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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제가 해냈습니다
내일도 올라갑니다!
이제 다음 주 화요일에 정상 연재하려면 금요일에 두 편을 보내야 되네요...
휴재 없이 정상 연재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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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시온12세 님, 오라시온12세 님, 오라시온12세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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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서주환은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거절이 아니라 보류.”
“그게 그거지.”
“달라. 여지는 남겨놨잖아?”
“아니, 내 말은!”
도유이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오빠가 보류라고 말한다고 해서 스텝 같은 대형 크루가 언제까지고 기다려줄 리가 없잖아. 그럼 사실상 거절이나 마찬가지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보류라고 말한 거야?”
그것도 그냥 기다려달라는 게 아니라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보류다. 내키면 그때 들어가겠다니 그런 무례한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유라 누나는 기다려줄 것 같던데? 그리고 내가 언제 내키면 들어가겠다고 했어?”
“물론 그렇게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결국 같은 뜻이었잖아.”
“크흠. 나도 사정이 있어서 그래. 나 바쁜 거 알잖아.”
“그건… 그렇지만.”
도유이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서주환은 피실피실 웃으며 놀리듯 물었다.
“왜, 같이 안 한다니까 아쉽냐?”
“…누가 아쉽대?”
“어디 술 씨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길래.”
“흥. 우리나라에 술 씨가 어딨냐.”
“그럼 토 씨? 그때 냄새가 진하긴 했지.”
“아, 진짜! 토 씨도 없어! 난 도 씨거든?!”
“아하. 도 씨가 아쉬웠구나?”
“…이씨.”
도 씨의 눈꼬리가 하늘로 솟았다. 미간이 바짝 모인 게 단단히 삐져버린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낄낄 웃으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툭툭 토닥였다.
“사실 스텝이 아니라 동아리처럼 소모임 크루였으면 편하게 들어갔을 거야. 그런데 스텝은 그게 아니잖아.”
“…….”
“나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지금은 상황이 좀 그래. 이름만 올려놓고 몇 년은 활동 못할 수도 있어. 그럼 모양새가 이상하잖아. 뭐, 짧으면 몇 달 내일지도 모르지만…….”
도유이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몇 달? 그럼 몇 달 뒤엔 들어오는 거야?”
“확답 못한다니까. 그래서 보류라고 말한 거고.”
서주환은 미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몇 년 내지는 몇 달. 아니, 어쩌면 아주 가까운 시일 내일지도 모른다.
‘가브리엘라가 말했었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브리엘라와는 종종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타로 점을 말해주곤 했는데, 그에게 곧 지금과 같은 일상이 격변할 거라고 예언했다.
사실 그녀의 타로 점이 아니어도 그는 은연중에 작금의 일상이 점점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의 생활은 끝난다.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조금만 더. 적어도 올해까지는…….’
아직은 대학에서 친구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더 즐기고 싶었다. 사회로 나가면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할 걸 알고 있기에 더더욱 지금의 소소한 일상이 소중했다.
말 없이 고민에 잠긴 그를 보며 도유이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물었다.
“크루에는 안 들어와도 스튜디오에는 계속 올 거지?”
서주환은 사색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종종? 아직 상급반이잖아. 위에 마스터 클래스도 남아있고.”
“뭐래. 오빠 이제 상급반 졸업해도 돼.”
“그래?”
“마스터 클래스는 오히려 더 빨리 끝낼 걸? 마스터 클래스란 게 안무가 고유의 스타일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단계인데, 오빠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라인이 살아있었거든. 기초는 부족했던 주제에.”
불공평한 재능이라며 투덜대는 도유이다.
서주환은 그녀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특수능력 때문이구나.’
춤(A+/A+)의 특수능력인 ‘댄싱라인’의 효과였다. 댄싱라인은 모든 장르의 음악에 어울리는 춤선을 보일 수 있도록 자세를 절로 교정해준다. 덕분에 그는 댄서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내는 라인을 진즉에 갖고 있었다.
[후후. 욕망 시스템의 위대함을 아시겠나요?]
루시가 뻐기는 투로 말했다.
서주환은 어쩐지 사기꾼이 된 기분이 들어서 눈꼬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종종 놀러갈게. 춤추는 거 재밌거든.”
“그나마 다행이네.”
“오, 뭐야. 나 온다니까 좋냐?”
“…응.”
“엉?”
서주환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도유이가 웬일로 솔직히 대답한 것이다.
그녀는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나 요즘 슬럼프였거든.”
“슬럼프?”
“응. 몇 달 전에 크루원들 몇 명이랑 대회에 나갔었는데 거기서 내가 실수를 많이 했어. 그 뒤로 무대에 서면 엄청 긴장되는 거 있지?”
“…그런 일이 있었구나.”
“생각한대로 몸이 안 움직이더라.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해. 다행히 다른 크루원들이 잘해서 우승했지만… 나 때문에 떨어질 수도 있는 거였으니까.”
서주환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도유이가 조금 안타까웠다.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던 사이에 설마 슬럼프까지 겪고 있을 줄은 몰랐다.
“실수 한 번에 한심하지?”
“한심하긴. 워낙 기대를 많이 받아서 그런 거잖아.”
사람들은 서주환을 두고 천재라 불렀지만 사실 도유이도 엄청난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재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그녀는 동 나이 대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그런 만큼 기대도 많이 받았었다. 스텝 크루의 리더인 성유라의 추천으로 들어가 막내로서 크루원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한데 첫 대회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으니 그게 마음에 남아버린 것이다.
서주환은 무어라 그녀를 위로해야할까 말을 골랐다. 그러나 도유이는 그가 미처 말을 고르기도 전에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뭔데?”
“오빠랑 춤추면 마음이 좀 편안하다는 거야. 엠티에서도 그랬어. 어차피 대회도 아니고 엠티니까라는 마음으로 췄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더라고.”
엠티 무대는 대회도 연습도 아니기에 완벽을 기할 필요가 없다. 그저 즐기고 내려오면 그뿐. 일부러 그렇게 마음을 먹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무대에 올라갔다.
내심 긴장하며 올라갔던 무대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반쯤 억지를 써서 서주환을 불러낸 게 정답이었다. 언젠가 축제 무대에서 합을 맞췄을 때처럼 그와 춤을 추자 뜻 모를 고양감이 느껴졌다. 흥분된 마음에 또 다시 키스를 해버릴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엠티에서 돌아온 다음이었다. 극복한 줄 알았던 슬럼프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이전처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서주환은 의아한 투로 말했다.
“수업은 엄청 잘하던데.”
“그야 수업 중에는 내 실력을 평가할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녀가 아무리 긴장을 하고 둔해져도 회원들에게 지적을 받을 실력은 아니었다. 몸이 긴장되는 순간은 무대에 올라가거나 그녀를 평가할만한 실력자가 있을 때였다.
“아무튼, 그래서 오빠한테 연락을 한 거였어. 많이 귀찮았지?”
바쁘다고 말했음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된 서주환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왜 그렇게 전화를 해대나 했더니… 진즉에 말을 하지 그랬냐. 그럼 화 낼 일도 없었을 텐데.”
“헤헤. 좀 부끄러워서. 쪽팔리잖아.”
“별 게 다 쪽팔릴 일이다.”
“그래도 덕분에 많이 회복했어. 오빠랑 일대일로 레슨하니까 왠지 좀 괜찮아지더라고. 신기하지?”
“그래, 어쨌든 도움이 됐다니까 다행이네.”
도유이가 조금이나마 괜찮아진 것은 그가 지닌 스킬과 특수능력의 영향 때문일 터였다. 신체의 호르몬 밸런스를 잡아주는 ‘페로몬’과 숙련도 버프를 주는 ‘성교사’의 효과가 슬럼프를 극복해내는 데 도움을 주었으리라.
“오빠, 그래서 말인데…….”
도유이가 눈치를 보며 말끝을 늘였다.
서주환은 말해보라는 듯 눈짓했다.
“뭔데?”
“오빠가 바쁜 건 알지만… 당분간만 나 좀 더 도와줄 수 있을까? 부탁해.”
“알았어.”
그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유이의 눈이 커졌다.
“정말? 도와줄 거야?”
“그래.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그냥 지금처럼 개인 레슨 받을 때 같이 춤추면 되나?”
“고마워, 오빠! 그게 있지. 앞으로 열흘 정도 준비해야 되는 게 있는데…….”
말하는 걸 듣자하니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레슨을 받는 걸로 될 게 아니었다.
“안무를 직접 준비해야 된다고?”
“응. 원래 마스터 클래스를 담당하는 강사들은 짧으면 이주, 길면 한 달마다 강습생들 데리고 영상 촬영을 하거든.”
“아, 위튜브 컨텐츠로 올라오는 그거 말하는 거야?”
“맞아. 알고 있었구나.”
텐밀리언은 독자적으로 위튜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무려 1천만이 넘어가는 대형 채널이었다. 그리고 텐밀리언에서 특히 인기 있는 컨텐츠 중 하나가 바로 강사와 강습생들이 독자적으로 안무를 만들어 릴레이식으로 촬영하는 것이었다.
서주환은 알겠다고 답하려다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유이 너는 마스터 클래스 운영 안 하지 않아?”
그 말에 도유이가 쓰게 웃었다.
“원래는 나도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했어. 그런데 촬영 도중에 계속 몸이 굳어서 그만둔 거야.”
“아…….”
도유이의 담당 수업에 왜 마스터 클래스가 없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촬영을 준비하겠다는 것은…….
‘재활훈련 같은 거구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이리라.
서주환은 알겠다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까?”
“어? 지금?”
“마침 오늘 일대일 레슨도 안 했잖아. 그리고 유이 너 어차피 스튜디오에서 숙식한다면서?”
“그, 그렇긴 한데.”
도유이는 당황 섞인 어조로 답하며 재빨리 시계를 살폈다.
‘이 시간이면 다른 사람들 다 퇴근했을 텐데.’
그럼 그 넓은 공간에 서주환과 단둘이란 소리가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한 도유이는 얼른 서주환의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그, 그래. 오빠가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어쩔 수 없네.”
“? 뭐야, 그 말투는. 누가 보면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난 줄 알겠다.”
“아, 아니 뭐, 도와줘서 고맙다는 뜻이지.”
도유이는 시선을 피하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서주환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에휴, 순진하다, 순진해.’
속이 너무 뻔히 보이지 않는가. 하여간 알고 보면 계집애들이 더 음란해 빠졌다.
[그래서 안 하실 건가요?]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해야지.’
아끼는 동생의 슬럼프 극복을 위해서라도 ‘성교사’의 숙련도 버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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