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47화 (34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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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새벽부터 몸 상태가 이상한 게 정신이 아리까리합니다......

느낌상 코로나 재확진 된 것 같은데 아직 잠복기인지 자가진단키트는 음성으로 뜨네요.

토요일 연재가 불안해지는 순간입니다.

동선이 집 - 카페 - 헬스장인데 또 양성 뜨면 굉장히 억울할 것 같네요......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설 연휴

김순애의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예정보다 사흘을 더 머물게 됐다. 사실 서주환은 먼저 집에 가도 상관없었지만 은근히 그가 같이 있어주길 바라는 서정호 때문에 남는 걸 택했다.

물론 서주환이 남는다고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기껏해야 서정호의 말상대 정도일까. 좀 더 정확히는 진로상담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서정호가 민망한 얼굴로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역시 무리겠지? 그러게 나 일한다고 했잖아. 그냥 시간 낭비하지 말고 돈이나 버는 게…….”

대답도 안 했건만 횡설수설하는 서정호. 평소에는 당돌하게 깐족대던 녀석이 자신감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서주환은 우선 사촌동생을 진정시켰다.

“나 아직 다 보지도 않았다. 왜 혼자 결론을 내고 그래?”

“아니, 그, 내가 봐도 너무 못 그렸으니까…….”

그리 말한 서정호는 저가 건넨 스마트폰 화면을 보곤 으악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도저히 볼 수 가 없다는 반응이다. 폰 화면에는 개발새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솜씨로 그린 만화가 있었다.

서주환은 만화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걸 비웃음이라고 생각한 걸까. 지켜보던 서정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못 그리긴 했네.’

솔직히 더럽게 못 그렸다. 과연 이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서정호가 쉽게 제 꿈을 말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실력으로 웹툰 작가를 꿈꾼다니. 스스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쉽게 입에 담을 수 없었을 터다. 더불어 어려운 가정형편과 18살 차이 나는 늦둥이가 태어나는 마당이었으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포기했으리라.

그런데 포기했던 꿈을 서주환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버렸다. 얼마든지 지원해줄 테니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말하라던 그 한 마디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만화였다던가.

서주환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못 그렸어. 진짜 그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인데… 희한하게 계속 보게 된단 말이야.’

솔직히 엄청난 고퀄리티를 자랑했던 강나루의 만화보다 그림 언저리 수준인 서정호의 만화가 더 재밌었다. 이래서 작화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서주환은 솔직히 감상을 말했다.

“만화 재밌네.”

“진짜?”

쥐구멍을 직접 팔 기세이던 서정호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사촌이라고 좋게 말해주는 거 아니야? 솔직히 너무 못 그렸잖아. 나름대로 노력해서 졸라맨은 아니지만…….”

“졸라맨이 낫지 인마. 그림은 진짜 못 그렸어. 더럽게 못 그렸어. 내가 왼손으로 그려도 이거보단 잘 그릴 듯?”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서정호는 불만스레 서주환을 노려봤다. 하지만 서주환이 직접 일러스트까지 뽑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는 걸 알고 있는 터라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서정호의 상태창을 불러냈다.

<서정호>

성별: 남자

나이: 19살

키: 176cm

몸무게: 68kg

호감도: B+

현재성욕: B

페티시: -

보유 재능: 구상(D+/A+), 상상(C/A), 연출(C/A)

페티시는 따로 없고 호감도는 생각보다 더 높았다. 성욕은… 한창 때의 남고생이니 B등급 정도는 당연한가.

어쨌든 중요한 건 재능이다.

보유 재능을 확인한 서주환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일전에 확인했을 때도 보긴 했지만 새삼 부러운 재능이었다.

‘상상 재능. 빨리 갖고 싶네.’

그가 최근 들어 가장 얻고 싶은 재능이 바로 상상력이었다.

새로운 소재,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독특한 캐릭터.

작가와 독자는 언제나 신선함에 목말라 있는 존재였다.

아무튼, 일단 이 건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서주환은 시무룩해 있는 사촌 동생에게 말했다.

“기운 내, 인마. 그림은 진짜 별론데 만화는 재밌어. 이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서정호가 눈을 끔뻑이며 답했다.

“그림 실력을 늘려라?”

“퍽이나 잘 늘겠다. 너 이것도 중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독학한 거라면서?”

암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지만 중학생 때부터 독학을 했으면 벌써 5년째다. 그런데 그림이 이 따위다? 이건 그냥 절망적으로 재능이 없는 거였다.

하지만 그림에 재능이 없는 것과 만화에 재능이 없는 건 다른 문제다.

서주환은 서정호게 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그림 실력도 당연히 늘리긴 해야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것보다 더 빠르고 좋은 길이 있어.”

“그게 뭔데?”

“스토리 작가가 되는 거야.”

“스토리 작가?”

서주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작가 한 명이 스토리와 그림은 물론 배경에 채색까지 혼자서 모두 감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문화된 웹툰 판은 분업이 활성화됐고, 이제 서로 다른 그림 작가와 스토리 작가가 협업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건 흔한 일이 되었다.

“정호야, 형이 너한테 친구 한 명 소개시켜줄게.”

“친구?”

“있어, 강나루라고.”

“여자야? 형 친구면 나보다 누나겠네?”

“아니, 내 친구가 아니라 네 친구야. 너랑 동갑이거든. 걔가 그림을 미친 듯이 잘 그려. 형 생각엔 너랑 나루랑 같이 웹툰 만들면 좋을 것 같아.”

“…그런 애가 나랑 할까?”

“할 걸? 나루가 그림은 잘 그리는데…….”

서주환은 강나루가 보여줬던 만화를 떠올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다른 건 전부 네가 더 낫거든.”

강나루의 그림 실력은 웹툰만 그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나다. 그 가브리엘라도 관심을 보일 정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만화라는 건 고퀄리티의 그림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강나루에겐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과 그림 외의 만화적인 스킬이 절망적으로 부족했다.

반면 서정호는? 초등학생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그림 실력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점은 강나루보다 압도적으로 좋다. 기발한 스토리와 독특한 캐릭터는 물론 배운 적도 없는 컷 분배와 연출법을 감각적으로 잡아냈다. 종합적인 만화적 재능은 강나루보다 서정호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으리라.

‘둘이 의견만 잘 맞으면 대작 하나 만들지도 모르지.’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두 사람이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면 분명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물론 아직은 미래의 일일 테지만 말이다.

*

서주환이 막 집으로 복귀하던 차였다.

까톡 메시지가 하나 왔다.

[정하연: 언제 와? 보고 싶어.]

메시지를 본 서주환은 깜짝 놀라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하연이 이런 말을 메시지로 하는 건 무척 드문 일이었다.

‘뭔 일 있나?’

짐작 가는 바가 있긴 했다. 정하연은 이번에 분명 본가에 들린다고 했었다. 그와 관련된 일이란 예감이 들었다.

정하연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어, 하연아. 나야, 주환이.”

- 응.

기운이 조금 없어 이긴 했지만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행히 울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어디야?”

- 집에 있어. 언제 와? 나 심심한데.

“조금 있으면 도착해. 금방 갈게.”

-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그래.”

마침 안양역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서주환은 곧장 택시를 잡고 정하연의 집으로 향했다.

“하연아, 나 왔어.”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자 얼마 안 있어 띠리릭-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정하연이 곧장 품에 안겼다.

서주환은 당황하는 대신 품에 안긴 정하연의 머리를 쓸어주며 물었다.

“울었어?”

“아니.”

“얼굴 보여줘.”

양손으로 볼을 잡고 살며시 들어올렸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닌지 운 흔적은 없었다. 눈가도 안 빨갛고 얼굴도 깨끗했다.

서주환은 내심 안심하면서 놀리듯이 물었다.

“운 것도 아닌데 왜 어리광이야?”

“싫어?”

“싫기는. 나야 환영이지.”

품에 안긴 정하연의 어깨를 감싸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은 대충 벗어서 던져두고 방으로 향한다. 손을 잡고 앞장서 걷는 사람은 정하연이었다.

정하연이 침대에 몸을 뉘이며 서주환을 끌어당겼다. 그는 자연스럽게 정하연의 옆자리에 누우며 물었다.

“아버지 만나고 온 거야?”

“응.”

“언제?”

“엊그제 만나고 왔어.”

“내가 걱정할 일은?”

“없어.”

“지금 내가 해줬으면 하는 건?”

“안아줘. 꼭.”

정하연의 등 뒤로 팔을 둘러서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그녀에게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서주환은 제 가슴에 얼굴을 묻은 정하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계속 혼자 집에 있었던 건 아니지?”

“지경이랑 놀았어.”

한수아는 아예 시골로 내려가서 오늘 밤에야 올라온다. 장덕훈도 마찬가지. 이석찬은 오히려 보기가 껄끄러웠을지도. 그나마 유지경이랑 놀았다니 다행이다.

“뭐하고 놀았는데?”

“그냥, 둘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영화 봤어. 술 마시면서 주환이 너 욕도 하고.”

“…….”

눈치 채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방구석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술병이 보였다. 여자 둘이서 얼마나 마신 건지.

설마 여기 어디에 유지경이 숨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방 안을 둘러볼 때였다.

“지경이는 집에 갔어.”

“그, 그래?”

“오늘은 내가 양보 받았거든.”

뭘 양보 받았다는 걸까? 답을 내리기도 전이었다. 품에 안겨있던 정하연이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더니 그의 위로 올라왔다. 사르륵 떨어진 검고 긴 생머리가 볼을 간질였다.

정하연이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내 부드러운 살결이 맞물린다. 쪽, 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혀가 뒤섞였다.

서주환은 리드미컬하게 혀를 움직이며 정하연의 옷을 하나씩 벗겨냈다. 가장 먼저 돌핀팬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끈나시를 위로 들어 올리자 곧장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집안이라서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볼륨감 있는 가슴을 몇 번 주무르다가 팬티까지 벗겨냈을 때였다.

쪽, 하고 입술을 떼어낸 정하연이 달뜬 숨을 토하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할래. 가만히 있어.”

“오늘 너무 예뻐서 참기 힘든데.”

정하연이 지긋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참아.”

“넵.”

가끔은 리드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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