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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386화와 387화의 내용이 엉켜서 올라갔습니다.
본래는 386화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라는 주인공의 생각을 마지막으로 387화로 이어집니다.
현재는 수정된 상태입니다.
확인이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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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여 의사랑 떡 안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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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번 소제목은
심규선 님의 달과 6펜스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노래 좋아요.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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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한 걸음
“호호. 감사합니다, 작가님. 설마 작가님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김희윤이 싸인 받은 책을 흔들며 말했다. 책은 얼마 전에 발간한 ‘은아힐링’의 종이책 단행본이다. 그녀는 종이책으로 작품을 접한 뒤 진료실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틈이 날 때마다 읽는 중이었다.
책을 본 은율이 눈을 빛냈다.
“선생님도, 아시는구나. 역시.”
뭐가 역시라는 건지. 은아힐링이 본인의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뿌듯하게 중얼거리는 은율이었다.
김희윤은 그런 은율의 태도를 보고 풋 웃음을 흘렸다. 고작 책 한 권에 동료라도 만난 듯한 눈이라니.
‘운이 좋았어.’
정신과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별의별 상황이 많다. 특히 상담을 함께 진행할 경우에는 환자와의 교감이 중요한데 그 문제가 의도치 않게 해결되었다.
서주환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제 독자님이셨을 줄은 몰랐네요.”
“저희 병원 간호사님들이 추천해줘서 읽기 시작했어요. 장르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요?”
독자 김희윤은 짤막하게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의사가 되었다. 그녀는 은율을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기록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졌어요. 덕분에 약물치료는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정말요? 약, 안 먹어도 돼요?”
“네. 물론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당장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약물이라는 건 되도록 안 쓰는 게 좋기도 하고요.”
“다행이다…!”
은율이 활짝 펴진 얼굴로 기쁨을 드러냈다.
김희윤은 그 모습을 보고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정신질환 관련 약물은 독한 게 많다. 불안감을 낮춰주긴 하지만 개인에 따라 신경과민이나 위장장애, 성기능 저하와 같은 여러 부작용도 수반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약물을 찾는 것은 부작용을 감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은율 씨는 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
고작 보름 만에 좋아졌다고 보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다. 본인이 한 이야기로 추측컨대 불과 삼주 전만 해도 차트에 기록된 내용보다 더 악화되었던 것이 분명한데… 김희윤은 은율의 옆에 앉아 있는 서주환을 힐끗 쳐다봤다.
‘좀 걱정인데.’
은율이 좋아진 것은 분명 전적으로 서주환 덕분이다. 역설적으로 김희윤은 바로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검사해야할 게 많이 남았다. 심리상담도 병행해야 하고 확신을 갖기 위해선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희윤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치료 방안을 제시했다.
“제가 은율 씨한테 권하고 싶은 건 음악치료에요.”
“음악, 이요?”
“네. 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음악치료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단순한 감상도 좋고,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다루는 능동적 활동은 더 좋죠. 음악이란 게 사람의 정신과 감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심지어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통증을 완화해주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에게는 일부러 음악을 들려주기도 해요.”
“…….”
“은율 씨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 아이돌 생활을 했었다고 했죠? 지금도 가수를 꿈꾸고 있고요. 그래서 전 음악치료가 은율 씨에게 딱 맞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긴, 한데…….”
분명 은율은 괴로운 기억을 안고서도 여전히 가수를 동경했다.
하지만.
“한동안은, 제대로 들은 적이, 없어요. 어쩐지 듣기가, 힘들어서…….”
어느 순간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후에는 다른 음악들도 의식적으로 피해왔었다.
그 말에 김희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음악은 이전에 아이돌 생활을 해왔던 은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소다. 그녀에게 음악치료를 권한 것은 그 자체의 효능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단계적으로 극복하는데 발판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괴로움을 느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칫 더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했다.
“율이 씨, 마지막으로 음악을 들은 게 언제인가요? 지금도 힘들 것 같으세요?”
“마지막으로 들은 건, 오빠랑 만나기 전 날이에요. 그나마도 듣기 힘들어서, 중간에 껐었고…….”
그때 서주환이 은율의 말을 끊었다.
“율아, 무슨 소리야. 너 음악 계속 들어왔잖아?”
“…네?”
은율이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에 서주환은 오히려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댓글도 달았었잖아? 소설 브금이 좋아서 몰입이 더 잘됐다고.”
“아……!”
은율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별 생각 없이 느낀 대로 쓴 댓글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서주환이 쓴 작품에는 종종 BGM이 삽입된 편이 있었다.
김희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브금이라니요?”
“제가 쓴 소설 말하는 거예요. 노벨다이스 사이트에서는 음악 삽입이 가능하거든요. 다른 곳에서 연재할 때도 종종 위튜브 링크를 걸었었고.”
김희윤이 눈을 빛냈다.
“은율 씨는 그걸 다 들은 거고요?”
“네, 네… 들었었어요, 전부.”
은율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좋아하는 곡도 끝가지 듣지를 못하고 포기했었는데, 그녀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음악을 들어왔었다. 늪에 빠진 그녀를 위로해준 것은 소설뿐만이 아니었다.
*
각종 검사와 처방을 받고, 은율은 한 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아직 특정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었음에도 증상이 나아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현재 은율의 컨디션은 최근 몇 달 중 최고조에 이르러있었다. 처음에는 병원에 온다 하여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을 때는 트라우마와도 같은 기억을 담담히 풀어냈다. 그리고 새삼 자신에게 온 서주환이란 존재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는 호전되었고, 이렇듯 멀쩡한 걸음걸이로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징조도 없이 찾아오던 발작 또한 최근 며칠간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낮에 오빠랑 같이 있는 건 처음이야. 좋다, 데이트 같아.’
정신병원과 데이트.
단어 조합이 좀 해괴하긴 했지만 은율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기분, 컨디션, 느낌.
정상적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척 중요한 요소다. 오르락내리락 물결치는 기분 하나로 그 날 하루의 질이 전혀 달라졌다.
그래서일까.
드물게 은율은 용기를 냈다. 그가 무어라 의견을 말하기도 전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오빠, 우리 노래방, 갈래요?”
“어? 노래방?”
서주환은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노래방은 ‘음악치료’라는 말을 듣고 그 또한 생각하고 있는 바였다. 다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괜찮겠어?”
“네…! 지금, 가고 싶어요.”
은율이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노래방.”
어디 S급 잠재력을 가진 노래 재능 좀 구경해볼까.
저 목소리로 어떤 노래를 부를까 기대가 됐다.
*
코인 노래방에 들어온 은율이 리모콘을 넘기며 말했다.
“오, 오빠가 먼저, 불러요.”
“푸흐. 이제 와서 겁먹은 거야?”
“죄송해요…….”
그렇게 당당한 걸음으로 입성하더니 마이크를 손에 쥐자 우물쭈물대는 은율이었다.
서주환은 선곡할 노래를 고르며 물어봤다.
“그럼 같이 부를까? 듀엣으로.”
“듀엣, 이요? 조, 좋아요. 제가, 골라도 돼요?”
끄덕끄덕. 위아래로 고개가 움직였다. 갑자기 적극적이 됐다.
은율은 ‘같이’라는 곡을 선택하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곧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화면에 표시된 가사 색이 분홍색이었다.
“어? 율아, 이거 여자가 먼저… 아니다.”
그는 걱정스레 은율을 돌아봤다가 입을 다물었다. 먼저 노래를 부르긴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그녀의 표정은 벌써 노래 부를 준비가 만반이었다.
서주환은 아아, 하고 목을 푸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울증기도 있다더니.’
오늘따라 기분이 유독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았다.
아침만 해도 병원에 간다고 무서워하더니, 손을 잡아주니까 발그레 붉히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두 눈 감고 있어도~.”
진료 중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아픈 기억에 괴로운 얼굴을 하더니만,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되었었다.
“환하게 떠오르죠.”
그를 돌아보며 이런 말도 했었더랬다.
‘오빠가, 살려줬거든요.’
그 한 마디에 담긴 감정이 얼마나 깊이 다가오던지.
“당신은 나에게~ 눈부신 햇살 같은 걸.”
또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던지.
“눈에 담은 말만으론 부족한가요~.”
이렇듯 지금 돌아보는 눈에 어린 감정도.
“내 맘을 모르겠나요. 그댄 내게 전부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만이 아닌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애초에 그런 감정을 받고자 유도한 게 자신이었으니까.
서주환은 애써 부드럽게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여자와 남자가 동시에 부르는 파트였다.
“같이 눈을 뜨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이 길을 걸으며.”
“같은 노랠 듣고 싶어.”
청량한 음색이 고음을 만들어냈다.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진심을 전해왔다.
주고받는 두 목소리가 섞여서 새로운 음을 만들어냈다.
““──!””
노랫말을 앞세워 남몰래 고백한 은율은 활짝 웃었고, 서주환은 고민하던 마음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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