 은율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슬슬 말을 꺼낼까 싶던 때였다. 기특하게도 은율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오빠, 그, 잠시 시간 되세요?
“시간? 왜?”
- 오랜만에 같이 산책하고 싶어서요…….
현재 시각 11시.
본래 이 시간대면 두 사람은 함께 안양천을 거닐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열흘 전까지의 이야기다. 최근 서주환은 바쁘다고 둘러대며 의도적으로 산책을 피해왔다.
‘나랑 손잡고 산책하는 건 슬슬 졸업해야 할 텐데.’
은율이 자립하기 위해서도, 그녀에게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그건 피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율아, 오늘은 좀 그러네. 내가 막 집 들어와서 샤워 끝낸 참이거든.”
- 아…….
은율이 탄식을 흘렸다. 잠시 후 그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그럼 제가 집으로 찾아가는 건요?
“어? 우리 집으로? 지금?”
서주환은 조금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되물었다. 대인기피증세를 보이던 그녀가 이만큼 적극적이게 된 게 대견하면서도 워낙 예상치 못한 말이라 당황스러웠다.
“율아, 그건…”
막 거절하려던 때였다.
- 저, 저 요즘 가희 작업실에 나가잖아요.
은율이 말을 끊고 들어왔다.
서주환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은율이 그의 말을 끊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 가희랑 ‘한 걸음’ 작업하고 있다면서.”
최근 은율은 혼자서 민가희의 작업실에 나가는 중이었다. 지난번 방문 때 얼떨결에 민가희의 협업제의를 수락한 탓이다. 서주환은 그 또한 은율의 재활훈련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동행하지 않았다.
- 네. 가희랑 슬기가 도와줘서 다시 만들고 있어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질 거예요.
“잘됐네. 기대하고 있을게.”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기대가 됐다. 은율의 자작곡 ‘한 걸음’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으므로. 물론 그 기준은 회귀 전의 완성된 버전이었지만 말이다.
‘가희가 작곡한 거면 더 좋아질 수도 있으려나.’
어쩌면 현재 은율의 노래 실력이 부족해서 무리일지도. 부디 이전보다 더 좋아지면 좋을 텐데.
그리 생각할 때였다.
-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은율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문제? 무슨 문제?”
- 가희 작업실이, 좀 멀잖아요. 혼자, 다녀오려니까, 불안해요. 노력은 하고 있는데, 솔직히 힘들어요, 많이.
은율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평범하게 말하던 것과 달리 단어 사이가 끊어졌다.
‘함묵증이 다시 도진 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정신질환은 심리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듯하다가도 돌연 악화되는 게 정신질환이란 놈이었다. 지금 은율은 장거리 외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시적으로 증세가 다시 나타났을 가능성이 유력했다.
“율아, 너 괜찮아?”
- 지금은, 괜찮아요. 그냥 내일도 갈 생각하니까, 좀 무서워서, 그래요.
“혹시 애들이랑 문제 있는 건 아니지?”
- 아, 아니에요. 가희랑 슬기는 좋아요. 특히, 수아가 자주 전화해서, 절 많이 챙겨줘요.
“아, 수아가.”
한수아는 예전부터 은율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 좋은 그녀라면 은율을 챙겼을 테지만.
- 그런데, 길을 걷다가, 혹시 누가 절 알아보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어요. 우습죠? 별로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전의 은율은 꽤나 오랜 기간 빛을 못 보다가 막 발돋움을 하던 아이돌이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A급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뜻이다. 외형적으로도 지금과 아이돌 시절의 갭이 커서 어지간한 팬이 아니고서야 그녀를 알아보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은율의 걱정을 우습게 여기진 않는다. 실제로도 그녀는 몇 개월 전 홀로 병원을 가다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으니까.
“우습다고 생각 안 해. 그보다 정 힘들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수아한테 부탁해서 같이 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나오려던 ‘아니면 내가 같이 가줄게’ 라는 말은 되삼켰다.
- 그건… 안 돼요. 제가 혼자 다니는 건, 재활훈련이기도 하니까요. 오빠가 기껏 이렇게 도와줬는데, 빨리 낫고 싶어요.
혼자 멀리 나가는 게 무섭고 두렵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한수아랑 같이 가는 건 재활훈련의 의미가 퇴색되니까 안 된다.
듣기에 따라 무척 답답한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감정에 서툰 루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저 여자는 도대체 주인님더러 어쩌라는 거죠? 대책을 제시해줘도 싫다고만 할 거면 왜 말을 꺼낸 건지 모르겠군요. 답답한 여자예요.]
서주환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루시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루시, 이럴 때 필요한 게 공감능력이란 거야.’
조금 답답할 순 있지만 때로는 명확한 해결책보다 단순한 위로와 공감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특히 정신적,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서주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은율을 달래주었다.
“그래, 율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 그, 그래서 말인데요.
은율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 역시 지금, 오빠 집에 가면, 안 될까요? 오빠 얼굴 보면, 좀 괜찮아질 것 같아서… 그럼 저 힘낼 수, 있는데…….
“…….”
서주환은 말없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것 봐라. 공감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이 말을 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나? 의외로 영악한 구석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율이 변명하듯 급히 덧붙였다.
- 거, 거짓말 아닌데… 오빠 얼굴 보면, 신기하게, 정말로 괜찮아져서 그런 건데…….
“…….”
[이건 차라리 이해가 가는군요. 주인님과 같이 있으면 ‘페로몬’이나 ‘안정의 손길’덕에 실제로 괜찮아질 테니 말이죠.]
‘으음. 그럼 거짓말은 아닌 건가.’
서주환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 참이었는데 바로 거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알겠어. 그럼 조심해서 와. 혼자 올 수 있지?”
- 네, 네! 고마워요, 오빠!
은율이 환하게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곧 연락이 끊기고, 서주환은 까맣게 물든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은율은 그가 계속해서 밀어내려 해도 자꾸만 다가오려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그는 차마 그녀의 마음을 매몰차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픈 상태니까 어쩔 수 없잖아. 혹시라도 상처 받고 더 악화되면 안 되니까.’
…라는 말 따윈, 사실 변명일 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에야말로 확실하게 선을 긋자.
서주환은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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