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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그러고 보니 이제 거리 두기 풀렸으니까 대학생들 엠티 가겠네요
엊그제 대학 동기 두 명을 만났는데 1학년 때 얘기하다가 현타가 오더군요ㅋㅋㅋㅋㅋ
나 왜 나이 많아졌어...? 하고요ㅎㅎ;;
*
{독자닉네임} 님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엠티
서주환은 난감하게 웃으며 무대 위로 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 익숙한 목소리의 응원이 여럿 들려왔다.
“형님, 파이팅입니다!”
“환이 오빠 멋있다아!”
“꺄하하! 선배님 멋져요!”
“오빠 춤추는 거 오랜만에 본다. 작년에도 유이 언니랑 추지 않았던가?”
“맞아, 축제 때 춤췄었어. 분명 키스했었지?”
“키스요? 꺄악!”
“그거 그냥 하는 척 아니었나?”
장덕훈, 한수아는 물론 정 트리오 세 자매까지 응원을 건넸다. 1학년들도 분위기에 편승했음은 물론이다. 하루 종일 보지 못했던 인기인의 등장에 자그마한 사고 따위는 벌써 잊혀가는 듯했다.
무대 위로 올라간 서주환은 작게 인상을 쓰며 도유이를 나무랐다.
“야, 술유이. 오랜만에 봤는데 이렇게 엿 먹이기야?”
도유이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흥이다. 몇 달 만에 연락해서 하는 말이 헬프콜인 건 정상인가? 그것도 자퇴생한테!”
“윽. 그건 내가 할 말이 없지.”
도유이가 자퇴한 이후 사적으로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드문드문 연락하긴 했지만 그것도 몇 달은 됐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역으로 그를 나무랐다.
“뭐 말로는 금방이라도 우리 스튜디오에 와서 춤 배울 것처럼 굴더니 말이야. 몇 달 만에 보는 건 줄 알아?”
“에이, 그래도 몇 번 가긴 했잖아.”
“우와, 이 오빠 뻔뻔한 거 봐라. 반 년 동안 두 번 왔으면서.”
“으하하하.”
“웃음으로 때우기는.”
도유이는 투덜대면서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혼자만 보고 싶었나 섭섭하고 짜증이 났지만 여기서 더 따지고 들면 그건 친구로서 선을 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주환이 물었다.
“그보다 춤은 뭐 출 건데? 준비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불러내면 소심한 사람들 울어.”
“소심? 누가?”
“뭐, 그게 나란 소린 아니고.”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까지 소심하니 어쩌니 하기에는 지난날과 너무 바뀌었다. 원래 이게 제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현재 생활에 적응해버리고 말았으니.
도유이가 휴대폰에 잭을 끼우며 말했다.
“작년 축제에서 췄던 거 기억해?”
“장난꾼 말이지? 대충은 생각나는데.”
“응. 그거 2인 버전으로 추자. 모르는 부분은 적당히 프리스타일로 해.”
“누가 보면 내가 프로인줄 알겠네.”
“걱정 마. 적당히 해도 내가 커버해줄게.”
“올. 좀 멋있는데?”
“그걸 이제 알았어?”
도유이는 자신감 있게 웃었다. 프로 무대도 아니고 대학 엠티에서 노는 춤이다.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는 무대였다.
‘실수해도 상관없는 무대.’
이전처럼 실수해도 팀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니다. 순수하게 즐기면 되는 무대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오히려 조금 신이 나기까지 한다.
그녀는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에 발을 통통 구르며 마이크를 잡았다.
- 출콘과 학생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세팅 끝났으니 분위기 화끈하게 달궈볼게요! 즉석에서 준비한 무대이니 실수가 있어도 귀엽게 봐주세용~!
마이크를 내려놓은 도유이는 무대 중앙으로 가서 서주환과 등을 맞대고 자세를 잡았다. 서주환도 안무 시작을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히며 무게 중심을 틀었다. 거기에 본격적으로 ‘페로몬’을 활성화시켰다.
순간 확 달라진 분위기에 학생들이 이상함을 느낀 순간.
- 휘휘휘휘~♬ 휘휘휘휘~♬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휘휘휘휘~♬ 휘휘휘휘~♬
휘파람처럼 가늘고 높은 색소폰 음색.
발매된 지가 5년도 더 된 곡이지만 한때 전국적으로 히트를 쳤던 노래다. 익숙한 전주에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꺄아악! 이 곡을 한다고?”
“뭐야뭐야, 안무 그대로 하는 거야?”
“이거 작년 축제에서 한 거지? 와, 미쳤다.”
학생들이 환호하는 것은 비단 곡의 인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노래가 좋고 나쁨의 유무를 떠나 이 곡의 안무가 관능적이다 싶을 정도의 ‘섹시 콘셉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곡의 안무를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듀엣으로 춘다고 하니 열광하는 게 당연했다. 심지어 이 곡은 전주 시작부터 강렬하다.
서주환은 휘파람 소리에 맞춰 몸을 작게 끊어 움직이다가 도유이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순간 둘에게만 들리는 쪽, 하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비명 같은 환호성이 어어지고.
- One! Two! Theree!
본격적으로 AR이 흘러나왔다.
서주환은 타이밍에 맞춰서 도유이의 손을 놓고 떨어지며 오른편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도유이도 마찬가지로 왼편으로 움직이며 어깨선을 활용한 웨이브를 넣었다.
- 네 곁에 서면 난 장난끼가 솟아
- 네 얼굴 보면 난 짓궂은 미소가 돌아
시작은 서로가 마주보며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안무다. 서주환은 팔을 끊어 치듯 움직이며 도유이를 가리켰고, 도유이는 가사처럼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서주환을 유혹하듯 손가락을 부채처럼 접었다.
“꺄아아악!”
“섹시하다!”
서주환은 안무를 이어가며 학생들의 환호성을 만끽했다.
‘역시 난 관종이 맞는 것 같아.’
동작 하나에 환호하는 대중의 반응이 좋다. 지난 축제에서 느꼈던 짜릿함이 다시금 다가왔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게 즐거웠다.
‘이왕에 시작한 거.’
제대로 즐겨보도록 하자.
[특수능력, ‘멀티 댄싱라인’이 활성화됩니다.]
[음악에 어울리는 춤선을 보일 수 있도록 자세가 교정됩니다.]
[특수능력, ‘메소드 연기’가 활성화됩니다.]
[지정대상 장난꾼의 원곡자 ‘정호승’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부족하여 몰입도가 낮습니다.]
[연기에 필요한 섹슈얼 어필을 ‘페로몬 스킬’과 ‘매혹 재능’이 보충합니다.]
[메소드 연기(60%)가 활성화됩니다.]
순간 서주환의 춤선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앞서와 같은 동작이었으나 아주 미묘한 차이가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동시에 그의 눈빛과 표정도 달라졌다. 즐겁다는 듯 걸려 있던 미소가 가늘어지며 색정적인 느낌을 만들었고, 눈동자에는 사람을 유혹하는 빛이 맺혔다.
서주환은 웨이브를 넣으며 도유이의 뒤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골반 위로 손을 걸쳤다.
‘이, 이 오빠가?’
지난 축제 때보다 더 과감해진 손동작이었다.
도유이가 내심 놀라는 사이 무대 아래의 학생들이 비명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과감한 손동작에 남녀 할 것 없이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꺄아아아악!””
““우오오오오!””
여기서 뺄 수는 없지.
도유이는 한쪽 허리에 손을 짚으며 서주환의 손이 걸쳐진 골반을 옆으로 튕겼다. 커다란 손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며 허리를 감았다.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안무는.
- 한 걸음 더, 더, 더
- 네 마음 더, 더, 더
앞서와는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동작이다.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서주환의 배에 올리고 손가락 걸음으로 가슴까지 올라갔다.
참지 못한 남자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서 키스하려는 순간.
- 널 툭 쳐서 건드리고 닿을 듯 말 듯 도망가
- 날 또 잊지 못하도록 자국을 남겨놓고선 말이야
여자는 남자의 손을 피해서 턱 끝을 간질이고 도망간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듯 고양이 같은 걸음걸이로.
- 네 곁에 서도 더 이상 장난기는 없어
- 네 입에 맺힌 미소를 내 걸로 만들어
남겨진 남자는 물러난 여자를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태세를 달리한다. 장난기를 지운 남자는 여자를 사로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여자는 결국 남자의 유혹에 빠져서 품에 안기는 게 곡의 마무리다.
서주환은 그 유혹을 춤으로 표현하며 도유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품안으로 당겼다. 도유이가 쭉 뻗은 팔을 타고 돌며 가까워진다. 품에 안긴 도유이는 그의 셔츠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오빠, 마침 딱 셔츠네?”
“응?”
서주환이 어리둥절해하며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셔츠가 얼굴 부근을 가리며 얼굴이 가까워졌다.
“꺄아아악! 방금 뭐야? 키스한 거 맞지?”
당연히 무대 아래 학생들은 난리가 났다.
“척 아니야?”
“진짜 한 것 같은데?”
“에이, 셔츠로 가렸잖아.”
“아무튼 섹시하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동안 다른 반응을 보이는 몇몇이 있었다.
“…저런 춤이라곤 안 했잖아.”
그녀들은 각자 인상을 찡그리거나,
“환이 오빠 미워…….”
입술을 삐죽이거나,
“너구르르르…….”
날카롭게 이를 드러냈다.
*
도유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 자,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른 것 같으니 계속 이어가야겠죠? 이제 우리 조원들의 무대를 봅시다! 1조 올라와주세요!
서주환은 강당 안에 울려 퍼지는 도유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석찬이 낄낄거리며 반겨주었다.
“존나 세상 귀찮다는 얼굴로 나가더니 왜 이리 열심히 했음?”
“흐흐. 괜찮았냐?”
대답은 다른 목소리로 들려왔다. 같은 조인 1학년들이었다.
“형, 멋있었어요!”
“진짜 섹시했어요, 오빠. 완전 정호승인 줄.”
“선배님, 왜 연예인 안 해요? 진짜 완전 대박. 저 동영상 찍었는데 보내드릴까요?”
“아까 키스 진짜 한 거예요? 하는 척만 한 거예요?”
서주환은 고맙다고 인사한 후 앞에 무대에 집중하라며 조원들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첫 번째 조의 무대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앞에 앉은 정하연이 샐쭉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더니 빤히 그를 노려봤다.
서주환은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왜?”
“…….”
“춤춰도 괜찮다고 한 건 하연이 너다?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
정하연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앞서 내뱉은 말이 있으니 뭐라고는 못하겠는데 불만 가득한 눈빛이다. 울컥한 기색이 표정만으로도 명확하게 전해졌다.
정하연은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다가 툭 말했다.
“…진짜 했어?”
“뭘?”
“씨이…….”
고양이 같은 눈매 아래에 질투가 담긴다. 이전에는 잘 드러내지 않던 감정이다. 가브리엘라에게 ‘애인’이라고 소개를 한 후에야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한 감정이기도 했다.
서주환은 그게 귀여워서 숨죽인 웃음을 끅끅거리며 삼켰다. 그리곤 정하연의 손가락을 붙잡고 제 입술에 가져다 댔다.
“?”
정하연의 얼굴 위로 의문이 떠올랐다. 이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서주환은 피식거리며 턱짓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확인해 봐.”
“…뭘?”
“진짜로 했으면 자국이 있을 거 아냐. 도유이 걔 틴트 발랐잖아.”
“아.”
정하연은 얼른 손가락을 확인했다. 아무런 자국도 없었다. 그녀는 이어서 서주환의 입술도 확인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틴트 자국은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내 입술을 씰룩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하는 척이었구나.”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했어?”
“그을~쎄?”
얄미운 표정으로 짓궂은 웃음을 짓는 서주환.
정하연은 찌푸린 눈으로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저건 질투를 유발하려는 게 분명하다. 그는 질투를 곤란해 하면서도 은근히 즐기곤 했다. 하여간 성격이 나쁘다.
“누가 또 속을 줄 알고.”
정하연은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루시가 서주환의 머릿속에 속삭였다.
[‘클린’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쵸?]
‘하하…….’
도유이의 페티시는 춤을 출 때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Choreophilia(코리오필리아)’다. 그는 아직까지 감촉이 남아있는 듯한 입술을 매만졌다. 설마 순간적으로 혀까지 집어넣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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