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여러분 코로나는 무서운 병입니다.
4월에 감기인지 코로나인지를 앓았는데 최근 인바디를 재보니까 골격근량이 1kg 날아갔네요ㅠㅠ
그래도 작년 말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연재하면서 돼지가 됐던 몸이 15kg 넘게 빠졌습니다.
덕분에 허리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네요.
운동 최고! 건강 최고!
우리 모두 8월에 복근 까고 바다로 나갑시다!
완결 못 내면 못 가겠지.......
*
있지 님, 고구마맛사탕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개강
단상에 선 조경준이 사정을 설명했다.
“우리 곧 신입생 엠티 가야하는 거 알지? 그런데 지금 학생회 인원이 부족해서 좀 힘든 상황이야. 4학년은 취업 준비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고, 3학년도 슬슬 2학년한테 넘기고 빠지자는 분위기거든.”
다른 학과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콘텐츠학과에서 학생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보통 2학년이었다. 3학년 쯤 되면 슬슬 취업 준비를 핑계로 하나 둘 손에서 내려놓고 4학년이 되면 아예 얼굴을 비추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학생회 인원 중에 2학년이 너무 적어. 내년부터는 아예 2학년이 관리해야 할 텐데 이 대로면 신입생 엠티 같은 행사나 축제시즌에 문제가 많을 거야.”
현재 출판콘텐츠학과 학생회는 2학년보다 3학년이 더 많았다. 학생회 전체 인원은 역대 최저였고 그나마 있는 2학년도 뒤늦게 조경준이 발품 팔아 끌어들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학생회 들어올 사람 없어? 나중에 자기소개서에다 한 줄이라도 더 써야지. 이런 활동이 다 나중에 적극적이고 행동력 있게 보이도록 하는 요소야.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해야 취업할 때 어필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겠어?”
조경준의 시선을 피하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주환은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저 자식 약 잘 파네.’
총학이나 단과대도 아니고 고작 학과 학생회 활동이 취업스펙으로 도움이 되기는 개뿔이다. 그나마 학생회장을 하면 한 줄 적을 수 있으려나.
그때 눈이 마주친 조경준이 순간적으로 인상을 썼다. 괜히 초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 전달됐다. 찔리는 게 있던 서주환은 방긋 웃으며 입을 닥쳤다.
‘알았어, 인마. 가만히 있을게.’
사실 조경준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었다. 현재 학생회 인원이 적은 것에는 그의 지분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쯤, 백정기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그는 학생회 인원들의 일처리가 개판인 걸 보고 지금의 일행들을 비롯한 친한 사람들이 학생회에 들어가려는 걸 적극적으로 말렸었다. 한데 그게 학과 전체에 ‘학생회에 들어가면 이득도 없이 개고생이다’라는 소문으로 퍼져버렸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팩트와는 별개로 그 일 때문에 이번 출판콘텐츠학과 학생회는 역대 최저의 인원을 찍었다. 그 때문에 3학년으로 올라갈 쯤 반강제로 학생회장이 된 조경준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이상으로 오늘 전달할 사항은 끝이야. 다들 잘 생각해보고 연락 줘. 꼭 학생회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좋아. 이번 엠티 동안 임시 집행부로 체험만 해봐도 돼. 여기 번호 적어둘 테니까 다들 편하게 연락 줘!”
“네에~!”
힘찬 대답이 강의실을 울렸으나 조경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저 대답들이 학생회에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라 이제 집에 간다는 기쁨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조경준이 얼른 서주환의 앞으로 다가갔다.
“주환아, 얘기 좀 하자.”
“어허, 저 이제 과대 아니에요. 할 얘기 없어요.”
서주환은 곧장 거절했다. 그는 1학년이 끝나자마자 과대표를 내려놓았다. 부과대였던 이석찬도 마찬가지. 현재 2학년 과대표와 부과대표는 정정정 세 자매 중 두 명이 담당하고 있었다.
“밥 사줄게. 아님 술? 뭐든 말만 해.”
“필요 없어. 나 돈 잘 번다.”
“야야, 알지, 우리 작가님 돈 잘 버는 거. 그래도 친구가 사주는 밥이랑 술은 또 다르지 않겠냐? 엉?”
조경준은 아예 서주환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가방끈을 붙들었다. 그리고 간절하게 설득을 시도했다.
“주환아, 인마, 우리 작년 엠티에서 힙합듀오로 나갔을 때 좋았잖아. 그 우정이 이거밖에 안 돼? 어? 오늘은 여기로 출~첵! 모여라 여기로 출~첵!”
조경준은 한 손으로 그의 가방 끈을 붙든 채 다른 손으로는 제스처까지 취해가며 랩을 하기 시작했다.
“출콘과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가득 쌓인 과제 때문에 술 마실 틈틈틈! 다 잊자 오늘 밤만은! 만들자 우리만의 엠티라는 추억! 우린 고딩이 아냐, 대학생! 성인 됐어, 이제 마셔 폭탄주!”
어떻게 개사한 가사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지 속사포처럼 랩을 내뱉는 조경준. 그 모습에 얼른 도망가려던 서주환은 짠한 눈으로 친구를 바라봤다.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얼마나 힘들고 간절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부과대가 되던 것도 질색하던 놈이 어쩌다 학생회장이 돼서 이러고 있는 걸까.
서주환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조경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고생이 많다, 경준아.”
“친구야…….”
“많이 힘들었지?”
“응, 진짜 너무 힘들었다. 나 도와주는 거 맞지?”
서주환은 뭔 소리하냐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고생해라고. 그럼 수고!”
그는 가방끈에서 조경준의 손을 얼른 떼어놓으며 튀었다. 뒤에서 황당하다는 듯 그의 이름을 부르는 조경준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인마! 서주환!”
“으하하. 네 여친한테 도와달라고 해라!”
“이런 씨, 헤어진 지 두 달도 넘었어, 개-샛퀴야아!”
아, 그건 몰랐네.
히히, 죄송.
*
그 날 저녁, 서주환은 결국 조경준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연히 그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니까 뒤늦게라도 놀려주기 위함이었다.
서주환은 그와 술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크으. 왜 진즉 말 안 했냐? 지금 놀리니까 맛이 안 사네.”
“이거 순 쓰레기네. 친구가 헤어졌다고 하면 위로를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위로해주러 나왔잖아. 오늘 내가 살게.”
“야, 내가 살 테니까 엠티 준비 좀 도와주기나 해라. 진짜 죽겠다.”
그 말에 서주환은 곤란한 얼굴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말이야 놀리듯 하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단 말이지.’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번 달은 특히 바빴다.
우선 노벨다이스 공모전이 시작되어 나름 신경을 써야했고, 그 개인적으로는 4월에 있을 신춘문예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하루에도 글을 여러 번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거기에 원래 하던 연재까지 이어가고 있었으니 도저히 다른 곳에 낼 시간이 없었다.
사정을 들은 조경준은 차마 더 이상 부탁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로 바쁠 줄은 몰랐네. 그럼 엠티도 아예 못 오는 거야?”
“글쎄다. 좀 애매할 것 같아. 지금 쓰고 있는 거 빨리 마무리하고 싶거든. 빨리 써지면 가고, 아니면 빠지게.”
“그래, 알았다. 사정이 그렇다는데 뭐라고 하겠냐.”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
“됐어. 나도 네 독자야. 재밌는 글 써줘.”
“응. 대신 다른 애들한테 도와달라고 말해볼게.”
조경준과는 적당히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그 날 서주환은 학과 내 친한 애들에게 개인적으로 학생회를 도와달라는 톡을 보냈다.
다행히 그게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다들 원래 도와줄 생각이었는지 학생회 인원이 많이 보충되었다. 임시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엠티를 진행하는 동안 인원이 부족할 일은 없을 듯했다.
“그런데 영 믿음직스러운 애들이 없단 말이지.”
인원은 채웠는데 과연 제대로 도움이 될까 모르겠다. 본래 같이 다니던 일행들을 제외하면 안심할만한 사람이 몇 없었다.
“아, 얘가 혹시 되려나?”
서주환은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연락을 했다. 이 친구한테 학생회 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게 좀 웃기긴 한데, 그래도 현장에 있으면 누구보다 든든할 것 같았다.
*
3월 둘째 주.
서주환은 그간 학과 생활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며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아직 4월 공모전 작품 제출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지만 탄력이 붙었을 때 글을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글의 주제와 전개를 모두 짜고 초고를 완성시켰다.
“후우. 드디어 사용해보네.”
[그러고 보니 ‘각성’을 처음 사용하는 거군요.]
“응. 지금까진 딱히 쓸 일이 없었으니까.”
시스템 레벨이 오르면서 추가된 ‘각성’ 스킬은 10만 LP를 소모함으로써 지정한 재능의 능력을 24시간 동안 100%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기본이 장기 연재인 웹소설에는 그리 적합한 능력이 아니야.’
매번 쓸 때마다 10만LP를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문학공모전은 다르다. 소설부문이라고 해도 웹소설과는 달리 책 한 권 분량이면 족하니 ‘각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이미 초고를 써두었으니까 24시간 동안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효율을 뽑아낼 수 있으리라.
서주환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까톡을 보내두었다.
- 나: 나 좀 아슬아슬 할 듯? 연락 없으면 엠티 너희들끼리 먼저 가. 난 따로 합류하거나 할게.
짤막한 메시지를 남겨두고 아예 휴대폰을 껐다.
이제 집중할 시간이었다.
[14,400L를 소모하여 ‘집중의 축복’을 24시간 동안 적용합니다.]
[24시간 동안 집중력과 사고력이 상승합니다.]
[100,000LP를 소모하여 ‘각성’ 스킬을 사용합니다.]
[24시간 동안 지정한 재능 ‘글쓰기(A+/A+)’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서주환은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심정으로 24시간 논스톱 집필을 시작했다.
*
“으아아! 끝났다!”
서주환은 꽥 하고 소리를 지르며 꺼두었던 휴대폰을 켰다.
현재 시각 오전 일곱 시.
여유롭게 씻고 나가도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서 끝낼 수 있었다.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능력 덕분이었다.
“버스에서 자야겠……?”
그리 생각하던 서주환은 곧장 생각을 정정해야했다.
[24시간이 지났습니다.]
[축복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각성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윽?!”
축복이 끝나는 순간 엄청난 피로감이 느껴졌다. 몸이 축 처지는가 싶더니 뇌를 찌르는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동시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고 수면욕이 전신을 지배했다.
“아, 아이템…….”
서주환은 기절하기 직전 간신히 ‘피로회복제’와 ‘달콤한 숙면제’를 복용했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째각째각.
서주환이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자는 동안에도 시간은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