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65화 (3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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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덕훈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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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맛사탕 님, 탄산나무 님, ㅇㅣ아 님, 삐럭 님, 루퍼시엘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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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엠티가 끝난지도 어느덧 2주가 넘었다.

3월 4주차.

서주환은 오늘도 충실히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4월에 있을 공모전 원고를 끝냈음에도 여전히 바쁜 나날이었다.

“썩찬, 은근 재밌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지 않냐? 이거 생각보다 손해가 안 크겠다.”

이석찬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상금을 너무 크게 걸었나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음.”

“잘 된 거 맞지. 상금이 큰 덕분에 나름 네임드 기성들도 많이 참여했으니까. 그 낙수효과로 사이트 인지도도 높아졌고.”

“낙수효과가 아니라 애초에 공모전 목적이 인지도였음.”

두 사람이 말하는 공모전이란 당연히 노벨다이스의 공모전을 말함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노벨다이스의 공모전은 총 상금 20억 규모로 많은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상 3억, 최우수상 1억, 우수상 5천.

지금까지 웹소설 공모전 판에 나온 적이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심지어 우수상 인원이 열두 명이나 되었으니 노벨다이스가 신생 사이트라는 리스크를 감안해도 참가할 이유가 충분했다. 신인 작가뿐 아니라 기성 작가들에게도 말이다.

이석찬은 폰으로 노벨다이스를 열람하며 직접 어플의 편의성을 점검했다. 그러다 최근 눈 여겨 보고 있던 소설이 순위권에 오른 것을 발견하고 서주환을 불렀다.

“야, 쭈환.”

“응?”

“네가 말한 거 10위까지 올라왔다.”

“인마, 내가 말한 게 한두 개냐?”

“그거 있잖음. 현대 로맨스물. 우윤 작가.”

서주환은 ‘우윤’이라는 이름에 작품의 제목을 떠올릴 수 있었다.

“덧씌우는 상처?”

“그래. 작가가 네 친구라고 했지?”

“그럴… 걸?”

“? 대답이 왜 그럼?”

서주환은 애매하게 웃었다. 생각해보니 우서윤과 연락한지도 꽤 오래됐던 것이다. 가끔 김현영 선생님의 집에서 마주치긴 했지만 우서윤은 명백히 그를 피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은데.’

더 이상 남녀로서 몸을 섞는 일이 없어도 좋다. 그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그가 아닌 우서윤이었다. 그는 다만 그녀를 기다려주기로 하였다.

서주환은 적당히 얼버무리며 말했다.

“아무튼 잘됐네. 서윤이 작품은 더 올라갈 거야. 내가 보기엔 그게 로맨스 부문 1등할 것 같거든.”

“그 정도임? 으음. 하긴, 로맨스가 취향이 아닌 나도 재밌게 보고 있으니까. 묘하게 전문적이기도 하고.”

“서윤이 지인 중에 타투이스트가 있거든. 자료조사는 확실하지.”

“아하. 그래서 전문적인 느낌이 들었구만.”

“그보다 요즘 무협 쪽은 어때? 내가 보기엔 다른 장르에 비해 가뭄인 것 같던데.”

그렇게 몇몇 작품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던 중이었다.

지이잉~!

두 사람의 폰이 동시에 진동음을 토했다. 노벨다이스 어플에서 선호 작품의 최신 회차가 업데이트 되었다는 알림이었다.

3위 - [머셔너리]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단조로운 제목의 소설.

서주환은 알림이 울리자마자 바로 정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재밌네. 도저히 신인이 쓴 글로는 안 보여.’

그리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재독을 마친 순간이었다.

이석찬이 크으- 하고 감탄사를 흘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존나 재밌어. 이번 전투씬 오졌다.”

“그치? 덕훈이가 진짜 많이 발전했어.”

두 사람이 조금 전 읽은 ‘머셔너리’는 다름 아닌 장덕훈이 쓴 소설이었다.

이석찬은 아직도 여운이 남은 듯 말했다.

“와, 진짜 이거 이전 작품이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 사람이 바뀐 수준 아님?”

“내가 봐도 그래. 이거 덕훈이 인생 작품이다. 지금 이 자식 신들렸어.”

그가 보기에 현재 장덕훈은 본인이 가진 실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삘’을 탄 것이다. 본래 장덕훈이 가진 재능에 힘입어 백강호와 그의 부하들을 대상으로 한 생생한 자료조사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이너한 소재라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덕훈이랑 잘 맞아서 플러스가 됐어. 이 정도면 대상은 아니어도 최우수상이나 우수상 정도는 노려볼만할지도.’

반쯤 농담 식으로 말하곤 했지만 장덕훈은 그의 첫 제자였다. 부디 지금의 기세를 몰아 좋은 글을 써내기를 바랐다.

그리고 한 명 더.

서주환은 화면에 떠오른 ‘능소화’라는 필명을 보고 작게 웃음을 흘렸다. 루시 또한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이 필명은… 박도희 그 여자군요?]

‘응. 열심히 쓰고 있었나 보네.’

박도희. 참 복잡하게 얽힌 여자였다.

그녀는 1학년 때 그를 함정에 빠트려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려고 했었다.

[그래봤자 주인님에게 역으로 당했지만요. 아마 페티시 삭제랑 추가 업적을 그때 처음 달성했었죠?]

‘맞아. 그때는 진짜 안 봐주고 했었으니까.’

당시의 그는 성추행 범으로 몰릴 뻔했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가서 박도희를 무자비하게 범했었다. 결국 그녀는 한계치를 넘는 자극 때문에 ‘동성애’ 페티시가 삭제됐고 ‘마조히즘’ 관련 페티시가 추가되었었다. 직후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복수를 도와주고 잘 마무리했지만…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다만 친구를 잃고 휴학을 선택했던 그녀가 노벨다이스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 게 묘한 기분으로 다가왔다.

루시가 물었다.

[만나실 건가요?]

‘아니. 별로 그럴 생각은 없어. 뭐,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면 피할 생각은 없지만.’

그때는 남자 대 여자가 아니라 작가와 작가로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그녀가 입상 할 수 있기를 바라주기로 했다.

*

서주환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도 그럴 게 그의 주변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막히면 일단 그를 찾곤 했다. 특별히 그가 직접적으로 해결을 해주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예를 들면 몇 달 전 격투계에 복귀한 장덕자의 경우.

“역시 주환이 너랑 하고 나면 연습이 잘 된단 말이야. 다음에 또 부탁해!”

훈련이 막히면 뜬금없이 찾아와서 떡을 치고 가곤 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대련을 하자면서 링 위로 그를 불러냈는데, 아무래도 ‘성교사(性敎師)’의 효과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하는 행동인 것 같았다.

잠재력 S급의 ‘작곡’ 재능을 지닌 민가희의 행동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작곡에 대한 영감이 필요할 때면 서주환을 찾아왔다. 이쯤 되니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성교사’의 효과 때문에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 곡 오빠한테 드릴게요!”

하지만 기껏 받은 영감에서 나온 곡마저도 대게 그를 위한 것이라는 부분에서 의심을 접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민가희는 그가 ‘성교사’를 얻기 전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었다.

아무튼 ‘성교사’의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를 본능적으로 원했다. 같은 남자인 장덕훈마저도 그 수혜를 겪고 글이 막힐 때면 지도편달을 부탁할 정도였으니 그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의심할 바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그 효과를 본능적으로 느낀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 오빠, 도대체 우리 스튜디오에는 언제 올 건데?

*

서주환은 차를 몰아 댄스 스튜디오 ‘TEN MILLON’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마중 나와 손을 붕붕 흔들고 있었다. 머리를 하나로 묶고 크롭 반팔티와 조거팬츠를 입은 여자, 도유이였다.

“오빠, 여기!”

“그렇게 소리 안 쳐도 보인다, 이 년아.”

서주환은 시큰둥한 투로 면박을 줬다. 그에 도유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헐, 이 오빠 말하는 거 봐. 졸라 재수 없어. 기껏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게 뭐야?”

도유이의 말에 서주환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지 몰라서 그래?”

“…….”

찔리는 게 있던 도유이가 시선을 피했다.

차에서 내린 서주환은 그녀의 머리통을 옆구리에 끼웠다.

“내가, 바쁘다고, 했어, 안 했어!”

그리고 힘껏 졸랐다.

도유이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악!”

“나중에, 온다고, 했어, 안 했어!”

“아프다고오오옥!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꺄아악!”

서주환은 기어코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를 풀어주었다. 품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흐윽. 머리가 찌그러진 것 같아. 오빠가 책임져!”

“네 머리는 원래도 찌그러져 있었어.”

“내 머리가 뭐!”

“그렇지 않고서야 바쁘다는 사람한테 하루에 열통씩 일주일을 연락할 생각은 못해. 머리 어디에 문제가 있어야 가능한 행동이야.”

“…….”

도유이는 입을 닥쳤다.

서주환은 턱짓으로 건물 입구를 가리켰다.

“어이 도 씨, 앞장서서 안내하기나 해.”

“…….”

도유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그를 안내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나름 변명할 말은 있었다.

“온다고 해놓고 반 년 동안 안 왔으면서…….”

작은 꿍얼거림이었으나 명백히 서주환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어쭈?”

“그, 그렇잖아. 또 말만 하고 안 올지 어떻게 알아? 재촉해야 이렇게라도 오지.”

“오호. 우리 술유이, 헤드록이 마음에 들었나봐?”

“히이익!”

도유이가 식겁하며 멀어졌다. 앞으로 뛰어가 거리를 벌린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나도 엠티 도우미로 가서 도와줬잖아! 나도 바쁜데 오빠 부탁이라서 한 달음에 달려간 거다? 어? 그걸 알아야 돼.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으음.”

서주환은 침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도유이는 그의 전화 한 통에 두말 않고 도우미로 와서 MC까지 맡아주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의 말대로 이만큼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몇 달은 더 스튜디오에 오는 걸 미뤘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하루에 열통은 너무 심하지. 분명 바쁘다고 했는데.’

그때 앞서 갔던 도유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 많이 화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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