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68화 (36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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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지난 휴재분 보충도 못하고 염치 없는 말이지만 목요일에 휴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6월 1일이 공휴일이라 제가 내일까지 두 편 분량의 원고를 보내야 목요일도 연재가 가능하거든요...

일단 핫식스 빨면서 죽어라 써보긴 하겠습니다만 장담은 할 수가 없네요..ㅠ

휴재 없이 올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혹여 휴재가 된다면 금요일에 두 편이 올라갈 겁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서주환은 악수를 나누며 성유라의 상태창을 띄웠다. 어느 누구에게 S급 재능이 있을지 모르기에 접촉하는 사람마다 상태창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는 이내 속으로 아쉽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없네.’

워낙 유명한 댄서들이 모인 곳이라 혹시나 했는데 역시 S급 재능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루시에 말에 따르면 세상엔 S급 재능을 보유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있으니까.

‘정작 재능이 있어도 개화시킨 사람이 드문 거라고 했었지.’

세계를 뒤흔들 재능이 있더라도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한다면 수면 아래에서 썩어갈 뿐이다. 그리고 설령 운 좋게 적성을 찾는다 해도 재능을 한계치까지 개화시키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이 스스로 지닌 재능의 끝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물론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S급 재능이 희귀한 등급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 우리 지금부터 누나 동생 하는 거죠?”

성유라가 맞잡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유라 누나라고 부를게요. 누나도 말 편하게 하세요.”

서주환도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S급 재능 보유자도 아니고 그가 원하는 재능을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무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댄스 스튜디오인 텐밀리언의 대표였다.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으리라.

성유라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말했다.

“오케이. 그럼 잘생긴 동생 생긴 기념으로 누나가 저녁 쏜다. 가자, 비싸고 맛있는 거 사줄게.”

그 말에 반응한 건 서주환이 아니라 도유이였다.

“어, 언니! 오빠는 지금부터 저한테 레슨 받아야 하는데요.”

“응? 무슨 소리야? 오늘 강의는 끝난 거 아니었어?”

“그으, 강의 끝나고 제가 개인 레슨 봐주고 있어요.”

“개인 레슨?”

성유라는 서주환과 도유이를 번갈아봤다. 그에 서주환은 자신이 부탁했노라 말했고, 도유이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어물거렸다.

이내 성유라는 알만하다는 듯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도유이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호호. 유이 너도 따라와. 설마 언니가 너만 쏙 빼놓고 가겠니?”

“악. 이그 느아요!”

“아유, 피부 좋은 거 봐. 역시 이십 대는 다르다니까? 화장도 안 했는데 예뻐예뻐.”

“느라니까아!”

성유라는 버둥대는 도유이를 무시하고 서주환을 돌아봤다.

“주환아, 미안한데 오늘 하루만 레슨 쉬면 안 될까? 너하고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음. 그럴게요.”

서주환은 지금까지 여자들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과 달리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성유라는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갑자기 친해지려고 한 이유가 있겠지.’

그 이유가 뭔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도 스튜디오 내에서 자신을 천재라고 부르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성유라는 두 사람을 데리고 한우 오마카세 집으로 향했다. 가게는 척 보기에도 미리 예약을 해야 올 수 있을 것 같이 고급스러웠다.

가게 입구로 들어가자 거구의 남자가 나와서 성유라와 실랑이를 벌였다. 말하는 걸 듣자하니 가게 사장인 듯했다.

“야, 성유라. 너 내가 예약하고 오라고 했지?”

“에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손님 없잖아. 내가 오늘 많이 팔아주고 갈게.”

“어휴, 이건 나이를 먹어도 진짜… 쯧.”

“아, 오빠! 나이 얘기는 좀 아니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러기야?”

“그럼 나잇값을 해라 좀.”

가게 사장은 투덜거리면서도 그들을 자리로 안내해줬다.

‘이때 오마카세가 유행했었지.’

음식은 무척 맛있었다. 값이 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제 값을 하고도 남았다. 이미 도유이는 비싼 소고기에 눈이 번쩍 뜨여서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었다.

‘나중에 애들이랑 같이 와야지.’

프라이빗 룸으로 된 공간이라 분위기 잡고 데이트를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는 맛집을 하나 알게 됐다고 생각하며 성유라를 바라봤다. 슬슬 배도 채웠으니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으음. 주환이는 눈치가 빠른 편?”

시선을 눈치 챈 성유라가 묘한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서주환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눈치가 좋다는 소리도 듣고 둔하다는 소리도 들어서요.”

“호호. 내가 보기엔 빠른 것 같네.”

그리 말한 성유라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에 옆에서 정신없이 고기를 집어먹던 도유이도 눈치를 보다가 얌전히 식기를 내려놨다.

성유라가 말했다.

“주환이 너 춤 배운지 이주 됐다는 게 사실이니? 내가 듣기론 그렇던데.”

“제대로 배운 건 처음이 맞아요. 오늘로 보름째고요.”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안 해봤고?”

“네. 그냥 클럽이랑 학교 축제에서 몇 번 춰본 게 전부예요.”

“진짜 완전히 처음 배운 거였구나. 그런데 보름 만에 그만큼이나…….”

성유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까 직접 눈으로 본 바 서주환은 상급반 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좀 이르긴 하지만 당장 마스터 클래스로 올려도 별로 손색이 없었다.

‘잡아야 돼.’

서주환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불세출의 천재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댄서 생활을 해왔지만 서주환과 같은 재능은 본 적이 없었다.

성유라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환아, 너 우리 크루에 들어오지 않을래?”

“텐밀리언에요? 제가 아직 강사로 뛰기에는 부족할 텐데요.”

서주환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사실 그는 지금 당장 강사로 뛰더라도 교육(A+/A+) 재능과 성교사(性敎師)를 활용한다면 어지간한 강사들보다 잘 가르칠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것도 본인의 실력에 기반하므로 그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중급반, 잘해도 상급반까지가 한계이겠지만 말이다.

성유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텐밀리언이 아니라 내가 속한 크루에 들어오라는 거야. 텐밀리언은 아카데미 겸 레이블 개념이거든. 실력 있는 강사들은 각자 소속된 크루가 따로 있어.”

“레이블에 속해 있으면서 다른 크루에 들어갈 수도 있는 거예요? 힙합 레이블이랑 크루처럼?”

“맞아, 같은 개념이야.”

레이블과 크루는 일견 같은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통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히 다른 뜻이 담겨 있었다.

레이블은 사업적 성향이 강한 그룹으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 크루는 같은 목적을 두고 모인 집단을 의미한다. 사업적인 성격보단 친목적인 의미가 더 크며 서로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조금 끌리는데.’

[귀찮아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주인님은 항상 바쁘시잖아요.]

‘레이블이 아니라 크루라서 그래.’

크루와 레이블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가입과 탈퇴의 자유도다. 기업 성향이 강한 레이블과 달리 크루의 목적은 친목도모, 실력향상에 있었기에 빡빡한 조건이랄 게 없었다. 때문에 비교적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웠으며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크루에 소속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물론 각 크루마다 그 성격이 천차만별로 다르기에 확단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유이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언니, 크루원들이랑 언제 이야기 했어요? 전 들은 거 없는데요?”

도유이는 성유라와 같은 ‘스텝(Step)’ 크루에 속해 있었다.

성유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크루원들한테는 얘기 안 했는데…….”

“네에? 얘기도 안 하고 영입 제의하는 거였어요? 나중에 무슨 소리 들으려고요? 언니 저한테 제의할 때도 크루원들이랑 제대로 얘기 안 해서 혼났었잖아요. 그때 제가 얼마나 곤란했는 줄 알아요?”

그나마도 도유이가 크루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은 건 텐밀리언에서 1년 가까이 수강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몇몇 크루원들과는 알고 지내던 때라는 뜻이다. 반면 서주환은 텐밀리언에 나온 지 이제 보름째였다. 말이 나오면 더 나왔지 덜 나오진 않을 게 뻔했다.

성유라는 구구절절 맞는 말에 열세 살이나 어린 동생을 상대로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지금은 일일이 크루원들의 동의를 구한답시고 꾸물거릴 때가 아니었다. 본래 기회라는 건 왔을 때 재빠르게 잡아야하는 법이었다.

결국 그녀는 억지를 부리기로 했다.

“시, 시끄러워, 막냉이! 리더가 새 멤버 좀 들이겠다는데 불만이야?”

“아니, 불만이라는 게 아니라 크루원들한테 미리 말을 해야…….”

“어휴, 내가 알아서 할게. 주환이 들어오면 좋다고 방방 뛸 거면서 까탈스럽게 굴기는.”

“누, 누가 방방 뛴다고 그래요?!”

성유라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따지는 도유이를 무시하고 다시 서주환을 돌아봤다.

“주환아, 일단은 내가 우리 크루 리더거든? 재능 있는 후배 영입할 권한 정도는 있어. 잡음 안 나오게 잘 정리해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

“하하…….”

서주환이 어색하게 웃자 성유라가 인심 쓴다는 듯 말했다.

“지금 들어오면 덤으로 우리 귀여운 유이도 줄게.”

“누구 맘대로요?! 그리고 내가 왜 덤이야!”

“이것 봐. 심심할 때 놀려먹으면 재밌다?”

“이 아줌마가, 진짜!”

이번엔 성유라가 발작했다.

“누가 아줌마야! 너 자꾸 봐주니까 언니한테 점점 건방져?”

“그럼 나잇값을 좀 하라고요!”

“나이 얘기 하지 말랬지!”

서주환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개판이네.”

*

성유라는 일이 있다면서 먼저 돌아갔다.

서주환은 도유이와 함께 스튜디오 근처에 있는 공원을 거닐다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선선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도유이는 벤치에 앉아 다리를 까딱이다가 문득 그를 불렀다.

“오빠.”

“응?”

“우리 크루가 어떤 곳인지 알아?”

“그럼. 워낙 유명하잖아.”

서주환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름을 듣기 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스텝’이란 이름을 듣고서는 그도 내심 놀라워했었다.

‘지금도 엄청 유명하지만 나중에는 더 유명해지는 크루지.’

춤에 관심이 없던 회귀 전에도 들어봤을 정도다.

스텝 크루는 1년 뒤 ‘글로벌 포텐’이라는 해외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2년 뒤에는 국내 서바이벌 댄스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다. 스트릿댄스라는 장르를 최전선에서 알린 게 바로 스텝 크루였다.

“그런데 왜 거절했어?”

도유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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