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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358화 (35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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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좋은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D

개강

3월은 여러모로 시작을 하는 달이다.

꽃피는 봄날이 시작됐고, 노벨다이스의 공모전이 시작 됐으며, 새 학기가 시작됐다.

담배를 피우던 이석찬이 아저씨처럼 웃으며 말했다.

“캬. 신입생들 싱그럽다. 글치 않음?”

서주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공모전 스트레스로 증가한 흡연 욕구를 달래기 위해 비타스틱을 쪽쪽 빨아대면서였다.

옆에 앉은 장덕훈이 손가락을 들며 말한다.

“형님들, 저기도 신입생 한 명 옵니다. 저희한테 오는데요?”

“예쁘냐?”

“예쁨?”

“어… 네, 예쁩니다.”

서주환과 이석찬의 고개가 휘릭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서주환은 아예 혀까지 찼다. 그에 맞은편에서 오던 여자가 울컥한 얼굴로 따졌다.

“두 오빠들 그대로 스탑. 그 띠꺼운 표정 뭔지 당장 해명해요. 특히 우리 엄마 아들새끼.”

이석찬이 먼저 변명했다.

“오해임. 햇볕이 따가워서 눈살 찌푸린 거임.”

서주환은 변명하는 대신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건방진 년. 감히 네 살이나 많은 오라비한테 말하는 싸가지 하곤.”

“오빠가 먼저 표정으로 시비 걸었잖아!”

“어휴. 하나 있는 동생 년은 오빠한테 새끼라 하고 제자라는 놈은 예쁘다는 거짓말이나 하고.”

“어? 뭐야, 덕훈 오빠가 그렇게 말했어?”

서주희가 실실 웃는 낯으로 장덕훈을 돌아봤다. 그리곤 놀리듯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학교에서 보니까 새로운가봐? 막 예뻐 보이고?”

“어, 음…….”

“응응? 다시 말해봐. 응?”

장덕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주희 너 주환 형님이랑 남매 맞구나.”

“어? 갑자기?”

“표정이 똑같아. 특히 누구 놀려먹을 때.”

“으엑? 내가 오빠랑 똑같다고?”

서주희는 기겁하며 옆을 돌아봤다. 그에 서주환이 뭘 보냐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전혀 다르지. 넌 돼지고 난 잘생겼잖냐.”

“누가 돼지야! 그리고 오빠 점점 자뻑 개쩌는 거 알아?”

“자뻑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이 년아. 그리고 네 축 늘어진 살을 봐라. 돼지 소리가 안 나오나.”

“안 쳐졌거든?! 그리고 내 몸매가 어때서? 나 이제 C컵이야.”

“쯧. 너 올해 벌써 3킬로 쪘지?”

서주희는 흠칫하며 놀란 눈이 되었다. 실제로 정확히 3킬로가 쪘기 때문이다.

“뭐야, 소름 돋게.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척 보면 척이지, 이 년아. 그 가슴이 진짜 네 가슴인 줄 알아? 네 키에 더 찌면 위험하니까 운동해라. 덕훈이한테 알려달라고 해.”

“덕훈 오빠한테?”

서주희가 장덕훈을 돌아봤다. 그에 장덕훈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주환 형님, 전 다른 사람한테 운동 가르쳐본 적 없습니다.”

“부탁 좀 하자. 나는 뭐 누구 스승 해봐서 너 제자로 들였겠냐? 아, 3월은 공모전 때문에 바쁠 테니까 4월부터 시작하던가. 그럼 수고! 석찬아, 가자.”

“오키.”

“주환 형님!?”

서주환은 실실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짜식, 딱 봐도 좋아하는 게 보이는데 도대체 언제쯤 사귀려는지. 그렇게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니 까톡이 왔다.

- 동생년: 땡큐, 오라버니. 조만간 위튜브 시작한다고 했지? 저번에 방송에서 게임한 거 편집해서 보내줄게ㅎㅎ

서주환은 픽 웃었다. 건방지긴 해도 은혜를 아는 동생이다. 그는 선심 쓰듯 조언을 하나 더 해줬다.

- 나: 오냐. 혹시 몰라서 말하지만 피임은 꼭 해야 된다.

- 동생년: 미친 새끼야!

바로 욕설이 날아왔다.

그는 낄낄거리며 사진 하나를 첨부했다.

- 나: (규격별 콘돔 추천 사이즈-첨부).

- 나: 콘돔에도 브라처럼 사이즈가 있다. 참고해라ㅋㅋㅋㅋㅋㅋ

- 동생년: 또라이 새끼! 헛소리 그만하고 가서 수아나 좀 도와줘!

- 나: ㅇㅋ

서주환은 다소 뜬금없는 소리에도 바로 알겠다며 답장을 보냈다. 이미 예견했던 일인지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만했다.

“석찬아, 가자.”

“엉? 어딜?”

“수아 구조 겸 1학년들 구경하러.”

“오, 구경 좋지.”

구조란 말은 아예 무시해버리는 이석찬이었다.

잠시 후 1학년 강의실에 도차간 서주환은 예상대로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광경이었다.

널찍한 강의실은 유독 한 테이블만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고미 본명이 수아였구나!”

“내가 고미랑 같은 학교가 될 줄이야. 고미야, 나 번호 좀!”

“수아야, 키 몇 센티야? 진짜 백 오십도 안 돼? 와, 진짜 작다. 너무 귀엽다! 수아, 내 동생 해라!”

“내, 내가 언닌데?”

“저기, 나 진짜 팬인데 싸인 좀!”

“주희야, 나 좀 살려줘. 혼자 어디 가써어…….”

“수아야, 우리랑 점심 같이…!”

“1학년들아, 좀 비켜봐. 우린 어차피 금방 가야 돼.”

한수아는 사람들에게 잔뜩 둘러싸여있었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원 바깥에는 남자들이 쭈뼛거리고 있었고, 뒤늦게 온 몇몇 2, 3학년들은 선배라는 조막만한 지위를 내세워서 1학년들을 제치고 접근 중이었다.

그 광경을 본 이석찬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야, 수아가 저 정도였음?”

“그런갑다. 60만 위튜버란 게 생각보다 대단한가봐.”

“캬아. 벌써 60만임? 아직 방송 시작한 지 1년밖에 안됐다고 하지 않았음?”

“얼마 전에 리오챔 라인전에서 하이드 선수 상대로 킬 딴 게 화제가 됐나봐.”

세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AOS게임, 리그 오브 챔피언. 하이드는 리그 오브 챔피언에서 수 년 전부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게이머다. 그리고 한수아는 얼마 전 바로 그 하이드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킬을 따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결국 게임 중 후반에 이르러서는 하이드의 신들린 컨트롤과 게임 운영으로 인해 전황이 뒤집혔지만, 세계 최고의 게이머에게 킬을 두 번이나 따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설명을 들은 이석찬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명해지는 게 당연하네.”

한수아 정도로 귀엽고 예쁜 얼굴이면 외모만으로도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한데 그런 여자애가 엄청난 게임 실력까지 갖췄으니 그 파급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일주일만에 구독자가 10만이나 늘었으니 말 다한 거지.’

심지어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 올해 안으로 100만을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서주환은 새삼 ‘S급 게임 재능’이 엄청나다고 생각하며 인파에 둘러싸인 한수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딱 눈이 마주쳤다.

“앗! 환이 오빠!”

한수아가 구원자를 발견한 것처럼 반갑게 소리쳤다. 자연히 학생들의 시선이 서주환에게로 향했다. 동시에 학생들의 눈이 놀람으로 번쩍 떠졌다.

누군가 외쳤다.

“헐! 환이 오빠다!”

“…엉?”

그를 ‘환이 오빠’라 부른 것은 한수아가 아닌 처음 보는 여학생이었다. 뒤이어 다른 학생들도 왁! 하고 엄청난 기세로 그에게 몰려들었다.

“우와! 환 님이다!”

“솔져 형 맞죠? 고미 님 있는 거 보고 혹시 했는데… 이거 실환가?”

“환 님 실물 대박.”

서주환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엉거주춤 손을 들어 올렸다.

‘뭐, 뭔데 이거.’

어느덧 한수아를 둘러싸고 있던 학생들 중 반 이상이 서주환에게 모였다. 그들의 입에선 환이 오빠부터 시작해서 환 님, 솔져 형, 환이 오빠님까지 별의 별 호칭이 다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몇 명은 이석찬도 알아본 듯 ‘썩 형’, ‘썩 오빠’라는 해괴한 호칭으로 그를 불렀다.

이석찬도 드물게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야, 쭈환. 이거 뭔 상황임?”

“나라고 알겠냐?”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보는 사이 몰려든 학생들 중 몇 명이 물었다.

“하연 님이랑 너구리 님은요?”

“호감 씹덕 덕후 형은 어딨어요?”

이제 보니 두 사람만 알아보는 게 아니라 함께 다니는 일행 전부를 알고 있었다.

사실 서주환을 포함한 일행들 스스로는 잘 몰랐지만 대안대학교에서 그들은 상당한 유명인사였다. 작년 축제에서 활약한 영상이 퍼진 것은 물론 한수아의 위튜브에도 여러 번 출연한 탓이다. 특히 서주환과 정하연은 다른 사람보다 더 유명했는데, 지난 겨울에 스완의 쇼핑몰 모델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 오빠랑 언니 보고 스완에서 옷 샀어요.”

“저도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스완 제품이에요?”

“주환 님, 완전 팬이에요. 혹시 싸인 해주실 수 있나요?”

“어, 어어. 그건 어렵지 않은데.”

“저두요!”

“저도 잠깐만요! 여기에 싸인해주세요!”

몇몇 학생들이 책을 내밀었다. 익숙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책 표지다. 바로 그가 쓴 빙의사부와 회귀자의 병영생활이다. 심지어 최근에 발간한 악마 포식자까지 있었다.

“내 책이네?”

그가 놀란 눈을 뜨자 책을 내민 학생들이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눈을 끔뻑였다.

“네, 작가님 책인데요?”

그게 뭐 문제냐는 듯 태연하게 되묻는 학생들.

서주환은 이내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아직 생방송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위튜브도 시작하지 않아서 자신이 ‘서환’이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기 출콘과였지.’

생각해보니 여기는 책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출판콘텐츠학과’였다. 그가 ‘서환’이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했다.

서주환은 왠지 간지러운 기분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 싸인해줄게. 책 줘.”

“아, 감사합니다!”

“한 명씩 줄 서줄래? 거기, 수아도 내 옆으로 와. 그냥 한 번에 하고 끝내자.”

서주환과 한수아는 책상 두 개를 붙여서 나란히 앉았다. 갑작스러운 간이 팬미팅이 시작됐다.

그러기를 5분 정도.

강의실 앞문이 열리고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교수진 중 제일 젊은 일러스트 전공 교수였다.

그녀가 몰려든 학생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들 자리로 돌아가요. 2, 3학년들은 빨리 본인 강의실 안 돌아가고.”

어느덧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났다.

서주환은 아쉬워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라는 눈짓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점심시간, 일행들은 자주 가는 식당으로 향했다. 참고로 1학년과는 강의 시간이 달라서 서주희와 한수아는 따로 점심을 먹었다.

“피곤해…….”

정하연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1학년들에게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졸지에 유사 연예인이 된 기분이야. 쇼핑몰 모델을 괜히 했나?”

지난 겨울날 출범한 스완의 온라인 쇼핑몰을 무섭게 기세를 불려나갔다. 슬슬 잠잠해진 줄 알았더니 아직도 연일 성황인 모양. 처음 보는 몇몇 1학년들이 친해지고 싶다면서 달라붙는 통에 기가 쪽쪽 빨렸다.

“여름옷도 모델 부탁한다던데?”

“으. 그건 안 해야겠다.”

“페이가 그렇게 센데?”

“윽…….”

윤서라가 그들을 대상으로 책정해준 페이는 전문 모델을 대상으로 한 업계 표준보다도 높았다. 집안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정하연으로서는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유지경이 딴지를 걸었다.

“모델 안 했어도 비슷했을 걸? 언니, 이번 겨울에도 당구장 알바 했었잖아. 그때 안양 당구장 여신이라면서 별스타에 사진 올라간 거 알아?”

“뭐? 난 그런 사진 올린 적 없는데? 애초에 SNS같은 거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올린 거겠지, 뭐.”

“그거 초상권 침해잖아. 아, 짜증나.”

장덕훈이 돈까스를 한 점 집어먹으며 말했다.

“그나마 형님이랑 누님은 괜찮은 편입니다. 수아는 아예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맞아, 좀 불쌍하더라. 당분간 수아 피해 다녀야겠어.”

“지경아, 말의 앞뒤가 이상하다?”

“하지만 귀찮은 걸. 이상하게 나까지 알아봐서 엄청 부담스럽다구.”

유지경이 볶음밥을 먹으며 투덜댔다. 예쁘다고 칭찬받는 건 좋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아는 척 다가오는 건 엄청난 곤욕이었다.

이석찬이 낄낄거리며 젓가락으로 서주환과 정하연을 가리켰다.

“지경인 몰라도 니들은 해결 가능할 것 같은데?”

“뭐? 어떻게?”

정하연이 관심을 보였다.

이석찬이 제 얼굴 근처에서 손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괜히 다 받아주지 말고 무표정하게 있으셈. 너희는 인상이 드러워서 안 웃고 있으면 말 걸기 힘들 걸.”

정하연이 반발했다.

“야, 내 인상이 뭐 어때서?”

“몰라서 묻냐? 너 인상 존나 드러움. 혼자 있을 때는 아무도 안 건드리지 않든?”

“윽.”

정하연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후배들이 아는 체 말을 걸어온 것은 일행들과 합류했을 때부터였다. 혼자 있으면 주변을 서성이다가 알아서 돌아가곤 했다.

서주환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난 싸인 몇 개 해줘도 별로 상관없는데. 다 내 독자들이고.”

“전부 독자는 아니지 않음? 수아 방송이랑 스완 때문에 좋아하는 애들도 많더만.”

“그렇긴 한데, 어쨌든 나 좋다고 그러는 거잖아. 오히려 좀 재밌기도 하고.”

“쯔쯔. 이 새끼도 은근히 관종이란 말이야.”

“음. 좀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긴 해.”

서주환은 순순히 인정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은근히 남의 관심을 즐기는 성향이 있었다. 성격이 변한 건지 회귀 전이라면 부담스럽기만 했을 관심이 썩 달가웠다. 물론 장시간 지속된다면 귀찮음이 더 커질 것 같았지만 말이다.

“뭐, 조금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처음 보니까 신기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

“그러길 바래야지. 나도 귀찮아 죽겠음.”

“석찬이 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이석찬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이 유명해지면 피곤해. 미팅 같은 거 할 때 눈치 보이잖음.”

“아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앉은 유지경이 팔꿈치로 쿡 옆구리를 치며 작게 속삭였다.

“이 오빠가 뭘 공감하는 거야. 확 찔러버린다?”

유지경의 손에 들린 포크가 번뜩였다. 이제 보니 정하연의 눈동자도 물끄러미 나이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주환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오해하지 마. 그냥 알겠다고 고개만 끄덕인 거야.”

하연아, 그 나이프 돈까스 썰려고 든 거 맞지? 어째 애들이 점점 과격해지는 것 같아 무섭다.

루시가 속삭였다.

[정하연과 유지경의 눈을 잘 피해야겠군요. 한수아도 문제고요. 정말 골칫거리들이네요.]

‘…루시?’

[농담이랍니다.]

이제 아예 대놓고 놀려먹는군. 나중에 사람이 되면 정말 따끔하게 교육을 해줘야겠다.

서주환은 속으로 혀를 차며 말했다.

‘어차피 1학년들은 건드릴 생각도 없었어.’

[그런가요? 갓 스무 살이 된 신입생들한테 관심 없으세요?]

‘없어. 전혀.’

갓 스무 살? 전혀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애초에 작년에도 그는 스물 셋이었고 같은 학년의 여자들은 스무 살이었다. 유지경만 해도 그렇다. 굳이 스무 살에게 집착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까 대충 살펴봤는데 탐나는 재능도 없더라고.’

그러하니 더더욱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괜히 같은 학과 여자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귀찮아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정정이 세 자매처럼 뒤탈 걱정 없는 개방적인 애들이라면 모를까.

“여기 계산이요~.”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

일행들은 계산을 하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이제 오후 강의를 들을 차례였다.

그렇게 식곤증을 견디며 지루한 오후 강의가 끝났을 즘이었다. 교수가 나가자마자 강의실 앞문이 벌컥 열리더니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작년 이맘때쯤 MT 장기자랑 무대에서 서주환과 듀오로 랩을 불렀던 조경준이다.

조경준은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놓은 후 간절하게 말했다.

“얘들아, 나 좀 도와줘!”

얼핏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말 같았지만 남자의 시선은 서주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서주환은 본능적으로 귀찮음을 직감하고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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