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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343화 (34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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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오십 대는 무리다

김현영은 나이에 비해 동안이다. 그리고 무척 곱게 나이가 든 외모다. 젊었을 적에는 무척 예뻤겠지. 여러 남자 울렸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젊었을 때 얘기고, 아무리 그라도 오십 대는 무리다! 서주환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순간 식겁했네.’

호감도가 한 단계 올라갔지만 성욕은 오히려 한 단계 내려가 있었다. 추측컨대 축복이 가리키는 건 김현영이 아니었다.

‘그럼 뭐 때문에 축복이 뜬 거지?’

그렇게 의문에 잠겨있을 때였다.

김현영이 그를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서 작가님, 혹시 저녁 식사하고 가시겠어요? 서 작가님만 괜찮다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서주환은 의문을 미루고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감사하죠. 안 그래도 벌써 돌아가기 아쉬웠습니다.”

육체관계는 생리적으로 무리지만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두세 시간 이야기했을 뿐인데 숙련도가 1퍼센트나 올랐어.’

고작 1퍼센트가 아니다. 그가 지난 몇 주간 ‘은아힐링’과 순수문학 습작을 쓰는 동안 올린 숙련도는 고작 소수점 단위에 불과했다.

한데 김현영과의 대화는 지지부진하던 글쓰기(A+/A+) 재능의 숙련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마음 같아선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였다.

“후후, 다행이네요. 아, 그런데 손님이 한 명 올 텐데 괜찮으실까요?”

“손님이요?”

“네. 오늘 제자가 오기로 했거든요.”

김현영은 대한예술대학교의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사실을 떠올린 서주환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거구나!’

갑자기 축복이 떠오른 이유가 이것이었다. 축복이 가리키는 건 김현영이 아니라 그녀의 제자일 확률이 높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자분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으음. 그건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

그리 말한 김현영은 힐끗 책장을 훑었다. 오늘 제자를 부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

대한예술대학교의 문예창작과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이다. 문단의 이름 있는 작가 중 상당수가 대한예대 출신이었다.

우서윤은 그런 대한예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녀는 올해로 4학년이 되어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동시에 문학계 등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벌써 1월 다 끝났네. 앞으로 두 달 밖에 안 남았어.”

“공모전 말이지? 우리 학년에 거기 노리는 사람 많겠지?”

“우리 학년뿐이겠어? 이미 졸업한 선배들도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걸. 민정우 선배도 이 갈고 준비 중이래.”

민정우란 이름에 우서윤의 눈살이 미미하게 찌푸려졌다. 민정우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였다.

“난 그 선배 별로더라. 존나 꼰대잖아.”

“누가 아니래.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꼰대 마인드야. 웹소설 때문에 문학의 질이 떨어지네, 독자들 수준이 낮아서 문학이 사장되네. 꼬우면 지가 잘 써야지 왜 독자들 탓을 해?”

“그건 그런데… 솔직히 그 선배 글은 잘 쓰잖아?”

“흥, 그럼 뭐해. 아직 등단 못했잖아.”

“그것도 그렇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등단하지 못했다면 재학 중인 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이 판에서 대우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등단과 책 판매 부수였다.

“…그런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

달리 말하면 그들도 아직 등단하지 못한 일개 학생에 불과했다. 그것도 올해로 4학년이 되어 졸업을 앞둔 학생. 그나마 1~3학년들은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라도 있지만 4학년인 그들은 슬슬 선택을 할 시기였다. 계속 글을 붙잡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현실과 타협하느냐.

막막한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던 걸까. 친구 중 한 명이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아, 그런데 너희 그거 알아? 이번에 노벨다이스라고 웹소설 사이트 오픈했거든? 거기 공모전 총상금이 20억이래, 20억.”

그 말에 소식을 몰랐던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억? 2억이 아니고?”

“아니야. 대상한테 주는 상금만 해도 3억이래. 최우수상은 1억씩 다섯 명.”

“히익. 미친 거 아니야? 무슨 웹소설 공모전 상금이 그렇게 많아?”

“내 말이. 신생 사이트라고 작가 풀 늘리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입이 떡 벌어지더라. 우수상은 5천인데 열두 명이나 뽑는다니까?”

“와, 돌았네. 요즘 문학공모전 상금이 보통 얼마였지?”

“1억 정도일 걸?”

“어? 그렇게 많다고?”

“아니, 총 상금이 1억. 대상은 3천 정도일 거야. 최근 제일 많았던 상금이 대상 5천일 걸?”

“아, 뭐야, 그게.”

일행들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문학공모전의 대상 상금이 일개 웹소설 공모전의 우수상만도 못하다니? 괜히 억울한 마음까지 드는 순간이었다.

그때 일행 중 한 명이 기운 빠진다는 듯 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나도 웹소설이나 쓸까? 대상은 몰라도 우수상 정도는 자신 있는데.”

“뭐래니. 아서라, 아서. 교수님들이 알면 난리 나. 앞으로 등단은 꿈도 못 꿀 걸?”

“필명으로 쓰면 교수님들이 어떻게 알아?”

“얘 봐라? 너 진지해?”

“아니, 솔직히 요즘은 웹소설 작가들 돈 잘 벌잖아. 그런데 이건 등단 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되고. 등단 후에도 어디 쉽니?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웹소설이 낫지. 굶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야, 자존심은 무슨. 솔직히 우리가 웹소설 쓰면 뭐 어떠니? 교수님 세대나 민정우 그 인간처럼 젊은 꼰대나 웹소설이라고 깔보는 거지 요즘은 그게 대세래. 웹소설 질이 낮다고? 그럼 제대로 배운 우리가 질을 높이면 되지.”

“하긴, 저번에 휴학한 예성이도 등단 포기한 게 웹소 때문이라더라. 꽤 잘 버나봐. 진짜 우리도 함 해봐?”

“해보자고. 여기 공모전 3월이래.”

“엑. 그럼 못 하는 거 아니야? 신춘문예는 4월이잖아.”

“어차피 그건 가망 없어. 경쟁자들이 좀 세니? 7월에도 있으니까 난 거기 나갈래. 그 전에 용돈 좀 벌어놓고.”

“서윤이는 어때? 벌써 신춘문예 제출할 건 얼추 완성했다고 했잖아. 그럼 두 개 다 참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맞다, 맞아. 서윤이면 공모전 두 개 다 대상 탈 수 있을지도?”

“…서윤아? 너 얼굴이 왜 그래?”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걸까. 한창 떠들어대던 친구 한 명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

우서윤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미안. 나 약속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아, 저녁에 약속 있다고 했었지?”

“응. 오늘 재밌었어. 나중에 또 봐.”

“잘 가, 서윤아. 공모전 파이팅 해!”

“고마워~.”

*

카페 밖으로 나온 우서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애들은 아닌데.’

오히려 좋은 친구들이다. 같이 경쟁해야 되는 입장에서 순수하게 응원을 해주는 게 어디 쉬울까.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점점 짜증이 올라왔다. 짜증이 난 건 전 남자친구인 민정우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가 아니었다. 헤어진지가 언젠데 그걸 신경 쓰겠는가.

우서윤은 그녀들이 했던 말을 떠올리곤 인상을 찡그렸다.

‘우수상 정도는 자신이 있어? 용돈 좀 벌어놔? 써보지도 않고선.’

웹소설이 대세니 깔 볼 게 아니라느니 하면서도 정작 얕잡아보는 건 자신들이 아니던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듯 말하는 게 못마땅했다. 얕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할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노벨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로맨스 부문도 있다고 했지?’

구미가 당겼다. 상금도 어마어마하던데 한 번 대상을 노려볼까. 친구들이 말했던 것처럼 신춘문예에 출품할 작품은 이미 마침표를 찍은 상태. 남은 건 퇴고뿐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공모전 하나 정도는 더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필명으로 하면 교수님도 모르실 거야.’

본명은 절대로 안 된다. 교수님에게 들키면 사제관계가 끝날 수도 있으므로. 존경하는 교수님이지만 나이가 있는 문단의 사람들은 웹소설이란 걸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아, 늦겠다. 얼른 가야지.”

우서윤은 택시를 잡았다.

오늘은 교수님 댁에 첫 방문을 하는 날이었다.

*

망했다. 어째서 교수님이 저 책을 가지고 있는 걸까. 당황스러움에 얼빠진 목소리가 나왔다.

“네, 네에?”

어색하기 그지없는 되물음이었다. 그녀는 죄인이 된 기분으로 시선을 피했다.

존경하는 교수님이 다시 물었다.

“서윤아, 이거 네가 쓴 거 맞지?”

“그, 그게…….”

순간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잡아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이미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문체는 곧 지문이라는 말이 있다. 글을 쓰는 작가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고 글을 쓰는 고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리고 필명은 바꿀 수 있어도 지문은 속이지 못하는 법이다. 실제로 독자들 중에는 문체만 보고 필명을 바꾼 작가들의 정체를 귀신같이 맞추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결국 우서윤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제가 쓴 소설이 맞아요…….”

“역시 서윤이 네가 우윤이었구나.”

‘우윤’은 그녀가 웹소설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뒤늦은 자책을 했다. 필명을 좀 더 고민해서 지을 걸. 가운데 글자만 빼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때였다. 처음 보는 남자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우윤이라고요? ‘시한부 악녀로 빙의했습니다’랑 ‘엑스트라 시녀인데 폭군을 꼬셔버려서 곤란합니다’를 쓴 그 우윤?”

“……!”

우서윤은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소리 내서 제목 말하지 마!’

교수님만 없었더라면 저 입을 당장에 틀어막았을 텐데!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바닥을 바라봤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대체 교수님이 뭐라고 생각하실까. 이제 넌 내 제자가 아니라고 하시려나? 앞으로 등단은 물 건너 간 걸까? 그나저나 저 남자 잘생겼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저 책을 교수님이 어떻게 갖고 계신 걸까.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우서윤은 슬쩍 고개를 들어 교수님의 눈치를 살폈다.

“…교수님?”

교수님은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눈가는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에는 물기가 고여서 촉촉했다.

그렇게나 실망하신 걸까?

그때 교수님, 김현영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큭!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푸흣! 미, 미안, 서윤아. 그런데 제목이, 푸흐흐흫! 아하하하하!”

“…….”

우서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뒤에서 피식피식 웃고 있는 남자를 노려봤다.

당신, 설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

저녁 식사 자리.

김현영이 홀로 눈칫밥을 먹고 있는 우서윤에게 물었다.

“서윤아, 웹소설은 언제부터 쓴 거니?”

“콜록! 콜록콜록!”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례가 들린 우서윤.

“어머, 서윤아 괜찮니? 어떡해.”

서주환은 픽 웃으며 휴지 한 장을 뜯어 건네주었다.

“여기요.”

“콜록, 가,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우윤 작가님.”

“…….”

이 남자, 일부러 놀리는 건가? 설마 초면에 그럴 리는 없겠지? 착각일 것이다.

서주환은 속으로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관심을 끌기 위해 놀리는 건 이쯤 해야 될 듯했다.

“우윤 작가님이 처음 연재를 한 게 09년도였죠?”

우서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걸 어떻게?”

“그야 연재 초기 때부터 함께 한 독자니까요. 우 작가님 작품은 다 봤어요. 최근에 완결 지으신 ‘핏물을 머금은 꽃’도 재밌게 봤고요.”

“가, 감사합니다.”

얼떨떨한 기색으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우서윤. 모든 작품을 다 본 독자라는 말에 절로 태도가 공손해졌다. 심지어 로맨스 판에는 드문 남자독자라니.

동시에 한편으로는 자그마한 불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멀쩡한 제목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하필.’

역시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아까 분명 웃었는데.

“저야말로 좋은 작품 써주셔서 감사하죠. 단행본으로 나온 건 다 소장하고 있어요. 아, 개인지도 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써주세요.”

역시 착각인 것 같다. 이런 좋은 독자님이 그랬을 리가 없지. 스무 살 때 뽑은 개인지까지 따로 구매한 고마운 독자님이었다. 우서윤은 한 번 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현영이 그런 우서윤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묻는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썼구나. 난 14년도 것까지 밖에 못 봤는데.”

“그, 그게 그 이전 작품들은 작년에 모두 내려서요.”

“진즉 말해주지 그랬니. 너무 아쉽다.”

“아하하. 죄송해요. 저는 교수님이 분명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 날 그렇게 꽉 막힌 사람으로 봤단 말이니? 서윤이한테 조금 실망인 걸.”

“아, 아니요. 교수님 그런 뜻이 아니라…….”

우서윤이 당황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한편 서주환은 픽 웃으며 김현영을 쳐다봤다.

‘은근히 장난기가 있으시네.’

우서윤은 당황해서 못 본 모양인데, 김현영의 입가에는 짓궂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김현영은 이내 제자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농담이란다. 그보다 인사하렴. 여기 서 작가님도 웹소설을 쓰시는 분이란다.”

“네?”

서주환은 작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인사가 늦었네요. 서주환입니다. 필명은 서환이고요.”

“…서환이요?”

우서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연신 떠올랐다.

[우서윤의 호감도가 C+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우서윤의 호감도가 B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우서윤의 호감도가 B+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

식사 자리 이후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끝을 맺었다.

“그럼 선생님, 또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김현영의 집을 나온 서주환은 우서윤을 돌아봤다. 그를 보고 있던 우서윤이 딱 마주친 시선에 흠칫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갈색 곱슬머리가 고갯짓을 따라 움직였다.

서주환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우 작가님, 댁이 어디세요? 괜찮으시면 태워드릴게요.”

“어, 차 가져오셨어요?”

“네. 근처에 주차해놨어요.”

“으음…….”

우서윤은 고민에 빠졌다. 오늘 처음 본 남자의 차에 타라니, 평소라면 단번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서환’ 이라는 점이 그녀를 고민케 했다. 그녀는 서환 작가의 엄청난 팬이었다.

서주환은 고민하는 우서연을 보고 속으로 능력을 활성화했다.

[특수능력, ‘위스퍼’를 활성화합니다.]

[사용자의 말에 알 수 없는 신뢰가 깃듭니다.]

“겨울이라 날이 빨리 어두워졌잖아요. 걱정돼서 그래요. 그리고…”

“?”

“우 작가님이랑 작품 얘기도 좀 더 하고 싶고요. 제가 알고 지내는 작가님들이 따로 없거든요.”

“아, 그건 저도 그래요. 등단 준비하는데 혹시라도 아는 얼굴 마주치면 좀 그래서.”

우서윤도 따로 연락하고 지내는 작가들이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웹소설을 쓴다는 사실이 새어나가면 문학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이 안 좋게 볼까 걱정돼서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서주환은 잘됐다는 얼굴로 말했다.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건 어때요? 선생님도 같이 찾아뵙고요.”

“좋아요.”

“하하. 그럼 저희 말도 놔요. 보니까 나이도 같던데.”

“그, 그럴까요? 아니, 그래.”

우서윤과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다. 직후 자연스럽게 주차시켜 놓은 차로 향했다. 큼직하고 투박한 카니발을 본 우서윤이 놀란 듯 눈을 끔뻑이는 게 보였다.

‘쓰읍. 다른 차를 한 대 더 사야 되나?’

카니발은 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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