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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소제목을 '설 연휴' -> '오십 대는 무리다'로 변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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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분량이 짤렸네요ㄷㄷ;;
수정했습니다!
설 연휴
우서윤은 카니발을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표정을 정돈했다. 서주환의 이미지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 당황했을 뿐 남의 차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녀는 시선이 딱 마주친 서주환의 표정을 보고 말았다.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걸 보니 당황한 걸 들킨 모양. 그녀는 흠흠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차 관리 열심히 했나 보다. 새 차 같네.”
“그치? 뽑은 지 1년도 안 됐거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닐 때 타기 좋아.”
“아, 친구들이랑. 확실히 카니발이 커서 여럿이서 놀러 다니긴 좋겠다.”
“응. 어서 타.”
서주환이 차를 산 이유는 친구들이랑 편하게 놀러 다니기 위해서다. 당연히 크게 돈을 들일 필요도, 화려한 외관도 필요 없었다. 그저 튼튼하고 널찍한 내부만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카니발은 그의 목적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차였다.
‘차를 한 대 더 사야겠어.’
하지만 여자의 환심을 사는 데는 부적합한 게 사실이었다. 우서윤의 반응만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육체관계를 통해 재능을 얻는 그에게 여자의 환심을 사는 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사실 차 없이도 별로 어려울 건 없지만.’
키, 외모는 물론 능력까지 차고 넘치는데 고작 차 한 대가 그의 가치를 깎을 리 있겠는가.
다만, 가치를 깎지는 않아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는 있을 터다. 서주환은 내심 어떤 차를 살까 고민에 빠졌다.
‘벤츠는 패스.’
벤츠는 작년에 아버지에게 선물로 사드렸다. 이왕 살 거라면 다른 종류로 사고 싶었다.
‘스포츠카도 패스. 딱 봐도 비싸 보이면서 너무 화려하지 않은 차가 없으려나?’
그는 너무 날카롭게 빠진 것보단 어느 정도 묵직한 게 취향이었다.
잠시 고민하다 보니 차종 하나가 떠올랐다.
분명 람보르기니 쪽에서 올해 나온 SUV 중 한 종류가 몇 년 뒤 최고의 차에 선정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라스였나 우르스였나. 스포츠카처럼 과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됐던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이석찬을 통해 알아봐야겠다.
‘SUV면 카니발은 팔아도 되겠는 걸.’
차를 두 대나 가지고 있어봐야 관리도 번거롭고 주차공간만 잡아먹는다. 컬렉션 모으는 건 훗날 개인주택을 지은 다음에나 해야지.
짧게 결정을 마친 서주환은 내심 만족스럽게 웃으며 옆에 앉은 우서윤을 살폈다.
‘역시 예쁘네. 작가라길래 범생이처럼 생겼을 줄 알았는데.’
범생이는 무슨. 오히려 인기가 많아 보이는 타입이다. 차분하면서도 적당히 화사해 보이게 입은 옷차림하며 톤다운 되어 들어간 밤갈색 머리카락, 짙은 쌍꺼풀 아래 또렷하고 차분해 보이는 눈까지 남자들의 시선을 끌만 했다.
그렇게 살피고 있자니 백미러를 통해 우서윤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돌아봤다.
“왜?”
“그냥.”
서주환은 적당히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렸다. 그에 우서윤이 픽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이게 잘생겨져서 좋은 점 중 하나였다. 누군가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눈이 마주쳐도 민망하지가 않다. 오히려 상대가 방긋 웃으며 반응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서윤도 비슷했다. 이미 호감도가 B+까지 오른 그녀는 말없이 운전하고 있는 그를 곁눈질로 살폈다.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그런데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우서윤은 곧 그를 어디서 봤는지 떠올리곤 휴대폰을 검색했다. 유추한 바를 확인한 그녀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역시!”
“응? 왜 그래?”
마침 신호가 걸렸다. 주차 시켜놓고 돌아보니 그녀가 휴대폰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거 주환이 너 맞지?”
“응? 아, 그거.”
휴대폰에는 윤서라가 운영하고 있는 스타일완성(Swan)의 자체 쇼핑몰이 떠올라 있었다.
서주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일이 쉽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나 맞아.”
“우와, 너 쇼핑몰 모델도 했었구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못 알아봤어. 여기선 되게 시크해 보였는데.”
“큭큭. 얼굴은 똑같지 않아?”
“그건 그런데 분위기가 다르잖아.”
“지금도?”
서주환은 그리 되물으며 짐짓 표정을 바꿨다.
언젠가 리더십 강사 주경은이 말하길 그는 연기가 어색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주경은에게 ‘성우’ 재능을 얻고 에바 테일러에게 ‘배우’재능을 얻은 그는 의식해서 하는 연기가 무척 능숙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우서윤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입술을 오므렸다.
“오…….”
“푸흐. 너 표정 되게 웃긴다. 오리 같네.”
“오, 오리? 주환아, 너 오늘 나 처음 봤다? 우리 그렇게 안 친해.”
“뭐 어때. 벌써 번호도 교환했겠다. 지금부터 친해지면 되지.”
“헐.”
“자기부터 시작할까? 이대로 드라이브 고?”
“뭐래니. 미쳤나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우서윤.
당연하지만 기분 나쁜 얼굴은 아니다. 역시 잘생긴 게 좋다. 적당히 껄떡대고 들이대도 유쾌한 장난으로 받아들여준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야, 농담. 바빠서 누구 사귈 시간도 없어.”
“참나. 누가 보면 내가 사귀자고 한 줄 알겠네.”
헛웃음을 치며 팔짱을 끼는 우서윤이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핸들을 꺾었다. 쇼핑몰 덕에 분위기가 꽤 풀어졌다. 차에 탔을 때 어색했던 공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일단 보험은 깔아뒀고.’
연애할 생각이 없다느니 사귈 시간이 없다느니 하는 건 그가 여자들에게 작업을 치기 전에 습관처럼 뱉는 말이었다.
루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작업을 걸 거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나요?]
루시의 말대로다. 연애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상대에게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관심을 가졌다가도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서주환 나름대로의 보험이었다. 하룻밤 관계를 가지더라도 딱 거기서 끝내자는 밑밥. 괜히 감정이 깊게 얽히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수 있었다.
[그렇군요. 주인님은 안 그래도 페로몬 때문에 여자를 홀리기 쉬운 체질이니까요.]
‘거기다 최근엔 매혹까지 생겼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특수능력인 위스퍼로 사랑을 속삭이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 오히려 선을 그을 때 유용하게 쓸 수도 있겠죠.]
‘그건 생각 못했네. 확실히 그런 용도로도 쓸 수 있겠어.’
무의식에 말을 거는 ‘위스퍼’는 생각보다 일상에서도 유용한 능력이었다.
서주환은 힐끗 휴대폰을 보고 있는 우서윤을 곁눈질했다. 그녀는 뒤늦게 그가 인터뷰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인터뷰를 훑어본 그녀가 새삼 놀란 눈으로 그를 돌아봤다.
“진짜 네가 노벨다이스 대표였구나. 주환이 너 어디 재벌집 아들이야?”
“재벌은 무슨. 우리 부모님 학교 앞에서 분식집 하셔.”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 소설 수익이 아무리 많았어도 말이 안 되지 않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우서윤.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난 바지사장이야. 이름만 빌려주는 거지. 진짜는 공동대표로 있는 다른 친구거든.”
“그럼 그 친구가?”
“자세한 건 비밀.”
“아, 미안. 내가 너무 캐물었나보다.”
“미안할 것까진 없고. 그보다 서윤이 넌 어때? 공모전 생각 있어?”
“로맨스 부문도 있어서 생각은 있는데, 소재가 안 떠오르네. 에휴.”
작가에게 새로운 소재는 언제나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였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속으로 각을 쟀다.
‘기본 호감도가 높으니까 잘하면 금방 될 것 같은데. 성욕도 많은 편인 것 같고. 당장 오늘은 무리이려나?’
가능하면 빠르게 우서윤을 자빠트리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다.
<우서윤>
성별: 여성
나이: 24살
키: 163cm
호감도: B+
현재 성욕: B
몸무게: 50kg
페티시: Stigmatophilia(中)
보유 재능: 상상력(A/S), 충동(B+/A+), 문장력(B/A), 노래(D+/A)
‘상상력이라.’
서주환은 새삼 입맛을 다셨다. 회귀 전부터 정리해둔 소재도 슬슬 고갈되어 가는 요즘이다. 정말이지 탐나는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S급.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이야.’
[가브리엘라의 예언이 옳았네요. 원하는 걸 찾으려면 앞으로 나아가라더니.]
‘그래. 순수문학 쓸 생각 안 했으면 만나지 못했겠지.’
덕분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루시, 저 페티시가 뭐라고 했었지?’
[Stigmatophilia(스티그마토필리아). 문신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성욕을 느끼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흐음. 어떻게 써먹을 수 없을까? 그렇다고 문신을 새기긴 좀 그런데.’
[문신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흉터도 해당됩니다. 주인님도 흉터는 있잖아요?]
‘흉터? 아, 수술 자국.’
다리 쪽에 커다란 수술자국이 있다. 그것도 양쪽 다리에 모두. 불행에 시달리던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했었다.
‘그걸 어떻게 써먹지? 한겨울에 반바지를 입을 수도 없고.’
고민에 잠겨 있는 동안, 또 우서윤과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차는 도로를 내달렸다.
“주환아, 고마워. 나 여기서 내려주면 돼.”
애초에 먼 길이 아니었던지라 방법을 찾기도 전에 도착하고 말았다.
서주환은 내심 입맛을 다시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또 보자. 선생님한테 갈 때 연락할게. 공모전도 잘 생각해보고.”
“응. 설 잘 보내.”
“새해 복 많이 받아.”
서주환은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차를 몰았다.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
[차라리 잘됐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약속도 있었으니까요.]
“약속? 아, 하연이!”
오늘 저녁 정하연의 집으로 찾아가기로 했던 게 떠올랐다. S급 재능에 눈이 뒤집혀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서주환은 닭살이 이는 걸 느끼며 말했다.
“으아, 큰일 날 뻔했네. 고마워, 루시.”
[설마 잊어버렸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하연이 알면 많이 서운해 하겠네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루시.”
[어차피 전 말할 수도 없는 걸요?]
“나중에 사람이 됐을 때를 말하는 거야. 우리 참 비밀이 많잖아. 그치?”
[전부 주인님의 비밀이지만요.]
“…사랑해, 루시.”
루시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루시도 주인님을 사랑한답니다.]
*
설날 전.
서주환은 오랜만에 본가로 들어갔다. 최근 자취를 시작한 서주희와 함께였다.
집으로 들어가자 부모님의 격한 환영이 있었다.
“아들! 자주 좀 와! 아이고, 우리 아들 반쪽이 됐네.”
“하하. 달에 한 번씩은 들리잖아요. 그리고 저 잘 먹고 다녀요.”
“엄마, 나도 있는데. 나는 안 보여?”
서애라는 딸을 돌아보더니 혀를 찼다.
“딸, 너는 살 좀 빼라. 허구한 날 말로만 다이어트하니? 자취한다더니 그세 포동포동해졌네.”
“아, 진짜! 엄만 왜 나한테만 그래? 아빠! 나 살쪘어?”
질문을 받은 서재필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크흠. 그런 질문은 네 엄마 하나로 족한다. 남자친구한테 물어봐라.”
“그럼 오빠한테 물어봐야겠다.”
“버, 벌써 남자친구가 생긴 거냐?”
“딸램, 남친 생겼어?”
“유도심문 뭔데, 아빠. 그리고 아직 아니야.”
“아직이면 곧?!”
“아, 정말! 나도 남자친구 좀 사귈 수 있지!”
서주희가 방으로 도망쳤다.
서주환은 허탈하게 있는 서재필을 진정시켰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아버지랑 어머니도 아는 애에요.”
“내가 아는 놈?”
서재필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반면 서애라는 흥미 가득 담긴 눈으로 물었다.
“어머, 어머. 누군데, 아들?”
“덕훈이요. 저번에 한 번 봤죠? 왜, 덩치 큰 애 있잖아요.”
“아하. 자기가 아들 제자라고 하던?”
“맞아요.”
서재필이 인상을 꾸기며 말했다.
“어딜 스승의 동생을 제자가 넘봐?”
“아니, 아버지. 넘보는 건 덕훈이가 아니라 주희 저건데요.”
“…주희가?”
“차라리 잘됐죠, 뭐. 엄한 놈 만나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크흠.”
“둘이 사귀게 되면 제가 슬쩍 말해드릴게요. 큭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서주희다. 순진한 장덕훈은 자기가 길들여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목줄을 차고 있었다.
‘덕훈아, 힘내라.’
서주환은 내심 장덕훈에게 응원을 건네며 부모님을 바라봤다.
“아버지 요즘은 다리랑 어깨 어떠세요? 마사지 좀 해드릴게요. 아, 물론 어머니도요.”
“호호. 오랜만에 아들 마사지 좀 받아볼까? 아들이 주물러주면 왜 그렇게 시원한지 몰라.”
서애라가 냉큼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서주환은 픽 웃었다. 이미 달마다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마사지에 푹 빠진 어머니였다. 물론 아버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흠. 네 엄마 다하면 그때 부탁한다.”
아쉬운 기색을 띠면서도 차례를 양보하는 아버지.
서주환은 픽 웃으며 어머니의 어깨를 먼저 주물렀다. 그렇게 몇 분 지났을 쯤 어머니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들, 엄마는 조금만 해줘도 되니까 이따 아빠 더 많이 해줘.”
“푸흐. 그걸 왜 몰래 말하셔요.”
“아무튼.”
“걱정 마세요. 두 분 다 손끝 발끝까지 다 풀어드릴게요. 여기 시원하시죠?”
서주환은 ‘성스러운 손길’의 치유효과를 극도로 활성화시켰다. 한동안 자주 해드렸더니 오십견도 완화되고 확실히 몸이 좋아지신 듯했다.
회귀 전부터 불행했던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던 부모님. 부디 이번 생에는 본인 몸부터 챙기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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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서주환네 가족은 큰 집으로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다.
“오빠, 뭐해? 빨리 나와!”
먼저 준비를 마친 서주희가 소리쳤다.
서주환은 얼른 준비해놨던 물건을 챙겨서 나왔다. 그를 본 서주희가 눈을 꿈뻑였다.
“그게 뭐야?”
“이거?”
서주환은 씩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니코틴 검사기.”
다른 말로는 금연 테스트기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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