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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절대 변화해.
스토리 진행해야 돼,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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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일 뿐 파격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거... 걸요?
본격적인 건 3부인 외전에서 쓸 예정이라 큰 물로 갈 거면 2부인 본 편 완결 쳐야 돼영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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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대왕 님, 쾌락에웃는아이 님, NetFighTer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na12176829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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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루시의 귀환
서주환은 밤새 고민을 거듭했다.
새로 나온 축복과 스킬, 루시의 조언, 가브리엘라의 예언.
셋 모두 고민을 하게 만든 요소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원하는 것을 찾고 싶으면 앞으로 나아가라’는 가브리엘라의 예언이었다.
“루시, 가브리엘라가 말한 ‘원하는 것’이란 S급 재능 조각을 말하는 거겠지?”
[네. 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가 모은 재능 조각은 여섯 개. 이 아이템이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직 네 개가 더 필요하다.
서주환은 시선을 들어 다소 변화된 재능창을 확인했다.
[글쓰기(A+/A+) - 1%]
시스템 레벨이 오르고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모든 재능을 A+로 만들었다. 그리고 A+등급부터는 해당 재능의 숙련도가 직관적으로 표기된다.
재능을 S급으로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두 가지.
하나는 조각 열 개를 모아서 만들 수 있는 S급 재능석. 또 하나는 A+급부터 표기되는 숙련도.
즉, S급 재능석을 만들어도 해당 재능의 숙련도가 부족하다면 S랭크로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편법이 있긴 하지만.’
S급 재능을 가진 여자의 호감도를 S급으로 만들면 된다. 일례로 그가 한수아에게 얻은 게임 재능의 잠재등급은 S급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운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S급 재능을 가진 여자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고, 그 여자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올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며, 여자가 지닌 재능이 과연 그가 원하는 종류인지도 감안해야 한다.
만약 위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지닌 상위 세 가지 재능 중 S급이 당첨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
결국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하는 재능을 S급으로 만들기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라리 정공법을 선택해서 천천히 숙련도를 올리는 게 빠른 길일 테지.
달리 말하면, 숙련도가 1%인 지금은 ‘S급 재능 조각’을 급하게 모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루시를 생각하면 가능한 빨리 모으고 싶어.’
어제 루시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루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나눴던 대화로 추측컨대 루시가 사람이 되기 위한 단서를 얻으려면 우선 ‘S급 재능석’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어제도 말했지만 주인님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제가 주인님의 행동을 강제하는 요소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진심 어린 루시의 말.
루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지만 그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주환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미 결정했어.”
[주인님, 다시 말하지만 저를 사람으로 만드는 건 주인님께 폐가 될 거예요.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폐가 된다?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루시는 언젠가 소멸을 각오하고 그를 도와주었다. 그런 루시를 위해 소원 하나 못 이루어주겠는가.
“됐어. 루시를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내 마음이야. 그럼 이것도 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게 맞잖아?”
[주인님…….]
“감동받았어? 안 그래도 돼. 이건 나를 위한 거기도 하거든.”
[…주인님을 위한 거요?]
“그래.”
서주환은 짐짓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
“흐흐. 루시가 사람이 되면 분명히 엄청 예쁠 거야.”
[…네?]
“설마 남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 그건 곤란해. 다른 애들이 받은 반지가 부럽다면서? 난 남자한테 반지를 끼워주고 싶지 않거든.”
그리 말한 서주환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시스템으로만 존재하는 루시. 당연히 정해진 형태가 없으니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다. 한데, 어쩐지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휴우. 정말 못 말리겠네요.]
루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형체가 있었다면 고개를 내젓지 않았을까?
서주환은 실실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어허. 주인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말리긴 뭘 말려? 건방진 도우미네.”
[네에, 네. 모두 주인님 뜻대로 하세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두겠습니다.]
“뭔데?”
[훗날 정보 제한이 풀리고 그 방법을 아셨을 때…….]
루시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지금의 발언을 철회하셔도 저는 절대로 주인님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루시는 지금 주인님의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감동받았답니다.]
서주환은 인상을 찡그렸다.
도대체 그 방법이 뭐기에 이러는 걸까.
문득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털어냈다.
“루시, 네 주인을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니야? 그럴 일은 없어.”
단호하게 말해보아도 쉬이 대답하지 않는 루시.
서주환은 그녀의 침묵에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루시를 사람으로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 일단 ‘S급 재능 조각’ 열 개를 모으자.
*
제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변화하고자 결심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해서 최단 시간 내 제로백을 터트리겠단 뜻은 아니었다.
우선은 천천히 한 걸음씩.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조금은 여유로운 템포로 걸어가자. 일단은 다양한 분야에 한 발씩 걸치고 찍어 먹어볼 생각이었다.
‘활동범위가 넓어질수록 S급 재능을 가진 여자를 찾기도 쉬워질 거야.’
수많은 분야 중 첫 번째 행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왕 얼굴을 드러낼 거라면 역시 첫 번째는 작가로 시작해야지.’
지금까지 여러 재능을 얻었음에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일을 해나갈 것이다. 서주환은 그 중심에 자리한 자신의 정체성을 작가로 규정하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 행보로 선택한 것이 바로 작가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나가겠다고? 갑자기?”
소설책을 보던 이석찬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사실 인터뷰 제의는 지금까지도 몇 번 왔었어.”
회귀 후 작품 세 개가 연달아 대박을 쳤다.
첫 작품인 ‘빙의사부 무림공적’은 무협, 두 번째 작품인 ‘회귀자의 병영생활’은 군대물, 세 번째인 ‘악마 포식자’는 현대 퓨전판타지로 탑급 매출을 올렸다.
작품 하나가 대박을 터트려도 다음 작품에서 말아먹고 사라지는 작가가 부지기수다. 그런 시장에서 고작 일 년 만에 세 작품을 기복 없는 성적으로, 오히려 쓸 때마다 더 발전하여 완결 냈으니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까진 귀찮아서 안 나갔잖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임?”
“그냥 좀, 사람들 관심이 고파서?”
“지랄.”
대충 얼버무리는 말에 이석찬이 같잖다는 듯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석찬은 구태여 따져 묻는 대신 손을 내저으며 한 마디를 했다.
“가서 사이트 홍보나 하고 오셈. 곧 오픈인 거 알지?”
“당연히 알지. 그것도 겸사겸사 하러 가는 거야.”
이석찬의 주도하에 만들기로 한 웹소설 자유 연재 사이트 노벨다이스.
사실 사이트 자체는 진즉에 구색을 갖췄지만, 사이트 내에 유치할 작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서 3월에나 오픈할 예정이었다.
그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최미화의 영입 덕분이었다. 그녀는 퍼니북스에서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수백 개가 넘는 작품의 유통계약을 성공시켰다.
그녀를 떠올린 이석찬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미화 씨가 생각보다 일을 잘하더라.”
제 여자를 칭찬하는 말에 서주환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잘한다고 했잖냐. 졸업하고 바로 이쪽 업계에 취직해서 나이 대비 경력도 많은 편이고, 애초에 워낙 능력이 좋아서 혼자 관리하던 작가가 수십이었어. 직접 발굴한 작가도 상당히 많고. 작가들 사이에서 미화가 꽤 유명해.”
“그런 것 같더라고. 나중에 성과급 좀 챙겨줘야겠음.”
“그것도 좋은데 일 할 때 권한을 좀 더 줘봐. 네가 빽만 든든하게 서주면 알아서 잘할 걸. 처음엔 몇 번 말아먹어도 경험이려니 생각해야겠지만.”
“이미 팀장급 이상으로 대우하고 있음. 그러니까 너도 빨리 신작이나 주셈.”
“인마, 나 완결 낸 지 한 달 밖에 안 됐어.”
“닥쳐라, 글싸개. 네가 완결을 몇 개 냈던 우리 회사랑 계약 맺은 건 없잖음.”
“없긴 왜 없어. 사이트 오픈하면 내 전작들 올라가기로 했잖아.”
“그건 다른 사이트에서 이미 팔릴 만큼 팔린 거잖슴. 신작을 내놓으라고, 신작. 그래야 독자들 모을 거 아님.”
이석찬이 괜히 재촉을 하는 게 아니었다.
아직 노벨다이스에는 독자들이 이용할만한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 최미화가 끌어 모은 작품 수 덕에 구색을 갖췄지만 결국 그 작품들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독자들에게 어필을 하기 위해서는 노벨다이스만의 강점이 필요했다.
이석찬은 그 강점으로 서주환의 작품을 밀 생각이었다. 어느덧 웹소설 판의 명실상부한 탑 티어 작가가 된 그의 신작이 선독점으로 들어온다면 분명 그 작품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독자들이 있으리라.
서주환은 쩝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나름대로 신작을 준비하는 중이긴 했다.
“설정은 짜놨어. 이번 인터뷰에서 얘기하려고 했…”
“얌마! 설정 짜 놓은 거 있으면 나한테 먼저 애기를 했어야지!”
이석찬이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그는 노벨다이스의 대표 이전에 ‘서환 작가’의 열렬한 팬이었다.
“무슨 설정? 소재가 뭐임? 이번에도 다른 장르냐?”
이석찬이 질문 공세를 쏟아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대략적인 설정을 얘기해주었다.
“이번에 쓸 건…….”
*
- 벌써 도착하셨다고요?
“네. 카페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5분 안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천천히 오셔도… 끊었네?”
서주환은 연결이 끊어진 전화기를 보고 눈을 끔뻑였다. 거 참, 성격 급한 사람이네.
5분 안에 오겠다는 장담대로 기자는 금방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기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묻는다.
“서, 서환 작가님이세요?”
“안녕하세요. 박 기자님이시죠?”
서주환은 작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네, 네. 박지연이라고 합니다.”
박지연 기자는 얼떨떨한 기색으로 악수를 나누며 연신 서주환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작가가 이렇게 잘 생겼어? 연예인인 줄 알았네.’
한편 서주환도 그녀를 살피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상태창을 살폈다.
‘역시 S급 재능은 없네.’
가브리엘라의 말이 떠올라 혹시나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하긴, 첫 타석에 홈런을 날리려는 건 욕심이겠지. 그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며 물었다.
“보통 작가 인터뷰는 서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던데 직접 보자고 하신 이유가 있나요?”
“아, 제가 작가님 팬이거든요. 세 작품 모두 너무 재밌게 봐서 꼭 한 번 뵙고 싶었어요. 혹시 인터뷰 전에 싸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야 해드릴 수는 있는데 어디에…?”
“여기요! 저 단행본 샀거든요!”
박지연 기자는 들뜬 기색으로 ‘빙의사부는 무림공적’과 ‘회귀자의 병영생활’의 단행본을 꺼내들었다. 미리 준비해왔는지 굵직한 펜도 함께 내민다.
서주환은 유려한 손놀림으로 표지 안쪽에 싸인을 해주었다. 별로 싸인을 하는 것에 익숙하진 않지만 ‘손재주’ 재능 덕에 힘 있고 시원시원한 필체가 뻗어나갔다.
싸인을 받아든 박지연이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런데 악마 포식자 단행본이 안 나와서 아쉽네요.”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 제가 더 감사하죠. 아, 그리고 악마 포식자도 곧 단행본이 출간될 거예요.”
“정말요? 꼭 살게요!”
“하하. 감사합니다.”
“…….”
박지연은 그 웃음을 보고 속으로 감탄을 흘렸다. 나, 앞으로 작품이 아니라 작가를 덕질하게 될 지도.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안경을 올려 썼다.
“그럼 인터뷰 진행해도 될까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말로요. 아참, 인터뷰 전에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작가님?”
“기사에 사용하시게요?”
“가능하면 그러고 싶은데… 불편하시면 안 찍으셔도 돼요. 혹시 주의해야 될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필명으로만 기재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인터뷰 대상자가 얼굴,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를 숨기는 일은 빈번했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 기재에 필요한 최소 정보로는 필명 하나면 충분했다.
서주환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분명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게 포인트 수급이 잘 된다고 했었지?
“사진, 써도 좋습니다. 이름이랑 나이도 괜찮고요.”
박지연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내심 연예인급으로 잘생긴 얼굴을 사진자료로 기재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이죠? 무르기 없습니다?”
“대신 잘 찍어주셔야 돼요.”
“네, 그건 걱정 마세요!”
찰칵, 몇 차례 사진을 직고 그녀가 정돈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럼, 시작할게요.”
딸칵. 녹음기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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