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38화 (33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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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입니다

루시의 귀환

서주환은 기사가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고 컴퓨터를 켰다.

“엄청 빠르네. 인터넷 기사라서 그런가? 아, 이거다.”

박지연 기자가 쓴 기사를 살펴봤다.

[‘악마 포식자’의 서환 작가 “신작을 쓰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타이틀을 확인한 서주환은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 삼아 말한 건데 타이틀로 박아버리셨네.”

방송 홍보 좀 해달라고 했더니 그걸 타이틀로 홍보 해줄 줄은 몰랐다. 노벨다이스에 대한 건 아예 기사를 하나 더 써냈고.

“음. 기사도 써줬는데 바로 켜볼까?”

서주환은 바로 방송 세팅을 준비했다.

‘별로 안 들어오겠지?’

인터넷 기사에 실렸다고는 해도 이제 막 업로드된지라 조회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조회수는 별로 오르지 않을 터였다. 누가 웹소설 작가 인터뷰를 그리 열심히 찾아보겠는가. 그냥 첫걸음을 작가로서 시작하고자 인터뷰에 응한 것뿐이었다.

‘방송 키우려면 차라리 수아한테 빨대 꼽는 게 더 확실하지.’

한수아의 개인방송은 어느덧 팔로워 30만에 이르는 대기업이 됐다. 심지어 위튜브 구독자는 50만을 돌파했다. 그가 진정 시청자 수를 늘리고자 했다면 한수아와 합방을 하며 자신의 방송을 홍보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게임 방송을 할 것도 아닌데 수아한테 홍보를 부탁하면 오히려 방해야.’

그가 원하는 방송은 적당히 마음 내킬 때 켜고 노는 용도였다. 그 와중에 팔로워가 늘어난다면 잘 된 거고, 늘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목적은 간혹 가다가 올릴 위튜브에 있었으니.

“오늘도 적당히 해볼까.”

서주환은 가볍게 웃으며 방송을 실행시켰다.

*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웹소설 작가를 인터뷰한 기사의 조회수가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는가. 아무리 서주환이 스타 작가라지만 2017년 초기의 웹소설은 아직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조그마한 인터넷 기사 하나 따위가 방송 시청자 수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리가 있나. 고작해야 어느 커뮤니티의 마이너 갤러리에서나 언급될 뿐이지. 웹소설 마이너 갤러리 같은 곳 말이다.

[악포 작가 인터뷰 봤는데 얘 얼굴 깠네(사진 첨부)]

그런데 시발 와꾸 상태가??? 이게 웹소 작가?

게시글 제목은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갤러리 밖으로 나가면 웹소설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이겠지만 이 곳은 웹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갤러리였다. 1년 전 불현 듯 나타나 세 작품을 완결 낸 서환 작가는 그들에게 재미난 읽을거리를 제공해준 고마운 글싸개였다.

└ 이게 서환 작가라고? 빙의사부랑 악마 포식자 쓴?

└ 와꾸 살벌하게 잘생겼네. 이 새끼 연예인 안 하고 왜 글 씀?

└ 지랄 말고 링크 내놔봐. 링크 없으면 뭐다?

└ 고추 새끼 생긴 거 봐서 어쩌라고

잠시 후 게시글 하나가 다시 올라왔다.

[서환 작가 인터뷰 원본(사진 첨부)]

긁어오긴 했는데 링크도 첨부해둠. 알아서 보셈

링크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무도 관심 없던 기사의 조회수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

[‘악마 포식자’의 서환 작가 “신작을 쓰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웹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말한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에게 웹소설을 말하면 수준이 낮다며 무시하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웹소설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 또한 사실이다. 2013년 기준 100억 원 대였던 웹소설 시장규모는 2014년에 200억, 2015년 500억으로 발전했다. 2016년에는 전년대비 세 배가 넘는 발전을 이루어 1,800억 원 시장에 이르렀다.

시장이 커진 만큼 작가들의 수익도 상승했다. 아직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한 작품으로 10억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는 스타 작가도 생겨났다. 이번에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서환 작가’는 명백한 스타 작가의 반열에 든 작가다.

(중략)

이하 서환 작가와의 인터뷰.

[서환 작가: 사진첨부]

Q1. 서환 작가님은 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요?

A1. 제가 글을 처음 쓴 건 고등학생 때입니다. 정식으로 연재를 한 건 스무 살 때이고요. 많은 작가님들이 그렇듯 저도 독자로 시작해서 글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소설을 본 건 15살 즘이네요.

당시에 제가 많이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소설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에는 현실의 고민이나 걱정을 잊을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저에겐 소설이 휴식처였죠.

어느 날,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게 됐네요.

(중략)

Q3. 최근 웹소설을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쓰는 사람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선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3. 전 앞으로도 웹소설 시장이 계속해서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보다 더 빠르게요. 10년 뒤에는 조 단위 시장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중략)

Q6.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써주시길 한 명의 팬으로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A6.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 시일 내에 다음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당연하지만 웹소설 시장의 추이에 관심 있는 갤러리 인원은 몇 없었다. 그들은 작가나 업자가 아닌 독자였으므로.

그들이 독자로서 주목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특보) 서환 작가 신작 떴다.]

소식 떴다고. 아직 연재 안 함ㅅㄱ 긁어왔으니까 이거나 읽어라ㅋㅋㅋㅋ

『Q4. 일 년 만에 세 작품을 완결 지었는데 각 소설의 장르가 모두 다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4.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때그때 쓰고 싶은 걸 쓰는 편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소재를 많이 생각해놨거든요(웃음). 다시 판타지를 쓸 수도 있고, 무협을 쓸 수도 있습니다. 차기작은 현대물이 될 것 같지만요.

Q: 차기작을 언급하셨습니다.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A: 은퇴한 아이돌 주인공이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일상물이라고 볼 수도 있고 음악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최근에는 이 신작 준비를 위해서 인터넷 방송을 켰습니다.

Q: 소설을 쓰기 위해 직접 방송을 한다는 말씀인가요?

A: 그렇습니다. 자료조사도 좋지만 가능하면 직접 해보는 걸 선호하거든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낚시성 제목에 걸려든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 아 씹, 왜 검색해도 안 뜨나 했다

└ ㅆㅂ 이 새끼 차단좀

└ 인방물? 존나 안 땡기네. 소설로 그걸 왜 봐. 걍 인방을 보면 되지

└ 로맨스를 소설로 왜 봄? 현실에서 연애하면 되는데

└ 씨발새끼야

[이거 뭐임? 신작 준비를 위해 인터넷 방송을 켰습니다?]

??? 진짜 방송함?

└ 작가가 글 안 쓰고 인방을 왜 하는 건지ㅅㅂㅋㅋㅋ

└ 신작 준비 때문에 한다잖아 똘빡아

└ 그거야 서칭으로 자료조사 하면 되는 거고. 왜 직접 인방을 켜냐고ㅆㅂ

└ 얘 왜 이렇게 화가 남? 꼬우면 직접 가서 물어보던가

└ 안 그래도 찾는 중이다

└ 찾으면 공유 좀

└ ㅗ

[야, 이거 동일인 맞지?(사진 첨부)]

스완 모델이랑 존나 똑같이 생겼는데?

└ 스완이 뭔데

└ 의류 쇼핑몰임. 옷도 예쁘긴 한데 모델이 좋아서 화제였음. 피팅 촬영 할 때 리액트 쪽에서 길거리 캐스팅 받았거든

└ 리액트가 뭔데?

└ ;; 이채희 있는 엔터

└ 이채희가 누군데?

└ 아, 꺼져 걍

해당 게시글을 쓴 유저는 답답함을 못 이기고 패션 마이너 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이라면 자신에게 공감을 해주리라.

한편 독자 위주의 웹소설 갤러리가 아닌 작가 갤러리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좀 떴다고 인방ㅇㅈㄹ]

[작가가 글빨로 승부를 봐야지 방송으로 홍보하려는 거 ㅈㄴ추하네]

찾아가면 내 글 감평 해줄까?

*

서주환이 방송을 시작한 건 하루 전이었다. 그 날 총 시청자 수는 10명. 고작 열 명이지만 첫 방송임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많은 수였다.

한데 오늘은 더 많은 사람이 방송에 들어왔다. 막 방송을 켰을 때만 해도 5명에 불과했던 시청자 수가 어느 순간 100명을 넘어가더니 현재에 이르러서는 300명에 가까워졌다.

- 와 ㄹㅇ 닉네임 서환이네.

- 서환 작가님 맞나요?

- 서환 님이 악마 포식자 쓴 작가님인가요?

- 님 스완 모델 했었죠?

- 혹시 망생이(작가 지망생) 감평도 받나요?

- 저 작가님 팬이에요! 빙의사부랑 회병생, 악마 포식자까지 다 봤어요!

서주환은 일단 고개를 꾸벅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어, 제가 서환 작가 맞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이내 눈꼬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런데 혹시 기사 보고 찾아오신 건가요?”

- ㅖ

- ㅖ

- 난 웹소설 갤러리에서 보고 왔음

- 난 작가 갤러리

- 난 패션갤

- 난 웹툰 갤에서 빙의사부 작가 있다는 말 듣고 옴. 그런데 그림 작가가 아니라 원작자임?

- ㅋㅋㅋㅋㅋ여기 왜 갤러리 대통합됨

- 독자갤, 작가갤, 패션갤, 웹툰갤까지 네 군데인데 시청자 오백 명도 안 되는 거 실화냐

- 난 오히려 이만큼이나 온 게 신기한데?

서주환은 마지막 채팅에 긍정했다. 고작 인터넷 기사가 네 개나 되는 갤러리에 퍼진 것도 신기하고 거기서 삼백 명에 가까운 인원이 놀러온 것도 신기했다.

[업적, ‘시청자 100명’을 달성하여 1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시청자 200명’을 달성하여 2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시청자 300명’을 달성하여 300LP가 지급됩니다.]

‘오.’

시청자 수가 백 명 단위로 올라갈 때마다 소량의 업적 포인트가 지급됐다. 많은 포인트는 아니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게 용돈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그때 진짜 용돈이 들어왔다.

짤랑.

[식물젤리 님이 10,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신작 쓰신다고 하던데 신작 이야기 좀 해주세요.

“어? 내가 후원을 열어놨나? 여러분 후원은…”

안 해주셔도 돼요, 라고 말하려는 때였다.

[업적, ‘첫 후원받기’를 달성하여 1,000LP가 지급됩니다.]

[10,000원을 후원받아 10LP를 획득하셨습니다.]

‘어?’

서주환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업적이 아니라 후원이 포인트로 바뀐 건가?’

의문을 풀어준 것은 루시였다.

[맞아요. 생방송에 한해서 후원금/1000의 비율로 포인트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는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어 알지 못했던 정보다.

서주환은 후원을 막으려던 손을 멈추고 얼른 질문에 대답했다.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신작 말이죠? 이번 신작은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인방물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설정은 짜고 있는 중이라 자세히 말씀드리진 못하고 컨셉은 일상, 음악, 힐링물이에요.”

[식물젤리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뭐하는 방송이에요?

또 1LP가 적립됐다.

서주환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속으로 셈을 했다. 이거, 후원금 받아서 포인트 모으기 가능한가? 이 비율이면 효율이 영 안 나올 것 같은데. 아니, 그런데 하루에 1만LP만 벌어도 한 달이면 30만LP잖아. 그런데 1만LP면 얼마 받아야 되지?

순간 셈을 마친 서주환은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염병. 천만 원 받아야 1만LP잖아.’

효율 뭣 같네, 진짜. 그냥 방송 꺼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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