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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5월 7일 토요일 두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도 깔끔한 거 좋아하거든?
서주환은 우서윤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로 우서윤을 데려다 주는 것도 열손가락을 꽉 채웠다. 덕분에 그녀가 말해주지 않아도 집으로 가는 길 정도는 훤히 꿰고 있었다.
오피스텔 외부 주차장에 차를 댔다. 우서윤이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
“주환아, 금방 갖다올게. 10분이면 될 거야.”
“어, 어어. 조심해서 다녀와.”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는 우서윤.
홀로 남은 서주환은 이마를 짚으며 자책했다.
“아오, 이 병신. 어떻게 집으로 따라 들어갈지 미리 생각해뒀어야 했는데.”
축복 메시지가 떠오른 걸 보고 당연히 같이 들어갈 거라고만 여겼다. 무척이나 안일한 판단이었다.
“에휴. 혼자 사는 여자가 쉽게 남자를 들일 리가 없지.”
미리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면 자연스럽게 ‘위스퍼’를 사용해서 따라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각이 너무 짧았다. 이렇게 되면 밥 먹으면서 분위기를 타는 수밖에 없나. 술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플랜B를 짜고 있을 때였다. 루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잘 생각해보고 조언을 드렸어야 했는데…….]
“뭐? 아니야, 루시. 이건 내 실수야.”
처음에 비하면 감정이 풍부해진 루시지만 아직은 배워가는 단계다. 방금 전과 같은 여자의 심리를 루시가 꿰뚫고 조언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루시, 자책할 필요 없어.”
[하지만 도우미로서 실격이에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고마워. 그런데 루시는 그냥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돼.”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존재가 바로 루시다. 온전히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었다.
[그런가요?]
“그럼. 무조건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 안정감을 주거든.”
사람이라. 루시는 서주환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 단어를 되뇌었다. 그녀의 주인은 그녀를 벌써 시스템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형체가 있었으면 입가에 미소가 맺히지 않았을까.
루시는 조금 기쁜 감정을 담아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시무룩해하지 마. 루시까지 기운 없으면 누가 날 위로해줘? 여자 꼬실 기회 놓쳤다고 어디 가서 징징 댈 수는 없잖아. 흐흐.”
[그것도 그렇군요. 파이팅입니다, 주인님. 오늘 우서윤을 따먹어야지요.]
“뭐? 따먹…? 푸흐하핳!”
루시의 단어 선택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런 단어 선택은 첫 만남 때부터 그랬지. 욕망 시스템의 도우미라 그런지 루시는 무척이나 노골적인 면이 있었다.
그렇게 낄낄거리며 우서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한데, 10분이 지나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을 해볼까 하며 폰을 보는데, 문득 루시가 말했다.
[주인님, 바깥이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바깥이?”
서주환은 열린 창문 밖으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귀를 기울이자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메시지를 본 서주환은 즉시 차에서 내렸다. 목소리를 인지함과 동시에 축복이 떠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루시가 말했다.
[우서윤의 목소리에요!]
서주환은 자리를 박찼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따라 가니 멀리서 우서윤과 남자 한 명이 보였다. 남자에게 손목이 붙들린 그녀가 소리쳤다.
“이거 놓으라고!”
그녀의 외침에도 남자는 여전히 손목을 붙든 채로 말했다.
“야, 우서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만 좀 하자. 이만큼 사과했으면 됐잖아.”
“하, 그게 사과하는 태도니? 그리고 난 너한테 마음 없다니까, 미친놈아!”
“뭐, 미친놈? 이게 좋게 말하니까 진짜!”
“누가 좋게 말해달래? 난 아예 네 얼굴도 보기 싫다고!”
우서윤의 외침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 성큼 한 걸음 나섰다. 덩치 차이에서 오는 위압감에 우서윤의 몸이 경직됐다.
서주환이 남자의 팔을 잡아챘다. 급하게 뛰어왔으나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당황한 우서윤을 힐끗 쳐다보곤 남자와 시선을 맞췄다.
남자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넌 뭐야!”
“내가 뭐든, 일단 이건 놓죠?”
“개… 윽!?”
슬쩍 힘을 주자 우서윤의 손목을 쥔 남자의 손이 스르륵 떨어져나갔다. 우서윤을 뒤로 숨긴 서주환은 인상을 찌푸렸다.
‘술 냄새.’
얼마나 마신 건지 알코올 냄새가 진하게 났다.
남자가 제 아픈 손목을 쥐며 서주환을 노려봤다.
“너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서주환은 남자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우서윤을 돌아봤다.
“내가 괜히 끼어들었나?”
우서윤이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냐. 고마워, 주환아.”
“손목 좀 보자.”
남자에게 붙들려 있던 손목이 새빨개져있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우, 빨개진 거 봐라. 얼마나 세게 잡은 거야?”
“괘, 괜찮은데.”
“괜찮기는. 집 들어가서 파스나 뿌리자. 파스 있지?”
우서윤의 어깨를 잡고 정문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때였다.
무시 받은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이 새끼가! 야, 어디가!”
“집 들어갈 거라고 말한 거 들었잖아?”
뻔히 듣고도 모르는 병신이냐는 표정으로 돌아봐줬다. 과연 ‘연기’ 재능은 대단했다. 얼마나 얄미운 표정이었던 걸까. 남자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씨발놈이!”
남자가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서주환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가만히 있었다. 그에 당장에라도 한 대 칠 것처럼 다가오던 남자가 주춤 멈춰 섰다.
‘덩치가…….’
다시 보니 서주환의 키며 덩치가 심상치 않았다. 외투 위로도 보이는 떡 벌어진 직각 어깨가 분노를 조절시켰다.
서주환이 말했다.
“초면에 욕은 하지 말죠.”
“…아니, 왜 남의 일에 끼어들고 그래요?”
남자의 말씨가 확연히 차분해졌다.
서주환은 픽 웃었다. 운동으로 덩치가 커진 뒤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쓸 데 없는 시비 붙을 일이 줄어든 것이었다.
“친구가 술 취한 괴한한테 붙들려 있는 게 남의 일은 아니죠.”
“괴한이라니! 나, 서윤이 남자친구입니다. 개인적인 연애사니까 삼자는 빠져주세요.”
“남자친구?”
서주환이 힐끗 뒤를 돌아보자 우서윤이 벌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누가 남자친구야! 헤어진 지가 언젠데!”
“난 받아들인 적 없어.”
“저, 저 미친 새끼.”
우서윤이 기가 차다는 듯 욕설을 뱉었다.
서주환은 알만하다는 듯 혀를 찼다. 전 남자친구가 술 먹고 찾아와서 진상을 부리는 상황이었다. 그때 눈이 마주친 우서윤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미안, 오늘 하루만.’
그리 말한 우서윤이 옆으로 붙어서 서주환의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지금 내 남친은 얘거든?”
“뭐, 뭐?”
“나 새 남친 생겼다고. 그러니까 이제 찾아오지 마. 또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우서윤의 말과 동시에 서주환은 그녀의 팔짱을 풀었다. 당연히 장단을 맞춰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 위로 당황이 어린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품 안으로 당겼다.
그는 우서윤을 품에 안은 채 말했다.
“알아들었으면 이제 돌아가지?”
그 말에 남자가 반발하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남자가 막 입을 열고 무어라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특수능력, 살기(殺氣)가 활성화됩니다.]
약하게 일으킨 살기를 쏘아줬다.
“꺼지라고.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말고. 내 여친 귀찮게 하면 다음엔 말로 안 끝낸다.”
남자의 몸이 경직되며 주춤 한 걸음 물러섰다.
서주환은 그대로 우서윤의 어깨를 감싼 채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네.’
덕분에 우서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
서주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우서윤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품에 안긴 그녀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몸이 경직되어 있었지만 딱히 싫다며 빠져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우서윤은 도리어 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다. 서주환의 몸에서 나는 향이 자연스레 그리하도록 만들었다.
‘무슨 향이지?’
은은하게 스며든 향이 몸의 긴장을 풀었다. 무척 야한 냄새가 나는 향이다. 언제까지고 품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계속 맡고 싶을 정도로 중독적인 향이었다.
[우서윤에게 ‘Olfactophilia(下)’ 페티시가 추가되었습니다.]
[업적, ‘페티시 추가’를 달성하여 10,000LP가 지급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서주환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일이 생각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
다소 뜬금없이 페티시가 추가된 이유에는 여러 요소가 겹쳤을 것이다. 그간 다진 친밀감, 위협 상황에서 구해준 심리적 효과, 우서윤 스스로 그를 남친이라 둘러댄 것하며, 몇 분간 바짝 붙어서 극도로 발휘된 ‘페로몬’의 효과까지.
루시가 첨언했다.
[냄새 페티시가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기호증인 이유도 있을 거예요. 평균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의 후각 세포가 더 발달해 있으니까요.]
호르몬적으로 남자는 시각이 더 발달해 있고 여자는 청각과 후각이 더 발달해 있다. 관련 페티시가 존재하지 않아도 향긋한 향과 듣기 좋은 목소리는 언제나 여자의 호감을 이끌어내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우서윤이 주인님을 올려다봅니다. 페로몬의 특수능력을 사용하시죠.]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듯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루시였다. 서주환은 밑에서 쳐다보는 기색을 느끼고 루시의 조언을 따랐다.
[스킬, 페로몬의 특수능력을 사용합니다.]
[3초간 상대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몸에 깃듭니다.]
하루에 딱 세 번 사용 가능한 페로몬의 특수능력.
지금 우서윤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힐끗 시선을 내리니 다소 멍하게 풀린 우서윤의 눈이 보였다.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우서윤은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힐끗, 서주환을 바라봤다. 그 사이 특수능력의 효과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다. ‘얼굴 개연성(B+)’로 보정된 서주환의 외모는 어지간한 아이돌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힉!’
우서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주환의 품에서 화들짝 떨어졌다. 지금까지 저가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마치 귀신한테 홀린 기분이었다.
“서윤아?”
의아한 표정으로 이름을 부르는 서주환. 내가 저 품 안에서 무슨 망상을 했던 거지.
“이, 일단 집으로 들어가자.”
우서윤은 벌게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앞장 서 걸었다. 그런데 뒤에서 순간 픽 웃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의미가 담긴 웃음일까.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
‘쟤 일부러 저러는 거 맞는 것 같은데!’
여자로서의 직감이다.
지금 문을 열고 서주환을 안에 들이면 그냥은 안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미 움직인 손은 거침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릭-!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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