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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너무 더워서 설빙 시켜 먹었다가 바로 배탈이 났네요 하핳
계속 화장실 가느라 마감 못 할 뻔... 앞으로 안 시켜 먹을 거야...
*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시려나요?
한참 전에 '유지경-외전'편에 나왔던 회귀 전 서주환의 옆집 여자입니다.
당시 문을 두드리는 유지경에게 은율이 나와서 서주환이 이사 가는 걸 봤다고 했었죠.
사실 구라였습니다ㅋㅋ;;
그때 서주환 방 안에서 다 듣고 있었음.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삶의 버팀목
여자의 본명은 ‘은율’이었고, 아이돌 시절의 예명은 ‘은설’이었으며, 웹상에서의 닉네임은 ‘율율’이었다.
서주환은 율율이라는 닉네임을 듣고 어째서 그녀의 호감도가 높았던 건지 알 수 있었다.
‘삶의 버팀목이라더니.’
인터넷상의 흔한 주접 댓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떤 과장도 없는 말 그대로의 뜻이었다. 은율은 자신과 닮은꼴인 ‘은퇴 아이돌의 힐링생활’의 주인공을 보며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은율의 말더듬 때문에 시간에 비해 대화의 수는 적었지만, 서주환은 결코 답답한 티를 내거나 그녀의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
“아아. 방송 켜면 항상 찾아오시는 ‘dbfdbf’님이 율율 님이셨구나. 채팅 자주 치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닉네임이 영어인 건 변경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죠?”
“네, 네. 다, 다시 벼, 변경, 한 달…….”
“으. 그거 진짜 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아니, 닉네임 변경을 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니 이유를 모르겠어. 그쵸?”
끄덕끄덕!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는 은율.
그녀는 어느덧 서주환을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어쩐지 그를 무척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만 느껴졌다.
은율은 스스로도 자신이 이해되지 않아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건이 터진 이후 이처럼 사람을 편히 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방송으로 많이 봐서 그런가?’
이게 바로 내적 친밀감이란 걸까. 워낙 그의 팬이기도 하고 방송과 위뷰트를 통해 얼굴을 많이 봐서인 걸지도 모르겠다.
은율은 그렇게 납득했으나, 실상 그녀가 느끼는 편안함은 서주환이 지닌 ‘페로몬’ 스킬 덕분이었다. 페로몬 스킬은 인체의 호르몬 작용을 보다 활성화시킨다. 이는 보통 여성의 성적 흥분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되지만, 때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특효약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몇 달 간 비정상적인 생활로 쇠약해진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서주환을 이로운 존재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주환은 그를 알고 의도적으로 ‘페로몬’의 활성을 최대한으로 지속했다. 이는 결코 그녀를 유혹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가능하면 도와주고 싶어.’
그는 현재 은율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을 직접 겪어보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공감할 수 있었다. 회귀 전 그녀와의 관계라고 해봐야 옆집에 살고 있었다는 정도의 얕은 인연에 불과했지만 그냥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마음이 선의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서주희의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울리던 알림. 축복이 가리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은율이었다.
[여덟 번째 조각이군요.]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
<은율>
성별: 여성
나이: 23살
키: 166cm
호감도: B+
현재 성욕: F+
몸무게: 45kg
페티시: Autagonistophilia(上)
보유 재능: 노래(C+/S), 몰입(B+/A+), 바리스타(F/A), 방송댄스(C+/D)
별 볼 일 없는 B급 아이돌이었던 은설.
그녀는 무려 잠재등급 S급의 ‘노래’ 재능을 갖고 있었다.
*
은율을 집으로 돌려보낸 후.
서주환은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와… 존잘.”
이제는 익숙해진 감탄사가 얼핏 들려왔다.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한두 번인지라 그는 적당히 걸러듣고 동생들이 있는 자리로 찾아갔다.
장덕훈이 잔을 내밀었다.
“여기. 미리 시켜놨습니다, 형님.”
“땡큐.”
서주환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주희와 한수아를 보며 음료를 한 모금 넘겼다. 은율과 대화하느라 마른 입안이 시원해졌다.
“오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역시 은 리더 맞지? 몸은 좀 괜찮대?”
“언니 많이 아파 보이던데. 살도 엄청 빠졌어…….”
서주희와 한수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쏟아냈다. 두 사람은 애초부터 스윙레이디라는 걸그룹 자체보다도 ‘은설’ 개인의 팬 성향이 강했다.
서주환은 은율과 나누었던 대화를 이야기해주었다.
이야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두 사람이 나눈 대화라고 해봐야 작가와 독자로서의 잡담 정도였으니. 하지만 서주희와 한수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낀 건지 귀를 기울였다.
“신기하다.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던 은 리더가 오빠 팬이라니. 좀 다시 보이는데?”
“응, 환이 오빠는 대단해.”
이게 정녕 내 친오빠가 맞나 싶은 눈으로 보는 서주희와 여느 때처럼 환이 오빠 무새인 하수아였다.
서주환은 두 사람과 장덕훈을 보며 말했다.
“아무튼 지금 은율 씨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 자세히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아까 발작했던 거 기억하지?”
“응. 공황장애 같다고 했었지?”
“그래. 병원에 가는 것도 무서워서 제대로 치료를 안 하고 있는 모양이야. 대충 봐도 공황장애는 물론이고 말하는 쪽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대로 두면 더 악화 될 거야.”
“아, 그래서 아까 그렇게 말을 더듬었구나…….”
서주희는 은율이 인사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단순히 당황해서 그런 거라고 여겼는데 그게 병 때문이었다니.
“주희 네가 옆집에 사니까 잘 좀 도와줘.”
“당연하지.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특별히 뭘 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 그냥 얼굴 마주쳤을 때 웃으면서 인사하는 걸로 충분해. 주의해야할 건, 팬심을 드러내지 말란 거야. 아쉬워도 사인 요청 같은 건 참아.”
“날 뭐로 보고. 그 정돈 구분할 줄 알거든? 아까도 상태를 알았으면 그렇게 아는 척 안 했을 거라고…….”
서주희가 조금 후회된다는 듯 말했다. 은율이 발작을 일으킨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서였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기가 죽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잘못한 거 없어. 괜찮아.”
“…손 치워라.”
“쯧.”
서주환은 손을 내리고 혀를 찼다.
귀염성 없는 동생 같으니.
*
집에 돌아온 후.
서주환은 새로이 받은 욕망 퀘스트를 점검했다.
『은퇴 아이돌의 꿈』
▶ 은율이 속해 있던 걸그룹 스윙레이디는 수 년 간의 B급 아이돌 생활에서 막 도약하려는 순간 마약, 학폭, 스캔들, 성상납 논란으로 해체되었다.
은율은 많은 논란 중 어떤 사건에도 엮이지 않았으나 그녀를 제외한 멤버들은 달랐다. 다양한 논란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고,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스윙레이디란 그룹명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룹의 리더였던 은율은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멤버드과 함께 묶여서 셀 수 없이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악의어린 비난은 그녀의 정신을 좀 먹었고 이내 공황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 함묵증 등 다양한 심리성 정신질환을 겪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집안에 틀어박힌 은율을 구원한 것은 사용자가 집필한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이었다.
은율은 우연히 소설을 접하고 자신의 상황을 대입시켰다. 자신과 같이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용기를 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걸 응원했고, 점차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기적처럼 일어서는 것에 환호했다.
소설로 대리만족을 하던 은율은 ‘주인공처럼 좋은 사람과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답글을 보고 용기를 낸다. 소설처럼, 주인공처럼 자신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오늘 자신에게 용기를 준 작가님을 만났다. 은율은 기적처럼 찾아온 우연에 조금 더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걸어가고자 다짐한다.
▶ 달성 조건: 은율의 정신질환 완화, 무대로의 복귀, 재능 개화.
▶ 보상: 1,000,000LP
퀘스트를 확인한 서주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정신질환 완화랑 재능 개화는 어떻게 한다 치더라도 무대로의 복귀는…….”
마약, 학폭, 성상납 등의 추문에 휩싸인 사람을 연예계로 복귀시킨다?
불가능하다.
은율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이미 그녀를 범죄자로 기억하고 있다. 자극적인 논란은 쉽고 빠르게 퍼지지만 해명을 들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마련이다. 한 번 박힌 낙인은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었다.
적어도 그 개인의 힘만으로는 은율을 연예계로 복귀시킬 수 없었다.
‘보상이 큰 이유가 있군.’
복귀를 제외하더라도 도유이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난이도다. 애초에 해결 가능한 퀘스트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개인의 힘만이라면 말이다.
‘석찬이한테 도움을 청할까? 아니면 성근이 형한테?’
적어도 은율이 가진 재능만큼은 진짜다. 어째서 수 년 간의 아이돌 생활을 하고도 현재등급이 C+밖에 안 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라면 재능을 빠르게 끌어올려줄 수 있었다. 리액트 엔터의 배성근에게 그녀가 지닌 잠재성을 어필한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정신질환도 특수능력과 스킬을 사용하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개인 트레이너를 붙인 다음 재능을 개화시키고 석찬이랑 성근이 형 빽으로 방송에…….’
그렇게 내심 대략적인 계획을 짜고 있을 때였다.
가브리엘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주환, 오랜만이에요.
반가움 가득 담긴 목소리에 서주환은 장난스레 말했다.
“엊그제도 통화했는데?”
- …그냥 좀 반갑다고 해줘요.
“반갑지 않은 건 아니야.”
- 주환은 말하는 게 진짜 얄밉네요.
서주환은 잔뜩 토라진 가브리엘라의 목소리를 듣고 낄낄 웃음을 흘렸다. 이 아가씨가 정말 처음의 그 오만한 여자가 맞는 건가. 한 번 마음을 연 그녀는 다만 애정을 바라는 한 명의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때 전화 너머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가씨, 로베르토 님이 찾아왔습니다.
- 그딴 멍청한 남자랑 어울릴 시간 없다고 했을 텐데? 쫓아내.
- 하지만…….
- 나한테 세 번이나 말하게 할 셈인가?
- …죄송합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나눈 대화라 서주환은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가브리엘라의 목소리가 좀 전과는 판이하게 싸늘해진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이내 가브리엘라가 다시 말했다.
- 주환, 통화 중에 미안해요.
“괜찮아.”
서주환은 그리 대답하며 낮게 헛웃음을 흘렸다.
‘성격 여전하구만.’
그녀가 품은 온화함은 어디까지나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한순간 얼음장 같던 목소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가 떠올랐다.
가브리엘라가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 주환, 오늘 전화한 건 할 말이 있어서예요.
“할 말?”
- 네. 그으, 심심해서 주환의 점괘를 봤거든요.
“아하. 매일 같이 일정이 빡빡한 네가 심심해서?”
- …….
“큭큭. 알았으니까 말해봐.”
귀엽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목소리에 가브리엘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먼저 좋아하게 된 사람은 자신인 것을. 그의 운명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말이다.
가브리엘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주환, 당신이 과거에 살았던 집으로 가세요.
“어… 과거에 살던 집?”
- 네. 그곳에서 주환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였다. 가브리엘라의 점괘가 가리키는 게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미 찾았는데?”
- …네?
“이미 다녀왔거든. 원하는 것도 찾았고.”
- …….
어쩐지 침묵에서 민망함이 느껴졌다.
가브리엘라가 황급히 덧붙였다
- 하, 하나 더 있어요. 원하는 걸 찾아도 바로 가질 수는 없을 거예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요.
“흐음.”
- 사라라라라라락! 파라라라라라락!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자 급히 카드를 셔플하는 소리가 났다. 서주환은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이 선해서 큭큭 낮게 웃음을 흘렸다.
가브리엘라가 다시 말했다.
- 일을 진행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점을 명심해요! 장기간 공을 들여야 한단 뜻이에요. 급히 진행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하. 알았어. 고마워, 가브리엘라.”
- 치잇. 은둔자(Hermit)를 긍정하는 점괘가 나왔으니까 참고하세요. 그럼 전 이만 바빠서 가볼게요.
가브리엘라가 민망한 기색으로 얼른 전화를 끊으려 했다.
서주환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붙잡았다.
“벌써 가려고? 아직 목소리 더 듣고 싶은데.”
- …주환은 비겁해요.
“오랜만에 전화했잖아.”
- 아까는 엊그제도 통화했다고 핀잔줬으면서!
“오, 핀잔이란 말도 알아? 한국어가 더 늘었네.”
- 말 돌리지 마세요!
“영상통화 할까?”
잠시 침묵.
- …좋아요.
곧 화면에 잔뜩 빨개진 얼굴의 가브리엘라가 나타났다. 그녀의 뒤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한숨 쉬는 파비오의 모습도 함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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