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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본문에도 짤막하게 쓰긴 했지만 기억 안 나실까봐 부연 설명을 하자면
박도희는 1학년 때 서주환을 성추행 범으로 몰려고 했다가 역관광 당한 레즈비언입니다.
접근은 썅년이었지만 서주환의 참교육 + 친구들에게 속아서 이용당하고 버려졌던 걸로 동정표를 조금 샀던 캐릭터죠.
쓸 데 없는 TMI를 덧붙이자면
박도희는 휴학할 당시 서주환이 했던 조언을 잊지 않고 열심히 글을 써서 1질 완결 작가가 되었으며 현재는 노벨다이스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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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짓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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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서주환은 화가 났냐는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유이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
눈치를 보던 도유이가 시무룩한 기색으로 답했다.
“미안해, 오빠.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어.”
그녀가 아는 서주환은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조금 화가 났더라도 장난스러운 대화 몇 번으로 없는 일처럼 넘어가곤 했다. 그런 그가 못 마땅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자신의 실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주환은 기가 죽은 도유이를 보다가 작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헤집었다.
“악, 내 머리!”
그녀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손을 거뒀다.
“잘못한 거 알았으면 됐어.”
“어? 화 풀렸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도유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되물었다.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과했으니까.”
“…사과는 아까 주차장에서도 했는데?”
“그건 아프니까 생각 없이 한 말이고.”
제대로 사과를 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물쩍 넘어가는 것과 사과를 하고 매듭을 짓는 건 경우가 달랐다.
서주환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걸었다.
“강사로 일하는 중이라고 했지?”
“아, 응. 10분 뒤에 시작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쉬엄쉬엄 해주세요.”
장난스럽게 말하자 도유이가 짐짓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림도 없어. 내가 이래봬도 호랑이 선생님이거든. 빡세게 굴릴 거야.”
“기껏 초대해서 온 건데도?”
“대신 무료 수업이잖아. 오빠도 춤 배우고 싶다면서?”
“그냥 돈 내고 다른 예쁜 선생님한테 배울래.”
그 말에 도유이가 인상을 쓰며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 돼. 그리고 학생들끼리 연애 절대 금지니까 수작부릴 생각하지도 마.”
서주환과 한 번 몸을 섞어본 도유이는 어렴풋하게나마 그를 알고 있었다. 이 남자를 스튜디오 안에 제약 없이 풀어놓으면 어떻게 활개를 칠지 몰랐다.
도유이는 앞장서 걸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제일 예뻐.”
“오~.”
“빠, 빨리 와.”
스스로 말해놓고도 부끄러웠는지 도유이의 걸음이 빨라졌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라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컨텐츠나 찍어야겠다.’
마침 바쁜 일정도 대강 끝마쳤으니 춤을 배우며 위튜브를 운영할 생각이었다.
*
사실 서주환이 위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그는 루시가 돌아온 후 포인트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의 필명을 딴 ‘서환’ 채널을 개설했었다.
하지만 채널을 개설했을 뿐 따로 운영을 하지는 않았다. 신작 연재와 문학공모전 및 방송, 개강 등 여러 일정으로 바빴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채널을 컴퓨터 화면에 띄웠다. 그를 본 루시가 감탄스럽다는 듯 말했다.
[운영을 안 했는데도 구독자가 3만이나 되는군요.]
“그러게.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가 천 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모르는 새에 구독자 수가 많이도 늘었다. 올린 영상이라고 해봐야 동생인 서주희가 편집해준 영상 세 개 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여러 요소가 영향을 주었겠죠. 주인님이 가진 웹소설 판에서의 유명세라던가 스완의 모델을 했던 일, 이제 한 달쯤 된 개인방송 같은 요인이요. 물론 그 중에서도 제일 영향을 준 건…….]
“응. 수아 덕분이겠지.”
어느덧 구독자 60만 위튜버가 된 한수아.
서주환은 그간 자신의 채널 운영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한수아와는 합방을 꽤 많이 진행해왔다. 그러다보니 한수아의 스트리머 지인들과도 종종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지인들이 하나같이 대형 위튜버들인지라 알게 모르게 구독자가 야금야금 늘어났다.
‘본의 아니게 모기 짓을 해버렸네.’
구독자가 적은 위튜버가 대형 위튜버와의 합방을 통해 야금야금 구독자 수를 늘리는 행위를 두고 ‘피 빨기’ 혹은 ‘모기 짓’이라 비하하곤 한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모르는 새 피를 잔뜩 빨아버린 듯했다.
물론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 도움이 아니었어도 가능한 일이었어.’
서주환은 언제고 누구보다 유명해질 자신이 있었다. 다만 지금은 조금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사용, 추억 보관소.”
【추억 보관소】
▶ 효과1: 사용자의 생애를 기록한다.
▶ 효과2: 시각, 청각, 미각 등 모든 감각 요소를 기록하며 원한다면 그 당시의 감정까지도 다시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 효과3: 원하는 기기에 사진, 영상, 음성 파일 등으로 변환 및 전송이 가능하며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편집할 수도 있다.
▶ 효과4: 기록은 1인칭과 3인칭 시점 모두 가능하다.
사용자의 생애를 기록하는 추억 보관소. 이를 잘 이용한다면 파일 변환 및 전송, 다각도의 편집까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능력을 갖고도 마음먹은 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건 무척 모자란 놈일 것이다.
서주환은 위튜브 영상 소스로 쓸 만한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나한테 편집 재능이 없는 게 아쉽네. 일단은 적당히 잘라서 올려야겠어.’
기회가 되면 ‘편집’ 관련 재능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서주희나 유지경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추억 보관소’의 능력을 백 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하는 게 가장 좋을 터였다.
*
4월이 됐다. 그리고 서주환이 위튜브 운영을 시작한지 2주가 지났다.
[위튜브 구독자 수 40,000을 달성하여 4,000LP가 지급됩니다.]
“꼴랑 1만 늘어났네…….”
서주환은 예상보다 확연히 더딘 성장 속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위튜버가 알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욕을 할 만한 생각이었지만 시스템을 가진 그로서는 아쉽기만 했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 “이와 같은 시스템의 능력을 갖고도 마음먹은 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건 무척 모자란 놈일 것이다.”]
메시지를 보자 순간 쪽팔림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듯했다. 동시에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왔다.
서주환은 허공에 대고 투덜댔다.
“이상한 문자 띄우지 마, 루시. 요즘 날 너무 놀려먹는 거 아니야?”
[후후.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너무 자만하고 계시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요.]
“하아아. 충분히 실감했으니까 그냥 말로 해도 충분해.”
시스템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 결국 그 능력을 다루는 건 자신일진대 대충, 적당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일한 마음을 갖고 말았다.
“수아한테 조언을 받지 않았으면 1만도 안 올라갔을 거야.”
뭐랄까. 위튜브의 세계는 그가 쉽게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면 금방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가 아닌 생산자의 입자에서 바라보자 컨텐츠, 알고리즘 분석, 영상 제목, 주의를 끌만한 썸네일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무척이나 많았다.
‘일단 유명해지고 나면 그런 것도 필요 없겠지만…….’
적어도 유명해지기 전인 지금은 고려해야할 요소가 맞았다. 그래, 작정하고 능력을 드러낼 게 아니라면 말이다.
“쩝. 분명 옛날에는 내가 수아랑 주희한테 조언해줬었는데.”
지금은 입장이 역전됐다.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2주일 동안 1만은 고사하고 1천 명도 늘지 않았을 것이다.
루시가 그를 위로했다.
[후후. 그래도 소득이 없지는 않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방향을 정했으니까.”
서주환은 그간 업로드 한 영상들을 살펴봤다.
[대학교 MT 장기자랑]
위튜브 운영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업로드한 회심의 영상이었다. 바로 지난 엠티에서 도유이와 함께 듀오로 섹시 댄스를 선보인 영상이다.
그러나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고작해야 1만에 불과했다.
[영상, ‘대학교 MT 즉석 장기자랑’의 조회수가 10,000을 달성하여 100LP가 지급됩니다.]
[패널티, 해당 영상의 길이가 10분 이하입니다. 지급 포인트가 절반으로 삭감됩니다.]
구독자 수만큼의 조회수도 확보하지 못했다. 자연히 포인트 지급도 볼품없었다.
이를 본 한수아와 서주희는 제목을 왜 이따위로 지었냐며 그를 나무랐다.
“으음. 그러니까, 음, 환이 오빠는… 바보야?”
“와, 옛날에 우리 어떻게 가르쳐줬대? 오빠 감 다 죽었네. 웹소 작가 맞아? 제목이 왜 이래. 브아~보.”
머리에 꿀밤을 때려줬다.
머리통에 혹을 매단 서주희가 답했다.
“제목 바꿔. 예를 들면 ‘친한 여동생과 끈적한 섹시댄스를 밀착해서 춰봤습니다.’ 같이.”
조언을 참고해서 위튜브 영상 제목을 짓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자 곧장 반응이 왔다.
[영상, ‘스타일 완성(스완:SWAN) 모델’의 조회수가 150,000을 달성하여 1,500LP가 지급됩니다.]
비교적 단조롭지만 ‘스완’이란 단어는 최근 옷에 관심 있는 10대 20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영상 하단에 ‘#’ 태그를 걸고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영상, ‘대학 축제에서 여사친과 러브송 듀엣’의 조회수가 300,000을 달성하여 3,000LP가 지급됩니다.]
[영상, ‘여사친(동생)한테 락킹 배우기’의 조회수가 250,000을 달성하여 2,500LP가 지급됩니다.]
[영상, ‘여사친(동생)한테 토마스 배우기’의 조회수가 130,000을 달성하여 1,300LP가 지급됩니다.
그간 영상을 올리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여사친’이란 키워드가 무지하게 잘 먹힌다는 것이었다. 최근 그는 도유이에게 춤을 배우며 뽕을 뽑고 있었다.
‘춤을 배우면 포인트가 들어온다!’
심지어 복잡한 컷 편집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적당히 오늘은 어떤 동작을 배웠는지, 둘이 어떤 춤을 췄는지 10~15분 정도의 영상으로 잘라 올리면 반응이 무척 좋았다.
- 비율 미쳤다. 다리 엄청 기네
- 서환 님 잘생겼어요!
- 이 분 웹소 작가 아니셨나ㅋㅋㅋ 왜 춤 잘 춰?
└ 우리 작가님 웹소설은 취미로 쓰는 거예요~!
└ 반대겠지, 미x년아
└ 어쨌든 잘생김
그의 외모를 칭찬하는 댓글도 있었고.
- 이 여자 분 텐 밀리언 강사님 아님? 저번에 그쪽 영상에 올라왔던 것 같은데
└ 텐 밀리언 소속 강사 맞아요. 저도 이분한테 배웠어요.
- 여자 분 자주 출연 좀ㅎㅎ
도유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댓글도 있었으며.
- 아니, 토마스 ㄹㅇ 하루 만에 마스터함?
└ 영상 길이 15분임. 15분 마스터
└ 당연히 편집했겠지 빡머갈아
└ 아ㅋㅋ 노가리가 5분 넘고 실제 연습은 10분도 안 되는데ㅋㅋㅋ 그 시간 안에 마스터 했겠냐고ㅋㅋㅋㅋ
- 어쨌든 ㅈㄴ 재능충인 건 확실함. 춤선 봐라. 저건 타고난 거다
두 사람의 춤 자체에 관심을 갖는 댓글도 있었다.
서주환은 이틀 전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벌써 13만이 넘은 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영상에 도유이를 출연시킨 후부터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조회수를 비롯한 구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어차피 배우려고 했던 춤인데.’
시간 투자 대비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은근히 달달했다.
영상 확인을 끝마쳤을 즘 루시가 말했다.
[주인님, 슬슬 갈 시간이에요.]
“그래, 오늘도 포인트 벌러… 아니, 춤 배우러 가야지.”
[목적이 뒤바뀐 것 같네요.]
“커흠. 기분 탓이야. 포인트는 부수적인 거고 춤이 목적이야.”
[그런가요?]
“그럼. 배워보니까 생각보다 더 재밌더라고.”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도유이에게 얻은 춤(A+/A+)재능이 있었으니까.
토마스 마스터까지 5분 컷? 영상 길이를 위해 차근차근 배웠을 뿐이다. 한 번 보고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두 번을 본 후에는 얼추 따라 할 수 있었으며, 세 번을 보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부우웅~.
서주환은 텐 밀리언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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