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79화 (37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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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블루 스크린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

뭐가 정답이었는지는 몰라도 무사히 고쳐진 듯합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인터넷 끊겨서 기겁하는 사태가 있었지만 다행히 원고는 무사했네요.

덕분에 분량 빵빵하게 챙겨 올 수 있었습니다ㅎㅎ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삶의 버팀목

즐거웠던 생일이 지나가고 어느덧 4월 말이 되었다.

4월 말은 전체적으로 대학생들이 좀 풀어지는 시기다. 막 중간고사가 끝났기 때문에 학생들은 남녀할 것 없이 대학로에 나가 놀거나 술판을 벌였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대학생들의 이야기.

서주환은 오히려 중간고사가 끝난 지금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을 열고 본인의 위튜브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조회수가 꽤 많이 올랐네.”

위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동영상 업로드 횟수를 비롯해 영상 조회수, 평균 시청시간 단위, 구독자의 증가폭, 많이 보는 시청자층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서환 채널의 시청자 층은 콘텐츠 별로 나뉘었다.

게임, 드로잉, 댄스.

게임은 주로 남성 시청자가 많았고 그림은 제법 적절히 섞였으며 춤은 여성 시청자가 더 많았다.

‘내가 말을 더 재밌게 했으면 평균 시청자도 더 많았을 텐데.’

방송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안 사실인데, 그는 의외로 말재주가 별로 없었다. 이상하게 본인 방송에서만 그랬다. 한수아의 방송에 가면 누가 호스트이고 게스트인지 헷갈릴 정도로 입을 털어대는데 정작 본인 방송에서는 말재주가 없다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님 같은 사람들을 ‘남의 방 여포’라고 한다지요?]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주인님이 쓰고 있는 소설을 보고 배웠답니다. 지금 연재 중인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에 나온 단어잖아요?]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거든…….’

서주환은 괜히 투덜대면서 위튜브로 벌어들인 소득(LP)을 정산했다.

‘역시 많이 올랐어.’

아직 한 달이 다 지나가기도 전인데 이전 달 보다 두 배가 넘는 LP를 벌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위튜브 채널이 꽤 성장한 것이다. 어느덧 그는 20만 위튜버가 되어있었다.

[주인님의 기준치에 미달일 뿐이지 객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네요.]

‘그야 그렇지. 아무래도 내 기준은 시스템 때문에라도 좀 높으니까.’

그는 사기적인 능력을 갖고 있었기에 자연히 대중들의 평균치보다 위를 바라보게 됐다. 그래서 항상 결과가 아쉬웠지만, 사실 루시의 말처럼 객관적으로 보면 고작 두 달 만에 20만 위튜버가 되었으니 엄청난 속도라고 볼 수 있었다.

‘생방송보다는 위튜브에 집중을 하고, 토크보다는 콘텐츠를 짜는 게 좋겠어.’

서주환은 위튜브 스튜디오를 통해 채널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약점보다는 강점을 살리자.

그는 스스로의 약점을 토크라고 생각했고, 강점을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들에게 얻은 다양한 ‘재능’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게임, 그림, 댄스 콘텐츠 또한 그녀들에게 얻은 재능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가. 다른 재능이라고 이용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성우 재능으로 콘텐츠 하나 뽑아야겠어. 성대모사라면 간단하고 금방 촬영할 수 있으니까… 아, 먹방도 괜찮겠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손가락을 딱 튕겼다. 먹방은 언제나 주목 받기 좋은 콘텐츠다. 거기에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 콘텐츠이기도 했다. 왜 이걸 여태까지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먹방이라면 자신 있지.”

장덕자에게 얻은 ‘소화’ 재능 덕분에 그의 먹성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요리도 좋아하니 맛있게 먹는 것도 자신 있었다.

[살이 찌겠군요.]

“괜찮아. 워낙 기초대사량이 높기도 하고 필요하면 금방 뺄 수 있으니까.”

[아하. 특수능력인 ‘고효율 흡수’ 말이군요.]

“그래. 그거라면 원하는 영양분만 취할 수 있어.”

[부작용을 조심하세요. 그 특수능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치질에 걸릴 수도 있답니다?]

“그건… 조심해야지.”

특수능력 설명에도 주의하라고 쓰여 있던 문구다. 과한 배변활동은 신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던가. 젊은 나이에 치질로 고생하는 건 사양이었다.

서주환은 그렇게 앞으로 만들어갈 고정 콘텐츠의 기획을 짰다. 다양한 재능이 있는 만큼 콘텐츠도 다양하게. 보통 콘텐츠가 너무 많으면 집중도가 분산되기 마련이었지만 그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난 전부 프로급으로 잘 할 수 있어.’

어설프면 집중도가 분산되겠지만 모두 전문가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다. 채널의 컨셉 이미지는 만능 재주꾼으로 간다. 아니면 기만자나 재능충도 좋고.

[주인님, 이메일이 가득 쌓였습니다.]

“아, 이건 또 왔네. 쯧.”

이메일을 확인한 서주환은 귀찮다는 얼굴로 메일을 죄다 휴지통에 처박았다.

[도유이와 찍은 영상 때문인 것 같지요?]

“시작은 그거였지.”

텐 밀리언 촬영 준비를 위해 연습할 적 도유이와 함께 찍은 ‘BODY’의 안무 영상(Full ver)이 조회수 100만을 달성했다. 화제가 된 영상 덕에 구독자도 많이 늘고 포인트도 많이 벌었지만, 동시에 귀찮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연예인 안 한다니까 그러네.”

스완의 패션모델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연예 기획사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이다.

“가수나 배우는 그렇다 쳐도 아이돌은 뭐냐고, 아이돌은.”

만약 연예인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돌은 아니었다. 차라리 리액트 엔터에 들어가서 배우를 하고 말지. 그룹 활동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서주환은 메일함을 정리한 후 노벨다이스에 접속했다.

“크으. 사이트 많이 커졌네.”

총 상금 20억을 걸고 진행한 지상 최대의 웹소설 공모전.

상금 규모가 큰 만큼 많은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참여한 작가들도 많았다. 신인은 물론 기성작가들도 워낙 많이 참여한 터라 독자들도 자연히 따라왔고, 어느덧 지금은 공모전이 마무리되어 최종 수상자까지 발표된 상황이었다.

불과 세 달 된 사이트라고는 볼 수 없는 규모로 커진 노벨다이스.

아직 삼대 플랫폼에 비하기엔 작가풀이나 독자풀이나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플랫폼 사이에서는 상당한 체급이 되었다.

[후후. 공모전도 공모전이지만 일등공신은 당연히 주인님이지요.]

어쩐지 루시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일등공신인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사이트가 커진 것에는 그의 지분도 적지 않았다. 그는 이제 웹소설계의 명실상부한 스타 작가였으니까 말이다.

[앞으로 서환 작가 작품은 다 노벨다이스에서 독점 연재 할 거라고 함.]

- 카더라 아니고 작가 오피셜임. 방송에서 그렇게 말했음.

└ 내가 이것 때문에 노벨다이스 가입했음ㅅㅂ

└ 나도임. 플랫폼 여러 개 쓰기 ㅈㄴ귀찮은데 작가 한 명 때문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 아ㅋㅋ 꼬우면 보지 말던가ㅋㅋㅋㅋㅋ

└ 은아힐링 빼면 다른 플랫폼에도 있던데?

└ 그건 노벨다이스 나오기 전임. 그리고 그것도 매니지 계약 끝나면 노벨다이스로 옮길 듯?

[서환 정도면 몇 티어냐?]

- 제곧내

└ 1티어

└ ㄴㄴ0티어임. 이제 앵간한 기성 작가들도 비교 안 됨

└ ㄹㅇ서환이 개또라인 게 쓰는 것마다 대박남. 그런데 자기복제가 없음. 장르가 다 다름.

└ 회병생은 별로 안 팔리지 않음?

└ 별로 안 팔리다니 뭔 개소리임? 평균 구매 수 1만 2천이 죠스로 보임?

└ 처음에 본 사람인갑네. 회병생은 완결 후에 구매수가 존나 늘어났잖아. 원래 구매 수 5천도 안 나오던 소설임. 물론 5천이 낮다는 건 아닌데 ㅋㅋ;;

└ 회병생은 종이책이 쥰내 잘 팔렸지. 애초에 회귀 설정 빼면 판타지 요소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일반인 타깃으로 잡기 좋았어. 표지도 웹소설 치곤 과하지 않은 느낌으로 잘 뽑았잖아.

└ 이 새끼 분석한 것 봐라. 매니지냐?

사실 ‘회귀자의 병영생활’을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열광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웹소설 판에 잘 쓰는 신인이 나타났다 정도. 한데 ‘악마 포식자’까지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리자 본격적인 팬층이 생겼고, 뒤늦게 ‘회귀자의 병영생활’이 다시 한 번 주목받으며 필력에 대한 평가가 확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은.

서주환은 투데이 베스트 가장 상단에 있는 작품을 클릭했다.

[Today Best]

1위: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

작가: 서환 / 연재: 290화 / 조회: 18,930,124 / 선호작: 72,921 / 추천: 891,233

그가 연재 중인 신작 ‘은아힐링’은 노벨다이스의 오픈 당시는 물론 공모전 중에도, 끝난 지금에도 1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2위와의 격차를 점점 더 벌리는 중이었다.

“타플에 아예 안 푼 게 유효했나?”

은아힐링은 100화 이후에도 타 플랫폼에 업로드를 하지 않았다. 연재분은 물론 전자책 단행본 또한 오직 노벨다이스에서만 열람이 가능했다. 그 외의 방법이라면 최근 출판을 시작한 종이책을 구매하는 것뿐이다.

‘타플 수익이 좀 아깝긴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사이트 커지는 데 일조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명색이 사이트 공동대표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거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생각보다 손해도 아니었다. 오히려 수수료를 떼이지 않는 노벨다이스에서 판매가 집중되다보니 구매 수 대비 수익이 굉장히 높았다.

서주환은 작품 댓글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닉네임을 발견하고 스크롤을 멈췄다.

(율율): 제 인생이 주인공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플에 상처 받았던 주인공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니까 제 기분이 다 좋네요.

은아힐링이 요즘 제 삶의 버팀목입니다. 오늘도 재밌는 소설 써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힐링 받고 갑니다 :)

“이 독자님은 항상 장문이시네.”

워낙 열정적으로 댓글을 다는 독자님이라 자연스럽게 닉네임을 외워버렸다.

[저도 기억하는 독자입니다. 분명 주인님의 작품으로 웹소설을 처음 접했다고 했어요.]

“응. 은아힐링으로 입문했다고 했어. 지금은 전작들도 다 찾아봤더라.”

[후후. 이미 완결 난 작품들에도 댓글을 엄청 달았었죠?]

“편마다 달았을 걸? 나도 처음 웹소설 봤을 땐 그랬었는데.”

무엇이든 처음 할 때가 순수하고 즐거운 법이다. ‘율율’이란 닉네임을 가진 이 독자님은 편마다 감상을 남기며 감사함을 표했다.

“삶의 버팀목이라니… 열심히 써야겠어.”

인터넷에서 으레 하는 주접 댓글이려니 싶긴 하지만 워낙 열심히 댓글을 써주니 의욕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정말로 그가 쓴 소설이 한 독자의 삶을 버티게 하고 있을는지도.

‘나도 그랬었으니까.’

잠시나마 지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쉼터가 되자.

서주환은 초심으로 돌아가 집필을 시작했다.

*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빗방울 소리.

불이 꺼진 어두운 방.

“…….”

율은 어질러진 침대에서 엎드린 자세로 폰을 만지작댔다. 액정의 희미한 빛이 어두운 방안의 유일한 불빛이었다.

“…….”

율은 뚫어져라 폰을 바라보며 연신 스위치를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내 떨리는 손가락을 인터넷 아이콘으로 가져갔다.

움찔.

인터넷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멈췄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율은 결국 다른 아이콘을 눌렀다. 헤드폰 모양의 아이콘. 노래를 선택하자 이내 방안의 정적을 깨는 음률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밝게 빛날 거라 생각했던 내 미래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찾고 싶어

활짝 펼칠 거라 생각했던 내 날개는

어디쯤에 꺾인 건지도 모르겠어

톡.

율은 노래를 정지했다. 가장 좋아하던 노랫말을 듣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있으면 밝고 희망찬 내용의 다음 가사가 나올 텐데 그 조금을 버티기가 버거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잡념들을 없애버리고 싶다.

“아, 아… 으…….”

그러나 안타깝게도 잡념이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머릿속을 채워가는 법이다. 마치 숨 쉬는 걸 의식해버린 것과 같았다. 한 번 의식한 이상 어딘가로 주의를 돌려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끄으…!”

더러운 년. 창녀. 약쟁이. 죽어버려. 너 같은 건. 못 생긴. 성괴. 병신. 죽어. 쓰레기. 사회악. 원래 이런 애. 그럴 줄 알았다. 쪽팔려. 죽어. 창녀. 걸레…….

$#!%#!%!#!%#──!

이명이 울린다. 머리가 아픈. 뒤집어진다. 침대가 거꾸로. 시야가, 초점이. 어지럽다. 눈을 감아도… 계속…….

띠링!

“아!”

율은 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알림] : 알림을 설정하신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의 최신화가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아…….”

주의를 돌릴 데가 생겼다.

율은 얼른 최신 회차를 열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몰입했다. 이 소설 속 세상 안의 주인공은 슬픔과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율은 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했다.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입가에 어색한 미소를 떠올렸다.

“…….”

잡념이 사라진다. 호흡이 편안해졌다. 글을 곱씹는다. 몇 번이고 다시. 그러면 하루를 다시 버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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