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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오십 대는 무리다
1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곧 다가올 2월은 명절이다. 노벨다이스는 설날이 되기 딱 일주일 전에 사이트를 오픈했다.
신생 사이트인 노벨다이스에는 독자들이 이용할만한 메리트가 없었다. 최미화를 비롯한 매니지 직원들이 발로 뛰어다닌 덕에 타 플랫폼에서 동시 연재하는 작품을 대부분 가져올 수 있었으나 독점 작품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노벨다이스의 작품은 모두 기존의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 뿐. 당연히 독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석찬은 돈을 풀었다.
<소설 낙원, 노벨다이스 오픈 이벤트!>
위와 같은 타이틀을 달고 각종 이벤트가 열렸다.
최대 페이백 20%. 작품을 일정 편수 읽을 때마다 돌아가는 룰렛 골드 이벤트. 이벤트에 참여한 수십 개 작품 50화까지 무료. 그 외 기타 등등.
요약하자면 싸게 해줄 테니 다른 데 말고 여기서 읽으라는 것이었다. 출혈을 감수하고 열린 이벤트는 오픈 첫 주는 물론 3월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가기로 했다.
여기에 얹어진 것이 바로 현재 플랫폼 유일의 선독점 작품이었다.
<은퇴 아이돌의 힐링방송>
작가: 서환 / 연재: 20화 / 조회: 694,235 / 선작: 14,920 / 추천: 53,216
거대 플랫폼의 온갖 러브콜을 차버리고 신생 사이트에 올린 독점작.
방송을 켠 게 유의미했던 걸까.
신생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독자들이 상당했다. 이미 웹소설 판의 골수 독자들 사이에서는 서환 작가가 공동대표로 있는 노벨다이스가 연일 화제였다.
- 사이트랑 어플 둘 다 깔끔하네
- 뷰어도 ㄱㅊ음. 공모전 상금도 크더니 사이트 자체에 돈 좀 들인 듯?
- 그런데 독점 작품이 없잖아.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느 것들인데 굳이 노벨다이스 볼 필요가 있나?
- 이벤트가 개꿀이라서 단물 빨기엔 좋음. 이벤트 끝나고 어플 지우면 됨ㅋㅋㅋ
- 난 서환 작품 때문에 계속 볼 듯
- 그것도 선독점이라서 100화 지나서 타플에 풀리자너
- 타플 풀릴 때까지 어케 기다림? 믿보 서환은 일단 달리는 거임. 이번 작품도 재밌음. 인방물이라 별로일 줄 알았는데 일상물 느낌 낭낭해서 좋더라
- 난 일상물은 내용 없는 느낌이라 별로던데
- 음악물 느낌도 섞여서 재밌음. 그리고 서환은 고퀄 일러 직접 다 뽑아서 보는 맛이 있더라
- 그건 ㅇㅈ
신작 성적과 사이트 반응을 본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정도면 선방했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다. 특히 신작 성적이 순조롭게 나와서 내심 불안하던 마음이 안심됐다. 아무리 잘 팔리는 스타 작가라도 신작을 낼 때면 항상 긴장되고 불안한 법이었다.
‘타플에 갔으면 더 잘 팔렸겠지?’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기존에 연재하던 글세상이었다면 신작홍보 쪽지를 돌리고 선호작이 두 배는 되지 않았을까. 조회수는 진즉 100만을 넘겼을 것이다. 선방했다고 하지만 그건 노벨다이스가 신생 사이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얘기일 뿐 전작인 악마 포식자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이내 아쉬운 마음을 털어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지 않았던가. 사실 그의 전작이 아닌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연독률도 높고 조회수 대비 선호작 비율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편수 대비로 따지면 여전히 대박 작품의 기준에 들었고 말이다.
‘거기에 정산금을 수수료 없이 내가 다 먹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달래는데, 옆에 있던 이석찬이 초 치는 소리를 했다.
“선방하긴 무슨. 은아힐링 빼면 아직 제대로 안 팔리고 있음.”
“은아힐링?”
“네 신작 줄임말임. 몇몇 독자들이 커뮤에서 그렇게 부르더라.”
“어감 좋네.”
입에 착착 붙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입속말로 중얼거리는 그를 보고 이석찬이 인상을 구겼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용자 수임. 딱 네 것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음.”
“뭐 어쩌겠냐. 사이트 오픈한 지 이제 일주일도 안됐는데. 좀 있으면 다른 작품들도 보겠지.”
서주환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오픈한 지 며칠 안 된 걸 생각하면 오히려 많은 편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이석찬의 호들갑이 의외로 다가올 정도다.
“오픈 전에는 마음 편히 먹으라고 말하더니 왜 조급해졌냐? 어차피 몇 달 정도는 죽 쑬 거 각오했잖아. 네가 영업이익 신경 쓰지 말고 이용자 모으는 데 집중하라면서?”
“…쩝. 그건 맞지.”
이석찬이 드물게 멋쩍은 얼굴을 했다. 애초에 기반을 다지는 게 먼저라며 당분간은 이익 생각하지 말라고 했던 게 그였다.
이석찬은 나름 이유가 있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걱정이라기보단 귀찮음이 담긴 한숨이었다.
“곧 설날이잖음.”
“그게 뭐?”
“올해는 본가에 가기로 했거든. 아버지는 물론이고 엄마랑 형들도 있으니까 좀 조급해졌나봄.”
“음. 돈 꼴아 박았다고 뭐라고 하시려나?”
“아니, 그건 내 돈으로 한 거니까 상관은 없는데… 그냥 괜히 신경 쓰여서.”
“네가 그런 걸 신경 쓰고 의외네.”
남의 눈치라곤 전혀 안 보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했다. 아무래도 가족이라서 다른 거겠지.
그런데 문득 신경 쓰이는 바가 있었다.
“야, 썩창.”
“엉?”
“본가에는 너 혼자 가? 하연이는?”
정하연과 이석찬은 배다른 남매다. 당연히 본가가 같다.
이석찬이 표정을 한 층 더 구기며 혀를 찼다.
“말은 해봤는데 답을 안 줘서 모르겠음. 아, 그냥 나도 재낄까? 성인 돼서 집 나온 뒤로는 들어간 적이 없는데.”
“너 아직도 아버지랑 불편하냐?”
“아니. 그 양반은 이제 괜찮음.”
이석찬이 고개를 젓더니 오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히려 엄마가 불편함.”
“어머니가?”
서주환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이석찬이 싸운 건 아버지가 아니었던가? 순간 어머니와도 다툼이 있었나 싶었지만 이석찬의 표정을 보니 그건 또 아니었다.
“그게 좀.”
이석찬은 정말이지 미묘한 표정으로 투덜대듯 말했다.
“애정이 너무 과해. 그리고 사람이 너무 착해.”
“그게 왜 불편한데? 좋은 거 아니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니 이석찬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어으, 생각을 해보셈. 스물 셋 처먹은 남자 놈을 무슨 애기 대하듯 한다니까? 하필 막내로 태어나서는 아주 부담스러워 죽어! 아버지랑 형들 다 있는 데서 가슴팍에 껴안고, 엉덩이 토닥이면서 우리 찬이, 우리 찬이! 으아아악!”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는 듯 어깨를 껴안고 몸을 부르르 떠는 이석찬이었다. 다 큰 사내놈한테 그런다니 조금은 그 심정이 이해가 됐다.
이석찬이 곧 고개를 세차게 털면서 말했다.
“정하연이 집에 안 들어가는 것도 반쯤은 우리 엄마 때문임.”
“하연이도? 헉, 야, 설마?”
이석찬에게 하는 것처럼 정하연을 대한단 말인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이석찬이 썩어가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한테 하는 것만큼은 아닌데 그렇다고 크게 다르지도 않음. 말했잖냐, 우리 엄마가 좀 과하게 착하다고. 물론 바람피운 거 들켰을 땐 아버지한테 욕을 한 바가지 하긴 했는데, 그 와중에도 정하연에 대한 감정은 금방 털어내더라. 애가 무슨 잘못이냐면서 오히려 친자식처럼 대해주려고 했음.”
“으아… 대단하시네, 진짜.”
“대단하긴 개뿔이다, 인마. 난 우리 엄마랑 정하연을 보고 깨달았어. 세상엔 차라리 배려하지 않는 관계가 더 속 편할 때가 있다는 걸. 정하연 성격을 보셈. 걔 입장에서 아무리 지가 잘못한 게 아니라지만 우리 엄마 눈치를 안 보겠음? 그런데 계모라는 사람이 먼저 친절하게 다가와. 가식이 아니라 세상 착한 마음으로 막 친자식처럼 아껴주려고 해. 그게 마냥 좋을 것 같음? 아니, 존나 불편해. 그런데 우리 엄마는 정하연이 불편해하는 것도 모르고 자기가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을 열어줄 거라고 믿어.”
“…….”
“말이 안 나오지? 그거 진짜 숨 막힌다. 정하연이 좀 뻔뻔했으면 잘 풀렸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걔가 그런 성격임?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설프게 받아주는데 그거 옆에서 보면 아무리 나라도 안쓰럽다고 느낌. 걘 차라리 엄마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편했을 걸? 그렇다고 엄마한테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어. 옛날에 그 일 터진 뒤로 우리 엄만 집에서 언터처블이거든. 다들 알아서 티 안 나게 눈치를 보는 거지.”
“어, 음. 그럼 하연이가 안 가는 게 나은 건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차라리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석찬은 그건 또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옛날이었으면 그랬을 텐데… 지금은 모르겠음. 걔가 불편하게 친척들 얼굴까지 볼 필요는 없지. 그런데 엄마, 아버지랑은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
지난 몇 년간 정하연도 참 많이 바뀌었다. 텅 비어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있던 게 성인이 된 후에는 좀 정신을 차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대학에 와서는 더 많이 바뀌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이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었고.
이석찬은 픽 웃으며 서주환에게 말했다.
“네가 넌지시 말 좀 해보셈.”
“가족 문제인데 내가 끼어들긴 좀 그렇지 않나?”
“어떻게 하라고 설득하라는 게 아니라 살짝 찔러만 보라고.”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정하연은 누군가 옆에서 툭툭 건드려줘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땅굴이나 파고 들어갈 테지.
*
서주환도 이석찬도 정하연이란 사람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연휴 끝나기 전에 한 번 들리려고 했어.”
“진짜? 괜찮겠어?”
서주환의 되물음에 정하연이 오묘한 표정으로 그를 흘겨봤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
“못 미더운 게 아니라… 아니, 솔직히 못 미덥지. 혼자 삽질하는 거, 네 특기잖아.”
“…싸울래?”
“무조건 내가 졌어.”
“약 올리는 거 맞지?”
“아이고, 마님. 돌쇠가 어찌.”
“누가 마님이고 누가 돌쇠야. 지가 상전이면서.”
퍽,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이 가슴을 때렸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정하연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이 무릎 위에 앉혀졌다. 품에서 못 벗어나도록 붙잡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하연이 많이 컸네.”
“꺾어버리기 전에 이거 놔라.”
“더 해달라고? 어디, 다른 데도 쓰다듬어줘?”
슬그머니 손을 아래로 내렸을 때였다. 순간 정하연의 손이 그의 어깨를 짚었다. 관절기에 들어가려는 동작이다. 서주환은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정하연이 킥킥 웃으며 말한다.
“너 오늘 약속 있다면서 이러고 있어도 돼?”
“…아!”
서주환은 순간 시계를 쳐다봤다. 다행히 아직 여유가 있었다. 품에 안긴 정하연이 중얼거렸다. 뭐야, 깜빡한 거였어?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는 머쓱하게 웃다가 정하연의 볼에 입을 맞췄다.
“미안, 오늘은 안 되겠다.”
“미안하긴 뭐가? 누가 보면 내가 아쉬워하는 줄 알겠네.”
“안 아쉬워?”
“하나도.”
“그래? 난 엄청 아쉬운데. 놔주기 싫다.”
정하연을 꼭 품에 끌어안고 목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어째 물기가 있다 싶더니 샤워를 했던 걸까. 좋은 냄새가 났다. 그는 살짝 이를 세워서 쇄골로 내려가는 틈을 야물거렸다. 정하연의 몸이 움찔 떨린다.
“그, 그만. 야, 그만 하라고! 야!”
“진짜 그만해?”
“야 이, 끝까지 할 시간도 없으면서. 진짜 죽는다.”
“빨리 한 번 할까? 5분 안으로.”
“그건 내가 싫어. 이제 놔.”
팔을 떨쳐낸 정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침대에 앉은 서주환의 다리를 툭툭 걷어차며 빨리 나가라고 재촉했다.
서주환은 매정한 발길질에 투덜댔다.
“나 지금 되게 서운하다.”
“웃겨. 내가 서운해야지, 왜 네가 서운해?”
“흐흐. 서운해?”
“이게 진짜. 하나도 안 서운하니까 빨리 가기나 해.”
서주환은 떠밀리듯 문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기 전, 정하연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그런데 누구 만나러 가는 거야?”
서주환은 씩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여자.”
“…….”
“…인데 너보다 거의 서른 살 많아.”
정하연의 고개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서른 살? 그럼 오십 대인데. 헉, 너 설마?!”
깜짝 놀란 얼굴 위로 경악이 떠올랐다.
“미친! 아니야!”
서주환은 무슨 미친 생각을 하는 거냐며 손을 내저었다.
“일 적으로 만나러 가는 거야!”
그 반응을 본 정하연이 언제 경약했냐는 듯 킥킥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아.”
“…….”
뭐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하연한테 놀림을 받은 건가? 겉모습만 세지 실상은 동생들한테도 당하고 사는 최약체 정하연이?
서주환이 충격 받은 얼굴로 바라보는데, 그녀가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이따 다시 올 거지?”
“하…….”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요게 언제 이렇게 요망해졌지? 괘씸하고 건방지기 그지없다.
“암요.”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섹시한 검은 생머리 미녀가 오라는데 버선발로 달려가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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