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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도 깔끔한 거 좋아하거든?
우서윤은 진한 피로감을 느끼며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흠칫 정신을 차리곤 옆을 돌아보았다.
“…없어?”
옆에 있어야 할 서주환이 없었다. 그녀는 급히 몸을 일으켜 방안을 빙 둘러보았다. 잘 정리되어 깔끔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그 어느 때보다 엉망으로 어질러져있어야 하건만 평소와 다름이 없는 풍경이 보였다.
설마 모든 게 꿈이었던 건가? 그 기억이 전부?
우서윤은 흠칫 몸을 떨었다. 의문과 동시에 살색 향연으로 물든 기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건 절대 꿈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옷도 다 벗겨져 있지 않은가. 그녀는 옷을 챙겨 입고 살며시 침대에서 내려왔다.
우서윤은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신음을 흘렸다.
“으큭?”
몸을 움직이려하자 극심한 뻐근함이 느껴졌다. 과도한 운동 뒤 근육통이 온 느낌과 같았다. 특히 고관절이 유독 삐걱거렸다.
간신히 방문을 연 우서윤은 전날의 기억들이 현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환이?’
어젯밤 그녀와 몸을 겹친 남자가 대충 바지만 입은 채 요리를 하고 있었다. 훤히 드러난 등에는 그녀가 할퀴었을 게 분명한 상처가 나있었다.
우서윤은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등이…….’
그녀와 비교해 가로 폭이 두 배는 넓어보였다. 툭 튀어나와 도드라진 뼈는 마치 날개가 돋아난 듯 보여서 무척 신기했다. 어젯밤 그녀는 저 등을 꽉 끌어안고 할퀴어댔었다. 제발 좀 살려달라면서.
우스운 건 전날 그렇게 그만해달라고 빌었으면서도 아침부터 다시 성욕이 동한다는 사실이었다. 저가 분명 이렇게 성욕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을진대…….
그때 인기척을 느낀 서주환이 뒤를 돌아봤다. 등 대신 옆구리에 박힌 톱니 같은 근육과 조각처럼 새겨진 복근이 드러났다.
“일어났네. 잘 잤어?”
“…….”
우서윤은 입술만 달싹거렸다.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작 소리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그러다 겨우 내뱉은 말은 민망함을 담은 타박이었다.
“너, 너는 왜 옷을 벗고서 요리를 하고 그래?”
요리를 하는데 왜 웃통을 벗고 있단 말인가. 그 지적에 민망할 만도 하건만 서주환은 도리어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열심히 운동해서 만들었는데 틈 날 때마다 자랑해야지.”
“…….”
“아니 뭐, 여자들 옷 입는 심리랑 비슷한 거야. 여자들도 다이어트 성공하면 괜히 몸매 드러나는 옷 입잖아.”
“그게 이거랑 같아?”
“아무튼 보고 좋으면 됐지.”
“좋긴 누가…….”
“침이나 닦고 말해라.”
우서윤은 반사적으로 입가를 훔쳤다. 침은 전혀 묻어나오지 않았다. 앞을 보니 서주환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놀림 당했다는 생각에 무어라 따지기도 전이었다.
“밥 거의 다 됐으니까 세수하고 와서 앉아. 해장해야지.”
말을 듣고 나니까 극심한 허기가 느껴졌다. 어제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은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명백했다.
‘그렇게 해댔으니…….’
우서윤은 어젯밤 행위를 떠올리곤 얼른 화장실로 들어갔다. 찬물로 세수를 하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하지만 홧홧하게 오른 얼굴의 열기는 여전했다.
‘아으. 내가 미쳤지. 어떻게 그런…….’
홀린 듯 먼저 그를 요구하고 개처럼 엎드려서 몸을 내줬던 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쾌감에 헐떡이며 짐승처럼 신음하던 제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떠올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식사를 마쳤다. 우서윤은 부끄러운 것도 잊고 밥그릇을 싹싹 비웠다.
서주환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속은 좀 풀렸어?”
우서윤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덕분에 잘 먹었어.”
“그럼 침대로 가자.”
“…뭐?”
우서윤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떠졌다. 설마 아침부터 또 하잔 말인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그가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몸 뻐근하지? 마사지 해줄게.”
“마사지? 괜찮은데.”
“해준다고 할 때 받아. 걷는 것도 시원찮더만. 너 그러다 오늘 하루 종일 못 움직인다. 아예 쉬려고?”
“그건 아닌데…….”
노벨다이스 공모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막 소재를 정한만큼 하루라도 빨리 집필을 시작해야 했다.
“그럼 빨리 가자.”
“자, 잠깐……!”
우서윤은 반강제로 이끌려서 침대 위에 엎드리게 됐다. 무어라 하기도 전에 그가 등 위로 올라와서 어깨를 짚었다.
주물럭, 억센 손아귀가 몸을 주무르는 순간이었다.
“하으으~.”
앓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약간의 고통 뒤로 이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시원함이 따라왔던 탓이다. 큼지막한 사내의 손이 어깨를 비롯해 목 주변과 등허리 전반을 거쳐서 온몸 구석구석을 주물렀다.
‘이, 이런 거 저항 못해…….’
온몸의 근육이 죄다 흐물흐물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성욕을 자극하던 야한 손놀림과는 전혀 달랐다. 몸을 뒤집어 가슴 주변을 주무르는데도 흥분 대신 시원함이 느껴졌다. 성적인 쾌락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몸을 맡기고 있을 때였다.
“다시 엎드려서 엉덩이 살짝 들어봐.”
흠칫!
그녀는 양손을 짚은 후 개처럼 엉덩이를 쳐들었다. 그러자 서주환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안 들어도 돼.”
“아…….”
우서윤은 얼굴을 붉히며 자세를 고쳤다. 순간 엉덩이를 들라는 말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어젯밤 그의 교육 때문이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엉덩이를 똑바로 들지 않으면 볼기짝을 맞는다’는 공식을 학습해버렸다.
그녀는 사무치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순간 엉덩이를 슬슬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마사지가 아닌 전날의 그 느낌과 같은 야한 손길이었다.
“혹시 아쉬워? 때려줄 걸 그랬나?”
“아, 아쉽긴 누가! 사람을 뭐로 보고!”
“뭐로 보긴. 엉덩이 때려주면 좋아하는 마조히스트녀로 봤지.”
“누, 누가 마조히스트야!?”
그리 소리치는 순간이었다.
짜악! 하고 커다란 손바닥이 엉덩이를 찰싹였다.
“하윽!”
바지 위였음에도 신음이 터졌다. 참지 못할 정도로 느껴서가 아니다. 지나친 쾌감과 함께 학습된 반응이었다.
우서윤은 스스로 지른 신음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수치스러워 죽고 싶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서주환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래? 어제 볼 장 다 봤는데.”
“…어제는 취했었단 말이야.”
“그래그래. 어쨌든 얌전히 있으세요. 마저 주물러드릴 테니까.”
“치이.”
우서윤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베개를 끌어안았다.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놀리니까 부끄러움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손길이 정신까지 나른하게 풀었다.
‘좋다…….’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이런 호사가 따로 없었다. 그는 자신이 깨어나기도 전에 어질러진 방과 거실을 청소해주었고, 눈 뜨니까 밥을 차려줬으며, 식사를 마치고 나니 마사지까지 해주고 있었다.
절로 마음이 간질거렸다. 애초에 호감을 품고 있던 상대다. 그런 남자가 스토커 같은 전 남자친구를 쫓아내주더니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쾌락을 선사해줬다. 거기에 얼굴이 잘생긴 건 물론 몸도 좋고 요리까지 잘하는 남자다. 설레는 감정이 드는 게 당연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 나도 깔끔한 거 좋아하거든?
스스로 했던 말이 걸렸다. 애초에 연애감정 없이 몸을 먼저 섞은 상태가 아닌가. 이제 와서 좋아한다고 하면 구저분하게 보일 것 같았다.
‘괜찮지 않을까?’
마사지를 받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섹스 한 다음 날에 아프지 말라고 마사지까지 해주지는 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몸을 주무르는 이 다정한 손길을 보라. 연인에게나 할 법한 행동이었다.
어쩌면 그도 본인이 했던 말이 있어서 망설이고 있는 걸지도.
우서윤은 힐끗 서주환을 돌아봤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이다. 사귀게 되면 매일 이 얼굴을 볼 수 있겠지. 어젯밤의 그 쾌락도 언제든…….
순간 그녀의 입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졌다.
“주환아, 있잖아. 우리…….”
생각이 체 이어지기도 전에 고백의 말을 담으려하는 입술.
“우리…….”
그것을 막은 건 곤란함으로 물든 눈동자였다. 어느덧 마사지를 멈춘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게 가로젓는 고갯짓. 깔끔하게 여기서 끝내자는 의사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게 아니었구나.’
아침밥도, 마사지도. 연인에게 보인 행동이 아니라 몸에 밴 매너였을 뿐이다. 애초에 그가 원한 건 하룻밤의 깔끔한 관계였으니.
우서윤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 우리 집에 또 올 거지? 그, 어, 전 남친. 걔 때문에 불안해서! 민정우 걔가 워낙 끈덕지거든! 아하하…….”
*
서주환은 아쉽게 입맛을 다시며 우서윤의 집을 나왔다.
‘아, 한 번 더 하고 싶었는데.’
마사지로 몸 상태 좀 풀어주고 자연스럽게 한 번 더 하려고 했다. 한데 그게 오해를 부른 모양이었다. 갑자기 자신을 돌아본 우서윤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경험과 분위기로 파악할 수 있었다.
[거절하는 게 무척 능숙해지셨네요. 직접 말로하지 않고도 뜻을 전달하다니.]
‘한두 번이어야지. 거절도 여러 번 하다보니까 익숙해지더라. 관계가 깊었으면 그것도 힘들었겠지만.’
우서윤과 알고 지낸 시간이라고 해봐야 고작 한 달 정도가 됐을 뿐이다. 물론 공통사가 있어 빠르게 친해진 건 사실이다. 글을 쓰는 작가로서, 또 서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녀는 가능하면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친구였다.
딱 그 정도의 호감이다.
‘다른 애들이랑 같은 선상에 두긴 좀 그래.’
안타깝지만 우서윤 스스로 잘 극복하길 바랄 뿐이다. 그녀도 감정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정리를 하는 게 좋을 터였다. 아예 친구로만 지내던가, 아니면 가끔 몸을 섞는 섹스프렌드로 지내던가.
루시가 말했다.
[주인님은 함께 할 여자를 더 늘릴 생각이 없으시군요?]
‘딱 정해둔 건 아니지만… 일단은 그래. 사실 여기서 더 늘면 곤란하고.’
[으흠. 사람 마음이란 모르는 법이죠. 사랑이란 게 마음대로 컨트롤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뭐?”
서주환은 육성으로 되묻고 말았다.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면서였다.
루시가 의아함을 담아 되물었다.
[왜 웃으시죠?]
‘루시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렇지. 벌써 사람 마음을 거기까지 알게 된 거야? 사랑까지?’
[어머, 루시는 주인님을 사랑한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감정인 걸요?]
“푸핳!”
서주환은 웃음을 터뜨렸다.
요 잔망스러운 녀석 같으니.
우서윤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소 찝찝했던 기분이 나아졌다.
‘괜찮아지면 연락하겠지.’
그는 걱정을 털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난밤에 얻은 소득을 살폈다. 페티시 추가 업적을 비롯한 자잘한 업적을 달성하여 대략 30,000LP를 넘게 벌어들였다.
“포인트가 중요한 게 아니지.”
서주환은 흐뭇하게 웃으며 ‘일곱 번째 S급 재능 조각’을 바라봤다. 이제 세 개만 모으면 ‘S급 재능석’을 만들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루시를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야.’
루시는 락(Lock)이 걸려 있다며 직접적으로 그 방법을 말하지는 못했으나 우선 ‘S급 재능 조각’ 열 개를 모으라고 하였다. 그때가 되면 락이 풀리거나 루시를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단서가 나타나리라 추측됐다.
서주환은 인벤토리를 닫고 재능창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포인트를 퍼부었다.
상상(A+/A+).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재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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