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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하겐다즈 먹고 싶다...
아니면 투게더라도.......
다이어트 중이라 그런지 당이 무지무지 땡기네요.
현재 19kg감량 성공. 작년에 연재하면서 쪘던 거 다 뺐습니다ㅎㅎ
목표치까지 앞으로 8kg 더...!
응애 헬린이는 오늘도 체지방 8%를 목표로 운동을 하러 갑니다!
오늘 어깨 조지고 내일 하체 조져야징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삶의 버팀목
서주환은 김치통과 상패를 챙긴 후 서주희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환이 오빠, 안 무거워? 내가 도와줄까?”
“…수아 네가?”
“으응? 그 표정 뭐야. 나도 운동해서 힘세졌어. 이거 봐, 알통도 생겼다?”
가느다란 팔을 구부리는 한수아. 근육 비슷한 무언가가 볼록 튀어나오긴 했다.
서주환은 큭큭 잇 사이로 웃음을 흘렸다. 저걸 과연 알통이라고 불러야 할까? 선천적으로 몸이 작고 가는 한수아의 팔은 그에 비하면 앙상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녀의 작은 체구에는 딱 맞는 비율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비어 있는 손으로 한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열심히 운동해서 더 건강해지자.”
“나 엄청 건강한데? 근육도 있어!”
“음. 키에 비하면 나쁘지 않긴 하지.”
“또 키 작다고 놀려…….”
한수아가 새부리처럼 입을 삐죽였다. 그녀는 더 열심히 운동을 하겠노라 결심했다.
그렇게 잡담을 하는 사이 서주희의 자취방에 거의 도착했다. 미리 내려온 서주희와 장덕훈이 보였다.
장덕훈이 얼른 다가와서 김치 통을 빼앗듯 가져갔다.
“형님, 제가 들겠습니다.”
언제나처럼 깍듯한 장덕훈.
서주환은 문득 장난기가 일어서 짓궂게 말했다.
“어째 오늘따라 더 적극적이다?”
“예?”
“뭐 죄 졌냐? 하긴, 남의 여동생 건드리니까 마음이 불편… 농담이야, 인마. 장난도 못 치겠네.”
서주환은 얼른 말을 고쳤다. 장덕훈이 생각보다 훨씬 당황한 표정을 지어서 놀려먹기가 미안했다. 대신 그는 어깨동무를 하고 친근하게 말했다.
“아깐 눈치 줘서 미안하다. 사실 나도 덕훈이 너 정도면 매제로 환영이야.”
장덕훈 정도면 인물도 괜찮고 순수해서 좋다. 또 나름 제자이기도 하고 재능 있는 작가이기도 했으니. 무엇보다 그도 장덕훈의 누나인 장덕자를 건드렸는데 무어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파이팅 해라.”
“아, 그… 예. 하하.”
장덕훈이 쑥스럽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씨, 쓸 데 없는 말 좀 하지 말라고!”
서주희가 벌게진 얼굴로 서주환의 팔뚝에 주먹을 날렸다. 손이 제법 매섭다.
“알았다, 이 년아. 아이스크림이나 받아. 비싼 걸로 사왔어.”
“x겐다즈?”
“그래.”
“오빠 새끼의 죄를 사하노라.”
“아이고, 망극하여라.”
아이스크림 한 통에 죄 사함을 받았다.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면죄부를 잘 팔아먹었을 동생 년이다.
서주환은 쇼핑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얼른 들어가자. 들어가서 상패 줄게.”
“상패… 입니까?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데…….”
장덕훈은 묘한 표정으로 서주환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봤다. 저기에 바로 그의 첫 공모전 수상패가 들어있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장덕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이 스승님이 직접 상패를 수여해주마.”
“하하… 예!”
장덕훈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의 옆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보며 군침 흘리던 서주희도 밝게 웃었다.
서주환은 그런 여동생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봤다. 여동생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달콤함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네.’
항상 티격태격 대던 네 살 터울의 여동생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 남자친구는 바로 그의 제자였고. 그는 이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웃어버렸다.
*
율은 아침부터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렇게 상쾌한 기상은 몇 달 만이었다.
아니지.
막 일어났을 때는 평소와 똑같이 두통과 우울감이 몸을 짓눌렀으니 상쾌한 기상이란 말은 옳지 않다.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든 것은 몇 줄의 문장이었다.
(서환): 항상 힘이 나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쁘네요. 율율 님께도 은아힐링의 주인공처럼 좋은 사람과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D
무척 단조롭고 형식적인 느낌의 답글. 그러나 무척 귀한 글이기도 했다. 최근 몇 달간 그녀의 버팀목이 되어준 소설의 작가가 써준 답글이었으므로.
‘서환 작가님이 답을 해주시다니.’
서환 작가는 댓글창에서 소통을 하지 않는다. 이전 ‘빙의사부는 무림공적’ 때만 해도 자주 답글을 달아주었으나 댓글이 편당 몇백 개를 넘어간 후부터는 가끔 후기를 통해 소통하는 정도였다. 때문에 그 사실을 알고 왜 더 빨리 작가님의 작품을 보지 않았을까 후회도 했었다.
‘은아힐링에서 답글을 남겨주신 건 내가 처음이야.’
방송에서 후원과 채팅을 통해 소통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몇 줄 안 되는 형식적인 글줄이 방송으로 보고 들은 것보다도 깊이 다가왔다.
‘응원해주셨어. 나한테도 한솔이처럼 좋은 사람들이랑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고…….’
한솔은 ‘은아힐링’의 주인공이다. 그는 아이돌로 활동하던 중 소속된 그룹이 마약과 학폭 논란에 휩싸여 해체된 전직 아이돌이었다.
원치 않게 연예계를 은퇴, 아니, 퇴출당하다시피 된 한솔은 힘들고 고달픈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한솔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한 걸음씩 내디뎌보려고 용기를 냈다. 그리고 작은 용기와 느리지만 굳센 발걸음은 기적을 만들었다. 한솔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갔다.
‘나도 노력해야 돼.’
율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몸을 움직였다. 오랜만에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고, 몸을 깨끗이 단장했다. 거울을 보며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를 빗었고, 검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을 감추기 위해 어설픈 솜씨로나마 화장을 했다.
율은 문고리를 잡았다.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서는 무엇 하나 나아질 수 없기에 걸음을 내디뎌야만 했다.
“…….”
율은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기껏 화장한 얼굴을 클렌징젤까지 써서 씻어냈다. 이후에는 한참동안 정돈한 머리 위에 검정색 캡모자를 꾹 눌러쓰고, 그것으로 모자라 마스크를 써서 하관을 감춘 뒤 도수 없는 뿔테안경을 착용했다.
“…좋아.”
이 정도면 아무도 못 알아볼 테지.
‘쓸 데 없는 걱정이겠지만.’
사실 화장을 하고 얼굴을 드러낸 채 나갔어도 누군가 알아볼 확률은 낮을 터였다. 방송과 실물은 상당한 갭이 있기도 했고, 애초에 그녀는 그리 유명하지도 않았으니까.
율은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밖에 누가 있으면 어쩌지?’
순간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아니. 그걸 대비해서 화장을 지우고, 모자도 쓰고, 마스크에 안경까지 썼잖아.
“후우, 후. 후우. 푸후우우우.”
심호흡을 했다. 폐 속에 들어찬 공기가 무거운 느낌이라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
율은 이대로 있다간 조금도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작가님도 응원해주셨잖아. 나도 한솔이처럼……!’
눈을 질끈 감고 문고리를 돌렸다.
끼이익…….
율은 질끈 감을 눈을 뜨고 문틈 사이로 밖을 확인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기척도 없었다. 지금이야!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턱.
“아……!”
율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도대체 몇 달 만에 보는 햇빛인지.
저녁 시간이 가까워 온 터라 그리 밝지도 않은 햇빛이었건만 눈이 부셨다.
“…별 거 없네. 응.”
율은 지켜보는 사람도 없건만 괜히 혼잣말을 해보았다. 별 거 없지만, 정말로 큰 한 걸음이었다. 모든 걸 배달로 해결하고 밤에 몰래 나와서 가져가기를 반복하던 때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게 작게 웃으며 뿌듯함을 느낄 때였다.
“빨리, 빨리!”
계단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몇 달 전 옆집으로 이사 온 여자의 목소리였다.
율은 순간 고민했다. 인사해야 하나?
‘진도가 너무 빨라!’
다시 들어가자!
율은 얼른 문고리를 잡았다.
‘비, 비밀번호가 뭐더라?’
당황해서 그런지 비밀번호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녀는 몇 달간 비밀번호를 입력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항상 집에 틀어박혀 있었는 걸! 배달 오면 잠깐 열어서 물건만 들이면 됐는 걸!
삐리리리릴-!
비밀번호를 틀렸다.
그 사이 목소리는 계속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심지어 목소리는 옆집 여자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간다, 가. 재촉 좀 하지 마.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먹고 싶냐, 돼지야?”
“돼지 아니거든? 나 살 빠졌어! 그리고 누가 아이스크림 때문이래? 우리 오빠 상 받아야 되니까 그렇지.”
빨리! 빨리 열려! 왜 안 열리는 거야? 제발! 아직 인사하는 건 너무 난이도가 높아!
계단 너머로 목소리의 주인들이 보였다. 두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네 명이나 있었다! 심지어 덩치 큰 남자가 두 명이나.
율은 문에다 몸을 바짝 붙였다. 마치 그녀 스스로가 문이 되려고 하는 듯.
“네 오빠는 나고, 이 년아.”
“응, 우리 엄마 아들.”
“건방진 우리 어머니 딸 년이…….”
“그거 봐. 자기도 똑같으면서… 응? 어, 옆집?”
당연하게도 율은 들키고 말았다.
옆집 여자가 말했다.
“왜 그러고 계세요? 옆집 사람… 맞죠? 아니면 찾아오신 건가?”
말이 이어질수록 수상하다는 낌새가 어렸다. 그도 그럴 게 모자에 마스크까지 꽁꽁 싸매고 문에 바짝 달라붙은 율의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수상한 모양새였다.
율은 크게 당황하며 반사적으로 모자를 꾹 눌러썼다. 그리고 냅다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 안녕하세, 요…….”
“아, 네. 저도 안녕하세요. 역시 옆집 언니 맞죠? 저번에 한 번 뵌 적 있는데.”
“?”
율은 혼란스러웠다. 본 적이 있다니. 몇 달 동안 밖에 나온 적이 없는데?
여자가 말했다.
“아, 저만 일방적으로 본 거지만요. 밤에 택배 가지러 나오셨을 때.”
“아…….”
어두워서 이쪽에서는 못 본 모양이었다.
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물쭈물 어색하게 서있었다. 그 와중에도 비밀번호를 떠올리려고 애쓰면서다.
‘아, 떠올랐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앗, 떠올랐다!”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소리쳤다.
율은 깜짝 놀라서 흠칫 한 걸음 물러섰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작은 여자애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은 리더. 은 리더 맞죠? 은설 언니!”
“뭐? 은 리더? 헉, 진짜 스윙레이디의 은 리더? 헐!”
옆집 여자도 그녀를 알아본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아… 아, 아으…….”
율은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날 알아봤어. 나를, 나, 나는…….’
율은 어지러운 시야에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오늘따라 잠잠했던 두통이 느껴지고, 체온이 급격히 식는 듯했다.
“언니, 저 진짜 언니… 언니?”
“왜, 왜 그래요, 언니? 괜찮으세요?”
“헉, 허억…….”
숨이 가빠진다. 심장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듯했다. 손발이 떨리고 차게 식은 땀이 배어나왔다.
“하윽, 윽, 흐으윽, 흐으으…….”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호흡이 불편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 주저앉고 말았다.
“꺄악! 언니! 어, 어떡해!”
“어, 언니, 정신 좀 차려보세요!”
“흐으으… 흐으…….”
쌔액, 쌕. 한 층 더 가늘어진 숨소리.
듣기 싫은 자신의 숨소리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
‘죽기 싫어.’
이런 애들은 죽는 게 나을 텐데.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생각과 달리 질식할 것 같은 숨 막힘에 눈앞은 점점 하얘진다. 심장 소리가 너무 크다.
쌔액, 쌔애액…….
그렇게 이대로 죽는 걸까 싶을 때였다.
“…후윽?”
순간 공기가 돌아왔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천천히 호흡해요. 천천히, 한 번, 두 번. 아무도 안 헤쳐요. 옳지, 천천히…….”
아기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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