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57화 (35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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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이 누나들이 별로라고?

강필춘은 낙서인지 그림인지 싶은 서정호의 만화를 살폈다. 그는 어설픈 그림을 신중하게 살펴보며 눈을 빛냈다.

이내 만화를 모두 살펴본 강필춘이 서정호와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

“우리 나루가 보여줬던 거랑 다르구먼. 그리고 이거, 주환 군이 쓴 ‘악마 포식자’를 만화로 그린 것 같은데?”

“마, 맞아요.”

서주환은 강필춘의 말에 긍정하는 서정호를 쳐다봤다. 저걸 어제 하루 만에 그렸을 리는 없을 터. 이전부터 준비했다는 뜻이다.

시선이 마주친 서정호가 민망한 듯 볼을 긁적였다.

“내가 형 소설 좋아하잖아. 그래서 그런지 소설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컷 분배랑 연출을 어떤 식으로 해야 소설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흠. 선배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서주환은 기대감 어린 눈으로 강필춘을 바라봤다. 그가 허옇게 센 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재능이 있네. 아직 투박하긴 하지만… 독학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구먼. 그림이 워낙 못나서 그렇지 제대로 배운다면 금방 아마추어 수준은 벗어날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일세. 솔직히 만화적인 재능은 우리 나루랑 비교가…….”

강필춘이 말을 흐렸다. 옆에서 듣던 강나루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서주환이 얼른 끼어들어 말했다.

“하지만 정호는 그림 실력이 절망적이지 않습니까. 독학이라고는 해도 저 그림이 오 년 넘게 연습해온 거랍니다.”

“으음. 그건 좀…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구먼. 솔직히 지금은 콘티로 써먹기도 힘든 수준일세.”

이번엔 서정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스스로의 그림 실력을 잘 알고 있는지라 더욱 부끄러웠다.

서주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작화를 나루가 담당한다면 어떨까요?”

“내 손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루의 그림 실력은 당장 웹툰 판에 던져놔도 최상위권일세.”

“그건 저도 알지요.”

“둘이 잘 협력한다면 볼만하겠구먼. 물론 당장은 힘들게야. 이건 고작 프롤로그를 포함한 한 화 분량이 아닌가. 장편을 구상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 아직 어설픈 부분도 많고.”

말과는 달리 서정호를 바라보는 강필춘의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흡사 보석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이내 강필춘이 말했다.

“정호 군. 혹시 나한테 제대로 배워볼 생각 없는가?”

그 말에 눈을 부릅뜬 서정호가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네만.”

“아닙니다! 스승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서정호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칠 생각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스승님은 전혀 무게감이 다르지 않은가. 그는 끝까지 스승님이란 호칭을 고수하며 강필춘에게 달라붙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

“허허…….”

“앞으로 잘 부탁해, 나루야!”

서정호는 강나루에게도 친밀감을 표했다. 앞으로 잘해보자며 그녀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었다.

“으, 으응. 알았으니까 소, 손 좀…….”

강나루는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등교거부를 했을 정도로 소심한 그녀는 적극적인 서정호가 무척 부담스러웠다. 얘, 혹시 일진은 아니겠지? 어째 인상이 사나운 게 조금 무서웠다.

*

서주환은 탁, 하고 엔터를 눌렀다. 마무리된 원고가 저장됐다. 그는 길게 기지개를 켜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 축복을 사용해 장시간 타자를 쳤더니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어으, 꾸준히 운동하길 잘했지. 연재 중에 공모전 준비까지 하려니까 확실히 힘드네.”

[주인님, 인벤토리에 피로회복용 아이템 몇 개가 남아 있어요.]

루시가 걱정을 담아 말했다. 서주환은 바로 아이템을 복용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이제 잘 건데 뭐. 포인트 아낀다고 생각하자.”

아이템을 사용할 것도 없이 잠깐 눈만 붙이면 회복될 것이다. 한수아에게 얻은 ‘수면’ 재능은 불과 몇 시간의 짧은 수면만으로도 숙면한 듯한 효과를 주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이어진 루시의 말에 생각을 바꿔야 했다.

[주인님, 벌써 오전 6시입니다.]

“…저녁이 아니라 오전?”

[주인님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어제 오후 4시 경입니다. 저녁 6시일 리가요.]

“허. 나 그럼 열네 시간 동안 쓴 거야?”

[그렇습니다. 기계적으로 축복을 사용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나 보군요.]

“…….”

[당장 피로회복제를 복용해주세요.]

서주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템을 사용했다. 현재 시각이 여섯 시라면 늦장부릴 시간이 없었다. 곧 컨디션이 일부 회복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지끈거리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서주환은 한 결 가벼워진 어깨를 빙글 돌리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좀 전보다는 나았지만 축복의 반동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이다.

루시가 말했다.

[하나 더 드시지요.]

“이게 다 포인트인데…….”

[하나 더, 드시지요.]

“네.”

대체 누가 주인님인지. 마치 엄마한테 혼나는 느낌이었다.

서주환은 기어코 피로회복제를 하나 더 복용한 후에야 옷을 챙겨 입었다. 일과인 운동을 할 시간이었다.

[여자들만 아니면 하루쯤 쉬어도 될 텐데요. 주인님은 여자들에게 너무 약합니다.]

어쩐지 불만스러운 투로 말하는 루시였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속으로 놀리듯 말했다.

‘루시,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굳이 주인님이 여자들의 운동을 봐줄 필요는 없잖아요?]

루시가 말하는 여자들이란 정하연과 유지경, 한수아를 말함이었다. 그는 몇 주 전부터 세 여자의 운동을 봐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항상 굶어서 살을 빼는 유지경의 건강을 걱정해서 반강제로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어느덧 정하연과 한수아도 오전 운동에 합류했다.

[임수희한테 맡겨도 충분할 텐데요. 그녀는 실력 좋은 트레이너입니다.]

리본 피트니스의 사장인 임수희는 대회 수상이력도 충분하고 ‘교육’ 재능을 보유하고 있어 개인 트레이닝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그녀에게 여자들을 맡긴다면 식단부터 운동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리라.

하지만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지만, 내가 가르치는 게 효율이 더 좋잖아.’

가르치는 대상이 여자라면, 더불어 그 여자의 호감도가 높고 이미 그와 관계를 가진 상태라면 세상의 어떤 트레이너도 그를 따라올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여자들한테 좀 약하면 어때서? 아무한테나 그러는 것도 아니고.’

[주인님이 그렇다는데 제가 무어라 할까요.]

‘어? 루시, 혹시 삐졌어?’

[저는 삐진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다만 도우미로서 주인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뿐이지요.]

‘삐진 거 맞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서주환은 큭큭 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들어도 루시의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느껴졌던 탓이다. 그는 루시를 더 놀릴까 하다가 이내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그리고 옆집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띠리릭-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가 익숙한 동작으로 방문을 열었다. 귀엽게 꾸며진 방안에는 노란 곰돌이 잠옷을 입은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는 곰을 무척 좋아하는 듯 커다란 백곰인형을 껴안은 채 자고 있었다.

서주환은 언젠가 자신이 사준 백곰인형을 한쪽으로 치워냈다. 그러자 인형을 껴안고 있던 여자가 으음, 하고 잠꼬대를 하더니 손을 허우적댔다. 그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올라가 여자의 옆에 누웠다. 허우적대던 팔이 인형 대신 그를 껴안았다. 안정을 찾은 여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던 것도 잠시, 여자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코를 찡긋했다. 인형의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 대신 딱딱한 근육이 느껴졌던 것이다. 동시에 심신을 안정시키는 향기가 스며들었다.

서주환은 피식피식 웃으며 여자의 볼을 어루만졌다. 그에 여자가 비몽사몽한 기색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헤실 웃음을 흘렸다.

“헤헤. 환이 오빠다.”

그리 말하곤 다시 눈을 감는 한수아. 그녀는 음냐, 하고 입맛을 다시며 인형을 껴안듯 다리까지 올려서 온몸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허, 참나.”

서주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갑자기 남자가 옆에 누워있으면 깜짝 놀라서 일어나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안심을 하고 자버리다니. 경계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는 집게손을 들어 한수아의 코를 막아버렸다.

“안 일어나? 이래도?”

“킁. 크응. 프하. 후하, 후하.”

“입으로 숨 쉬지 말고 이 녀석아. 이미 일어난 거 다 알아.”

“오, 오 분만 더어…….”

“어쭈. 계속 안 일어나면 덮쳐버린다?”

한수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이내 그녀가 눈을 살며시 뜨며 붉게 물든 얼굴로 말한다.

“헤헤. 덮쳐 줄 거야? 나 못 참을 만큼 섹시해?”

“얼씨구. 요게 진짜…….”

서주환은 정말로 이걸 확 덮쳐버릴까 하다가 손을 번쩍 들어서 한수아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악!

“꺄악! 아, 아파아!”

번쩍 눈을 뜬 한수아가 비명을 질렀다.

서주환은 그녀의 볼을 잡고 쭉 늘리며 말했다.

“말 안 듣는 애한테는 매가 약이지. 일어날래, 혼날래?”

“힝. 그러지 알고 삼 분만.”

“오케이. 그럼 삼 분 자고 삼 주 동안 각방 써.”

한수아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건 싫어!”

“그럼 일어나.”

“흐잉. 환이 오빠 너무해!”

“에휴, 그냥 버리고 가야겠다.”

“치사해! 좀 더 달래줘!”

칭얼거리는 걸 무시하고 정말로 나가겠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에 한수아가 울상을 지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앙! 빨리 준비할게! 잘못했어!”

“진즉 그럴 것이지.”

서주환은 픽 웃으며 팔짱을 끼우고 그녀를 기다렸다. 한수아는 혹여 그가 먼저 가버릴까 부리나케 준비를 마치고 뛰쳐나왔다.

*

오전 6시 30분.

서주환과 세 명의 여자가 리본 피트니스에 모였다. 그들은 텅 빈 헬스장에서 각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후아암. 환이 오빠는 아침에 일어나는 거 안 힘들어? 오후에 하면 좋을 텐뎅.”

다리 스트레칭을 하던 한수아가 아직 잠이 덜 깬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서주환은 눈물이 찔끔 맺힌 한수아의 눈가를 훑어주었다.

“난 습관이 돼서 괜찮아. 원래는 더 일찍 나왔어.”

“엑. 우리 때문에 늦춘 거였어?”

“너희한테까지 다섯 시에 일어나라고 하면 힘들잖아.”

“윽. 오빠한텐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건 무리일 것 같아.”

이미 여섯 시에 일어나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들다. 서주환의 옆집으로 이사 오지 않았더라면 매일 아침 운동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주환은 앓는 소리를 하는 한수아를 보고 쯧쯧 혀를 찼다. 그녀가 오늘 아침 일어나기 힘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수아 너 방송시간 좀 줄여. 어제도 새벽까지 했지?”

“헤헤…….”

“쓰읍. 웃음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죄송합니다아…….”

그가 ‘수면’ 재능을 얻은 대상이 누구던가. 다름 아닌 한수아다.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숙면을 취하는 체질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 다섯 시간 정도만 자고도 쾌적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힘들어하는 것은 순전히 최근 방송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은 잤나 모르겠다.

한수아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치만 개강하면 방송시간 줄여야 되는 걸.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몸 생각하면서 하란 소리야. 자꾸 그러면 아침에 안 깨워준다.”

“윽. 그건 싫어!”

한수아는 격렬히 고개를 내저었다. 서주환의 옆집으로 이사 온 후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던가. 바로 그가 아침마다 깨우러 와준다는 것이었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는 게 서주환의 얼굴이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었다.

그때 한 마리 너구리가 심술이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오빠, 수아 쟤 일부러 그러는 거라니까? 은근히 약아빠진 계집애야!”

한수아가 뜨끔한 기색으로 유지경을 쳐다봤다.

“지, 지경이 너, 사장님한테!”

“새내기가 어디 선배님한테!”

한수아는 유지경의 사장님이고 유지경은 한수아의 대학 선배다. 멍멍이와 너구리의 평화로운 기싸움이 펼쳐졌다.

“알았어. 뭐라고 안 할 테니까 나도 오늘 너희 집에서 재워줘.”

“으음. 좋아, 대신 앞으로 방해하지 말기야?”

“그건 한 번만으로는 안 되는데.”

“그럼 얼마나?”

한참 말다툼을 하던 두 사람은 모종의 협상을 맺었다.

한편 도도한 고양이는 싸움에서 한 발 떨어져 열심히 제 운동을 하고 있었다.

“흡!”

정하연이 승모 아래에 봉을 걸치고 복압을 잡은 채 아래로 내려갔다. 코어와 허벅지는 물론 엉덩이와 고관절까지 사용한 완벽한 풀스쿼트다. 그러기를 아홉 번. 마지막 열 번째에서 힘이 달리는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서주환은 얼른 다가가서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었다.

“조금만 더. 복압 유지하고. 그렇지!”

자세를 잡은 정하연은 무사히 몸을 일으켰다.

철커덩!

“푸하아!”

봉을 놓은 정하연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자연스레 서주환의 품에 안긴 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웃었다.

“오랜만에 무게 치려니까 힘들다.”

“천천히 해. 너무 무게욕심 내지 말고. 오래 쉬었잖아.”

“너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지. 안 다치게 할 거잖아?”

“너무 치켜세워주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정하연이 보기에 서주환은 무척 유능한 트레이너였다. 세 사람을 한 번에 가르치는데도 누구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고 각자에게 알맞은 운동을 맞춤형으로 가르쳤다. 눈이 여러 개 달려있는 것도 아닐진대 어떻게 이런 피티가 가능한지 놀랍기만 했다.

다만,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정하연은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한 것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대화할 때는 사람 얼굴을 보는 게 어때?”

“응, 보고 있어.”

“거기가 얼굴이냐, 미친놈아!”

“억!”

서주환은 볼을 꼬집힌 채 실실 웃었다. 여전히 레깅스를 입은 정하연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감상하면서였다.

“나 호하고 이븐 거 아니어써?(나 보라고 입은 거 아니었어?)”

“뭐래. 그냥 이게 편해서 입은 거거든?”

“에 건헤 보현 좀 어헤(내 건데 보면 좀 어때).”

“이게 진짜…….”

정하연은 반성할 마음이 전혀 없는 그의 대답에 인상을 썼다. 하지만 계속 화내기도 뭐한 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 여기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때 꼬맹이 두 명이 정하연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흐익?!”

자지러진 정하연이 당황한 눈으로 유지경과 한수아를 번갈아봤다. 두 사람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언니, 치사해.”

“맞아. 반칙이야.”

“수아야, 오늘 하연 언니는 빼자.”

“응. 우리 둘이 놀자.”

정하연은 억울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 날 한수아와 유지경은 정하연만 쏙 빼놓고 한 집에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서주환을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그 날 정하연의 집에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늦잠을 잔 멍멍이와 너구리는 뒤늦게 헬스장에 와서 벌을 받았다.

“늦게 왔으면 더 열심히 해야지! 엉덩이 더 뒤로 빼고! 고관절 접고! 스쾃!”

악마 교관으로 변한 서주환이 연신 몰아쳤다.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엄살을 부렸다.

“으아앙! 이러다 하체 굵어져!”

“오빠, 우리가 근육이 잔뜩 생기면 좋겠어?!”

서주환은 코웃음을 쳤다.

“죽어라고 해도 안 커지는 게 하체니까 걱정을 하덜덜 마라, 요 녀석들아. 오히려 납작 궁뎅이 탈출의 지름길이지.”

유지경이 반발했다.

“내 엉덩인 안 납작하거든!? 납작한 건 수아 가슴이지!”

“?!”

한수아가 충격 받은 얼굴로 유지경을 돌아봤다. 이내 그녀가 소리쳤다.

“지, 지경이 엉덩이는 크기만 하고 탄력 없는 지방덩어리야!”

“?! 한수아 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지경이 너한테 배운 거거든!?”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서주환이 소리쳤다.

“어허. 요것들이 수 쓰는 거 봐라. 싸우는 척 쉬는 거 모를 줄 알아? 농땡이 피우지 말고 빨리 하나 더! 다 못 채우면 안 보내준다!”

“흐엉! 하연 언니 이 배신자!”

“으아앙! 언니 나빠!”

정하연은 오늘도 억울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2월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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